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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7 21:26:43
Name it's the kick
Subject [일반] 주절주절 1
SNS에도 올리기 싫고, 블로그에도 올리기는 싫지만, 제 신상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글을 주절거리고 싶은 김에 여기 올려보는 글입니다. 앞으로 2, 3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난 연휴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저도 꼴에 이제 돈을 번다고 부모님 식사를 대접하려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갔죠. 나름 뿌듯했어요. 이런 말 하긴 송구하지만, 부모님 어깨가 움츠러들지는 않을 만한 대학에 진학했고, 취직도 어렵지 않게 했고, 이제 어버이날에 식당으로 모시고 갈 차도 있고 음식값을 계산할 제 명의의 카드도 있으니 제 딴에는 뿌듯했죠.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고 부모님과 오랜만에 느긋하게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코가 시큰해지더라고요.

어머니 목소리에 아주아주, 정말 아주 약간이지만, 노인의 늙은 성대의 발성에서 느껴지는 늙음의 떨림이 섞여서 들리더라고요. 사람은 다 늙는 법이고, 저도 나이를 먹고 하니 부모님께 이런 대접도 해드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괜히 슬프더랬답니다. 이제 제가 가족의 오붓함에 물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는데, 벌써 부모님에게서 늙음이 느껴지다니. 눈물을 못 참을 뻔 했지만, 혀를 씹어가며, 뜨거운 음식을 혀에 지져가며 겨우 참았어요. 부모님은 눈치 못 챘겠죠. 그래서 다행이었던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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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17 21:41
수정 아이콘
효도는 추천입니다
모노아이
17/05/17 21:47
수정 아이콘
그렇게 하루하루 바뀌어가시죠
사랑표현 많이 하셔야 합니다~
켈로그김
17/05/17 22:01
수정 아이콘
나는 이미 반쯤 늙었고..
내 자식도 언젠간 늙겠지.. 라고 요즘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ㅠㅠ
17/05/17 23:24
수정 아이콘
해고 안 당하고 늙는 데만 성공해도 상위 10% 인 세상인지라, 지금 늙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ㅠ.ㅠ;
행운유수
17/05/17 22:03
수정 아이콘
혀 씹으면 눈물 나오는데...
진산월(陳山月)
17/05/17 22:27
수정 아이콘
이루제루. 눈물을 눈물로 막는다...
나른한오후
17/05/18 01:21
수정 아이콘
어느새 부모님이 나이가 드신걸
주름이나.. 흰머리.. 등으로 보게되면
가슴이 아프더군요..
마냥 젊으실꺼라 생각한건 아니지만 세월이
느껴지니 ㅜ.ㅜ
싸이유니
17/05/18 10:09
수정 아이콘
짧은 글에 울컥함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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