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든 뉴스를 다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뉴스들 중에는 주목을 받는 뉴스가 있고 그렇지 않은 뉴스도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뉴스가 될 만한 것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언론들이 특정한 사실을 숨기거나 아예 다루지 않을 때입니다.
보통은 과거 유신시대나, 땡전뉴스가 있던 전두환 정권 때 같이 아예 보도지침이 내려왔거나, 언론의 자유는 말뿐이거나 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명박근혜 시절처럼 - 그것이 자의이든 타의이든 간에 - 언론이 정권에 빌붙어서 나라를 망치는 부역자 역할을 하게 될 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비 오는 날에는 소시지빵이 잘 팔린다던가, 알통의 크기에 따라 정치 신념이 좌우된다든가,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아우라가 비친다든가, 그저 누군가가 시킨 대로 옷만 입어도 '패션외교'라고 알아서 금칠같은 똥칠을 해주는 대참사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언론들도 엄연히 이익단체인지라, 자기의 이익이 되는 뉴스는 크게 다루고, 반대로 자기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뉴스는 쳐냅니다. 물론 적당히 그럴 수는 있습니다. 사실을 보도한다는 언론의 본령을 해치지 않는다면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심지어 정부의, 정부의 최고 정점인 청와대의 공식적인 이야기조차 그렇게 다뤄진다는 것이지요. 그런 광경을 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 12월 15일 오후,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중국 방문과 관련이 있는 두 가지 내용을 씁니다.
https://www.facebook.com/worker21cpage/posts/2208384199187876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폄훼하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방중 성과를 해명하는 12월 15일 오후 6시 14분 글이고,
https://www.facebook.com/worker21cpage/posts/2208681202491509
다른 하나는 폭행 피해 기자를 위문한 내용이 담긴 12월 15일 오후 11시 20분의 글입니다.
중요성으로 볼 때 보통은 정부의 공식 해명과 관련된 내용이 기사로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에서는 그와 정 반대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위의 이미지지요.
먼저 12월 15일부터 12월 21일까지 기간을 한정해 네이버 뉴스 검색으로
'박수현 페이스북 피해 기자' 라고 검색해 보았습니다.
약 28개 뉴스(관련 뉴스묶음에 있는 16~19개 뉴스 포함, 실제로 들어가면 약 20개 뉴스 출력됨)가 뜨고 대부분 박수현 대변인이 피해 기자를 위문한 내용과 관련 있는 기사가 뜹니다. 특히 약 20개 뉴스가 묶여 있는 뉴스 묶음들의 기사 제목은 모아 놓고 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더팩트 - 박수현 靑 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tf.co.kr/read/ptoday/1709920.htm )
연합뉴스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9755151 )
아시아경제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 위문…"쾌유 빈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277&aid=0004141289 )
매일경제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9&aid=0004067529 )
국민일보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들 위문… 누 될까 걱정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5&aid=0001056619 )
뉴스웨이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www.newsway.co.kr/view.php?tp=1&ud=2017121618173507010 )
뉴스1 - 박수현 靑대변인, 中경호원 집단폭행 피해기자들 병문안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1&aid=0003102933 )
스포츠서울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68&aid=0000331709 )
신아일보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 피해 사진기자 직접 위문
(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593 )
브릿지경제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
(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71216010005644 )
중앙일보 - "고통 중에도 문 대통령 걱정만" 폭행당한 기자 위문한 박수현 靑대변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781974 )
SBS뉴스 - 박수현 靑 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55&aid=0000595195 )
KBS뉴스 - 박수현 靑 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56&aid=0010529319 )
서울경제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진심으로 쾌유 빌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1&aid=0003176242 )
경인일보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 위문 "치료 전념해주길…쾌유 밀어"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71216010004956 )
천지일보 - 박수현 靑대변인, 폭행 피해 기자 위문 "진심으로 쾌유 빈다"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474741 )
아시아투데이 - 폭행피해 기자 위문…청와대 대변인 "두 기자, 고통 중에도 누가 되지 않을까..."
(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71216002327452 )
글로벌이코노믹 - 靑, 폭행피해 기자 위문… '현재 상태는?'
(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17121622425080327f46165474_1/article.html )
노컷뉴스 - 靑대변인 "폭행피해 기자들, 외교일정에 누가 됐을까 걱정해"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79&aid=0003045626 )
헤럴드경제 - 靑대변인, ‘중국 경호원 폭행’ 피해 기자 위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6&aid=0001329110 )
제가 뉴스 내용을 굳이 서술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심지어 제목까지 거의 같은 것이 20개 중 7개나 될 정도니 뉴스 내용은 이 중 알아서 한 개 정도만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주제부터 내용까지 거의 모든 것이 일치하는, 자기 식구를 위해 굳건하게 단결된 언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래서 다음엔 12월 15일부터 12월 21일까지 네이버 뉴스 검색으로
'박수현 페이스북 방중 성과'라고 검색해 보았습니다.
12건의 뉴스가 뜨고 뉴스 묶음이 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 속을 뜯어 보면 더 처참합니다. 아래에 서술한 것처럼 내용을 제대로 다룬 기사는 한두 개 정도일 뿐, 다른 곳에는 페이스북의 내용을 제대로 싣지 않거나 관련 검색어만 일치할 뿐 박수현 대변인의 해명과 거의 상관이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기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굿모닝충청 - 박수현대변인 "문재인대통령 방중 성과 '폄훼'하지 말라" 해명
(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78678 )
- 기간 중 검색된 언론들 중에서, 유일하게 박수현 대변인의 페이스북 해명에 대해 전문을 인용한 언론사 기사입니다.
디트뉴스 24 - 박수현 "성과" vs 정진석 "굴욕"..엇갈린 방중 평가
(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html?no=443686)
- 자유한국당의 정진석씨가 맞불(?)을 놓았다고 표현하는 등 문제가 좀 있지만 그나마 관련성 있는 편입니다.
한겨레 - 문 대통령 방중, 의전보다 '관계복원' 실리 챙겼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8&aid=0002391279 )
- 방중 관련 평가 기사입니다. 다만 박수현 대변인의 페이스북 해명과는 큰 관계가 없는 기사입니다.
중앙일보 - 탁현민 옹호 김형석, 청와대 홍보 황교익 … 폴리테이너 논란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783041 )
중앙일보 - 폴리테이너 맹활약···황교익·김형석, 靑 홍보 최전선에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782831 )
- 박수현 대변인 해명과 관련성이 거의 없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인물들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기사입니다. 두 기사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조선일보 - 예능프로 형식까지 동원… 靑, 순방 성과 띄우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3338852 )
- 위의 중앙일보 기사들과 궤를 같이 하는 기사들입니다. 역시 박수현 대변인 해명과 관련성이 없고 청와대를 깎아내리는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 - 중국 국빈 방문 '홀대론' 프레임은 보수의 '자기 부정'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172149 )
- 방중 관련 평가 기사 및 야당들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다만 역시 박수현 대변인의 해명과는 큰 관계가 없는 기사입니다.
조선일보 - 文대통령,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중국 일대일로 연계에 속도내라"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3338869 )
조선일보 - 文대통령, 재외공관장에 "中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에 속도 내 달라"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3338706 )
- 박수현 대변인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것은 맞으나 해명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즉, 제가 검색한 주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
[사설] '집단폭행' 실체에 눈감은 채 선동ㆍ욕설을 일삼아서야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469&aid=0000262681 )
- 관련 키워드만 일치할 뿐 아예 무관한 주제의 기사입니다. 기자 폭행과 관련된 언론의 이익을 변호하는 사설입니다.
한국일보 - 청와대 "내년 연말정산 때부터 액티브 엑스 제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69&aid=0000262661 )
- 관련 키워드만 일치할 뿐 무관한 주제의 기사입니다.
동아일보 - 주재우 교수 "韓中정상회담, 외교적 결례 당하고 건진 건 없었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0&aid=0003115649 )
- 관련 키워드만 일치할 뿐 아예 무관한 주제의 기사입니다. 게다가 12월 14일 주간동아 기사이니 박수현 대변인 해명과 관련도 없습니다.
같은 청와대 대변인의 같은 날 페이스북 발언입니다. 자. 그런데.
방중 관련 공식 해명을 제대로 싣는 곳은 고작 지역신문 한 곳 정도밖에 없고, 자기들 이익에 관련된 기자 위문했다는 기사는 관련 기사가 거의 20개나 뜰 정도로 언론들이 서로 우라까이하고 상부상조합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사살해 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자기들이 먹고 살 일이 아니면 알 권리고 뭐고 정부의 공식 발표고 다 깔아 뭉개서 사람들이 궁금해서 중국 언론 UAE 언론 찾게 만드는 것들이, 자기들 기자들이 다친 행동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숨기기를 서슴지 않고 국민들을 가르치듯이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심지어 뭔가 잘못된 집단이나 극렬분자로 표현합니다. 게다가 자기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청와대에서 위문한 내용은 다 같이 우라까이해서 널리널리 퍼뜨립니다.
이런 시츄에이션을 가지고, 저는 '자기 뒤틀리는 대로 쓴다'라고 표현합니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고, 그 말도 비속어가 아닌 국어사전에 있는 엄연한 표준어입니다만, 규정 준수를 위해 순화했습니다.)
조금 웃픈 사실은, 이렇게 '자기 뒤틀리는 대로 쓰시는 분들'이, 청와대가 언론에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청와대 방송 하면 자기들 영역 침범했다고 난리를 칩니다. 게다가 어제도 그것 때문에 한바탕 하셨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6&aid=0000089940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가능성 메시지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아닌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 때문에 기자들이 청와대에 난리를 친 겁니다. 중요한 사실을 자기들에게 먼저 공개하지 않고 미국 언론에다가 공개했다고 기자들이 갑질을 하시는 것이지요.
특히 기사 중간에 나온 어떤 기자의 발언은 완전히 어이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청와대에 수십 개의 매체를 놔두고 강원도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런 중요한 메시지를 내놓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위 물 먹는 것과 별개로 기자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물론 청와대에 있는 기자단들에게 항상 중요 메시지를 먼저 전달해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 청와대 출입기자의 시건방지고 병스러운 발언처럼 청와대 매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먼저 알려야 한다는 식이면, 대체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입니까. 문재인 대통령더러 중요한 메시지 안 줬다고 갑질하는 기자들입니까?
저 어이없는 간담회에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어떤 기자는 '답변이 모호하면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했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답변이 명쾌해도 자기 입맛에 따라 싣지도 않는 기자들이 그런 말을 주워섬기는 건 아무리 봐도 사람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언론. 정말 같잖습니다.
늘 여덟 개 정도의 뉴스 모음을 전해 드렸지만 오늘의 뉴스 모음은 이 내용 하나 뿐입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The xian -
P.S. 태그 및 일부 단어가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