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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4 09:33:47
Name Walk through me
Subject [일반] 보고싶어

예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듣고 아무생각 없이 끄작 거려본 글이네요. 센치한 가을이니까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휘갈긴 글이라 오밤중 병맥이나 하나 따서 새우깡이나 씹을 정도의 맛이 되려나 모르겠네요.

     

헛소리가 길었네요. 즐감하세요(제 글 말고 노래 말이어요~~)

     

     

"어서오세요. 어 휘진씨 오랜만에 오셨네요?"

     

내가 자리를 잡자마자 담배부터 태운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유리씨는 그렇듯 습관적인 인사를 건네며 바로 재털이를 놓는다.

     

"그런가요? 전 유리씨 보러 자주 왔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전하시네요. 어휴 능글맞아. 오늘은 뭘로 드려요?"

"독한거 더블로. 주시고 싶은 거 아무거나."

     

내 표정을 본 유리씨는 알겠다는 듯 조용히 자리를 비운다.

     

"이런 젠장. 라이타가 어디로 갔지?"

     

주머니를 뒤져보는데 라이터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데 아마 친구들과 만났던 고기집에서 라이타를 두고 온듯 하다.

     

"이 참에 담배를 끊어볼까. 하긴 그래봐야 얼마 못가 다시 담배를 찾아 구시렁거릴 게 뻔하니"

     

     

여전히 손님도 별로 없고 한 없이 어둡기만 한 바. 보이는 건 담배연기 뿐이고 들리는 건 음악소리 뿐이다.

     

"어머. 오늘은 왠일이죠? 담배만 꺼내놓고 안피우시다니. 라이타 또 어디다 놓고 오셨죠?"

     

잠깐 딴 생각에 잠긴 사이 유리씨는 내 앞에 데킬라샷과 레몬을 갖다주며 나를 놀린다.

     

"찾는 게 귀찮아서 다리를 달아줬더니 가출했나봐요."

"제가 여기 오고 나서 휘진씨에게 이 말을 정확하게 3번째 듣고 있어요 이쯤 되면 이 레파토리가 지겨울텐데. 이렇게 매번 재미 없어서야 되겠어요?

     

말과는 반대로 웃으면서 라이타를 건네주는 유리씨다. 내가 굳이 여기를 찾는 이유는 술이 맛있다기 보단 유리씨의 말 한 마디를 듣고 싶다는 생각 떄문인지도 모를일이다.

     

"유리씨. 음악 좀 듣고 싶은데 메모지 좀 줘요"

"또 무슨 지지리 궁상을 떨려고. 그러다 가게 손님 다 쫓아 낼 일 있어요."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틀어줘요."

     

유리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내 신청곡을 듣지도 않은체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라. 난 이곡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요?"

     

즐겨 듣긴 하지만 내가 여기서는 한 번도 신청한 적이 없는 곡이 나오자 당황스러워하며 유리씨에게 말을 건넸다..

     

"한 두번 신청해요? 덕분에 제가 이런 음악들 찾아듣는 거 모르세요?."

내가 여기와서 매번 주문하는 건 뻔하다.  Radiohead, Nell을 비롯해서 그 외 몇몇 브릿팝 밴드들.........

     

덕분에 유리씨는 내가 주문하는 레파토리와 스타일을 모조리 외워버렸고 스스로도 찾아들은 듯 했다.

     

"담배 좀 그만 피우고 술이나 마셔요. 저도 한 잔 해도 되겠죠?"

     

유리씨는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냉장고에서 코로나 한 병을 집어들었다.

역시 유리씨다. 자연스럽게 노래를 선곡하면 바텐더에게 술 한 잔 대접하는 게 기본이라며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도 또 그 생각인가요?"

"뭐 언제는 안그랬나요. 매번 그랬듯이 하고, 또 절망하고"

"덕분에 저도 뻔한 말을 하게 되죠.  거기서 끝내라구요"

"누가 모르나요. 알면서 그러는거죠. 모르면 여기 와서 이야기도 하지 않죠 사실 그랬어요. 이번엔 잘 될 것 같다고. 그때는 정말 그랬었는데 막상 지나고 나니 똑같네요. 그녀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는데 저랑 여기만 변하지 않았는 것 같아요."

"여기도 변했어요. 휘진씨도 마찬가지고. 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죠. 한 잔 해요"

     

유리씨는 내 레몬 안주 하나를 슬쩍 하더니 코로나에 집어넣고선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킨다. 난 쓰게 웃으며 어쩔 수 없이 술을 입에 털어넣고 체이서로 마시던 잔을 치워버리고선 담배를 물었다.

     

"그녀를 미워하세요.?

     

무표정하게 담배만 피워대는 나를 보고 유리씨가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아니 이제 미워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그저 나 자신에게 실망할 뿐이지. 상처받기 싫어서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니. 상처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프네요. 여전히..........."

"사람이니까 상처받고 그러는게 아니겠어요. 누구나 다 그렇듯이 말이죠. 한 잔 더드려요?"

     

난 침묵으로 유리씨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한 잔을 더 가져온다.

     

"그렇잖아요. 아프고 아파도 언젠가는 또 사랑할꺼잖아요. 이쯤 되면 내려놓셔야죠.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들기 위해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잖아요."

"알죠. 너무 잔인하리 만큼.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겠네요."

"그렇겠네요. 미안해요 휘진씨"

     

뭐가 그렇겠다는거고 미안하다는 거죠? 라고 물어보고 있지만 입에선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땐 그저 마시는 것 외엔 또 다른 선택이 없다.  그 이유는 그녀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은 없다고 말해도 사실이 아니란 걸 유리씨가 이미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가지고 온 담배가 반절로 줄어들고 수 많은 브릿팝들이 흐르고 나니 다른 손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영업시간 만큼은 칼 같이 지킨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으니 일찌감치 떠난 모양이다.

     

"유리씨. 이제 끝날 시간 아니예요?"

"네. 이제 정리해야죠. 어차피 손님도 없고 저도 한 잔 마시고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면 저도 이제 들어 가야겠네요. 계산해 주세요"

"아뇨 휘진씨, 저랑 이야기나 좀 더 하다 가세요"

"어? 어쩐일이죠. 영업시간 만큼은 칼 같이 지켰던 게 유리씨의 영업신조가 아니었나요? 뭐 저야 좋긴 하다만......"

"저도 가끔은 룰을 깨고 싶으니까요"

     

그러면서 남은 코로나를 들이키고는 데킬라 한 잔을 따른다.

     

"누구나 다 슬퍼요. 슬플 수 밖에 없는게 사랑이고 사람이라 생각해요. 저도 그만큼 상처를 받아왔고 지금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전 휘진씨가 참 미안하고 고마워요."

"뭐가 고마운거죠. 미안한건 또 뭔소리구요?

     

뭔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인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말들이 유리씨 입에서 나온다.

     

"물론 매상올려주셔서 고마운거죠. 호호"

"농담 말고 제대로 말 좀 해봐요."

"그러면 저도 담배 한 대 주고 물어보세요. 급할 거 없잖아요"

"손님 앞에서 담배 태워도 되요? 뭐 저야 상관 없지만"

"오늘은 편히 좀 있고 싶네요. 짜게 굴지 말고 한 대 줘요"

     

유리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건네는 담배를 받고선 불을 붙였다.

     

"저도 사랑떄문에 상처받은 적이 많아요. 그랬기에 사람과 사랑을 쉽게 믿질 못하고 벽을 세웠더니 나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더라구요. 상처받기 싫어서 그랬을 뿐인데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미안해요. 정말 저를 좋아해준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에게도 여전히 전 칼을 휘둘렀어요. 휘진씨 보면 왠지 그 사람 생각이 나서 더욱 그렇구요"

     

"이제와서 미안한가요?"

조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난 유리씨에게 물었다.

     

"이제는요. 예전엔 미안한 마음도 없었어요. 그런데 휘진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조금씩 그 사람이 떠올랐어요. 그 사람도 휘진씨 처럼 괴로워하고 있다는 생각에요."

     

"사실 그녀가 눈물 흘리며 돌아올지도 몰라요. 정말 미안했다고. 그러나 돌아온다 한들 받아줄 자신도 없고 잘 해줄 자신도 없어요. 돌아올리도 없겠지만요. 그저 제 바람은 유리씨가 했던 말을 그녀가 똑같이 느꼈으면 해요. 그거면 충분해요."

     

이 말을 끝으로 둘다 침묵에 빠졌다. 들리는 건 유리씨가 선곡해 놓은 음악 소리 뿐이었다. 난 이 침묵이 싫어 남은 술을 들이키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유리씨에게 말했다.

     

"유리씨, 노래 딱 한 곡만 틀어줄 수 있어요?

"그래요. 이번엔 서비스로 하나 틀어드릴게요. 뭘로 해드려요?'

     

"보드카 레인 - 보고싶어"


 

헤어져 이미 너에겐

뜨거웠던 마음은 없어

헤어져 이젠 할만큼 했어 난

아픔조차 이제는 기뻐

     

보고싶어 너의 눈물을.

죽을 만큼 슬픈 너를.

보고싶어 나 없이는

그저 그런 사람인 널.

     

사랑했던 너였지만.

     

언제가 넌 말하긴 했었지

지나가듯이 이런 사랑은 오래가지 못할꺼라고

     

보고싶어 너의 눈물을.

나를 떠나 행복한지.

보고싶어 나 없이도

늘 그렇게 웃게 될지.

     

미안하게도 난 알 것 같아

     

보고싶어 너의 눈물을 죽을 만큼 슬픈 너를

보고싶어 이제 그만 내게도 돌아와

애원하다가 지쳐 잠이 드는 너를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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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gman[yG]
13/10/24 09:43
수정 아이콘
실화인가요? 잘읽었습니다
Walk through me
13/10/24 11:16
수정 아이콘
약간의 조절은 있었지만 거진 실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3/10/24 09:48
수정 아이콘
뭔가 이상하게 찡하네요 유유
Walk through me
13/10/24 11:17
수정 아이콘
왠지 중2병 냄새가 나서 조금은 부끄럽네요 에헤헤
13/10/24 09:53
수정 아이콘
유리씨랑 사귀게 될줄 알았는데 역시 저는 너무 멍청하네요..
Walk through me
13/10/24 11:17
수정 아이콘
피지알이니까요. 으흐흐흐
13/10/24 10:27
수정 아이콘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기대했던 난...
썩었어...
Walk through me
13/10/24 11:17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는 사치입니다(유부남이 할 소리는 아닙니다만 -_-)
싸이유니
13/10/24 10:41
수정 아이콘
실화겠죠??잘보고갑니다.
Walk through me
13/10/24 11:17
수정 아이콘
네네. 거진 다 실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방학
13/10/24 11:35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한방에 훅~읽히네요.

개인적으로 보드카레인의 음악도 좋아하는데,
유학가고 돌아오고도 충분할텐데 신보 소식은 영 없네요 ㅜㅜ
Walk through me
13/10/24 13:04
수정 아이콘
아쉬운데로 새로나온 주윤하 싱글을 즐겨주심이 어떠한지요
맞춤법좀
13/10/24 13:43
수정 아이콘
글 제목을 보자마자 이 노래가 떠올랐는데, 적중했네요!!

제가 보드카레인의 노래중에 최고로 꼽는 곡이에요. 곡의 분위기도 가사도 정말 좋지요.
Walk through me
13/10/24 14:46
수정 아이콘
조금 뻔했나요. 저도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현실의 현실
13/10/24 14:03
수정 아이콘
미련에게 어쿠스틱버전 전주가 절로 떠올려지는 글이군요 흐흐
Walk through me
13/10/24 14:47
수정 아이콘
미련 투성 찌질찌질이죠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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