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작에 썼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네요 ㅠㅠ 그렇다고 대충 보고 쓸 수도 없었고; 이제야 올립니다 ( __)~
조선왕조실록, 정말 찬양하고 또 찬양해도 아깝지 않죠. 사관들은 당대의 사건과 대화, 왕의 명령들을 목숨을 걸고 기록했고, 그건 왕조차 건드리지 못 했습니다. 에 뭐 왕 대접 못 받는 인간 하나는 건드렸지만요 - -a 사관들이 그냥 별나서 그랬겠습니까. 왕부터 시작해 그 시대의 유학자들이 그 가치를 절대적이라 여겼기에 그런 사관들이 나온 것이죠.
이후 실록이 국역되었고, 데이터베이스화 되었으며, 이젠 인터넷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이 역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축복이죠. 이전에는 필요한 부분을 찾기만 해도 크나큰 성과였는데, 이젠 컴퓨터에 앉아서 검색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다가가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어렵고, 양이 너무 방대하거든요. 왜곡도 쉽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쭈루룩 고르면 되거든요. 바다 같이 방대한 실록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쉬울 리 있나요. 그나마 궁에서 일어난 일들은 찾기 쉽습니다. 그것만 주구장창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궁에서 멀어질수록,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신분이 낮아질수록 찾기는 더 어렵죠. 결국 실록은 지배층이 남긴 기록이니까요.
+) 직접 책을 인증하고 싶은데 ㅠㅠ; 잘 찍힌 거 나오면 올릴게요.
[조선백성실록]은 그렇게 찾기 어려운 이들, 하지만 당시 분명 살아있었고 국민의 대부분이었던 백성의 이야기들을 엮은 책입니다.
찾기 어려워도 역시 실록인 걸까요. 나라 곳곳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조정에 올라왔고, 기록됐습니다. 백성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그에 대한 지배층의 반응과 대처를 볼 수 있네요. 그냥 흥미롭거나 황당하다 할 만한 것들도 있겠습니다만 역시 대다수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입니다. 하긴 나랏님 귓속까지 들어갈 정도의 사연이 어찌 가볍겠습니까. 그리고... 그냥 옛날엔 저랬구나가 아니라 지금도 주변에서 들을 수 있을 이야기들이 많죠.
책은 주제를 5개로 나눠 각 주제별로 짧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짧지만 가벼울 순 없죠. 그 하나하나가 당시 조선의 문제였고, 민초들의 고통이었으니까요. 이야기 끝에는 현대 우리의 모습에 비춰보고 있구요.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만,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은 그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도 고쳐질 수 없는 게 이렇게 많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뭐 그래도 조정에서 해결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거나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거나 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거겠습니다만.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건 세종대왕이 많이 보이는 게 함정이군요 ^^;
제가 흥미롭게 봤던 걸 소개해 보자면...
1부 - 조선판 종말론
종말론은 정말 어디 가서도 빠지지 않군요. ㅡ.ㅡ; 전근대시대에 나라에서 종교를 제어하려고 한 게 이해가 갑니다. 특히 신흥종교일수록 반정부적이고 어떤 내용으로 빠지지 모를 테니까요. 백성들을 또 얼마나 끌고갈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그런 게 있다는 것 자체가 살기가 참 팍팍했다는 거겠죠. 세상이 바뀐다는 말에 귀가 끌릴 정도로요.
2부 - 발을 자를까? / 이마에 새긴 글씨
범죄자의 처벌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도 정말 어려운 문제죠. 어쩔 땐 이게 맞다 싶은데 정작 끔찍한 사건 보면 다른 생각 들고... 생판 남이 피해 입을 때랑 아는 사람이 피해 입을 때랑 느낌이 또 다르고... 어렵군요.
3부 - 북방 개척
북방 개척 얘기가 여러 편에 걸쳐 있습니다. 남도의 백성들을 북도로 끌어올리는 사민정책, 나라를 위해선 꼭 필요한 거겠습니다만 끌려가는 백성들에겐 그저 지옥이죠. 뿌리 깊은 나무에서 똘복이가 위에서 세종 칭찬만 들었다 하는데 설마요. 죽일 놈 죽일 놈 소리 들었겠죠.
... 답은 뭘까요? 특히 함경도 쪽은 한번 공부해 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조선이 일어난 땅이면서 차별받은 곳, 북에선 여진족이 귀화하고 남도 사람들이 올라와서 어우러진 곳이요. 임진왜란 때의 모습도 참 특이하던데...
4부 - 조선판 주홍글씨 '자녀안'
4부는 전체적으로 그 당시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뭐 다 씁쓸씁쓸하죠. 그나마 이 이야기는 조선 전기인데 말이죠. 더 후대로 가면 본문에 나온 '한 지식인의 절규'도 보기 어려워지니...
5부 - 가족을 찾아 조선에 오다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죠. 가족 찾아 외국인이 온 건 좀 특이했고, 결과가 훈훈해서 기억에 남네요.
그럼, 역시 실록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며, 실록 구석구석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주신 자이체프님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