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입니당..
9. [강원도 여행 5]
다시 여주를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문막방향으로 갑니다..
"오빠........"
이젠 너무나도 오빠란 말에 서로가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응..? 왜??"
이 얘기를 시작으로 민선이의 수다가 약 20분동안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와, 뭔 얘기가 그리 많은지...
그리고 또 그 얘기들이 거의 자기 친구들 얘기입니다.
친구가 공부잘하는 학교 남자애랑 소개팅한 얘기,
친구가 저번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망친 얘기,
친구가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자는데 그 독서실 사감이 어쩌고저쩌고 얘기,
친구가 서울가자는데 따라갔다가 어쩌고저꺼고 얘기,
친구가 친구가....
마치 정말 친한 막내삼촌 붙들고 자기 얘기만 주구장창 해대는 것처럼,
친구 얘기들 사이에서 민선이의 요즘 생활이 다 보이는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의 남친 얘기가 나왔고,
민선이 말을 딱 끊고 저는 대뜸 물어봤죠.
친구 남친이 죽었든 살았든 뭔 상관이겠습니까...!
"민선아 넌, 남친 없어????"
저는 얘가 약간은 움찔(!) 하면서 조금은 난감해하며 대답할 줄 알고,
물어보면서도 물어봐도 괜찮을까..걱정도 했었는데,
민선이는 전혀 그런 감정없이..
"있었는데, 군대갔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쯤 헤어졌어요 크크크크크크릌흐흫"
헤어진게 자랑이라도 되는듯, 헤어짐에 대해 굉장히 유쾌하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여기서 조금 코드가 안맞는게 느껴집니다..
아니, 세대차이에 의한 애정관계의 중요성 차이...?
나이 차이에 의한 그 무게감의 차이..?
분명 고딩 때의 사랑이란 30대의 사랑과 크나큰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약간은 쉬운 사랑의 표본을 보고 있는 거랄까..
왜 이런 감정이 또 들었냐면,
민선이가 해주는 또래의 사랑은 너무나 가벼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라지만, 아무 거리낌없이 재미로 이야기하는 얘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었거든요..
얘네들도 서로 '사랑해'라는 말이 주는 그 무게감은 똑같은 것 같은데,
이 사랑이 너무 쉽게 바뀌어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요즘 애들이구나....라는걸 20여분간의 민선이 얘기를 들으면서
저의 머릿속에 생각난 문장의 전부입니다..
얘를 안지 겨우 1주일.
근 수년간 남자든 여자든 고딩과 얘기를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민선이가 해주는 얘기는 신문의 시사면을 그냥 보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문막을 지납니다.
그리고 좀 달리면 앞에 문막휴게소가 있음을 알고,
"민선아, 우리 아스크림 먹으깡???"
문막휴게소에는 카페베네와 베스킨이 있기 때문에,
저는 웬만하면 문막휴게소를 지날 때면 카페베네에 들르거나
베스킨에서 아스크림을 먹습니다..
"아 진짜요??? 어디서???"
"죠~~~기 앞에 문막휴게소 보이지?? 거기 베스킨있어..크.."
"네~!! 가요가요~~"
이게 제가 얘에게 베스킨을 같이간 첫번째 날이었고,
저는 앞으로 민선이와 동네에 있는 이 놈의 베스킨을 정말 질리도록 방문합니다...하핫
부릉부릉~ 문막휴게소로 들어가 딱 베스킨 앞에다가 주차를 하고,
"넌, 여기있어~ 오빠가 가서 사올께.. 너 뭐 특별히 먹는거 있어???"
"같이가요, 오빠!"
사온다는데, 굳이 내리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원래 이렇게 쭐래쭐래 잘 따라다니고 붙어다니는걸 좋아합니다...;
그리곤 베스킨 앞에서 이렇...게 둘러보고는,
"마법사의 할로윈 먹을래요~"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네요.. 하도 잘 바껴서, 이 때 기억이 잘...)
"난, 피스타치오 아몬드~"
(전 이것만 먹습니다.)
그렇게 싱글콘 두 개를 사들고 휴게소안 편의점에 들어가서
차가운 보리차를 하나 사곤 바로 차로 바삐 갑니다..
꽤나 추웠거든요..
그리곤 저는 아스크림을 흘릴까봐 옆부분부터 낼름낼름 먹으며
전체를 둥글둥글하게 만듭니다..
이걸 얘가 보더니,
"오빠, 곰돌이같아요..흐흐크흐킇흐흐"
저는 대답은 않은채 고개를 돌려 얘를 쳐다보며 눈만 맞추면서,
마냥 낼름낼름만하며 우선 흘러내리지는 않게 적당히 만들었습니다...
곰 같다는 소리는 약 1천번 들어봤거든요...
그리곤 다시 출발,
아까보단 훨씬 더 어둑해진 느낌입니다..
시간은 겨우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마치 곧 눈이라도 올 기세입니다..
얘는 옆에 앉아서,
어찌나 잘 먹는지 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마법사의 할로윈을 뭉게고 있었습니다..
그걸 다 먹더니,
목이 또 마른지 보리차는 놔두고 출발할 때 저한테 준 비타민 음료를 홀쭉홀쭉 마셔댑니다..
제가 입에 대고 막 먹던건데도, 얘는 거리낌없이 자기 입을 대고는
차가 흔들리는 타이밍을 건너며 홀쭉홀쭉 잘도 마십니다...
뭔 생각인지... 그냥 친오빠 대하듯이 다하는건지..
어느새 차는 달려달려 만종분기점을 지나고 치악휴게소를 향해 오르막을
힘내서 올라가는 중이었는데,
"오빠, 저 화장실 갈래요..."
"하핫. 어쩐지 무진장 잘 먹더라..하하"
약 70%가 남았었던 비타민 음료가 거의 다 비웠거든요...
아마 민선이는 치악휴게소의 표지판을 보곤 이뇨작용에 더욱 박차를 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휴게소로 들어갑니다....
수원에서 제천IC까지 약 110km정도의 거린데 휴게소를 세 군데나 들릅니다..,;
저도 가는김에 같이 화장실가서 볼 일을 보곤,
나와서 민선이를 기다립니다..
낮 시간인대도 휴게소가 거의 텅텅 비어 있습니다..
이내 민선이가 나오곤, 저와 함께 호두과자를 사러 갑니다...;;
뭐, 여행가는 기분이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먹다 버리더라도, 닥치는 대로 사먹기.
이게 첫번째죠...흐흐..
더구나, 이렇게 먹는걸 좋아하는 여고딩에게 뭔갈 자꾸 먹이고픈 맘이 계속 듭니다..
이런게 사주는 기쁨...?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기분...?
얘는 정말 닥치는대로 엄청나게 잘 먹더군요..
근데 이런 모습이 너무 보기 좋으면서,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사주고 싶고 그럽니다...
호두과자를 사서 우린 또 달려달려 제천IC를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영월로 진입하게 됩니다.
네비에는 이제 겨우 15km 남은 거리...
시간은 2시 30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거래처에 전화해 사장유무를 확인한 후 3시까지 방문 하겠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네비를 따라.. 요리죠리 차를 몰고는 거래처에 도착.
"민선아, 차 안에서 잠깐만 기다려~ 10분안에 올께..."
"네, 알겠어요 오빠.."
거래처에 들러, 사장에게 원본문서를 건네주고
매출 및 시장동향, 강원도내 거래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다시 차에 돌아와 문을 열고 타자마자,
"근데 오빠,
아까 왜 남친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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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9편이 끝납니다..
주말부터 다시 또 집필해 볼 생각입니다..
저도 10편이 궁금하고,
이 얘기가 언제 끝나는지.. 저도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써내려 가 볼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길게는 말구요..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