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타입니다.
8편 올라갑니다..
8. [강원도 여행 4]
여주 IC를 다와가면서 민선이는 더더욱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뀌어가는걸 확인했고,
얘의 말투 및 억양도 하이톤으로 달라짐을 감지하면서...
IC를 빠져나오자마자 아울렛으로 가는 끝차선에 붙어 신호대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기대돼??? 하핫"
"네넹!!!!! 친구들이 얘기하는 것만 들었는데, 정말 가보고 싶었어요~
사실 여주가 어디쯤인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운데 있다니, 와...."
얘의 행동을 좀 지켜보면, 정말 진지할 때가 종종 있는데,
지금 이 때 아주 진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렛을 들어가는 한적한 시골길 같은 풍경을 지나치며..
붕붕 달려 이윽고 저 앞에 건물이 보이니,
두리번두리번 제 쪽으로는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채.. 연신 두리번두리번...
그리곤,
"와..... 오빠, 이건 누구거에요??"
훗. 누구 것인지가 우선 궁금했나 봅니다..
"너 죽전에 가면 신세계백화점 있지??
그 주인거야.. 여기도 신세계 아울렛이야...."
그랬더니, 바로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너, 안에 들어가 볼거야..? 들어가고 싶어??"
"오빠, 근데 강원도까지 가려면 늦지 않아요?? 난 안들어가도 되요..."
이제야 일하러 가는걸 따라온게 생각났는지, 첨으로 제 걱정을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야외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주차를 시킵니다..
시간을 보아하니, 여기서 약 30분정도 있다가 가도 별반 다를게 없겠다..싶었거든요..
그리고, 친구들의 자랑에서 그간 의기소침했었을 얘의 궁금증을 바로 풀어주고도 싶었고..
결정적으로, 이 안에 있는 스타벅스의 커피가 문득 생각났었고...
"내려, 밖에 추우니까 잠바챙기고.."
여주에 오니, 바람이 붑니다..
앙상한 빈 가지들이 어지럽게 흔들리는걸 보니, 솔솔부는 바람이 더더욱 차게 느껴집니다..
저도 운전하면서 신은 슬리퍼에서 구두로 갈아신고,
차에 항상 두고 입는 아웃도어 패딩을 와이셔츠 위에 걸치고 차에서 내립니다..
역시나 칼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아, 오빠.. 여주는 원래 이렇게 추워요???!!??"
"겨울이자나... 겨울은 다 추워...."
당연한 대답을 기다렸는듯, 별말 안하고 제 팔을 껴안으며 옆으로 다시 쏘옥~ 들어옵니다..
엄청 추울 때 사람은 붙어있어야 서로의 체온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배웠나요...?
역시나 얘가 제 옆으로 쏘옥~ 들어오니, 덜 추워집니다...
겨울은 매우 추우나, 경우에 따라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추위일 뿐... 후훗
우선 아울렛 중앙부근에 차를 주차했기에,
중앙에 있는 2층 스벅으로 먼저 가려고 계속 걸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 우측에 있는 버버리와 구찌 매장을 지나치는데, 얘가 한마디 합니다...
"오빠!!!! 나 저 브랜드 알아요~!!!"
아... 뭐랄까요... 그 때 느낀 제 감정은...
'오빠, 저 어리지만 많이 알아요, 무시하지마세요..'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할까요...?
뭔가 되게 유치하다고 느끼면서도.. 저를 사뭇 민망하게 만들면서도..
알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막 생겨납니다..
저 명품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고가의 브랜드 인걸 알고는 은연 중에 갖고싶은 의지를 내보인걸까요..
저 한마디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직 저는 여자를 만나면서 버버리 구찌 명품브랜드를 굳이 안다고 말하는 여자를
지금까지는 만난적이 없어서 아주... 뭐랄까... 희한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게 저걸 사달라고 조르는 그런 감정을 느낀게 아니라,
얘는 진짜 순수 고딩이구나.. 내가 자기가 저걸 모르고 있는 어린애라고만 생각하는게 싫구나... 이런 감정이요..
어찌보면 선입견에 의한,
저 나름대로의 해석이 들어간 의견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아이의 그 한마디는 앞으로 얘와의 만남에서 저의 재정적 부담에
긍정적으로 아주 큰 영향을 끼칩니다...
지금 이 '아 이 브랜드 알아요!!!'도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어서,
중앙에 호수가 있는 곳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스벅에 가니,
"오빠! 저도 커피마셔 볼래요.."
"음..그래?? 그럼 커피우유같은거 있으니 그거 마셔..."
"아메리카노 뜨거운거 그란데 사이즈랑 카페모카 뜨거운거 그란데 사이즈로 둘 다 샷추가해서 주세요.."
스벅카드를 쓰면 샷추가가 무료이기에, 저는 항상 스벅을 오게되면 샷을 추가해서 시켜먹습니다...
아울렛 내에 사람이 그닥 없었기에, 커피는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빠, 저.. 커피 만드는 사람 뭐라 그러더라.....? 뭐지뭐징???? 베네베네????"
갑자기 궁금했는지 혼잣말로 뭐라뭐라 그럽니다...
"바리스타"
"아, 맞다, 바리스타! 저도 나중에 바리스타 해볼거에요.."
딱 이 얘기 할 줄 예상한 제 맘은 솔직히 이랬습니다....
'하든지말든지........'
그렇게 커피가 나오고 한모금 쪼~옥 마셔보더니, 맛있다고 방긋방긋이 되네요..
진해서 너무 맛있답니다..흐..
스벅 샷추가 모카를 처음 마셔본 일반적인 반응이죠........
뜨거운 커피를 들고, 우리는 2층부터 시작해서 1층까지 매장 한 곳 방문해보지 않고 걸어갑니다..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설명해주기 급급한 나머지 들어갈 틈도 주지 않은채,
"오빠, 저건 남자브랜드에요?? 저건요?? 이건모에요??"
진짜 궁금한거 많더군요..
스포츠브랜드(푸마, 아이다스 등)를 제외하곤 거의 전 브랜드를 모두 아는데까지 답했습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한 곳을 들어갑니다...
아까 지나오면서 봐온 구두 판매점.. (기억으로는 NINE WEST 인걸로..)
밖에 커다랗게 떡하니 걸려있는 70% 할인문구와 형형색색의 구두들이 여자의 마음을 확 잡았는지,
기어코 거길 가보자고 끌고 갑니다..
문에 들어가는 순간,
어찌나 에나멜/가죽/신발냄새가 나는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어디나 구두를 판매하는 샾은 거의 그렇겠지만,
상당한 불쾌감이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니, 자동으로 얼굴이 찌뿌려지고 숨을 참게 됩니다..
민선이도 그걸 느꼈는지, 표정이 썩어 들어갑니다....하핫
표현은 이래도, 정말 순간 엄청나게 찡그린 그 표정이죠..
손님이라곤 우리뿐인 매장에 직원들이 민선이에게 착 달라붙으니 얘가 순간 긴장을 좀 합니다..
아무말도 안하고, 으음...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네요..
저도 어찌어찌해서 여자구두라면 일가견이 있던지라,
가격 및 디자인 등등을 따져가며 이것저것 들춰봅니다..
그리곤 눈에 딱 들어온, 너무 예쁜 부츠같은 신발이 있더군요.
"민선아, 이거 봐바... 어때?? 이쁘지??"
"으음..... 나이들어 보여요......."
허헐.... 뭔가에 맞은 듯한 이 느낌...
그 뒤론 전혀 권해줄 마음이 안생기더군요.....;;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채, 아니 애초에 건질 생각도 없었던지라
자연스레 매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가야된다는 것을 민선이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고,
저 또한 시계를 자꾸 쳐다보며 약간은 초조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 둘은 아무말 없이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또 다시 갈 시간이 되었던 것이죠...
주차장 너머 저 멀리 하늘이 점점 흐려지는게 보입니다...
'눈이 내리려나...........'
걸어가는데, 또 다시 버버리 구찌 매장을 지나칩니다..
아... 뭔가 아쉽습니다.........
'오빠, 저 이 브랜드 알아요!!'
.........
의미를 자꾸 생각해보지만 저로썬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고,
섣부른 짐작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다시 차에타, 시동을 걸자마자 히터와 조수석 시트에 열선을 킵니다..
"우와, 엉덩이가 금방 따뜻해져요~"
"그칭..? 크크"
쓰린 웃음을 지어주며 다시 여주IC로 차를 몰아가면서,
저는 돌아올 때 다시 이 아울렛에 들르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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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도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