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굉장히 낡았다. 조부모와 같이 살았던 우리집은 어머니가 시집오셨을때 부터 있었던 집이라니까 아무리 못해도 30년은 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폭우라도 오면 물이 뚝뚝 떨어져서 바가지를 받아놔야 되서 새벽에 천둥이라도 치면 깜짝깜짝 깨는게 다반사고 어릴적엔 쥐도 몇번 보았다. 파리채로 쥐잡는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걸 그때 알았었다. 다 옛날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날 밤, 자려고 이불을 피고 누워서 잡생각을 하고 있는중에 천장에서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났다. .. 쥐인가.. 알수없는 인기척에 천장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소리가 안났다. 그러다 잠시 후 또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들렸다. 뭔가 있긴 있는게 분명하다. 쥐가 있나 보구만.. 하긴 낡았으니까.. 그러고 잤다.
덜그럭소리가 밤마다 종종 나던 그 어떤날. 도서관을 가려고 신발을 신고 있는데 갑자기 "콰장창!!!!" 하는 소리가 났다. 이게 뭔소리여! 하고 소리가 난 곳으로 나도모르게 고개가 돌아간 그곳은 황당 그자체였다.
..
그것은..
천장이 주저 앉았다.
!!??
천장은 합판식으로 네모난 판들끼리 연결되어 널찍한 모습에 중간중간이 지지대에 못이 박혀있는 형태였는데 그 중앙이 주저앉은 것이다. 합판으로 된 천장은 천장에 연결되어 있던 형광등에 걸쳐져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나 굉장히 위험한 모습이었다. 아니 그보다 천장이 주져 앉았다는게 더 황당하고 쇼킹한 순간이었다. 이게 뭐여?? 나는 멍하니 무너져 형광등에 간신히 걸쳐져 떨어지지 않는 그 모습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이럴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던 순간 무언가 그 무너진 틈사이로 검은 꼬리가 휙 지나가는것을 보았다. 저것이 우리집에 숨어있던 덜그럭 소리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냥 생긴거만 봐도 위험한 그 천장은 다음날 바로 수리를 했다. 낡은집이라 그런지 못질하나 하는데 합판에서 오래된 나무조각들이 떨어져 떨어졌다. 이게 이번엔 이렇게 별 피해 없었지만 다음에 또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을 것이다. 그 꼬리의 주인공 녀석이 이번처럼 사방팔방 돌아다닌다면 다음엔.. 어휴..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덜그럭 소리는 그전보다 굉장히 없어졌다. 녀석도 돌아다니던 그곳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걸 깨닳았겠지. 나도 천장이 무너질 줄 몰랐는데 말이다. 대신 다른 소리가 났다. 그것도 밤마다
"냐옹! 냐옹! 냐옹!"
한밤중에 고양이 소리를 듣는건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는걸 느꼈다. 이게 말이 좋아 냐옹냐옹이지 시간 지나면 아기 우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야양 이야양 하고 데시벨이 올라가기도 하고 그렇다. 잠이 안왔다. 아니 잠을 못잔다고 해야하는게 맞았다. 안그래도 겁이 많은 나는 쥐보다 더 큰 물체인 고양이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생각이 떠올리기 싫은데 계속 떠올랐다. 으아아악 울지마 이자식아! 녀석때문에 결국 불면증에 걸려버렸다.
"엄마. 천장에 고양이가 있는거 같아" 어머니에게 우리집에 얹혀사는 녀석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알고있었다는 듯이 말하셨다. "맞어 있어 시꺼먼거," "저 고양이 어떡하지 밤마다 울어서 잠을 못자겠어. 무서워 죽겠어 근데 고양이 요물이라 죽이면 안된다며, 어쩐대요?" "뭘 어째. 쟤때매 쥐없어서 좋구만" "어.. " 어머니는 그들의 동거를 허락하셨다.
그렇게 밤마다 고양이 녀석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루하루 흘러갔다. 처음엔 무서워 죽겠던 고양이 목소리도 맨날 듣다보니까 적응되서 이젠 그렇게 무섭지도 않다. 물론 한번 생긴 불면증은 없어지질 않더라. 이녀석들은 낮에는 가만히 있다가 왜 밤만 되면 우는거야 하고 생각을 하다가 천장으로 어디론가 연결될 만한 곳이 있나 하고 집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긴가 저긴가 두리번 거리던 그 순간 뒷편 장독대 쌓여 있는 곳에 천장쪽에 뚫려있는 구멍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새까만 아주 작은 아기고양이었다. 눈이 똥그랗고 맑았으며 귀를 쫑긋대며 날보더니 "이양! 이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밤마다 듣던 그 목소리가 이녀석이었다. 아하 이제 이해가 되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구나. 천장에서.. 그래서 그전엔 들리지 않던 고양이소리가 요즘들어 나는거구나. 굉장히 귀엽게 생긴 녀석을 한참을 쳐다 보았다. 녀석은 나를 경계하는지 계속해서 "이양! 이양!" 대었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 마음을 알것 같았다. 이렇게 귀여우니까 키우는구나. 뭐 먹을거라도 줄까 생각했는데 새끼 고양이가 뭘 먹는지도 모르겠고 마땅히 줄것도 없었다. 아니 새끼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내가 갈 방법이 아예 없었다. 어미 고양이니까 저길 벽타고 올라가지 우리집은 사다리도 없단 말이다.
녀석을 보니까 밤에 들리는 고양이소리가 그전에 무서웠던 목소리가 좀 완화되고 귀여운 소리로 들렸다. 이런 젠장 더러운 외모주의자 같으니 고양이 소리를 듣다가 별별 생각을 했다. 저녀석을 키울까. 그럼 어미가 날 가만두지 않겠지? 고양이를 내가 키울수는 있을까? 우리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워본적이 없는데, 집밖에 개 묶어다 키운적은 있어도.. 그럼 그렇게 할까? 새끼를? 괜히 멀쩡한 한가족을 이산가족 시켜서 내가 못된짓 하는건 아닐까? 별별 이상한 잡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 자기전 들었던 고양이 목소리는 평소와는 좀 달랐다. 굉장히 겁에 질린듯한 목소리. 으아아!! 으아아!! 같은 목소리.
훌쩍. 감기가 걸렸다. 날씨가 쌀쌀하다 보니 코감기에 걸린것 같다. 어머니께 날씨가 쌀쌀하니 감기가 오는것 같다 라고 하니 니가 게임해서 그런거라고 하셨다. 이런 만악의 근원인 게임같으니.. 쌀쌀한 날씨에 갑자기 고양이 생각이 났다. 날씨 점점 추워지는데 괜찮은가?... 그러고보니 요즘은 밤에 고양이소리가 안나는거 같은데.. 도서관 가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휙 한 검은 고양이가 지나갔다. 지나가던 고양이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녀석은 뛰던 몸을 멈추고 나와 짧은 시간동안 계속해서 서로를 쳐다봤다. 기분이 묘했다. 썰렁한 그느낌. 알수없는 그 느낌이후 고양이는 다시 집밖으로 내 뛰었다. 저녀석이 어미구나 생각했다.
...
감기는 나았는데 고양이 소리는 이제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내 불면증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고양이 소리는 이제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훌쩍. 나은줄 알았던 코감기가 재발했나 코끝이 시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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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새들처럼 처음 새끼 낳은 장소에서 새끼들이 조금 자라면 다른 곳으로 이소한다고 들었어요 ^^
집 천장이 무너져서 약간 불안한 곳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스웨트님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긴 건 아닐겁니다. 크크.
녀석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날도 추워지니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내년 봄 되면 제법 자란 검은고양이가 주변에 어슬렁거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