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른쪽 눈은 피멍이 들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김현우선수보다 훨씬 심각했다. 눈은 아예 뜰 수가 없었으며
한쪽눈 아래부터 위까지 피멍은 물론 코를 넘어서 다른쪽 코 옆에 있는 부분까지 피멍이 있었으니까.
그리고는 내 눈을 보시는데. 일단 내 눈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부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만약 안구파열이나 망막손상이 있었으면 바로 수술을 받고 했겠지만.
'지금 안정을 취하셔야하고 저희가 잠시후에 뵙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동식 침대에 있는 내 심정은 평안 그 자체였지만 왜 거기 왔는지 스스로 짜증이 날 뿐이었다.
후에 알아봤지만 과다출혈로 1.5리터 이상의 피를 쏟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한다.
또 안와골절 광대뼈골절 안구함몰 광대뼈함몰 등 이상이 와도 아주 큰 문제가 있다고 하네.
의사분과 간호사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한 분이 오셨다.
곧 응급실로 오셔서 치료 검진비가 과할 수 있지만 현재 287000원으로 입원을 권유하셨다.
또 계속해서 보호자의 전화번호를 요구한다. 그건 필수사항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지금 내 상태는 안경도 없고 지갑도 없고 신발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열쇠도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우리 부모님 연락처를 모르는건 말도 안된다.
'없어요. 제가 사고를 당해서 이렇게 왔네요.'
겁이 났다. 내가 어떻게 되기 보다는 내 상태와 내가 사는 집 상태를 보고 우리 부모님께서
쇼크를 받으실까봐. 그다지 먼 곳은 아니지만 자식이 그런 상태로 응급실에 누워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 부모님 마음은 어떠실까...
그리고 내가 쏟았던 피는 턱에서 났던 피였고 한마디로 넘어진 거였다.
눈 검사하기 이전에 간호사분께서 거즈로 거길 덮어주셨고 피를 손수 닦아 주신거였지.
만약 그때 자고나서 이후로도 피가 계속 나왔다면 난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내 몸 안의 것들이 죽어라 싸워서 그걸 정리를 하고 그 전에 피를 멈추게 했었던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치료 거부를 하고 나는 나왔다. 아직 술이 깨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지인들한테 이야기를 했지만 응급실 가서 치료거부한건 처음 봤다고.
응급실 대기실 의자에 누워서 좀 있었다. 지독하게 졸렸으니까.
거기 전화받는 상담자분들이 나보고 깨라고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고.
아까 112 대원분이 말씀해주셨는데 별일없으면 데려다 주겠다고.
그 말을 했다. 병원측은 그러면 112 혹은 119에 전화를 하시라고.
전화기를 주네. 112에 전화했더니 이건 이런 완전 민폐도 없다.
정말 너무나 바쁜 분들께 '저 좀 데려다줘요.'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119는 더 친절한 말씀으로 '그 부근께 가는 차량이 있으면 도와드리겠지만 없네요.'
그리고 그 병원 응급실 전화받는 사람들은 아무말도 없었다.
'이 정도 기회를 드렸으면 스스로 해결을 해야죠.'
'먼저 택시를 타고 가서 결제를 하시는 쪽으로 하셔요,'
'아 이 근처에 큰 경찰지구대가 있으니 거기 한번 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저기 손을 좀 씻고 싶은데 화장실은 어디있나요.'
손을 씻고 나오면서 그때서야 처참한 내 몰골 전체를 보게 되었다.
눈 주위는 보라색 피멍이 아주 진하게 마치 팬더처럼 있었지.
또한 어제 입었던 내 옷이 아니라 윗도리는 다른 옷이었고
바지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채가 아닌가. (다행이 어두운 바지라 티는 많이 안 났다.)
앞에도 말했듯 내 수중엔 집열쇠 지갑 휴대폰 심지어 신발 안경도 없고 막막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지구대 위치를 묻고 거기 있는 물을 한잔 하고
(사실 한잔이 아니다 엄청 들이 부었다 내 생애 그렇게 목이 탄 적이 있었나.')
후에 알았지만 만약 과다출혈로 수술대에 오를것 같은 예감이라면 절대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지혈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터벅터벅 병원을 나오는 순간 햇빛의 밝음에 깜짝 놀랐고 그 처참한 몰골로
미쳤지 옆에서 담배피는 분들께 담배를 얻어피우러 다가갔다. 다들 쳐다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쩌다 이렇게 오게 되셨어요.' '폭행사건인가요?'
'아뇨 술먹고 넘어졌네요.' 믿지 않는 눈치다. 하긴 내가 생각해봐도.
자 이제 약 10분정도 걸어가야한다. 어제 먹은 술도 안깼고 정신은 몽롱하다.
(요즘 의사분들 많이 보이시는데 혼날것 같은 이 싸한 기분은;;;)
나머진 다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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