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쿠스코. 잉카의 수도 쿠스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도시입니다. 책으로만 읽던 그 도시에 내가 서 있다니!
페루 마추피추. 말이 필요없는 곳이죠.
페루 쿠스코 근교 모라이. 잉카 농경 유적지라고 합니다.
페루 쿠스코 근교 살리네라스. 안데스 산맥 어딘가에서 무슨 이유인지 소금이 뿜뿜!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사진 속 사람을 찾아보세요.
페루 나스카의 지상화.
나스카 지상화 투어는 경비행기로 하는데 위생봉투가 아주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워낙 왼쪽 오른쪽 휙휙 돌면서 비행을 하다 보니 다들 그렇게 위생봉투를 찾으신다는군요.
페루 이카 사막. 꽃보다 청춘에도 나왔던 것 같네요. 제가 여행하고 한 달 뒤에 촬영했다고 하네요.
페루 와라즈 파스토루리 빙하. 해발 5,250m여서 마지막에는 몇 발짝만 걸어도 힘들어요.
페루 와라즈 69호수. 역시나 해발 4,600m의 만년설이 녹은 호수. 저는 산 타는거 안 좋아합니다. ㅠㅠ
에콰도르 바뇨스의 세상의 끝 그네. 아찔한 여행지로 꽤 소개됐는데 실제로 보면 그냥 동네 그네인건 함정.
콜롬비아 보고타. 제가 갔을 때가 마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사망 추모 기간이었습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제 인생 소설 중 하나입니다.
남미 여행을 꿈꾸게 하고 결국 세계 여행을 하게 만든 책이 백 년 동안의 고독, 여행하면서 항상 가방 한 켠에 품고 다닌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야경. 끝없이 펼쳐진 야경이 환상적이었네요.
콜롬비아 엘 뻬뇰 데 구아타페에서 바라본 호수. 인터넷에 중국 계단의 위엄으로 종종 올라오는 사진 속 장소입니다.
여행 하기 전 베네수엘라에 미녀가 많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는데 제가 가서 보니 콜롬비아가 제일입니다.
아니 사실 미녀가 많은 나라는 많아요. 그분들이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문제지. ㅠㅠ
하지만 이곳, 콜롬비아는 다릅니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미녀가 많은 나라와 한국인을 좋아하는 나라의 교집합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수뻬르 후니오르와 에세에세 끼니엔또스우노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면 하루 종일 콜롬비아 소녀들에게 같이 사진 찍자는 요청에 시달리며 연예인 병에 걸리게 됩니다.
아 수뻬르 후니오르와 에세에세 끼니엔또스우노가 누구냐구요?
슈퍼 쥬니어와 SS501이요(...).
요즘은 BTS겠네요. 충성충성충성!
요즘 인종차별로 시끄럽지만 콜롬비아 혐오를 멈춰주세요. ㅠㅠ
유일하게 오징어를 사람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대해준 나라입니다. ㅠㅠ
꼬레아노라고 밝혔을 때 하트 뿅뿅 켜지던 소녀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수뻬르 후니오르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 콜롬비아로 가즈아아아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아아 이름만 들어도 대항해시대가 떠오르는 카리브 해의 요새 도시입니다.
콜롬비아에서 국경을 건너 베네수엘라로 갑니다. 막장 치안으로 전세계에 악명 높은 그 나라.
실제로 그러합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알몸 수색 당하며 수치플 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베네수엘라에 가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앙헬 폭포입니다.
세계 3대 폭포 모두 각각 매력이 있지만 제 개인적은 느낌은 앙헬 폭포가 최고였습니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하루 종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폭포의 위엄이란..
베네수엘라에는 로라이마 산이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여행지가 있지만 저는 못 갔네요.
워낙 산을 안 좋아하기도 하고 때마침 가이드들이 모두 월드컵 본다고 브라질 가버려서(...).
저도 브라질로 넘어갑니다.
아, 브라질로 넘어가기 전에 기름은 베네수엘라에서 넣고 가죠. 만땅 채우고 1달러 주면 됩니다(...).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3박 4일동안 페리를 타고 아마존 강을 따라 갑니다.
일반석에는 특별히 좌석이 지정되지 않습니다. 배에 타기 전 해먹 하나 사서 갑판에 걸면 내 자리 완성. ^^
멍 때리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참 즐거운 기억이네요. 아무 것도 안하고 해먹에서 뒹굴거리며 4일간 이동했습니다.
브라질 렌소이스 사막. 우기가 되면 사막에 호수가 생기고 호수에 물고기가 산다는 바로 그 사막입니다.
꼭 하늘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냉장고 위에 두고 잤더니 막상 경비행기 탔을 때는 습기 차서 한 장도 못 찍었습니다. ㅠㅠ
브라질 제리 코아코아라.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아, 해먹 사고 싶네요. 집만 좀 넓었으면...
이 쯤에서 1년간 여행을 함께 한 제 카메라가 사망하고 맙니다. 고생할만큼 했는데 많이 버텼죠. ㅠㅠ
덕분에 브라질을 빠르게 건너띄고 친구가 있는 파라과이로 갑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곳에 시우닷 델 에스떼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곳이 남미의 용산과도 같은 곳이랍니다.
브라질 사람 아르헨티나 사람 모두 전자제품 살 때는 여기 와서 사 간다고 합니다. 저도 카메라를 사기 위해 들렀습니다.
남미의 용팔이도 여기 다 있더군요. -_-
답 안나오는 용팔이들과 반나절을 싸우고 나서야 결국 카메라를 사서 이구아수 폭포로 갑니다.
물론 끝까지 싸우고 이겼습니다. 이기고 기분 좋아서 개평도 줬어요. 크크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 날이 마침 미네이랑의 비극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폭포를 보고 나오면서 브라질 직원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대 -> 분노 -> 좌절 -> 허탈 -> 에라 모르겠다 가즈아~!
마지막으로 급히 아르헨티나로 탈출할 때 쯤에는 다들 실성한 것 같았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더라구요.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자 아르헨티나 검문소에서는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크크크
이렇게 6개월 간의 남미 일주를 마치고 다시 중미로 돌아갑니다.
4.
중미
이제 슬슬 여행이 끝나갑니다. 놓치지 말아야할 나라, 쿠바로 갑니다.
쿠바 올드 아바나 어느 건물 옥상에서.
아바나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매력을 가진 도시는 많지 않을 겁니다. 아마 평양?
골목 모퉁이를 돌면 항상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것이 예술가들이 굶지 않는 공산주의의 위엄인가요.
어느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이 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이미 오래 전에 멈춘 듯 한 회색빛의 도시, 그러나 결코 음울하지 않은, 다채로운 색을 감추고 있는 도시입니다.
사기꾼도 많은데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여행자에게는 튜토리얼 수준. ^^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제 많이 달라졌다는데 그 전에 다녀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쿠바 아바나 말레콘에서 낚시 중인 시민들.
쿠바 아바나 말레콘.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첫 장면으로 유명하죠.
쿠바 아바나 내무부 건물 외벽의 체 게바라.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체 게바라가 하지는 않았다지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나름 가슴 속에 품은 불가능한 꿈을 이룬 리얼리스트가 되었네요.
멕시코 칸쿤.
쿠바를 떠나 이제 마지막 나라 멕시코에 오게 됩니다. 귀국이 멀지 않았네요.
멕시코 치첸잇사.
멕시코 치첸잇사 근처 세노테.
사실 멕시코는 대충 여행했습니다. 여행이 끝날 때가 되니 매너리즘에 빠지는군요.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엄청 후회합니다. ㅠㅠ
멕시코 멕시코 시티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멕시코 탁스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저에게는 여행을 꿈 꿀 수 있게 한 도시입니다.
오래 전에 이 곳에서 열린 자전거 다운힐 영상을 봤는데 그 때 나도 저기서 자전거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드랬죠.
네. 맨 정신으로 보니 꿈도 꾸면 안될 영상이라 포기했습니다. 크크
그래도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일주 마지막 도시라서 참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1년 반,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길었던 540일간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5.
여행을 마치고
여행을 마치고 정리한 최종 여행 루트입니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중동을 패스했고 중남미는 3개월을 예상했지만 9개월 동안 샅샅히 돌았네요.
여행을 다녀오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 몇 개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 며칠동안 여행했나요? 몇 개 나라에 다녀왔나요?
A. 총 548일 동안 총 3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유럽을 안 다녀와서 여행한 나라 수는 많지 않네요.
Q. 여행경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금수저인가요?
A. 정확히 3,000만 원 쓰고 왔습니다. 2년 동안 모았고 부족한 돈은 지인에게 빌렸습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신 분은 알겠지만 금수저는 아니고 단타쳐서 모았습니다(...).
Q. 혼자 여행한 건가요?
A. 네. 친구 없습니다. ㅠㅠ 물론 여행하면서 꾸준하게 동행을 만나 자주 같이 다녔습니다. 전세계 어딜 가나 여행자는 있고 한국인도 많습니다.
Q. 여행 중에 썸 탄 이야기는 없나요?
A. 그건 말씀 드리기 싫습니다. ㅠㅠ
Q. 아프리카나 남미는 위험하지 않나요? 얼마나 위험한가요?
A. 위험합니다. 많이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갔을 때 반드시 사고가 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확률의 문제에요. 열 명이 여행을 간다면 아홉은 아무 사고 없이 돌아옵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야 별 거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한 명이 마주해야하는 위험의 강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대부분 여행자는 별 탈 없이 여행을 마무리하니 너무 겁 먹지 마시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항상 가지셔야 해요.
Q. 여행을 하고 뭐가 달라졌나요? 무엇을 얻었나요?
A.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주변에 세계일주 여행자가 많이 있지만 여행 이후에 여행 작가가 되거나 여행 관련 업종에 뛰어든 소수를 제외하면 다 똑같이 삽니다. 저도 그냥 월급 받는 월급쟁이에요. 다만 여행 전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보다 조금 더 침착해졌고, 조금 더 기다릴 줄 알고, 조금 더 웃을 줄 알며, 조금 더 양보할 줄 압니다. 조금 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조금 더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조금 더 성장했다고 하면 될까요.
솔직히 여행 다니면서 사기도 당하고 소매치기도 당하고 강도도 당하고 희롱도 당하고 인종차별도 당하고 협박도 당하고 알몸 수색도 당하고 와서 한국 와서 어지간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게 되었습니다. 크크크
Q. 용기가 부럽습니다.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A. 굉장히 오글거리는 답변이지만 저는 사랑할 줄 아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삶도 여행이고 사랑도 여행이라고 이야기해요. 사랑 또한 사람에게로 하는 여행이고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여행인데, 그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계일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은 용기면 되요. 오글거리네요.
제가 사랑을 못 해서 그렇습니다.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읽으신 모든 분들 원하는 꿈을 이루는 행복한 2018년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P.S. 혹시 여행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 남기시면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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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이건 너무합니다ㅠㅠ 진짜 당장 뛰쳐나가고 싶게 만드네요 흐흐 건강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영어는 어느정도 해야 계획없이 다녀도 당황하지 않을까요? 매번 여행을 앞두면 그게 항상 걱정이더라고요. 짧은 여행들 뿐이라 다 준비 하고 가는 타입인데... 저도 이런 멋있고 폼나는 여행 해보고 싶어요
카드는 항공권 결제 용도로만 거의 사용했고 대부분 현금을 사용했어요.
씨티은행에서 발급하는 국제현금카드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현지 통화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씨티은행 브랜치가 있는 나라는 수수료도 저렴하고 달러 인출이 가능한 나라도 있어서 중간중간 달러 출금해서 환전하며 여행했습니다.
여권이나 카드 같은 가장 중요한 물품은 평소에 가지고 다니지 않고 딱 필요한 정도만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강도를 대비해서 빼앗겨도 될만큼만 담은 지갑도 들고 다닌 적도 있네요.
알몸 수색 당할 때는 고등학교 때 배운 마술 실력을 이용해서 손장난(...)쳐서 숨겼습니다.
저는 다행히 귀중품을 다 털린 적은 없는데 가끔 전재산과 여권까지 싹 털린 여행자 소식도 종종 들렸네요.
저는 못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다녔어요. 토익 점수도 없는 비루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문제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비루한 영어 실력이 오히려 영어 못하는 나라 친구들 만날 때 더 쉽게 친해지는 요인이 되더군요.
남미는 스페인어 한 달 배운 실력으로 여행했는데 전혀 지장 없었습니다. 의사소통은 역시 말보다는 표정과 몸짓이죠!
그.. 그렇게 노골적으로 질문하시니 부끄럽네요. ㅠㅠㅠ
인도에서 물갈이로 고생한 것을 제외하면 다행히 크게 아픈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과테말라에서 빈대 때문에 조금 고생한 것도 있고.
저는 나름 음식을 안 가려서 초반 1년 정도는 거의 한식 없이 여행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한식 있으면 열심히 찾아다녔네요. 한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버렷..!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혹시 여자 혼자 남미/아프리카 여행가면 말릴 정도로 위험한가요? 나름 혼자 많이 여행다녀봤고 (관광지 위주 여행말구요) 언어는 한국어&영어 (남미가면 둘다 쓸데없겠지만요..ㅠㅠ) 할수있어요. 살려야한다님 글 보고 2018년 겨울에는 꼭 남미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