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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6 13:16
참.. 한 나라를 다스릴 재목을 선택하는데 가장 먼저 태어났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된다는 게 우스운 일 같습니다.
조비 역시 조앙을 굉장히 따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다른 조앙이 살아있었다면 후계자 경쟁이 또 달라졌을듯.
18/03/26 13:24
당시 시대에서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진 방법이긴 했습니다. 가장 재능이 뛰어난 자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건 곧 자식들끼리 치고받은 끝에 살아남는 놈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지라, 집안이 박살나고 나라가 박살날 가능성이 몹시 높아지거든요. 결국 무언가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했고 그게 바로 적서의 구분과 나이였습니다. 동시대의 사례로 원소가 멍청한 첫째 원담 대신 재주 있는 셋째 원상을 후계자로 골랐던 탓에 결국 그의 사후 형제들이 서로 박터지게 싸우다가 하북을 죄다 조조에게 바치는 꼴이 되기도 했었지요.
18/03/26 13:21
역배충 쯧쯧
은 농담이고 본인의 불안한 신분으로 인한 한계를 느낀 건지도 모르겠네요 조비의 성품이라면 양수를 내버려 둘 리가 없을 듯해서. 조식 쪽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지
18/03/26 13:30
역배가 맞을 겁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거죠.
그런데 저는 양수가 인간적으로 조식을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인간성도 조비보다야 나았을 테고, 만날 술 퍼마시고 시와 부를 뽑아내는 것도 되게 뭐랄까...... 예술가로서의 기질이 넘치잖습니까. 매력적이죠.
18/03/26 13:21
쓰마이 1부 볼때 양수가 게임이나 역사책에서만 보던 캐릭이 아니라 놀라며 봤었네요. 비중과 역할도 정말 저랬을것 같이 몰입되고, 배우도 연기잘하고~
양수의 고민이 깊어질때 손가락으로 눈썹을 문지르는게, 사마의 눈썹 치켜세우는거, 둘다 인상 깊네요 2부를 기다리는 시점에 좋은글이네요
18/03/26 13:25
대군사 사마의가 양수를 멋지게 그렸다고 해서 매우 흥미가 갑니다. 단지 드라마는 볼 시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애 있을때는 TV대신 책을 봐야 하고 애가 자면 그 시간에는 게임을 하거나 글을 써야 하니까요. ㅠㅠ)
18/03/26 13:32
저도 방영 당시엔 챙겨보기 어려웠는데, 티빙 결재로 틈틈히 챙겨봤었죠
1부도 사마의 병아리 시절에 조조는 무슨 가후도 덜덜하고 양수가 최고 라이벌인 초반부가 더 재밌었던거 같습니다. 물론 전 중후반도 다 잘봤지만요^^ 잠깐 보실 시간이 없는게 아니고 용기가 없으신겁니다! 한번 질러서 찔끔찔끔 봐보시죠~! 뒷감당은 제가 하진 않지만, 재미는 보장드리죠~
18/03/26 13:35
양수가 죽은 이유는 후계자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인데 저는 기본적인 처신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연의에서처럼 조조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닭먹다가 죽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분명히 유약한 백면서생 같은 문과생은 아니었을진데 조조가 바로 죽여버렸다는 것은 분명히 결과에 순응하지 않고 후일을 도모할 것임을 공공연히 내비쳤다고 봅니다. 참으로 신기한게 조조는 문과생에게는 자비가 없단 말이죠. 역시 기술을 배워야 됩니다.
18/03/26 14:04
세설신어의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계륵 사건만 봐도 양수가 겸손하고 얌전한 성향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조는 능력 있는 이공계를 총애했지, 능력이 없으면 문과고 이과고 간에 그냥 죄다 날려버렸죠. ㅠㅠ
18/03/26 18:15
예전에 PGR의 아파테이아(Apatheia)님이 쓰신 낙신부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2201403&orderClick=LAA 재미있습니다. 아파테이아님 님 글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리웁네요.
18/03/26 14:05
사실 그렇게 뛰어난 재능이었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대군사 사마의에서는 정치력이 상당하게 그려졌지만, 기록만 보자면 재치있지만 나라의 중신이 될 만한 그릇이나 능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아요. 드라마에서 조조가 잠깐 언급하기도 하구요. 그런 재주정도는 별거 아니라는식으로. 어쩌면 위나라의 마속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18/03/26 14:13
실무의 재능이 뛰어났던 건 분명합니다. 위서 진사왕식전을 보면 일을 잘 했다는 기록이 있죠. [승상(丞相: 曹操)가 청하여 창조(倉曹)에 속한 주부(主簿)가 되었다. 그때,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어 일이 많았는데, 양수(楊脩)가 총명(總名)하여 내외(內外)일을 두루 알고 (승상의) 의중을 잘 헤아려 일을 처리하였다. (그리하여) 태자(太子: 曹丕))이하 뭇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교류하였다.] 또 그 조조가 자신의 직속으로 삼을 정도면 일을 잘했을 겁니다. 물론 그 수준을 넘어 대전략을 수립하거나 정책을 기획하는 일, 또는 군현을 다스리는 일을 잘했는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업무를 맡은 적이 없으니까요. 단지 추측이지만 조조가 양수는 그런 일을 잘하지 못하리라 여겼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요.
18/03/26 14:32
예. 저도 주부 정도의 일은 잘 했으리라 봅니다.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잘 했을수도 있죠. 다만 비슷한 시기에 사마의는 촉을 칠 것을 건의할 만한 위치에 있던것에 비해 차이가 좀 나죠. 그리고 이미 나이도 그렇게 적지도 않구요. 곽가나 순욱이 그 나이때 뭐 했나보면... 아마 조조 눈에는 중신으로 삼을 만한 인재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어요.
18/03/26 17:46
사실 양수가 죽을 때 마흔다섯이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죠. 곽가야 그렇다쳐도 순욱이 그 나이일 때는 이미 조조가 삼공의 반열에 올리려 했지만 본인이 고사하던 시절이니 말입니다.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위험한 놈이니 곁에 두고 감시하자'에다 '조식은 내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아이이니 스승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자를 붙여주자'가 병존한다고 봅니다. 당장 조식도 스스로가 당대 최고의 문필가인데 어지간한 능력자가 아니면 어디 거들떠보기나 했겠습니까.
18/03/26 18:05
저는 원씨 집안과의 연계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소가 죽은 게 202년이고 그 못난 아들들이 죽은 것도 207년, 그리고 양수가 죽은 건 그로부터 십 몇 년이나 지난 219년의 일이니까요. 다만 자신이 조식을 후계자로 세웠더라면 후계자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을 양수였지만, 조비가 태자가 된 이상 오히려 양수가 후계자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었기에 제거는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봅니다.
아무리 조조라 해도 조식의 목을 날릴 수는 없었지 않겠습니까. 그럼 죽을 사람은 양수밖에 없지요.
18/03/26 18:09
정의 정이 형제가 조조 치하에서는 살아남은걸 보면,
오히려 원씨의 피가 흐르고, 전 태위의 혈육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만은. 물론 제가 조조가 아닌지라 당시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능력치를 가졌다면 더 위험한 핏줄부터 자르는게 순리겠죠
18/03/26 15:04
양수를 죽이고 백일만에 조조가 죽었다는게 놀랍네요. 자기가 죽기전에 살려두면 안되는 인물을 확실히 없애줬네요. 다른 한명을 후계자때문에 어쩔수 없이 살려둔게 나라를 없앤 결과를 나았지만 ㅠㅠ
18/03/26 18:10
저는 사마의가 적어도 조예 시절까지는 충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 해서 결국 그로부터 위나라의 멸망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요.
18/03/26 23:55
동감합니다. 조비, 조예야 자신이 선택한 주군과 그 주군이 부탁한 아들이니 충성을 다했을테지만
조방에 이르면 출신도 불분명한데다 조상 같은 놈들이 낙곡대전 등으로 나라를 말아먹고 있으니 충성할만한 상황도 아니었죠.
18/03/26 15:45
이문열 삼국지를 하도 읽다보니, 양수가 죽은 뒤 (계륵 에피소드) -> 한중공방전 마무리 -> 형주 공방전 -> 관우의 죽음 -> 조조의 죽음인지라,
양수가 죽은 이후에 100일만에 조조가 죽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새삼 그렇지만 연의의 시간대 배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18/03/26 18:12
사실 조조가 한중에서 철군하고서부터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불과 반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중 공방전은 모든 의미에서 조조의 마지막 전쟁이었죠.
18/03/26 15:54
마침 어제 양수가 죽는 드라마편을 보고 왔는데 이런 끌이 딱 올라오니 신기하네요
2부에서 사마의 VS 제갈량이라면 1부 초반에는 사마의 VS 양수인데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였습니다
18/03/26 18:16
다들 대군사 사마의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유게에 짤방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봤습지요. 다만 드라마 자체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나서...
18/03/26 17:29
글곰님 글은 항상 반갑고 기대하면서 봅니다.
재능의 영역에서 찬사를 한몸에 받은 조식을 생각해보면 양수가 순수하게 그를 흠모했다해도 탓할 수 없겠지요. 저 시절엔 재능러들끼리 서로를 치켜세우며 사랑 넘치는 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삼국시대 최고의 재능 조조조차 아끼고 당대 내놓라하는 명사들이 감탄해마지 않은 조식이 위를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요.
18/03/26 18:21
사실 삼국지 통틀어서 특정 분야의 재능으로만 따지면 조식이 원탑, 혹은 조식(문학)과 장로(종교)가 투탑이 아닐까 합니다. 조식은 이백과 두보가 등장하기 전까지 근 오백여 년간 시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요.
18/03/26 19:19
두보 이전 시성은 조식을 칭한다할 정도라는데 생각해보면 조식의 시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진짜 그의 시인지 의심스러운 칠보시가 연의 덕에 가장 유명하다닝...
18/03/26 20:20
쓰마이 1부를 엄청 재밌게 봐서...이 글을 보니 1부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쓰마이 드라마를 안 보셨다니 꼭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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