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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24 14:19
<국사를 다시 공부하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부모님을 모셔야한다.>
이 문장을 통해 유추하건데 부모님께서도 미국에 계신가봅니다. 이민 1.5 세대신 듯 한데, 그들만의 애로가 많지요. 힘내세요.
13/10/24 14:43
지금도 안늦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버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 평범한 고졸(종합고등학교 원예과). 원예전문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당시에는 그런 개념도 없었고 일자리도 없었죠. -> 막일 -> 세탁소 인수받아 운영 -> 결혼 -> 저 탄생 -> 세탁소 망함 -> 무직 의 우울한 시기를 보내시다가, -> 서른 다섯에 병원 간호부(병원에서 베드 밀고다니는 아저씨)로 취직.. 요즘으로 말하면 비정규직이죠. -> 불규칙한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38세부터 인근 전문대학 야간학과 다니고 졸업 -> 정형외과 석고사 (팔에 깁스 해주고 풀어주고 하는 아저씨..) 로 전직 하셨었죠. 여기까지만 해도 막일하는 아저씨에서 선생님 소리 듣는 정도 되었으니까 꽤 괜찮아졌습니다. 급여도 오르고 석고사 협회같은데에 들어가서 활동도 하시고요. 하지만 부족한게 있으셨나봅니다. -> 석고사 하시면서 야간으로 4년제 3학년 편입 -> 마흔 둘에 다니시던 병원 사무직 공채 시험 쳐서 합격 -> 병원 원무과로 발령.. 그런데 나이가 많다보니 상사들이 껄끄러워 해서 2~3년 간격으로 팀을 떠돌아다닙니다. 못견디면 나가라, 라는 의미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한팀 두팀 떠돌다가 온 팀을 다 돌고나니 이제는 못건드릴 사람이 되어버린겁니다. -> 97년 IMF 때 아버지 또래 간부급이 다 짤려나가는 바람에 쾌속승진 -> 결국 비 선출직 최고 간부까지 진급 후 정년퇴임.. 간부 정년퇴임이 10년만에 있는 일이라 인사팀에서도 어떻게 해야될지를 몰라서 아버지께서 손수 행사 주관... -> 퇴직 후 대학 시설관리팀에 재취직.. 학교 내에 수목원이 있는데 그거 관리하고 계십니다. 고등학교때 꾸었던 원예에 대한 꿈을 이제 이루신거죠. 취미로 집에서 난을 다수 키우시는데, 아직 집에서 난이 죽은 것도 못봤고 해마다 내려가면 난꽃이 집안 가득 피어 장관을 이루곤 합니다. 요즘은 제 월급보다 많은 연금과 월급을 받으시면서 편하게 하시고 싶은 일을 하실 수 있다고 좋아하십니다. 젊었을 때 원예 관련 일을 했다면 아마 삶에 치여서 싫어하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젠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네요. 꿈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안되고, 된다고 하는 사람은 결국 되는 것 같네요.
13/10/24 14:50
아마 아버지께서 꿈을 포기하시고 주저앉아 술에 절어 사셨다면, 망한 세탁소집 아들내미가 될뻔 했지요.
그렇게 힘들고 우울한 와중에도, 주변사람들이 간호부가 뭘 할려고 대학까지 다니냐고 손가락질 하는 와중에도, 처자식까지 딸린 상태에서 과연 지금 하고 있는게 정말 가치있는 일일까 수십번 고민하시는 와중에도 저렇게 삶을 끌고나가신 아버지가 지금 돌이켜보니 참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13/10/24 14:54
오... 아버지가 대단하신 분이네요 존경스럽습니다 ㅠㅠ 지금은 제 자신의 의지도 약한 상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갚아야 할 학자금도 어마어마한데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셔서 어머니도 주방일을 하시고 저와 형이 직장 다니면서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그래도 언젠가 저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회라는건 오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흐흐.
13/10/24 17:10
아버님께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되풀이해서 다시 읽어봅니다.
언제 자유게시판에 한 번 제대로 아버님의 인생에 대해서 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3/10/24 21:49
정말 대단하십니다. 방황하는 30대 초반의 저에게 큰 지표가 되는 분이네요. 부전자전 이라고 SCV님 역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사실 것 같네요
13/10/25 10:00
요즘 하고 있는 이런저런 고민에 너무 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게 힘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님 정말 멋지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13/10/24 15:28
저도 현재는 어렸을 때의 꿈과 다른 직장인이지만.. 그리고 지금은 꿈을 이루고 싶은 소망도 특별히 없긴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여유있는 상태에서 뭔가 내가 애착이 있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그걸 위해서 열심히 살고 싶네요.
그러려면 낮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_-;
13/10/25 10:57
중국계 미국회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회사 이름만 영어인 중국회사에 가깝습니다. 사장부터 간부들은 전부 중국인들이고, 연구원이라고 썼지만 사실 생산쪽이구요. 미국 내에서 생물학, 생물화학, 화학 전공으로 졸업한 대학생들이 대학원을 가지 않고 직업을 가질 때 일반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직종입니다. 겉으로 보면 번지르르 해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평범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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