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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08 15:33:00
Name 북극
Subject [일반] 회사를 조퇴하고 나와서 쓰는글(푸념주의)
연휴가 끝나는 일요일 밤 잠에 들려고 누우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물론 긴 연휴가 끝나고 누구나 다음날 출근할 생각을 하면 그랬겠지만, 잠이 잘 안 오고 누가 제 가슴을 꾹 누르고 있는거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뭐 괜히 그랬겠습니까, 오늘도 오전에 출근하고 얼마 안 있어서 또 한 소리를 들었죠.
나름 연휴뒤에 일 안 미루려고 원래 휴일이었던 2일날 출근해서 해놓았지만 말이죠.

전에 있던 회사보다 회사에서 시간도 많이 보내고, 같은 시간안에서 일도 더 많이 하는건 분명한데
이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제가 바보 멍청이가 된 느낌이라 참 그렇습니다. 그래도 나름 그전엔 똘똘하다 소리도 듣고 그랬는데 말이죠.
물론 제가 부족해서 그런것도 크겠지만, 열심히 한 일에도 칭찬같은건 들어와서 한번도 들은적이 없고 못한것, 실수한것, 늦어지는것에 대한 얘기만 들으니 내가 진짜 바보천치인건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열심히 해도 게으른 바보...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 같은

처음에는 적응이 아직 안되서 그런거겠지, 내가 전에있던곳에서 꽁으로 일한거고 이렇게 일하는게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고
최대한 맞춰볼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거같은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심력을 기울이고 몇시간씩 소모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런일때문에 하루 온 종일 기분이 쳐지는 꾸지람을 듣는건 적응이 되지가 않습니다.

어제밤 잠에 들때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린건 아마 오늘도 이런일을 겪을거라는걸 몸이 이미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침에 있었던 일 자체는 그렇게 심한것도 아니고 언제나의 일과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더 견디기가 힘들어서 반차를 쓰고 집에 왔습니다.

무의미한줄 알면서도 취업사이트를 한번 뒤져보지만 사실 입사하면서도 일단 밖에서 보이는 조건은 내 깜냥에서 최상급이란걸 알고 갔기 때문에 의미없죠...허. 진짜 이 정도 조건이면 회사분위기가 어지간히 나빠도 있을만하겠다 하고 갔는데 반년도 안되서 취업사이트를 기웃거리는게 우습기도 하고 그렇네요.

오늘과 내일 아무생각없이 푹 쉬고, 마음을 다 잡고 이제 나오지도 않는 의욕을 억지로 만들어서 다시 수요일부터 열심히 일해볼려고 합니다.
일이라는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것이지만, 그 안에서 약간의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게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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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08 15:4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공감이 되면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네요.

[아무것도 아닌거같은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심력을 기울이고 몇시간씩 소모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런일때문에 하루 온 종일 기분이 쳐지는 꾸지람을 듣는건 적응이 되지가 않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제 가슴까지 답답해지는 듯 합니다.

아무리 해도 적응되진 않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엔 어떻게든 해나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17/05/08 15:44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잘한 일은 당연한 듯이 넘어가고 조금이라도 실수나 실책이 있으면 그걸로는 진짜 엄청 뭐라 그럽니다.
이러니 회사 다니기가 점점 싫어지고 의욕도 떨어지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후임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않고 실수는 어지간하면 다 넘어가고 있습니다.
공정연
17/05/08 15:47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럴려고 노력중입니다.
악습은 제 선에서 끝내야죠.
17/05/08 21:4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실수도 지적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할건 지적해야 해요. 평소에 칭찬하시는 분이라면 그건 문제되지않는다 봅니다.
오히려 지적을 솔직하게 받아들일거에요.
17/05/08 22:25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지적은 하지만 질책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나이쁜손나은
17/05/08 15:47
수정 아이콘
집에오셨으니 오늘내일 푹 쉬시고,(내일 출근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저보다 사회생활도 오래하셨을것 같은데, 또 그런 선배님들 보면서 저도 힘내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시원하게 맥주한캔드시고 재미난 예능도 한편보시구요!
꾼챱챱
17/05/08 15:49
수정 아이콘
그렇게 다들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가는거죠
17/05/08 15:49
수정 아이콘
이래서 관리자는 아무나 올리면 안됩니다..
능력없는 관리자가 올라가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요.
상계동 신선
17/05/08 15:51
수정 아이콘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다닐 때 출근할 때 마다, 잘때마다 귓속에서 울리는 상사의 쇳소리, 욕설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회사를 나오니 또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소리는 더 안 들어도 된다는 게 위로는 되더군요.
에릭라멜라
17/05/08 16:09
수정 아이콘
제가 그래서 어제밤부터 편두통이 왔습니다.
현재까지 진행중이구요.
모두 힘내시죠. 화이팅.
17/05/08 16:17
수정 아이콘
너무 공감됩니다.
일만 딱 하고싶어요
어떤날
17/05/08 16:38
수정 아이콘
우리 나라는 진짜 칭찬에 너무 인색한 거 같습니다. 있어봐야 한참 깨고는 끝에 가서 '수고는 했어' 이 정도 느낌?

일에 대한 보상으로 최고는 물론 연봉이나 인센티브 같은 금전적 보상이겠지만 이건 사실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퍼줄 수 없는 구조죠. 그에 반해 칭찬은 얼마든지 퍼줄 수 있고 긍정적으로 업무 의욕을 높여줄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인데 왜 모를까요. 그렇다고 해서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러라는 게 아니라 잘한 거에는 잘한다 해주는 게 그리 어려운 건지..

제가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 급인데 왠만해서는 질책은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의 안 하기도 하고.. 근데 생각해 보면 저도 칭찬의 빈도는 좀 낮은 거 같네요.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iss the tears
17/05/08 16:52
수정 아이콘
저 역시도 요즘 너무나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다만 여기 글 쓰신 분들하곤 조금은 다른게...

일단 당장 저에게 쌍욕을 한다거나 상소리를 하는 사람때문이 아니라
저 스스로의 문제랄까요?

일단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뭐 그런 것들로 하루하루 직장 나오는 게 죽을 거 같이 싫네요.

일요일 오후만 되면 누가 심장을 꾹 밟고 있는 것처럼 가슴은 답답하고 우울하고...

뭐랄까
쿠크다스 같은 저의 정신력이랄까 멘탈이랄까...

저희 어머니가 개인적으로 정신과적으로 질환이 있으셔서
저도 그렇지 않나 하는 두려움등도 있고.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정신적으로 덜 힘든 곳을 찾아가야 하나?
이직을 하게 되면 지금 있는 이 자리보다 급여 등 모든 조건에서 안 좋아질텐데?

와이프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
" 오빠 오빠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음 좋겠어. 나도 벌고 하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 많아? "

알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해줄 것도 알고 별다른 일 없으면 지금 그 직장 안 그만둘 것도 알죠

근데 그게 저를 좀 해방(?)시켜 주진 않더라구요

성장기때 아버지가 너무 경제적으로 약하신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하나뿐인 딸에게
" 절대 경제적으로 약한 모습 보이지 말아야지. 우짜든동 조금이라도 더 해줘야지 "
이 생각에 사로 잡히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오늘도 출근함과 동시에 부하직원이 엉뚱한 소리를 하길래 혼자 화를 삭히고 있네요.

차라리 이럴 때 그냥 막 상소리 해대는 그런 성격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외국어의 달인
17/05/08 17:41
수정 아이콘
미움받을 용기를 한번읽어보세요.. 약간의 도움이 되실거에요
17/05/08 22:50
수정 아이콘
슬프게도 대한민국에서 부하직원에게 머라고 하는게

일이라고 생각하는 팀장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게 의욕을 떨어트리는 일인지도 모르고...
탈리스만
17/05/09 00:17
수정 아이콘
[일이라는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것이지만, 그 안에서 약간의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게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이게 정말 큽니다. 북극님 내일의 상황이 오늘보다는 좋아지길 바랍니다. 쭈욱
롯데닦이
17/05/10 00:21
수정 아이콘
저랑 똑같은 생활을 하시네요.
심지어 반차내고 나와서 취업사이트 ..지금 있는곳보다 더 나은곳은 없을걸 알면서도...

살면서 별에별 목표는 다 세웠지만 제 목표가 취업에서 퇴사가 될 줄은 몰랐네요.

내년4월까지 버틸수있다면, 4월에 사표내고 여행가보려합니다.. 가끔씩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가만히 쉬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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