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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5 15:53
난공불락같이 여겨지던 병이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치료제가 나오면서 결국 완치의 길로 들어갈지 궁금합니다.
고통받고있는 에이즈 환자들의 희망이 되길 기원합니다.
13/09/25 16:04
(유게에서도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초치는 것 같아서 거시기하긴 하지만,
딱히 에이즈 정복이라고 보기에는 갈 길이 멀지 않나 싶습니다. 에이즈 치료 임상을 거친 것도 아니고... 기사에서는 '발랐더니 에이즈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라고 나오는데, 실험실에서야 그랬겠지만 실험실이니까 그런 실험이 가능했던 것이죠. 본래 에이즈 감염세포는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바르는 게 아니고 복용이나 주사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겁니다. (본문에 나온 실험으로 보자면, 발이나 피부에 바르는 걸로는 효과를 볼 수가...) 그런데 무좀약은 원래 바르는 용도였기 때문에 복용/주사용으로 전환하려면 약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겁니다. 이미 FDA 승인을 받았다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이게 원래는 '고작' 무좀약이었기 때문에 더욱 센세이셔널한 것 같은데, 사실 그동안 에이즈 치료약이라고 이목을 끌었던 건 많이 있어왔죠. 아직 에이즈는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단, 여러모로 흥미로운 소식인 건 분명하네요. 흐흐 p.s 작년 말에 국내 연구진의 유력 연구결과라고 나온 기사가 있네요. 한 번 비교해서 읽어보셔요.^^ http://m.hankooki.com/m_hk_view.php?WM=hk&FILE_NO=aDIwMTIxMTI5MTk1OTM2ODQ1MDAuaHRt&ref=
13/09/25 16:08
본문에 썼지만, 기사 자체가 과장이 많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에이즈는 '난치병'이긴 해도, 이미 많이 극복된 상태이고 앞으로도 완전 극복 가능성이 높은 병이라는 점 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13/09/25 16:13
오히려 그래서 저는 이 기사에서는 '재미' 이상의 가치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미 에이즈 극복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아직 1차임상조차 거치지 않은 치료법(게다가 기상천외한! 물론 기상천외해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기사에 일희일비할 단계는 아니지 싶어서요.
현 시점에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 생각해보면 사쿠라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 않나...
13/09/25 16:05
논문을 보니 ex vivo 연구로 생체 외에서 이루어진 연구이기 때문에 아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인용하신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는데. "보도는 이 연구결과가 환자대상의 추가실험으로 이어져야 하겠지만 발에 연고를 바른 결과만으로 에이즈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 무좀약을 발라 에이즈바이러스박멸치료를 한 후 연고바르기를 멈추어도 HIV가 다시 생겨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한번 치료하면 에이즈바이러스 추가 발병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건 완전히 오역입니다. 그에 대한 원문은 "In a study performed at Rutgers New Jersey Medical School, not only does the drug Ciclopirox completely eradicate infectious HIV from cell cultures, but unlike today's most cutting-edge antiviral treatments, the virus doesn't bounce back when the drug is withheld." 이 내용을 번역한 것 같은데, Ciclopirox를 사용한다는 말만 있지, 이 문장 중 어디에서 발에 연고를 바른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무좀 연고제이니 막연히 바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번역을 저런 식으로 했나본데, 기사라고 하기 부끄러운 수준의 오역이죠. 어쨋든 연구 자체가 임상 시험은 커녕 동물 시험도 아닌 생체 외 연구인데 바르니 뭐니 할 것도 없습니다.
13/09/25 16:34
둘다 불치고(..) 최근에는 입술에서의 2형, 성기에서의 1형도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헤르페스는 사실 이제는 조절이 잘 되는 질환이라 극심한 불치병이라고 불리긴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그와 별개로 '완치'를 노려볼 수 있을까는 회의적이네요.
13/09/25 16:42
헤르페스 자체가 상당히 만연한 병인데다가 옮긴 것에 비해 피해가 극심하지 않고 누구한테 옮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헤르페스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사례가 많지 않을 거라고 보는 이유지요.
13/09/25 16:07
시판이 되길 기다리고 말고 할거 없이 지금도 한국에서 ciclopirox성분이 들어있는 무좀약은 엄청나게 시판되고 있습니다.
http://health.naver.com/drug/list.nhn#%7B%22medicineName%22%3A%22%22%2C%22ingredientNames%22%3A%22%EC%8B%9C%ED%81%B4%EB%A1%9C%ED%94%BC%EB%A1%9D%EC%8A%A4%22%2C%22manufactCompanyName%22%3A%22%22%2C%22welfareCode%22%3A%22-1%22%2C%22insureCode%22%3A%22%22%2C%22speciality%22%3A%22all%22%2C%22effect%22%3A%22%22%2C%22tab%22%3A%22_detail%22%2C%22page%22%3A1%2C%22isSearch%22%3A%22yes%22%7D
13/09/25 16:09
어디 지나가는 글을 보니 이 약이 에이즈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는 말도 나오던데, 그 또한 오역입니다. 원래 무좀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약이기 때문에 향후 임상 시험 과정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이지, 이 약 자체가 에이즈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을 상황도 아직은 아니며,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이 논문이 실린 저널도 임팩트가 낮아 보이고, 연구 자체도 아직 생체 외 연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약이 실제 에이즈 치료에 쓰일 가능성은 아직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직은 수많은 에이즈 치료제 후보 물질 중 하나일 뿐입니다.
13/09/25 16:10
찾아보니 딱히 새로운 연구도 아니고 무려 1990년에 비슷한 말이 나온적이 있네요 --;
http://www.ncbi.nlm.nih.gov/pubmed/2139871
13/09/25 16:18
다시 보니 지디넷에서 쓰여진 기사의 제목이 "에이즈 치료 되는 무좀약...FDA승인"이로군요. FDA 승인이야 무좀약으로 승인된 것인데, 마치 에이즈 치료제로 승인된 것처럼 써뒀네요. 영어로 된 다른 기사 오역에... 총체적 난국입니다.
13/09/25 16:21
개인적으로는 이런 호들갑 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걸 넘어서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기사들은 에이즈 환자분들/환자 가족분들께는 요~물! 요물! 같은 존재라서, 하나씩 나올 때마다 그 분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할 겁니다. 그러다가 사쿠라인 걸로 드러나면 그 분들의 상심은 더욱 커지게 되겠죠. 게다가, 절박한 분들이 많으실테니 아마 약국에 달려가서 현재 시판되는 (성분이 유사한) 무좀약을 사서 발라보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왜냐면 기사가 그런 뉘앙스로 쓰여 있으니까요. (심지어 먹어보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13/09/25 16:27
의학 분야나 식품 분야는 소비자(환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실제로 몸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보니
선입견 등이 작용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언론에서 이를 올바르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조회수 뽑아내기 바빠서 더 조장을 하고 있으니 원... -_-;;
13/09/25 16:32
다른 사이트에서도 얘기 나왔지만 유력한 치료제가 나온게 아니라, 유력한 성분이 나온 겁니다. 현재 나온 실험 방식은 시험관, 그러니까 HIV 바이러스와 약을 접촉시켜서 나온 반응에서 좋은 효과가 나왔음을 시사하는 연구입니다. 사람에게 쓰인다면 아마도 정맥 주사, 그리고 경구 제재의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투약 방식을 취해야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2008년부터 이야기나왔고 2009년부터 페이퍼가 발표됐는데, 모두 분자생물학 수준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미원의 주 성분인 글루타민이 고농도에서 신경세포의 이상작용을 유도할 수 있지만, 실제 사람이 먹을 경우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데 이 간극만큼의 차이가 이 글에서 다루는 ciclopirox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몇몇 과학연구자들이 좋아할 소재지만, 실제 의사와 환자가 좋아할 소재가 되기에는 거리가 상당히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FDA 승인의 허구는 위에 Dornfelder님 리플에 잘 나와있고, 약품의 승인은 효과보다는 부작용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부작용 컨트롤은 이미 잘 되어있기 때문에 시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실제 이 약이 효과가 탁월하냐=표준치료가 될 것이냐는, 현재의 표준 치료와의 비교 연구가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이 약에 대한 다기관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며, 비교 연구가 준비 중입니다. 그 결과가 나와봐야 압니다. 참고로 에이즈 치료제로도, 기타 다른 치료제(항암제 등)로도,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이 정도 성과를 보였으나 실제 치료약이 되지 못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치료제로는 볼 건덕지가 없습니다 최소한 비전문가 사이에서는.
13/09/25 16:36
위에도 말했지만, 아무리 이번 연구가 진퉁이라고 해도 바르는 걸로는 거의 효과를 볼 수가 없습니다. 해당 물질과 에이즈 감염세포를 직접 만나게 해준 게 실험실에서 한 실험인데, 인체에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려면 '바르는' 게 아니고 먹거나 주사를 놓거나 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그 무좀약을 먹으면 에이즈가 치료되는 말도 안되는 숨은 효능이 있었다고 해도, 무좀약을 먹어본 사람이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아마 어쩌다 먹어서 에이스가 나았어도 무좀약 때문이라고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른 에이즈 치료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면 했지...
13/09/25 16:56
예 뭐... 아직은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지 싶습니다. 이걸 현실성 있는 내용으로 만들기 위하여 많은 생명과학/의과학 대학원생들이 젊음을 바치겠죠.ㅠ_ㅠ
님들아 화이팅!
13/09/25 16:59
연구실이면 범생물학계열(생물학, 화학, 생화학, 생명공학, 약학, 제약학...)의 대학원생들이 갈리고, 병원에서의 환자 대상 실험이면 레지던트가 갈립니다. 고로 의대생은 연구에 갈릴 일이 없습니다(..)
13/09/25 17:04
의대생님/의전원생님들은 현존하는 의학지식을 최대한 머리속에 집어넣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생이 충분히 헬오브지옥이시기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실 수가 엄습니다.ㅠ_ㅠ
13/09/25 17:09
제가 쿠마님 모교 학생과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제 판타지 어쩌실 건데요(..) 라지만 어차피 거기 나온 친구가 여럿 있어서 페일.
13/09/25 16:43
한약을 못믿는다는분들도 많으시던데 양학도 간단한 화학식인 아스피린조차 그오랜세월써왓으면서도 신 효과발견되는거보면 알다가도모를거같네요
13/09/25 16:44
그렇게 마냥 환원시키기에는, 정도의 차이가 상당하죠. 어헣어헣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헬스카레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 허현회 씨가 이런 맥락에 기초해서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갈고 닦은 헛소리들을 마음대로 떠들고 다니는데, 뭐... 웃음만 나오죠.
13/09/25 16:54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특정 효소를 억제하면서 효과를 내고 그게 '소염 작용'과 연관이 있다는 건데, '염증'반응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포괄적이고 다양한 작용을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스피린의 효능이 엄청나게 다양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겁니다. 스테로이드 제재가 온갖 질환에 쓰이는 것과 같죠. 한약의 경우는 보통 성분의 다양성에 의한 '통제되기 어려운' 효과의 문제로 좋은 의약품이 되기 어렵고, 기본적인 임상 실험을 통과한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13/09/25 18:14
신 효과가 발견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봐야지 않을까요. 기존에 알던 것과 다른 뭔가가 있을 때 서로 교류하고 확인해볼 수 있는 루트와 방법이 있다는데 가치가 크다고 봅니다. 그게 과학이고요. 한의학 얘기가 나오는건 그런 면이 부족해보이고, 믿기 힘들다는 거고요.
13/09/25 18:16
무좀약으로 FDA 승인이라고 해도 경구복용했을 때의 부작용까지 검토되진 않았을 것 같네요. Ciclopirox의 대사산물에 대한 보고가 얼마나 있을지..?
13/09/25 18:27
위에 좋은 말씀 많으신데 사족을 좀 달아보자면... '무좀약' 이 에이즈에 듣는다고 그냥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좀약은 바르는 크림이고 에이즈 감염은 몸 안의 세포에 감염된다는 거죠. 그것도 전신적으로 퍼져있는 림프구에 감염되다 보니, 혈액 안에 약효가 돌아댕겨야 될텐데, 거기다가 아무거나 넣으면 당연히 큰일납니다. 에이즈 세포 죽이기야 하겠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른 세포들도 엄청 손상을 입거나 하겠죠.
레지엔님 말씀대로 분자생물학적인 면에서 효과를 잘 보였으나 시판되지 못한 약은 수두룩하고, 부작용 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는 조건이 좀 달라서 아얘 약효 자체가 잘 안들어서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더 위에 dornfelder님 댓글 중 ex vivo란 말이 '생체 외부' 로 그런 비슷한 내용이구요. 미국 사정을 제가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FDA 승인이란 건 '약효가 좋다' 보다는 '인체에 별 해가 없거나 약으로 얻는 이득이 손해 보다는 크다' 정도의 뜻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냥 FDA 승인 받았다고 해서 좋은 약은 아니고 나쁜 약은 아니다 정도로 해석하는게 좋다는 거죠. 그리고 애초에 기사 자체는 dornfelder님 지적대로 뻥이라고 볼 수준이긴 하구요. 흥미로운 얘기는 맞습니다만.
13/09/25 18:31
제가 알기로 FDA건 식약처건, 효능은 제출자의 소명 자료로 상당 부분 대체가 되지만 부작용은 심사 기준에 맞는 임상 실험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걸로 압니다. 말씀하신대로 효능보다 부작용 컨트롤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래서 신약이건 기타 의약외품이건(화장품, 건기식 등등) 인증받았다라는게 효과를 인증했다의 기준으로 불충분하죠.
13/09/25 18:41
다 좋은데 투고 저널이 하필 PLOS ONE(...). NEJM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논문을 얼마나 급하게 썼으면 저런 데 올렸나 싶습니다
13/09/25 19:49
논문 자체도 "나 논문 냈다~" 정도의 의미 밖에 없는 수준인데
기사까지 "나 기사 냈다~" 수준이니 크크크 어쨌던 다 사실이라는 상상을 한다면 인류에게는 축복을, 제약업계에는 재앙이 되겠네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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