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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26 12:52:17
Name 글곰
Subject [일반] (삼국지) 양수, 재주 있는 자의 선택과 실패 (수정됨)
  한 남자가 있었다. 당대 최고의 명문가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게다가 아버지는 조정에서 존경받는 신하로 삼공을 비롯한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였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해야 할까, 남자는 젊어서부터 그 재능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대의 권력자 조조는 그를 냉큼 잡아다 자신의 승상부에다 집어넣고 주부(主簿. 비서관)로 삼았다. 그의 이름은 양수. 자는 덕조(德祖).

  그는 태생적으로 조조가 꺼릴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아버지는 한의 충신인 데다 외삼촌은 원술이었고 사촌 매형은 손권이었다. 즉 양수는 스스로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조조의 적들과 엮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오히려 그를 주부로 삼아 지근거리에 두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양수의 뛰어난 재능과 가문의 후광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바로 곁에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추측컨대 조조는 자신에게 잠재적인 적이 될 수 있는 존재일수록 오히려 가까이 두고 감시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전에 유비를 허도로 데려와 곁에 두고 감시했던 일이나, 내심 의심을 품고 있었던 사마의를 오히려 주부로 삼았던 사례처럼.

  양수는 재능이 뛰어났기에 또한 자신의 불안한 위치를 너무나 잘 알았다. 조조는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양수는 살아날 길을 탐색했고 발견했다.

  조조는 드러내 놓고 다섯째 아들 조식을 총애했다. 아마도 조식의 빼어난 글재주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명분은 셋째 조비에게 있었다. 두 형이 모두 사망한 후 조비는 실질적인 적장자가 되었고 여러 중신들이 그를 지지하였다. 하지만 조조는 적장자가 후계자라는 유가적 질서와 그 선택에 따르는 무수한 이점들을 무시할 정도로 조식을 아꼈다. 그렇기에 조비와 조식은 후계자로 선택받기 위한 은밀한 경쟁을 벌였다.

  양수의 선택은 조비보다 한발 뒤처져 있는 조식이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양수는 조식의 편에 선 비교적 젊은 선비들 가운데서도 대표격인 존재였다. 그리고 조비의 편에 선 자들 중 대표는 단언컨대 사마의였다. 양수와 사마의는 흡사한 면이 많았다. 나이도 몇 살 차이나지 않았고, 젊어서부터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았다. 맡고 있는 직책도 동일한 주부였다. 또한 양씨와 사마씨 모두 몇 대에 걸쳐 고위관료들을 배출해 온 엄청난 명문가였다.

  양수가 조식의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조조의 묵인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조조는 사마의를 선택하여 직접 조비와 친교를 맺도록 주선했다. 두 아들에게 각각 든든한 버팀목을 제공해 준 셈이다.

  조조는 여전히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신속하고도 적확한 판단을 장기로 삼아 온 조조의 성향으로는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조의 망설임 하에서 두 아들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양수는 자신의 모든 재능과 인맥을 동원하여 조식을 지키고 조비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자는 조비였다. 조조는 조비를 태자로 정해 후계자로 공표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식의 식읍을 두 배로 늘려 1만 호에 달하도록 했으니, 여전히 조식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식에게는 아직까지 실낱같으나마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외적인 요인에 의해 조비의 승리는 확고해지고 말았다. 조조는 유비와의 한중 전투에서 결국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패하고 물러나야 했다. 그 소식은 매우 신속하게 사해에 퍼져나갔고, 위왕(魏王)의 위상은 소식이 퍼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곧장 바닥으로 추락했다. 조조가 미처 장안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사방에서 반란이 들끓듯 발호했다. 심지어 위나라의 수도인 업 한복판에서도 유력한 명문가와 고관대작의 자식들까지 가담한 모반 시도가 적발되는 지경이었다. 조조에게는 더 이상 후계자 자리를 뒤흔들어 정국을 불안하게 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 예순이 넘은 그의 나이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미 정해진 태자의 앞길을 다져 후계를 튼튼히 해 주어야 했다.

  219년 가을, 회군 도중 머무른 낙양에서 조조는 양수를 잡아들여 처형한다. 나라의 기밀을 누설하고 제후들과 사사로이 교류한다는 죄목이었다. 양수의 나이 마흔다섯이었다.

  한 달여 후, 조인이 형주에서 포위당하자 조조는 조식을 남중랑장(南中郎將) 행정로장군(行征虜將軍)으로 임명하여 조인을 구원하도록 하려 했다. 조식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조식은 술에 취한 탓에 명령을 받들기 위해 궁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어쩌면 양수의 죽음 이후로 매일처럼 술에 절어 지냈던 탓이 아니었을까.

  어째서 양수는 조식을 선택했을까. 아무리 조조가 조식을 총애한다 해도 결국 명분과 대소신료들의 지지는 조비를 향해 있었다. 후계자 결정은 결국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것이고 조식이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수는 조식을 선택했고, 그를 위해 몸을 바치다 결국 조조에 의해 제거되고 말았다. 양수는 '나는 본래부터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잠시 면하고 있었을 뿐(我固自以死之晚也)'이라고 말하며 죽음을 맞았다.

  어쩌면 양수는 조식이라는 사람 자체에 호감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양수의 나이는 조식보다 열일곱 살 많았다. 조식과 양수의 관계는 군주와 부하라기보다는 차라리 스승과 제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조금 과장을 섞자면 흡사 연인 사이 같을 지경이었다. 조식은 양수를 며칠 보지 못하자 '그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함이 근심이 되었습니다(數日不見, 思子為勞, 想同之也)'라며 서찰을 보냈고, 양수는 '며칠 모시지 못하니 마치 한 해가 지난 듯합니다(不侍數日, 若彌年載)라고 회답했다. 두 사람의 교감은 그토록 큰 것이었다.

  양수가 죽은 후 백여 일이 지나 조조 또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조비는 위왕이 되었고 그해 겨울에 헌제로부터 선양을 받았다. 황제가 된 조비는 자신의 가장 위협적인 정적이었던 조식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여 견제했다. 조식은 이후로도 십이 년이나 더 살았지만 욕됨과 한탄뿐인 불우한 삶이었다. 어쩌면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양수에게 있어 가장 큰 다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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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6 13:16
수정 아이콘
참.. 한 나라를 다스릴 재목을 선택하는데 가장 먼저 태어났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된다는 게 우스운 일 같습니다.
조비 역시 조앙을 굉장히 따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다른 조앙이 살아있었다면 후계자 경쟁이 또 달라졌을듯.
개발괴발
18/03/26 13:19
수정 아이콘
다양한 계승방식을 체험해보시고 싶으시면
크루세이더 킹즈 2 강추합니다.
장자상속제 꼭하고 싶습니돠...
(불교 사기)
18/03/26 13:24
수정 아이콘
당시 시대에서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진 방법이긴 했습니다. 가장 재능이 뛰어난 자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건 곧 자식들끼리 치고받은 끝에 살아남는 놈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지라, 집안이 박살나고 나라가 박살날 가능성이 몹시 높아지거든요. 결국 무언가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했고 그게 바로 적서의 구분과 나이였습니다. 동시대의 사례로 원소가 멍청한 첫째 원담 대신 재주 있는 셋째 원상을 후계자로 골랐던 탓에 결국 그의 사후 형제들이 서로 박터지게 싸우다가 하북을 죄다 조조에게 바치는 꼴이 되기도 했었지요.
미친고양이
18/03/26 14:01
수정 아이콘
자식들 사이에 경쟁을 붙인 끝에 왕이 된 한명만 남기고 다 죽인 오스만 제국도 몰락한 걸 보면 ........
18/03/26 13: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첫번째 문단 읽다가 명성을 딸쳤다는 오타를 읽고 설마했습니다.
18/03/26 13:18
수정 아이콘
.......?!?!
무민지애
18/03/26 13:23
수정 아이콘
어허 예리하시네.
Maiev Shadowsong
18/03/26 13:51
수정 아이콘
......
스타듀밸리
18/03/26 14:57
수정 아이콘
역사적으로 봐도 명성딸 만한 게 또 없죠.
Lord Be Goja
18/03/26 15:01
수정 아이콘
요즘겜 템레벨 딸같은거였나봅니다
18/03/26 13:21
수정 아이콘
역배충 쯧쯧

은 농담이고 본인의 불안한 신분으로 인한 한계를 느낀 건지도 모르겠네요
조비의 성품이라면 양수를 내버려 둘 리가 없을 듯해서.
조식 쪽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지
18/03/26 13:30
수정 아이콘
역배가 맞을 겁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거죠.
그런데 저는 양수가 인간적으로 조식을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인간성도 조비보다야 나았을 테고, 만날 술 퍼마시고 시와 부를 뽑아내는 것도 되게 뭐랄까...... 예술가로서의 기질이 넘치잖습니까. 매력적이죠.
맛있는사이다
18/03/26 13:21
수정 아이콘
쓰마이 1부 볼때 양수가 게임이나 역사책에서만 보던 캐릭이 아니라 놀라며 봤었네요. 비중과 역할도 정말 저랬을것 같이 몰입되고, 배우도 연기잘하고~
양수의 고민이 깊어질때 손가락으로 눈썹을 문지르는게, 사마의 눈썹 치켜세우는거, 둘다 인상 깊네요

2부를 기다리는 시점에 좋은글이네요
18/03/26 13:25
수정 아이콘
대군사 사마의가 양수를 멋지게 그렸다고 해서 매우 흥미가 갑니다. 단지 드라마는 볼 시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애 있을때는 TV대신 책을 봐야 하고 애가 자면 그 시간에는 게임을 하거나 글을 써야 하니까요. ㅠㅠ)
맛있는사이다
18/03/26 13:32
수정 아이콘
저도 방영 당시엔 챙겨보기 어려웠는데, 티빙 결재로 틈틈히 챙겨봤었죠

1부도 사마의 병아리 시절에 조조는 무슨 가후도 덜덜하고 양수가 최고 라이벌인 초반부가 더 재밌었던거 같습니다. 물론 전 중후반도 다 잘봤지만요^^

잠깐 보실 시간이 없는게 아니고 용기가 없으신겁니다! 한번 질러서 찔끔찔끔 봐보시죠~!
뒷감당은 제가 하진 않지만, 재미는 보장드리죠~
드러나다
18/03/26 20:34
수정 아이콘
사실상 1부 최고 빌런이죠.
이후 조진 조홍 듀오는 그보다는 좀 허약하고..
마스터충달
18/03/26 13:24
수정 아이콘
이분이 바로 치느님 욕해도 된다는 분이죠?
18/03/26 13:27
수정 아이콘
고추바사삭 치킨이라면 계륵도 좋아졌을 텐데 말입니다.
마스터충달
18/03/26 13:30
수정 아이콘
잔인하네요. 고추를 바사삭이라니 태평양 고래가 울고 갈 일입니다.
18/03/26 13:31
수정 아이콘
상습적이시네요 위의 오타도 의도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허허허
무민지애
18/03/26 13:35
수정 아이콘
양수가 죽은 이유는 후계자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인데 저는 기본적인 처신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연의에서처럼 조조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닭먹다가 죽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분명히 유약한 백면서생 같은 문과생은
아니었을진데 조조가 바로 죽여버렸다는 것은 분명히 결과에 순응하지 않고 후일을 도모할 것임을 공공연히 내비쳤다고
봅니다. 참으로 신기한게 조조는 문과생에게는 자비가 없단 말이죠. 역시 기술을 배워야 됩니다.
18/03/26 14:04
수정 아이콘
세설신어의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계륵 사건만 봐도 양수가 겸손하고 얌전한 성향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조는 능력 있는 이공계를 총애했지, 능력이 없으면 문과고 이과고 간에 그냥 죄다 날려버렸죠. ㅠㅠ
18/03/26 14:28
수정 아이콘
삼알못인데 문과, 이과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특히 이과쪽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스타듀밸리
18/03/26 14:59
수정 아이콘
저 시대 문과의 반대는 무과 아닐까요.
세인트루이스
18/03/26 15:01
수정 아이콘
언월도의 원심력 구심력을 잘 파악한 운장님?
堀未央奈
18/03/26 23:03
수정 아이콘
발석차의 유엽?
Lord Be Goja
18/03/26 15:02
수정 아이콘
기술좋은 우금은 뒷사장이 비참하게 버렸죠.이래서 연줄이 좋아야
BloodDarkFire
18/03/26 13:58
수정 아이콘
조식을 주인공으로 하는 삼국지 소설 나오면 재밌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18/03/26 14:05
수정 아이콘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한 삼국지 소설이 있으니 아쉬운 데로 그거라도 읽으시......(읍읍읍!!!)
18/03/26 17:14
수정 아이콘
진순신 소설 말씀하시는거죠? 잘알겠습니다!
18/03/26 17:41
수정 아이콘
자꾸 이러시면 치킨 배달왔는데 닭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저주를 내리겠습니다?
18/03/26 1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에 PGR의 아파테이아(Apatheia)님이 쓰신 낙신부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2201403&orderClick=LAA

재미있습니다. 아파테이아님 님 글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리웁네요.
MyBubble
18/03/26 14:05
수정 아이콘
사실 그렇게 뛰어난 재능이었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대군사 사마의에서는 정치력이 상당하게 그려졌지만, 기록만 보자면 재치있지만 나라의 중신이 될 만한 그릇이나 능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아요. 드라마에서 조조가 잠깐 언급하기도 하구요. 그런 재주정도는 별거 아니라는식으로. 어쩌면 위나라의 마속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18/03/26 14:13
수정 아이콘
실무의 재능이 뛰어났던 건 분명합니다. 위서 진사왕식전을 보면 일을 잘 했다는 기록이 있죠. [승상(丞相: 曹操)가 청하여 창조(倉曹)에 속한 주부(主簿)가 되었다. 그때,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어 일이 많았는데, 양수(楊脩)가 총명(總名)하여 내외(內外)일을 두루 알고 (승상의) 의중을 잘 헤아려 일을 처리하였다. (그리하여) 태자(太子: 曹丕))이하 뭇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교류하였다.] 또 그 조조가 자신의 직속으로 삼을 정도면 일을 잘했을 겁니다. 물론 그 수준을 넘어 대전략을 수립하거나 정책을 기획하는 일, 또는 군현을 다스리는 일을 잘했는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업무를 맡은 적이 없으니까요. 단지 추측이지만 조조가 양수는 그런 일을 잘하지 못하리라 여겼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요.
MyBubble
18/03/26 14:32
수정 아이콘
예. 저도 주부 정도의 일은 잘 했으리라 봅니다.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잘 했을수도 있죠. 다만 비슷한 시기에 사마의는 촉을 칠 것을 건의할 만한 위치에 있던것에 비해 차이가 좀 나죠. 그리고 이미 나이도 그렇게 적지도 않구요. 곽가나 순욱이 그 나이때 뭐 했나보면... 아마 조조 눈에는 중신으로 삼을 만한 인재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어요.
18/03/26 17:46
수정 아이콘
사실 양수가 죽을 때 마흔다섯이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죠. 곽가야 그렇다쳐도 순욱이 그 나이일 때는 이미 조조가 삼공의 반열에 올리려 했지만 본인이 고사하던 시절이니 말입니다.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위험한 놈이니 곁에 두고 감시하자'에다 '조식은 내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아이이니 스승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자를 붙여주자'가 병존한다고 봅니다. 당장 조식도 스스로가 당대 최고의 문필가인데 어지간한 능력자가 아니면 어디 거들떠보기나 했겠습니까.
파핀폐인
18/03/26 14:46
수정 아이콘
꿀잼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삼국지는 항상 읽어도 재밌네요 크크
軽巡神通
18/03/26 14:52
수정 아이콘
사실 양표, 나아가서는 원가의 혈육이 아니었다면 안죽었을수도 있지 싶습니다.
18/03/26 18:05
수정 아이콘
저는 원씨 집안과의 연계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소가 죽은 게 202년이고 그 못난 아들들이 죽은 것도 207년, 그리고 양수가 죽은 건 그로부터 십 몇 년이나 지난 219년의 일이니까요. 다만 자신이 조식을 후계자로 세웠더라면 후계자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을 양수였지만, 조비가 태자가 된 이상 오히려 양수가 후계자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었기에 제거는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봅니다.

아무리 조조라 해도 조식의 목을 날릴 수는 없었지 않겠습니까. 그럼 죽을 사람은 양수밖에 없지요.
軽巡神通
18/03/26 18:09
수정 아이콘
정의 정이 형제가 조조 치하에서는 살아남은걸 보면,
오히려 원씨의 피가 흐르고, 전 태위의 혈육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만은.

물론 제가 조조가 아닌지라 당시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능력치를 가졌다면 더 위험한 핏줄부터 자르는게 순리겠죠
세인트루이스
18/03/26 15:04
수정 아이콘
양수를 죽이고 백일만에 조조가 죽었다는게 놀랍네요. 자기가 죽기전에 살려두면 안되는 인물을 확실히 없애줬네요. 다른 한명을 후계자때문에 어쩔수 없이 살려둔게 나라를 없앤 결과를 나았지만 ㅠㅠ
18/03/26 18:10
수정 아이콘
저는 사마의가 적어도 조예 시절까지는 충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 해서 결국 그로부터 위나라의 멸망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요.
강미나
18/03/26 23:55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조비, 조예야 자신이 선택한 주군과 그 주군이 부탁한 아들이니 충성을 다했을테지만
조방에 이르면 출신도 불분명한데다 조상 같은 놈들이 낙곡대전 등으로 나라를 말아먹고 있으니 충성할만한 상황도 아니었죠.
18/03/26 15:10
수정 아이콘
죽음을 잠시 면하고 있었다는말은 김구라를 떠올리게하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류지나
18/03/26 15:34
수정 아이콘
리디북스에서 출사 잘 보고 있습니다!
18/03/26 18:11
수정 아이콘
크흙 감사합니다. ㅠㅠ
지탄다 에루
18/03/26 15:45
수정 아이콘
이문열 삼국지를 하도 읽다보니, 양수가 죽은 뒤 (계륵 에피소드) -> 한중공방전 마무리 -> 형주 공방전 -> 관우의 죽음 -> 조조의 죽음인지라,
양수가 죽은 이후에 100일만에 조조가 죽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새삼 그렇지만 연의의 시간대 배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18/03/26 18:12
수정 아이콘
사실 조조가 한중에서 철군하고서부터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불과 반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중 공방전은 모든 의미에서 조조의 마지막 전쟁이었죠.
18/03/26 15:54
수정 아이콘
마침 어제 양수가 죽는 드라마편을 보고 왔는데 이런 끌이 딱 올라오니 신기하네요
2부에서 사마의 VS 제갈량이라면 1부 초반에는 사마의 VS 양수인데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였습니다
18/03/26 18:16
수정 아이콘
다들 대군사 사마의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유게에 짤방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봤습지요. 다만 드라마 자체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나서...
18/03/26 17:0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쓰마이 시즌2는 언제 방영합니까 ㅠㅠㅠㅠㅠㅠ
MyBubble
18/03/26 17:58
수정 아이콘
4월 24일에 한다네요.
어제의눈물
18/03/26 17:29
수정 아이콘
글곰님 글은 항상 반갑고 기대하면서 봅니다.
재능의 영역에서 찬사를 한몸에 받은 조식을 생각해보면 양수가 순수하게 그를 흠모했다해도 탓할 수 없겠지요. 저 시절엔 재능러들끼리 서로를 치켜세우며 사랑 넘치는 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삼국시대 최고의 재능 조조조차 아끼고 당대 내놓라하는 명사들이 감탄해마지 않은 조식이 위를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요.
18/03/26 18:21
수정 아이콘
사실 삼국지 통틀어서 특정 분야의 재능으로만 따지면 조식이 원탑, 혹은 조식(문학)과 장로(종교)가 투탑이 아닐까 합니다. 조식은 이백과 두보가 등장하기 전까지 근 오백여 년간 시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요.
어제의눈물
18/03/26 19:19
수정 아이콘
두보 이전 시성은 조식을 칭한다할 정도라는데 생각해보면 조식의 시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진짜 그의 시인지 의심스러운 칠보시가 연의 덕에 가장 유명하다닝...
18/03/26 18:46
수정 아이콘
정말 글 잘쓰시네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필력에 감탄합니다
18/03/26 19:25
수정 아이콘
양수는 죽어서 음수로 환생

읍읍...
귤마법사
18/03/26 20:20
수정 아이콘
쓰마이 1부를 엄청 재밌게 봐서...이 글을 보니 1부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쓰마이 드라마를 안 보셨다니 꼭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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