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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2/05 13:16:08
Name 크리스
Subject [일반] 엔터프라이즈에서 쓰는 짤막한 글
안녕하세요.

지금 지구상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혹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10만톤 배수량의 덩치에도 불구하고
8개의 원자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슈퍼빠와!로
열심히 망망대해를 달리며 작전항해를 수행 중에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서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피지알에 글로 찾아뵙습니다.



1.
우선 피지알 원상 복귀되어서 너무 좋네요!
제가 항모 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한국어 사이트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야후와 피지알을 "한국 뉴스"를 보기 위해서 자주 옵니다.
그동안 피지알이 복귀 되지 않아서 낙이 하나 줄어든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온 모습을 보니깐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친구를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2.
이미 뉴스에 나와서 뭐 이젠 더이상 비밀도 아니고 과거의 일이지만
얼마전 항모를 타고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다녀왔습니다.
뭐 그리 그닥 인상이 깊지는 않았습니다.
워낙에 시간도 제한되어 있었고 일도 많았으니깐요.
하지만 SuperBock 이라는 맥주만큼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크으..맛도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 마셔대서, 기억에 남는 것은 상표뿐이지만..하하;;


3.
수많은 컴퓨터가 존재하는 항모이지만
그중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손가락에 꼽을만큼 드문데요,
제가 사무실에서 쓰는 컴퓨터는  Korean IME 자체가 블락되어 있기때문에
여간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잠깐,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있는 이 컴퓨터가 비어있는 짬을 타서 글을 휙휙 써봅니다.
뭐,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기보단, 그냥 반갑다구요. ^^


4.
1테라 외장하드를 꽉꽉 채워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는 결국 잠도 아껴가면서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다시 복습했는데요 (3일 걸렸다면...짧은 것일까요?)
아..
송은채....은채야 ㅠㅠ정말 이말 밖에는..ㅠㅠ
지금은 하얀거탑을 보고 있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상당히 아껴두고 있었던 드라마인데..
3화까지 본 시점에서의 감상은..'아 대학병원 무서운 곳이네.'
..특히나 부원장이 참으로 무섭게 느껴지더군요. 정말이지 덜덜덜;;


5.
지금 저는 열심히 소녀시대를 미 해군 동료들에게 전파 중에 있습니다.
물론 소녀시대 팬인 다른 여 하사를 한명 알게되어서 서로 영상도 공유하고 있구요.
게다가 출항 하기 직전에 구매한
일본판 Hoot 초회한정 Deluxe Edition에 딸려나온 소녀시대 일본 쇼케이스 초고화질 DVD 는
대대 내에서 대여율이 아주아주 높습니다. (훗훗훗!)
미국 본토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엔터프라이즈를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일 기세!!
(늬들은 이제 다 트러블 트러블 트러블!)


6.
바다에 나와 있는 것은 좋습니다.
정말루요. 사실 제가 지인들에겐 배 타기 싫다고 앓는 소리를 몇번 하긴 했지만
바다에 나와있으면 일과 나 자신 빼고는 아무것도 신경쓸 게 없어서 좋고
눈뜨고나면 일하고, 일 끝나면 자고, 하는 단순한 삶이 참 좋을 때도 있습니다.
너무 오래 있다보니 (통상 작전 항해가 6~7개월) 싫어질 때도 물론 있지만
막상 나오니깐 좋군요. 하하.


7.
아참.
이번 기회를 빌어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인질들을 구출함과 동시에 해적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준
아 해군 동료들에게 건승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끝으로.
한국은 이제 설날이 지났나요? 제가 명절 날짜 외우는데 좀 많이 약해서요..;; 하하.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from CVN-65 USS Ente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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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05 13:20
수정 아이콘
나중에 보안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생활기 같은거 pgr에 올려주시면 재미있을듯 싶네요.
무사히 귀항하시길 바랍니다!
11/02/05 13:23
수정 아이콘
'눈뜨고나면 일하고, 일 끝나면 자고, 하는 단순한 삶이 참 좋을 때도 있습니다.'

라는 말이 무언가 와닿는 요즘이네요. 늘 건강하시길 바래요, 새해복도 망망대해많큼 많이 받으시길!
11/02/05 13:27
수정 아이콘
우와... 제목만 보고 설마 그 엔터프라이즈가 내가 아는 그 엔터프라이즈는 아니겠지?? 했는데... 맞네요;;; 헐;;
한국은 그제 설날이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1/02/05 13:29
수정 아이콘
항전갤의 초갼님 같네요. 엔터프라이즈를 소시로 정크버크하신분.

아무래도 갇혀살아야하는 삶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심할거 같습니다. 힘내세요
베이컨토마토디럭스
11/02/05 13:35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미드 스타트렉 팬의 수필인줄 알았더니 아니였네요 오오오 멋지십니다
진리는망내
11/02/05 13:44
수정 아이콘
엔터프라이즈를 분홍색으로 물들이는군요.

말로만 듣던 엔터프라이즈!!
멋있네요~
Je ne sais quoi
11/02/05 13:47
수정 아이콘
제목만으로도 폼이 나는군요. 어렸을 적 사진으로만 보던 정말 그 엔터프라이즈!!
파일롯토
11/02/05 14:00
수정 아이콘
우왕 신기하네요
11/02/05 14:21
수정 아이콘
소원 종결자 크리스님이시군요.(영너꿈 이벤트 한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해간 많은 걸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파이팅!
넥서스엔프로
11/02/05 14:26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뵙네요 리스본에 항모가 정박할 곳이 있긴 있나요? 저도 충무공 이순신함타고 리스본에 다녀온게 몇 년전 인데 기억나는 거라고는
벤피카 홈경기장 밖에 없네요... 언제고 한국에 오시게 되면 항모 관광 좀 시켜주세요.... 건승하세요
써니티파니
11/02/05 14:32
수정 아이콘
이제 모두 트러블트러블트러블~!
11/02/05 14:46
수정 아이콘
이야 멋집니다~!

하얀거탑 정말 명작이죠....!!!! 장과장 !

화이팅하시길!!
11/02/05 14:51
수정 아이콘
왜 난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생각 났을까...
본인의 짧은 생각과 저렴한 지식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면서 힘내시라는 댓글 남겨봅니다.
미 항모 엔터프라이즈라니... 덜덜;
서주현
11/02/05 15:24
수정 아이콘
그..글로벌 소원!!
11/02/05 15:53
수정 아이콘
차에서 노트북 안고 글 올리시는게 뭐가 대단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부러움...
몽키.D.루피
11/02/05 16:45
수정 아이콘
졸리로저에 소시 인증하신 분이시군요!!
낭만토스
11/02/05 17:24
수정 아이콘
에...엔터프라이즈...!! 위엄이....
마젤란
11/02/05 17:43
수정 아이콘
서울 올라가는 경부고속도로상인데 부럽네요.
미해군으로 근무하시는건가요?아니면 협력차원의 파견근무?
암튼 부럽네여. [m]
레몬카라멜
11/02/05 19:44
수정 아이콘
군복무하던 시절 몇 번 미해군의 DDG가 입항해있는걸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뭔가 부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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