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SF, 스릴러
감독 : 쌍제이
주연 : 조엘 코트니, 엘르 패닝
주인공 조 램(조엘 코트니)과 그의 친구들은 8mm 카메라를 이용해 기차역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도중, 트럭과 기차가 정면 추돌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열차는 탈선하고 조 램과 친구들은 다행히 다친 곳 없이 살아나지만, 그 탈선한 열차에서 이상한 물체가 발견되고 트럭에 있던 운전자는 어이없게도 학교 선생님이네요. 그 사건 이후, 마을에선 기묘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영화 주인공과 친구들 나잇대를 까먹었는데, 아마 초딩일 겁니다. 남주와 여주의 아버지 정도만 좀 더 심화 있게 그려질 뿐 나머진 어린이들의 독무대. 근데 주 시청 층이 어린이라면 이 영화 보면서 그다지 공감이 안 될 것 같고 오히려 어른들에게 풋풋함을 느끼게 해줄 것 같네요. 나중에 찾아보니 이 영화는 쌍제이가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합니다. 그만큼 E.T스러운, 그리고 (주인공이 애들이지만) 어른스러운 감성이 물씬 풍깁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지만 쌍제이 답게 떡밥은 미리 깔아두면서 호기심과 긴박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근데 신기한 건 이게 블록버스터&어린이 위주로 영화가 전개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황당한 장면들도 '이게 뭐야'가 아닌 '허허허'로 바뀌더군요. 타깃을 아동이 아닌 어른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황당무계한 장면들이 전부 다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바뀐 게 좋았습니다. 성인이 똥침 하면 몰상식한 인간이 되지만, 애들이 똥침 하면 웃으면서 넘기는 듯한 느낌? 처음엔 '애들 영화 아냐?' 하다가 영화가 끝나면 (슬픈 전개나 억지 감동 물이 아님에도) 가슴속이 훈훈해집니다.
3. 23 아이덴티티 (2016)
장르 : 공포, 스릴러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학교에서 소외된 주인공 소녀(안야 테일러 조이)는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합니다. 어색한 파티가 끝나고 친구들과 친구의 아버지 차를 타고 귀가하려는 찰나, 웬 정체 모를 남자(제임스 맥어보이)에 의해 납치, 이를 벗어나려는 주인공과 인격이 23개를 가진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샤말란 영화는 대개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데 23 아이덴티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샤말란 영화를 식스센스, 해프닝, 언브레이커블까지 총 3편을 봤는데 그 영화들 모두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매개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그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연출은 다른 스릴러 영화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과거 샤말란 영화를 보는듯 했습니다. 누군가는 '샤말란이 부활했다'라고 까지 하더군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 공포감과 폐쇄성을 보여줘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약한 건 좀 아쉬웠습니다. 비슷하진 않지만 쌍제이 영화의 '클로버필드 10번지'는 폐쇄성 짙은 공간에서 (심지어 밝은 분위기가 남에도)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이 있는데, 이 영화는 납치 이후의 상황에서 캐릭터를 설명하느라 맥빠지게 하는 상황들이 종종 보여요. 물론 정황상 필요한 장면이긴 했는데 좀 더 극 중 상황과 맞물렸으면 싶었거든요.
반면에 전체가 아닌 한 장면만 꼬집어서 보면 괜찮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중간에 납치범(23개 인격)과 정신과 의사 간의 대화가 종종 펼쳐지는데 전 이 부분이 제일 좋아요. 행동이 아닌 말로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니까 적막감, 긴장감이 크게 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걸 다 떠나서 극 중 여주인공인 안야 테일러 조이가 너무 이뻐요(...)
4. 베스트오퍼 (2013)
장르 :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멜로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주연 : 제프리 러쉬
경매 감정사(제프리러쉬)는 결벽증이 있는 아주 차갑고 냉소한 사람으로 표현되지만, 동시에 경매사기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 이중적인 인간입니다. 완벽하지만, 전혀 완벽하지 않은 사람.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고 저택의 각종 골동품의 경매감정 건이 들어오는데, 거기서 그는 자기와 비슷한 집주인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이후는 뭐...그러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물입니다.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감독명이 주세페 토르나토레(시네마천국 연출)였고, 제프리 러쉬가 나온다길래 봤습니다.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영화 중 '샤인'과 '킹스 스피치'를 재미있게 봤거든요. 감독은 말하나 마나 고요.
그렇게 기대를 했지만, 현실은 뭐 그럭저럭 이었네요.
제프리 러쉬가 사랑을 겪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그려낸 건 정말 좋았습니다. 왜 그가 냉정한 인물인가, 얼마나 날카로운가를 그리면서 이를 점차 무너뜨리는데 이게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어요. 영화,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을 많이 봤지만 대부분 '사랑을 하니까'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걸 봤습니다. 이 영화는 여기에 남성의 원초적 욕구인 '색'이란 걸 불어넣어서 극을 살렸더군요. 그래서 수위가 꽤 높아요. 전에는 여타 영화에 야한 장면 넣으면 '이런 걸 왜 넣나' 싶었는데 이 영화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반면에, 설명충 정말 극혐(...).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설명에 주는 것도 짜증 난 데 중간중간 몇몇 아이템이 너무 대놓고 나오니까 극의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감독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넣은 듯한데 좀 더 다른 방향은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네요. 그리고 여주인공도 조금 그랬는데요, 나이 쩌는 제프리 러쉬와 이어지는 역할이라면 당연히 보호 본능을 발휘하게 할 연약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극 중 여주에선 창백한 모습이 더 느껴졌습니다. 물론 창백한 모습이 연약함을 느끼게 만들 순 있지만 좀 과했다고 할까요. 저는 허세 쩌는 여주로 느껴졌네요.
5. 헤드헌터 (2011)
장르 : 액션, 범죄, 스릴러
감독 : 모튼 틸덤
주연 : 니콜라이 코스트 월도, 엑셀 헨니
낮에는 평범한 헤드헌터로 보이는 주인공(엑셀 헨니)은 밤에 명작 그림 도둑으로 변신합니다. 궁상맞게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매번 미술품 절도를 저지르죠. 그러다가 여주인공의 소개로 아주 잘생긴 남자, 클라스 그리브(니콜라이 코스트 월도)를 만나게 됩니다. 이후, 잘나가던 주인공은 자신의 직업(헤드헌터)과 원래 직업(그림 도둑), 사랑이 전부 엮이면서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정말 오랫동안 담아놓고 보질 않았어요. 노르웨이 영화라서 굳이 이질감을 느끼긴 싫었거든요. 아는 배우가 1명도 없어서 더욱 그랬고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이제 좀 볼까' 했더니 이젠 배우, 감독을 전부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이미테이션 게임 감독, 주연인 엑셀 헨니는 '마션'에서 독일인 우주 비행사로 분했고, 니콜라이 코스트 월도는 제가 한 반년 전에 왕좌의 게임을 재미있게 본 터라 너무 익숙한 배우가 되었더군요.
하여튼, 영화는 괜찮았어요.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가 특징이라 지루하지 않아요. 중간에 1~2번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긴 한데, 오히려 여기선 극 중 주인공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어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고요. 주인공(엑셀 헨니)를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까 주인공 상황을 더욱 더 심각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를 시종일관 놓치지 않고 표현해 줍니다.
아쉬운 건, 전 이 영화 같은 결말을 썩 좋아하지 않거든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인공의 행동이 완벽에 가까워지는데, 이게 앞의 긴장감 있는 상황과 너무 대비되다 보니까 좀 그랬습니다. 감독은 오락성을 중시하려고 했나 봐요. 그래서 정말 무난하고 재미난 영화가 만들어지긴 했는데, 제 기준에선 모든 게 확 불살라졌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너무 평이했습니다.
6.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011)
장르 : 스릴러
감독 : 데이빗 핀처
주연 : 다니엘 크레이크, 루니 마라
문제 있는 재벌을 폭로한 남주인공(다니엘 크레이크)은 그 재벌에게 소송에 걸리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집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재벌 '헨리크'는 그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며 딜을 제시합니다. 40여 년 전 실종된 손녀를 조사해 달라고 말이죠. 여기에 용 문신을 한 여자아이(루 니 마라)가 조수로 합세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물입니다.
여담으로 이편을 마지막으로 (망작이라 불리는 에일리언3를 빼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를 드디어 다 봤습니다. 하하. 참 오래 걸렸네요.
이 영화도 오래 담아두고서 보지 않았는데요, 이유는 웃기게도 이게 3부작(...)이라고 해서 완결되면 보려고 남겨놨습니다. 근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완결은커녕 2편도 나올 생각을 안 해서 쩝....
루니 마라의 매력으로 워낙 유명했던 영화라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이나 스웨덴판 3부작 영화를 보지 않은 터라 두 영화를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여주인공만큼은 스웨덴판과 최소 비슷한 레벨로 연기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어둡고 냉철한, 대신 어딘가 어려 보이는 역할을 잘 소화해냈더군요. 왜 팬들이 후속작(나무 위키 보니까 2편이 아닌 원작 소설 4편이 영화화된다고 하더군요)을 계속 내달라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루디 마라(혹은 용문신 소녀)의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사실 루니 마라가 많이 조명되지만, 나온 배우 모두 연기를 잘해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황홀했습니다.
반대로, 원작 소설 분량이 좀 많았나 봐요. 제 입장에선 다 담을 수 없던 걸 담아내는 것처럼 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중간중간 극 해결을 위해 빠르게 증거를 모으는 장면은 제가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넘길 순 있겠는데, 극 4/5지점부터의 전개는 조금 생뚱맞게 보였어요. 이게 갈등이 해소된 이후를 그리는 터라 뭔가 좀 그랬거든요. 루디 마라 중심으로만 보면 정말 괜찮은 내용이었는데, 또 다른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크를 생각한다면 붕 뜬 느낌?
7. 아이 인 더 스카이 (2015)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전쟁
감독 : 개빈 후드
주연 : 헬렌 마렌, 앨런 릭맨, 아론 폴
아프리카 케냐의 테러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영국, 미국, 케냐 3개의 조직이 뭉칩니다. 그 뭉치는 과정에서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논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실감 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생각외로 수작을 만났네요. 전혀 기대를 안 했거든요. 저는 첩보물 성격의 전쟁영화인 줄 알고 골랐는데 그 안에서 말싸움을 통한 스릴을 겪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극 중 인물들의 자기주장이 메인이라 감정 이입하면서 제대로 하면서 봤네요.
이 영화는 선택과 책임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마지막엔 생명과 대의까지 끼워 넣습니다. 초반만 해도 관료주의의 폐해라고 느껴질 만큼 답답한 상황이 자주 연출됩니다. 군대나 회사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권한 문제를 주로 다루죠. 이게 나름 웃기더군요. 흐흐. 근데 후반에 가선 이런 단순한 관료주의가 아닌 더 큰 담론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초반엔 '이래서 이들은 문제야'란 식의 손가락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후반에 가선 그러한 손가락질을 민망하게 만들죠.
뭐가 정답이냐며 선택지를 주는데, 답이 없네요. 나름대로 감독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지만, 그조차도 완벽한 결말은 아닙니다.
8. 엑스 마키나 (2015)
장르 : SF, 스릴러
감독 : 알렉스 가랜드
주연 : 오스카 아이작, 도널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소노야 미즈노
세계적인 검색 엔진 기업에서 일하는 필립(도널 글리슨)은 회사 창업가인 네이든(오스카 아이작)의 연구실에서 일할 기회를 잡습니다. 산골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필립은 인간의 얼굴을 가진 AI로봇 에이바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로봇에게서 기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진실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SF 스릴러입니다.
영화는 아주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는지 SF물 치곤 화려함은 적지만, 그걸 뛰어넘는 이야기를 제시했습니다.
SF물에서 익히 봤던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음에도 튜링 테스트(AI 인공지능 테스트)를 중심으로 관객에게 혼란을 줍니다. 몇몇 SF물에선 '이 사람이 로봇이 맞나?'라고 구분 지었다면, 이 영화는 애초에 로봇은 베이스로 깔고,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했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익히 봤던 주제가 꽤 신선합니다. 거기에 AI 로봇의 성 정체성(여성)까지 집어넣으면서 AI 로봇이 진짜 인간과 어울리려면 어떤 작용이 필요한가? 도 묻습니다. 영화 소재는 뻔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로봇인 아이바가 옷 입는 장면을 따로 보여줄 정도로 AI 로봇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도 매력입니다. 사실 볼거리로만 따지면 이게 다겠죠. 흐흐. 여성과 남성의 성 정체성이 확고하게 표현되어야 하기에 꽤 수위가 높더라고요. (어째 오늘 소개한 영화들은 가슴 노출은 아예 기본일 정도로 상당수가 야한 거네요.) 전 이런 영화인 줄 모르고 공개된 장소에서 보다가 식겁했네요. 흐흐.
9. 딥워터 호라이즌 (2016)
아주 간단하게 미국 멕시코만 앞바다 석유시추선에 사고가 발생, 그리고 쾅쾅 인 재난 영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스토리 면에선 굉장히 심심합니다. 보통의 재난 영화하면 가족의 일상, 사건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악역,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애타게 기다리는(지켜보는) 가족들, 부성애, 모성애, 동료애, 가끔 깐죽거리다가 죽는 애, 주연보다 말 많은 조연, 재난 전 기묘한 분위기, 영웅담 등등이 생각나는데요, 이 영화는 그러한 부분을 크게 부각하진 않더군요. 생각외로 담백하게 만들었으며 서론 부분의 내용이 튀지 않습니다. 사고가 일어날 거라는 복선도 딱 '이러니까 이렇다'고서 뻔하게 그려졌고요.
근데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부터는 한시도 눈을 못 뗄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긴박감과 현장감이 너무 제대로 살아있어서 보는 내내 와... 감독이 론 서바이버를 만든 사람이라 그런지 당시 상황이 눈앞에 그대로 느껴질 만큼 멋들어지게 그려내더군요. 그리고 폭파 이후의 상황이 더 좋았는데요, 보통은 여기서 슬픈 과거가 떠오르고, 내가 대신 죽겠다며 서로 포옹과 눈시울을 붉히고, 자기가 먼저 살 거라며 주인공 일행에게 폭언을 일삼는 뻔한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그저 그냥 끊임없이 폭파, 불길, 탈출, 쾅쾅, 또 폭파. 오로지 재난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네가 여기 있으면 살 수 있을 거 같아?'라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