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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들은 위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다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연휴를 쉬며 글을 쓰고 올리고 싶었지만 감기에 지독하게 걸렸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기에 걸린채로써서 그런가 글이 제대로 안써지더군요. 재미없을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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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멀리서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탄식한다.
몸에 잘 맞는 하얀 셔츠와 핫팬츠, 분홍색 단화는 그녀가 카페에서 입던 밋밋한 옷들과 다르게 그녀를 한층 더 예쁘게 만들었다. 거기에 일할 때 항상 묶었던 머리는 풀어서 걸을 때마다 조금씩 찰랑거렸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나요?”
어느새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아니에요. 저도 이제 막 왔어요. 그리고 딱 정시에 오셨는데요.”
약속 시간 정시에 왔는데도 미안해하는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한국 사람들이 다 이와 같은 심성과 시간관념을 가졌다면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사소한 부분에 감격스럽다.
하지만 감격하는 것도 잠시, 이런 첫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어색하지 않게 말을 잇는 것이다. 물론 주찬이의 말이다.
“식사 아직 안하셨죠?”
“예.”
“그럼 우리 밥부터 먹어요. 어떤 게 좋으세요?”
“음.”
잠시 고민에 빠지는 그녀. 아마 선뜻 뭔가를 골라서 먹자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꽤 소개팅도 해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여자들을 만나봤지만 먼저 뭘 먹자고 말했던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사실 내가 여자여도 아무거나 먹자고 했겠지.
“치킨에 맥주 어때요?”
응?
“네?”
“치킨에 맥주요! 치킨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녀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쪽은 뭐가 좋으세요.’ 따위의 말들을 예상했는데 반전이다. 갑작스러운 반전에 미리 알아두었던 파스타 집은 머릿속 구석으로 치웠다.
“좋죠! 치킨에 맥주!”
치킨으로 메뉴를 정한 뒤, 학교 근처에 맛있기로 유명한 ‘쿵닭닭’이라는 치킨 집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아무래도 학교 근처라는 게 조금 신경 쓰였지만, 괜히 나 때문에 먼 곳까지 걷게 하긴 미안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게 안에는 아는 얼굴이 없었다. 나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고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매운갈비 맛이 진짜 맛있어요. 괜찮아요?”
“네.”
“여기 매운갈비 맛 하나 주세요.”
메뉴를 주문하고 나자 정적과 동시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당연히 뭐라도 말을 꺼내서 이 어색함을 없애야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무슨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막막했다.
“저 되게 놀랐어요.”
아무 말이라도 꺼내려는 찰나, 고맙게도 그녀가 먼저 어색함을 깨뜨렸다.
“네?”
“갑자기 번호 물어보셔서요.”
그녀가 혀를 쓱 내밀며 싱긋 웃어보였다. 웃을 때 슬쩍 볼에 패는 보조개가 무척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놀랐어요. 번호 알려주셔서. 남자친구 없으신 거죠?”
대답하면서도 너무 직관적인, 속내가 드러나는 물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번호를 물어본 바다. 빙빙 돌리거나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
보다 직선적이고 적극적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네.”
없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묘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괜히 실없이 웃음도 나고.
“근데 실은 굉장히 고민했어요. 번호 알려줄지 말지.”
웃고 있던 내게 그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내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걸까.
“왜요?”
웃음기를 지우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발 억지로 알려준 것만 아니기를.
“음. 그러니까 그게 닮았... 음 아니에요.”
“?”
그녀는 살짝 도리질하며 싱겁게 말을 흐렸다. 잔득 긴장하며 준비하고 있었던 나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뭔가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다.
“혹시 정말 거절을 잘 못하셔서 억지로 번호 알려주시고, 오늘 나오신 거예요? 그런 거면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그래. 인정한다. 지금 한 말 굉장히 노골적인 발언이라는 것.
하지만 만약이라도 그녀가 거절하기 어려워서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이라면 참을 수 없다. 애초부터 시작을 안했으면 안했지.
솔직히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무엇이든 시작, 아니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까. 조용히 숨을 죽이고 그녀의 입에 집중했다.
“아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거절을 잘하는데요. 억지로 번호를 알려줬다면 오늘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 걸요?”
손사래 치며 말하는 그녀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하마터면 ‘휴’하고 크게 한숨을 쉴 뻔했다. 간신히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며 속으로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다행이네요.”
속으로는 안도와 함성으로 난리가 났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제가 얼마나 거절도 잘하는데요?”
“진짜요?”
“그럼요. 친구들이 주는 커피도 잠 안온다고 안 마시는걸요?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풉!”
마치, 거절했던 기억을 일부러 찾아내는 것 같은 모습이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 진짠데? 왜 웃어요?”
“그냥요. 재밌어서요. 일부러 거절했던 기억 다 안 끄집어내도 돼요.”
“아! 들켰어요?”
그녀가 몸을 움츠리며 키득거렸다. 서로 마주보며 유쾌한 웃음을 교환한다. 그 사이 주문한 치킨이 등장했다.
“주문하신 매운갈비맛 하나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꽤 예쁘지만 무뚝뚝한 표정이 인상적인 여자 알바생이 투박하게 식기와 치킨을 투척하고 사라졌다.
“와 맛있겠다.”
치킨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다시금 동그랗게 커졌다. 정말로 치킨을 좋아하나보다.
“치킨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뭐 먹을지 물어봤을 때 치킨을 외치는 여자는 처음 보거든요.”
“네! 진짜 진짜 좋아해요. 매일 먹어도 얘는 안 질릴 것 같아요.”
그녀는 대답하며 포크로 순살 하나를 쿡 찍어 올렸다. 이윽고 망설임 없이 한 입에 치킨 한 조각을 삼킨다. 꽤 조각의 크기가 커서 그녀의 한 쪽 볼이 툭 튀어나왔다.
귀엽다. 먹는 모습마저 예쁘다.
“안 드세요?”
“먹어요!”
그녀를 따라 치킨을 집어 든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맛있게 치킨을 흡입하는 그녀를 힐끗힐끗 바라봤다.
그렇게 그녀를 처음 만날 날. 치킨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조심스럽게 알아가고 있었다.
21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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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