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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12 14:18:05
Name 네로울프
Subject [일반]  초류향에 머물고 황비홍에 지다. (1)
초류향에 머물고 황비홍에 지다. (1)


소오강호(笑傲江湖)(Swords man)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 소오강호(笑傲江湖)



滄 海 一 聲 笑
푸른 파도에 한바탕 웃는다.

滔 滔 兩 岸 潮
도도한 파도는 해안에 물결을 만들고

浮 沈 隨 浪 記 今 朝
물결따라 떴다 잠기며 아침을 맞네

滄 天 笑 紛 紛 世 上 滔
푸른 하늘을 보고 웃으며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잊는다.

誰 負 誰 剩 出 天 知 曉
이긴 자는 누구이며 진 자는 누구인지 새벽 하늘은 알까?

江 山 笑 煙 雨 遙
강산에 웃음으로 물안개를 맞는다.

濤 浪 濤 盡 紅 塵 俗 事 知 多 少
파도와 풍랑이 다하고 인생은 늙어가니 세상사 알려고 않네

淸 風 笑 竟 惹 寂 寥
맑은 바람에 속세의 찌든 먼지를 모두 털어 버리니

豪 情 還 剩 了 一 襟 晩 照
호걸의 마음에 다시 지는 노을이 머문다.

蒼 生 笑 不 再 寂 寥
만물은 웃기를 좋아하고 속세의 영예를 싫어하니

豪 情 仍 在 癡 癡 笑 笑
사나이도 그렇게 어리석고, 어리석어 껄껄 웃는다.



‘웃으면서 강호를 노닐다.’란 의미의 이 노래는 홍콩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가운데
‘황비홍’의 ‘남아당자강’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일 것이다. 순풍당 당주와
일월교의 곡장로에게서 주인공 영호충이 이 노래를 이어받는 장면은 무협소설의 전형적인
알고리즘을 따르고 있지만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상당한 흥행을 했던
‘동방불패’의 전편격인 이 영화 ‘소오강호’는 우리나라 등지에서 오랫동안 그 명맥을
이어가는 홍콩 무협영화의 특징들을 여러 면에서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아니 단순히 무협영화의 애호에 대한 것을 떠나 무협영화, 무협소설, 각종 무예술, 그리고
그 것들 속에 깔려 있는 정신들까지 포괄해서 무협문화라고 까지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어떤 문화형태를 대변하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신필 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동북 아시아권에서 무협소설의 한 경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김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오강호’는 그 복잡다단하고 지리멸렬한 제작과정 상의
문제점들(감독이 수차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당히 호감이 가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후편인 동방불패의 흥행이나 인지도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광범위한 팬층을 가지고 있으며
컬트적인 애호의 차원에서는 동방불패를 오히려 훨씬 능가하고 있기도 하다.


호금전이라는 매력적인 감독이 제작 초반에 관여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가장 홍콩적인
엔터테인먼트의 적자인 서극 감독이 제작과정을 총지휘 했고, 대표적인 무술감독 정소동의
안무와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던 강시영화류의 허안와 감독의 연출 참여등 따지고 보면
호사가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 요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혼란스럽기까지 한
연출자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제법 특이한 완성도를 보여주기 까지 한다.


하지만 기실 이 영화에서 논할 만한 것은 연출의 미학적 부분이나 내용면에 있어서의 철학적
사회적 함유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들이라고 생각된다. 너무나 전형적인 무협지의 궤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영화의 성격상 구태여 파고들 것도 없고 가타부타 언급할 거리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영화를 끄집어내게 된 이유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광범위한
영역과 시간적 깊이 까지 획득하고 있는 동북아시아권의 무협 문화에 대해서 한번쯤 짚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까지 끈질기게도 그 명맥을 이어가는 홍콩 무협영화와 그 것의 새로운
변주인 홍콩 르와르에 대한 근원적 일면을 들춰보고 하나의 지속적 경향이라 할 수 있는 그에
대한 애호의 이유까지 따져보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남자치고 십대 중후반과 이십대 초반을 거쳐오면서 한번쯤 무협소설에 빠져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쾌쾌한 만화대본소의 구석자리에서 또는 할 일없는 휴일 오후에
배깔고 누은 자신의 방에서 또는 학교 수업시간에, 우리는 주인공이 기연을 얻는 두근거리는
장면과 극강의 무공으로 마교의 우두머리를 해치우는 신나는 장면 그리고 중원 곳곳의 천상선녀
같은 절세 미인들이 품에 안겨오는 황홀한 장면들에 희희낙낙 해왔던 것이다.


더불어 무협영화도, 기술적 문제들에 의해 무협지 만큼의 환상적인 또는 황당한 장면들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무협지와 똑 같은 궤를 따르며 우리에게 역시 소일을 제공해왔다.
고전적인 외팔이 시리즈와 초류향 전기 그리고 후대의 황비홍에 이르기까지 정의와 충과 효 그리고
도교적인 초월의 풍모를 보여주는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불세출의 영웅들이다.
강호에는 항상 바람이 거칠고 반드시 어딘가에 악이 있고 그를 구원할 영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분명 등장한다. 이러한 뼈대는 무협영화의 변주일 수 밖에 없는 주윤발의 코트자락이 깊게 드리운
홍콩 느와르의 경우에서도 단연 일치한다.


허나 무협영화를 포함한 동북아시아권의 무협 문화는 역사적 관점을 소구하기 시작한 황비홍과
현대적 감성을 채색한 주윤발의 때에 이르러서 그 화려한 회광반조의 불꽃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완연한 쇠퇴의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십일을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어떤 점에서는 서구 웨스턴의 변형인 것 같기도 한 이 무협장르에 대해서 그리고 항상 그 중심에
서 있는 서극 감독에 대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풀어보자.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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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12 14:18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창해일성소 라는 닉을 본거 같은데 그게 이거 였군요...
10/11/12 14:22
수정 아이콘
'초류향'이라는 단어에서 눈이 번쩍 뜨여 클릭했는데 글 내용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오(?)하군요.^^;;
청소년기에 '초류향 전기' 무진장 봤으며, 그래서 한때 집안의 네 여자가 모두 정소추 팬이었던 시절도 있던 터라...
그때의 영향인지 몰라도 무협 판타지를 포함, 액션 영화는 대개 좋아하는 편입니다.
지금도 심심하면 채널칭이나 ABC 채널 보기도 하고요.
중국의 무협영화 장르는 매력이 있어요.
10/11/12 14:19
수정 아이콘
변주없는 반복은 결국 지루해지기 마련이죠...

저는 언제쯤 기존 무협 영웅과는 조금 다른 무협 영웅이 나올지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피치럽~
10/11/12 14:23
수정 아이콘
아 저는 동방불패를 94년도에 비디오로 보고 엄청나게 감동먹은 기억이 나네요..

아직도 절벽에서 떨어지는 임청하의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블랙잭
10/11/12 14:33
수정 아이콘
제 10대와 20대의 대부분을 함께한 무협 이야기네요.
생각보다 스케일이 큰 글일것 같아 두근두근합니다.
소호강호는 아이러니하게 본편보다 시리즈중 한펴인 동방불패가 더 유명한 특이한 작품이죠.
소설에서 동방불패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도...
서극 감독 하니 제가 본 무협 영화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서극의 칼 이 떠오르네요
뒷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최강희남편
10/11/12 15:17
수정 아이콘
소오강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남봉황.. 쿨럭..
그리고 전 관지림과 이연걸을 좋아했기에.. 동방불패를 더 재밌게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오강호는 뭐랄까.. 웃음과 철학과 무협을 적당히 믹스한 느낌이랄까요..
어쨌거나 재밌는 영화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성야무인Ver 0.00
10/11/12 16:47
수정 아이콘
초류향은 정소추주연의 (오맹달씨가 같이 나왔죠) 것을 TVB으로 봤고 그 후에 아마도 대만 봉황TV에서 70년대에 정소추에 주연한걸 대부분 봤습니다. 현재 정소추씨는 대머리 아저씨가 되어서 전에 그 후덕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많이 가려졌습니다. 소오강호는 주윤발씨가 주연한 장편물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영화판 소오강호는 임청하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원작파괴에 가까웠죠.
네로울프
10/11/12 16:59
수정 아이콘
소오강호에는 임청하가 나오지 않습니다.
속편 격인 동방불패에 임청하가 출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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