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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있는 영입, 수많은 패배빌미가 된 그의 수비, 쓰기 싫은데 센터백이 죄다 부상이라 어쩔 수 없이 쓴다는 오명, 불과 올해 6월말까지 서브도 못 들어갔던 선수, 여름 이적시장 방출 0순위였던 전북의 윌킨슨이 어느덧 생애 첫 호주 국가대표까지 승선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ㅠㅠ
사실 전북에겐 혹시나 모를 우승향방에 찬물을 끼얹는 발탁이지만, 그건 그거고 팀에서 국가대표가 나온다는데 칭찬할 수 밖에 없네요. 흐흐. 호주대표팀 상황을 잘모르지만, 혹시... 혹시 감독눈에 들어서 월드컵 출전하면 호주 응원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남 제파로프도, 서울 데얀도 아쉽게 브라질에 못갔는데, 갑툭튀한 어느 멀대 K리그 용병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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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전북팬들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2011년 우승 당시, 정훈과 함께 전북의 허리를 책임지던 황보원 선수가 광저우 헝다로 전격이적. 아내가 한국생활에 힘들어한다는 이유라 어쩔 수 없었지만, 2011년 전북의 리그 우승과 아챔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기에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거기에 당시 유일한 중국 국가대표팀 해외파라는 메리트가 ㅠㅠ 그리고 왜 하필 광저우 헝다야 ㅠㅠ
어쨌든, 이후 전북 프론트는 센트럴 코스트에서 뛰던 주전 센터백 앨릭스 윌킨슨을 영입합니다. 7,8월 한국의 무더운 더위와 시차 적응기를 마치고 9월에 투입된 윌킨슨은 최고라 할 수 없으나 그럭저럭 활약하게 됩니다. 단점은 너무도 느린 발...저는 경기를 보면서 아쉬움에 치를 떨었으나 좀 더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 나아지겠지란 막연한 기대를 했네요. 그리고 심우연-임유환, 김상식이 간간히 뛰는 센터백라인에 딱히 아쉬움도 없었기에, 현재보다 미래를 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2013 시즌. 전북의 대규모 영입과 방출로 센터백 라인도 역시 바뀌였습니다. 시즌초 주전 라인업은 임유환-정인환. 서브로 시작한 윌킨슨은 임유환과 정인환의 부상을 틈타 리그 출장을 했는데, 동시에 오질나게 욕을 퍼먹게 됩니다. 이유는 역시 스피드. 작년까지만 해도 봐줄만한 느린발이였는데, 올해 초는 구멍 중에 왕구멍으로 등극하면서 모든 공격수가 윌킨슨의 뒤를 노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의 제공권과 뛰어난 대인마크로 인해 얻는 이점도 분명 있었으나, 느려서 못막을 정도면 뭐 있으나 마나죠. 사태가 심각해지자 파비오 감독대행은 그를 후보나 아예 명단에도 넣지 않는 행보를 보였는데, 아뿔싸! 전북은 어김없이 올해에도 중미, 풀백, 센터백이 부상으로 시름...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윌킨슨이 투입됩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헬킨슨으로 변모.
5월초에는 호주 기자 카더라로 호주로 복귀한다는 뉴스가 떴으며,6월 말에는 올림픽 국가대표 수비수 김기희 영입 뉴스 마져 뜨자, 사실상 그의 방출은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호주 명문 센트럴코스트 주장, MVP, 리그 최고 수비수상을 따낸 그는 올초부터 6월말까지의 K리그 클래식에서 겨우
3경기를 뛰었습니다.
2013 여름 시즌. 수원과의 5-4 패배 후, 전북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최강희 감독이 돌아옵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팀이 엉망이라는 인터뷰와 함께 대대적으로 손을 보는데 그 선수들 중 하나가 윌킨슨입니다. 기존 센터백인 임유환이 무단이탈 및 팀내불화로 라인업에서 제외된 틈을 타 선발된 그는 단 1경기만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바꾸는데 성공합니다. 경남전 2어시+벽모드 발동. 여담으로 최강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냥 한마디만 해줬다.' 라며 재활공장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뭐가 변했을까. 상대의 킬패스가 중앙으로 들어옵니다. 그때마다 그는 컷팅해냅니다. 즉, 발은 여전히 느리나 수비위치선정이 놀랍게 향상되며, 벽모드로 바뀌었습니다.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대인마크 능력은 꽃을 피웠고, 주전 출장을 자주하게 되자 기존의 이동국-케빈-정인환-김상식과 함께 고공플레이가 가능해지며, 거의 답이 없어보였던 전북의 세트플레이가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센트럴 코스트 시절 가지고 있던 뛰어난 킥능력까지 선보임에 따라 새로운 빌드업까지 추가 되었네요.
이후 그는 탄탄대로의 길을 걷습니다. 이후 주전으로 계속 출전했고, 그의 수비실력으로 말미암아, 전북의 실점은 전보다 배로 줄었습니다. 한때 '아챔 티켓만!'을 외쳤던 전북이 지금 실낱같은 우승가능성을 쥐고 있는 것은 윌킨슨의 부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결국 윌킨슨은 그토록 갈망했던 국가대표에 승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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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북의 사정이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 이번주 토요일 울산-포항의 2연전은 무조건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경기인데 이번 대표팀 승선으로 윌킨슨이 출전하지 못합니다. ㅠㅠ 이왕 이렇게 됐으니 꼭꼭꼭 호주 대표팀 주전을 따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승 못해도 조금 보상받는 느낌이 들 것 같네요. 호주대표팀 상황은 모르지만, 감독이 바뀐 후 첫경기라고 합니다. 그 말은 눈도장 받을 확률도 전보다 더 있겠지요. 흐흐흐.
프랑스 리옹에서의 인터뷰
- 경남전 이후 상승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강희 감독님이 경남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하면서 파이팅을 외쳐주시고,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다. 그것을 보답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국가대표 승선 인터뷰
- 기분은 어떠한가?
지금 너무 설렌다. 처음으로 A대표팀에 선발되었다. 너무 행복하고 명예롭게 생각한다. 나는 항상 호주를 대표하고 싶었고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표팀에서도 Wall킨슨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