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A)를 만났다
나름 작고 귀엽고 아담한 그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그녀가 크리스마스 얘기를 꺼냈다
"내가 저번에 크리스마스때 보낸 카톡있자나"
"너 나한테 크리스마스때 연락한 거 없는데????-_-;;;;;;"
"먼소리야? 얘들한테 다들 보냈는데?"
우린 각자의 핸폰을 확인해보았고
역시나 그녀는 나한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었다
"왜 너한테 안보냈지? B C D E F G한테도 보냈는데?"
"글세 -_-;;;; 그걸 나한테 물어봐서 어떻하냐 -_-;;;;;"
"아 알겠다 맞어 이제 알겠네..... 야 근데 말이지..."
그년는 먼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잠깐 말잘라서 미안한데;;;; 보통 이런 상황에선 이유를 설명하는 법이거든?-_-"
"아 그거? 별거 아닌데~ 나 그 때 너한테 화가 나서 카톡차단했었어^^"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대략 4개월전에 우린 대판 싸웠었다
"야 그래도 10월달에 우리 화해했잖어?"
"아 까먹고 차단안풀었나봐^^ 머 그럴 수도 있지 ^_____^"
"아 그랬구나 몰랐네 사실 나도 차단당할 줄 알고 4개월동안 연락안했으니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크크^^"
나의 대꾸는 누가봐도 정당(?)했지만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한테 한대 맞았다 -_-;;;;
대충 12년쯤 전에 천사를 만났다
난 천사를 만난 인간이 당연히 그러하듯 첫눈에 반했다
주변에 수많은 악마들이 있었지만 -_-;;;
온갖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우린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우린 오래오래 알콩달콩 행복한 사랑을 하고 있다
였으면 좋았겠지만 우린 금방 헤어졌다 -_-;;;;;
세상의 모든 장미는 가시가 있고
내가 보았던 천사는 사실 수많은 단점을 가진 인간이었던 것이다
불같이 뜨거웠던 마음은 금방 식었고
냉정한 현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녀는 떠나갔고
보통 남자들처럼 종종 첫사랑 생각에 아직도 마음이 시린다
어디서 머하는지 모르겠지만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였다면 차라리 행복했을 것이다 -_-;;;;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동갑내기 친구들 모임에 끼어있었고
서로의 친한 친구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려면 서로를 용인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약간의 냉각기와 많은 토론끝에 그냥 친구처럼 지내기로 하였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와 A는 결국 10여년째 싸우고 있다 -_-;;;;
그리고 A는 나와 싸우면 곧바로 B C 심지어 5년째 암투병중인 D에게까지 전화를 했고
좋은 친구들인 B C D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사실에는 깊이 공감했지만
화해하라며 사과의 문자를 대신 써주고 있다 -_-;;;;;
사실 A는 예쁜 편이었다
미친듯이 이쁜 건 아니지만 귀여운 얼굴에 싹싹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한달에 최소 한번 꼴로 주위 남자들에게 대쉬를 받았다
세상 남자들은 A에게 참으로 친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렇지 않았다
네가 이쁜데 어쩌라구? 네가 이쁘다고 내가 배부른게 아니거든?
난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일조하고 싶었고 -_-;;;;;
그녀에게 친구로서 친절하게 대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친절하진 않았다
사해평등주의가 A의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우린 10여년동안 박터지게 싸웠다
딱히 A도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자기한테 잘 대해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게도 또한 불행하게도 나한테는 그 이상을 바랬다
그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대체 왜?????????????????????????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빚을 진 것은 아닐까?
장구한 세월속에서 그녀에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나한테처럼 대하는 사람 또 없지?"
"있는데....."
"진짜? 그 사람은 화 안내든?"
"걱정하지마 우리 엄마야^^"
내가 너네 엄마랑 동급이었냐 -_-;;;; 근데 난 너같은 딸 없거든? -_-;;;;;
A는 너한테만큼 잘 대해준 사람도 세상에 없다고 종종 주장했지만
적어도 내가 바라는 정도에 대단히 못미쳤다
반대로 난 적어도 A에게 친구로서 S급 대우를 해준다고 주장했고 누구나 그 사실을 인정하였지만
안타깝게도 A는 인정하지 않았다 -_-+++
생각해보면 A는 나에게 어마어마한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힘들 때 위로받고 싶어했고 잘했을 때 칭찬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모든 좋은 친구들이 그러하듯
난 A가 힘들 때 위로해주었고 잘 했을 때 칭찬해주었다
단 내가 하고 싶을 때만...
그다지 잘해주고 싶지 않을 날에는 때때로 퉁명스럽게 대했고
A는 놓치지 않고 여지없이 미친듯이 싸웠다
그렇게 우린 두달 친하게 지내다 대판 싸우고 세달 연락을 안하고
다시 화해하고 두달 친하게 지내다 대판 싸우고 세달 연락을 안하며 지내다
다시 화해하며 십여년을 보냈다
그리고 난 조금씩 지쳐갔다
대체 왜?????????????????????????
사실 인간은 작고 불완전한 존재이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법이다
하지만 힘들 때 위로받고 싶고 잘 했을 때 칭찬받고 싶다면 왜 굳이 나지?
기꺼이 그런 역할을 맡을 사람들이 많을 텐데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B C D 뿐 아니라 다들 최소한 나보다는 더 친절하다는데
왜 굳이 불친절한 사람을 친절하게 만들려고 10여년째 노력하고 있는지
대체 왜 그녀는 십여년째 포기를 못하는지 ㅜㅜ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그리고 오늘 또 차단을 당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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