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도 올리기 싫고, 블로그에도 올리기는 싫지만, 제 신상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글을 주절거리고 싶은 김에 여기 올려보는 글입니다. 앞으로 2, 3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난 연휴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저도 꼴에 이제 돈을 번다고 부모님 식사를 대접하려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갔죠. 나름 뿌듯했어요. 이런 말 하긴 송구하지만, 부모님 어깨가 움츠러들지는 않을 만한 대학에 진학했고, 취직도 어렵지 않게 했고, 이제 어버이날에 식당으로 모시고 갈 차도 있고 음식값을 계산할 제 명의의 카드도 있으니 제 딴에는 뿌듯했죠.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고 부모님과 오랜만에 느긋하게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코가 시큰해지더라고요.
어머니 목소리에 아주아주, 정말 아주 약간이지만, 노인의 늙은 성대의 발성에서 느껴지는 늙음의 떨림이 섞여서 들리더라고요. 사람은 다 늙는 법이고, 저도 나이를 먹고 하니 부모님께 이런 대접도 해드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괜히 슬프더랬답니다. 이제 제가 가족의 오붓함에 물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는데, 벌써 부모님에게서 늙음이 느껴지다니. 눈물을 못 참을 뻔 했지만, 혀를 씹어가며, 뜨거운 음식을 혀에 지져가며 겨우 참았어요. 부모님은 눈치 못 챘겠죠. 그래서 다행이었던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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