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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3 19:49:08
Name 쌈등마잉
Subject [일반] 곰주님의 글을 읽고 떠올린 글 (대선 후기로 썼던 글)
곰주님의 글을 읽고 저도 여러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안은 경북출신으로 집안 어르신들이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입니다.
특이하게도 아버지만이 성향이 조금 바뀌셨지요.

얼마전 작은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집안 외식을 했는데, 정치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국가 부채 말씀을 하시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서 천만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만약 문재인이 됐다면 복지한다고 설치다가 벌써 나라 말아먹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복지 공약을 취소하는 것은 더없이 현명한 처사이고 이것에 대해 비판하는 야당이나 국민들은 이기적인 놈들이라며 욕을 하시더군요.
안철수 이야기도 나왔는데, 순진한 젊은 애들 꼬셔서 자기 권력 챙기려는 놈이라는 식으로 묘사를 하셨고요.
고모부는 뜬금없이 문재인이 노무현 판박이라 사기꾼 기질이 보인다(가능하지 않는 것 빤히 알면서 복지로 국민들 홀린다며)는 이야기도 하시고요.

여하튼 다른 분들도 공감하면서 대화는 일방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저는 옆에서 계속 듣는데 되게 불편했습니다. 대화에 끼어들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집에 왔습니다. 사실 딱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어른과 정치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가 않구나 하는 절감을 또 한번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어른들과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또 부끄러운 경험도 했던 시기는 지난 대선 기간이었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들을 하게 됐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기억난 김에 같이 붙여봅니다. 글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날 작성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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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침에 대선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밀었던 문재인이 떨어지고, 박근혜가 됐지만, 그래도 세금은 훨씬 덜 내겠네."
"동생 위로해줘라."

저희집은 잘사는 편이라 계급적으로는 새누리와 겹칩니다.
전통적으로 골수 한나라당이기도 했고, 집안으로 따지면 여전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회학을 공부하게 됐고, 또 좌파 기독교인이 되면서 성향이 많이 진보적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제 의견을 들으시고 많이 변하셨죠(스스로 느끼신 것들도 많으셨을 것이고).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예수님처럼 산다고 하면 더 내려놓고 함께 더불어 가는 사회를 지향해야지."라고 하시게 됐죠.

실제로 북유럽의 경우, 특히 노르웨이의 역사를 보면- 국가가 무상 교육, 의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을 때 교회가 먼저 무상 시리즈를 제공 해왔었습니다. 북구 복지 모델은 기독교 사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고, 그것은 실제로 국가가 시행하기 이전에 교회 공동체가 무상 시리즈를 해왔던 것이 주요했습니다.


어쨌든,

그리고- 동생을 위로해줘라는 말은 현재 동생은 YTN 돌발영상 팀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폐지 된 줄 아는데, 실제로 아직도 있습니다.
다만, 무한 편집을 당해 거의 결방이 되죠.
아시다시피 사실상 피디와 팀장은 어용이 와있고, 제대로 프로그램이 안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필사적으로 박근혜를 응원하고 밀었고(원래는 이명박계 낙하산), 그 동안 동생은 이런 분들과 함께 있으면서 새누리당과 기득세력을 혐오하게 되었죠. 방송국 분위기를 물어보니 직원들은 참담하고, 소위 꼽혀 온 윗분들은 안도와 축제 분위기라고 하네요.



===

저희집안의 연고는 경북이고, 저는 부산 사람입니다.
큰 아버지는 열혈 새누리당 당원이시기도 하고, 제가 삼성 관련해 경향신문사가 어려워져 구독을 했을 때는 전라도 빨갱이 신문본다고 혼을 내시기도 하셨죠.

부모님의 직업적 특성 때문에 동네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사실, 대화랄까 그런게 잘 안됩니다. 특히 정치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죠. 저도 국개론을 싫어하긴 하는데,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실제로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시죠. 실제로 지난 세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를 세심히 아신다면 그렇게 쉽게 "우리 박근혜", "너 박근혜 안찍으면 배신이다. 빨갱이 찍지마라."(실제 어제 만난 투표소 앞에서 어르신께 들었던 말-물론 아시는 분)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 분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건, 논리적 말로는 절대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 잘 모르는 건 배워야지'하는 마인드를 가지신 소수의 분들과는 이야기가 통하고, 또 저도 많이 배우게 되는데, 애당초 선과 악의 구도, 내편과 적으로 잡고 계시면 대화가 어렵죠, 논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건,
자신들의 세대, 젊은 날의 고생들을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십니다.
자기들이 못 배웠다는 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그런 상태에서 또 젊은 놈이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이 드시니 심기가 불편해지시는 거죠.

박근혜와 박정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몰랐던 부분도 많이 배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객관적 데이터를 떠나
그분들이 느끼는 건 다함께 고생해서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고, 그래서 더큰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역경의 최전방에 박정희가 있었던 것이죠.
하면 된다! 우리도 함께 서로 힘을 모아 노력하면 잘 살수 있다!
이것을 체험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젊음을 희생하면서요.

그런데 이후 세대들이 박정희는 독재자다! 경제성장도 거품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절하를 하면 그것이 박정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자신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으시는 거죠. 그러면서 새파랗게 젊은놈이 뭘 알어?가 되는 거죠.

저는 부모 잘둔 덕에
보수가 되도 나쁘지 않고,
또 좌파 기독교적 양심 땜에 항상 진보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건 서로 힘을 합쳐서 부당함과 기득세력과 싸워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들끼리 다투고 싸워서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세대별로 다투는 것을 많이 보고는

문재인보다 귀한게 당신들 부모님이고,
박근혜보다 소중한게 당신들 자식이라고-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는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말을 잘 못해 별로 효과가 없었을 것 같긴하지만, 심정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이죠.

정부와 국회는 대의의 장치일 뿐이고, 누가되든 결국 중요한 건 국민들이 서로 힘을 합쳐 부당거래와 불의와 싸워야하는 건데 말이지요.
쉽진 않은 것 같습니디만.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느꼈던 점들인데, 혹여 제가 말실수를 해서 기분 나쁘게 받는 분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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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으
13/10/23 20:04
수정 아이콘
전에도 잘 읽었고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키니나리마스
13/10/23 20: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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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박정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몰랐던 부분도 많이 배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객관적 데이터를 떠나
그분들이 느끼는 건 다함께 고생해서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고, 그래서 더 큰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역경의 최전방에 박정희가 있었던 것이죠.
하면 된다! 우리도 함께 서로 힘을 모아 노력하면 잘 살수 있다!
이것을 체험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젊음을 희생하면서요.

그런데 이후 세대들이 박정희는 독재자다! 경제성장도 거품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절하를 하면 그것이 박정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자신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으시는 거죠. 그러면서 새파랗게 젊은놈이 뭘 알어?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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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의 들보라고 젊은 세대는 본인들이 윗 세대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둔감한 것 같습니다.
쌈등마잉
13/10/24 14:34
수정 아이콘
인터넷 상이나 혹은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면 기성세대를 손쉽게 정리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이를테면 고지식하고 아집스러운), 막상 어른들에게 듣다보면 자신의 경험적 맥락과 그에 따른 판단들이 있고 그것은 그렇게 단순하다고 보기 힘들겠더라고요. 그 시절을 책으로만 만나는 저게 느끼지 못하는 요인들, 그 세대들의 감성들도 있고요. 묵묵히 듣는일이 힘들긴 하지만, 그 속에 느끼는 바는 있었어요.
키니나리마스
13/10/24 16:02
수정 아이콘
네, 그리고 젊었을 때의 손쉽게 정리해버리는 경향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지못하면 나이를 먹을 수록 그게 고집이 되고 아집이 된다는 걸 알아야하지요. 그걸 모르면 스스로가 자신이 비판하던 그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거죠.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 라는 말이 먼 옛날부터 있어왔던 말인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그 요즘 애들이 커서 똑같은 어른이 된다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지금의 젊은 세대가 그 점을 망각한다면 똑같은 기성세대가 될 겁니다.
크리슈나
13/10/23 20:38
수정 아이콘
박정희의 허상에 대해서 아무리 얘기한다한들 직접 그 시대를 겪은 분들에게 그런 말이 와닿겠습니까.
실체가 무엇이든 그 당시 본인들이 바라보고 행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고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말입니다.

전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어서 좋은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청산함으로써 오히려 과거 시대의 한 막이 아예 끝난다고 할까요?
차라리 빨리 대통령이 되어서 이 시대의 한 막을 깔끔하게 내려주는 것도 낫지 않나 싶습니다.

윗세대에게 중요한 것이 논리보다 경험이라면,
아버지를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를 다시 부흥으로 이끌 것이다라는 막연한 환상과 기대감이 실체화되었으니,
그에 대한 답이 5년 후에 나올 것이고, 그 결과가 경험이 되어 국민들이 또 다른 방향으로 변모해 나가지 않겠습니까.

뭐 물론 당장이야 바뀌지 않을수도 있겠지만...길게길게 봐서 우리가 지금 답답해하는 우리 부모님의 나이가 된다면...
아마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로 많이 바뀌어있지 않을까...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은 민주화를 향한 깊디깊은 계곡을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거겠죠.
(뭐 물론 바닥이 어딘지는 모르겠습니다...솔직히 전 이명박이 대통령 되었을때 어쩌면 이 정권이 끝나면 계곡의 바닥을 보지 않을까 했는데...아직은 바닥이 아닌거 같군요.)
쌈등마잉
13/10/24 14:36
수정 아이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음 대선에는 또 어떤 판세가 될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물론 그전에 박근혜 정부을 겪어가야겠지만요.
13/10/23 20:39
수정 아이콘
김대중이 아직 대통령이 아니었을 때 학기중엔 보수야당 자폭하란 말을 입에 달고 살던 pd선배가 방학 때 고향 광주만 내려갔다오면 김대중지지자가 되서 올라왔었죠.
실제 투표에서 김을 찍었는지 권을 찍었는지 저는 알도리가 없어요.정치는 입체적인 것 같아요. 정치 때문에 가족과 갈등하는 이런 오쟁이짓도 없어요.
13/10/23 20:42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한 번 올리신 글인가요? 데쟈뷰 같은 느낌이...

부모님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 부모든 자식이든 머리가 큰 이후라면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게 필요할 것 같더군요.
수십년의 세월을 통해 새겨진 세계관인데 이게 바뀌려면 엄청난 충격의 큰 사건이 있지 않는 한 그 세월 만큼의 또다른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런데 실제로 대화를 하는 건 일년에 한두시간 하기도 힘듭니다. 그 짧은 대화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겠죠.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어머니는 경상도지만 항상 자식들 부탁으로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번만큼은 아니더군요.
물론 이번에도 선거 전에 몇번씩 전화를 드려서 부탁을 했었는데 말로는 암 그래야지 하시고서는 당일날 기쁜 마음으로 박근혜를 찍었답니다.
그러고선 박근혜 당선 되고 나니까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더군요.
정말 엄마가 이렇게 기뻐하던 때가 요 근래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셨습니다.
그 모습 보고 잘하셨다고, 박근혜 찍어서 엄마가 행복하다면 그게 잘한 거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생각을 바꿀 수는 없고 그냥 부탁을 드릴 뿐이죠. 못들어 주겠다 하면 할 수 없는 거구요.
쌈등마잉
13/10/24 14:40
수정 아이콘
네. 대선 후기로 올렸던 글이에요.

저도 이번에 어머니께서 박근혜가 당선되어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요즘도 티비에 나올 때마다, 어떻게 여자가 저렇게 당돌하고 멋있을까, 하시면서 칭찬하시고. 그럴때마다 저도 옆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서 훗날 칭창받는 위인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얘기하곤 하죠.
13/10/23 21:0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본문도 그렇고 적누님 댓글에도 쓰여있듯이, 정치 때문에 가족과 싸우는 건 진짜 뻘짓이라고 생각합니다.
13/10/24 01:2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봤습니다.

문재인보다 귀한게 당신들 부모님이고,
박근혜보다 소중한게 당신들 자식이라고

에구. 생각의 깊음에 오늘도 또하나 배우고 갑니다.
펠릭스
13/10/24 01:4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한나라당에 당비를 냈었지요;;;;

후새드. 오프에서 전 정치따위는 관심없는 한낱 소시민일 뿐입니다.
물론 절 아는 사람은 저게 일반인 코스프레라는걸 다 아는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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