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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들은 위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늦어서 죄송한만큼 이틀 연속 연참입니다. 부디 잘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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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이번 주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학교에 나가는 것 하며, 다가오는 시험에 밀린 과제들. 무엇보다 다친 소민이 곁을 지키며 간호하다보니 하루가 지난 것인지 이틀이 지난 것인지 헷갈렸다.
“오늘 금요일!”
환자 침대에 앉아 있던 소민이가 탁상달력을 슥 돌아보더니 외쳤다. 금요일이구나. 어제 소희를 이끌고 소민이가 입원한 병원으로 온 느낌인데 벌써 사흘이나 지나갔다.
내 앞 앉아 실실 웃고 있는 바대로 소민이는 다행히 소희나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가벼운 상해도 아니었다. 오른팔과 왼다리에 둘둘 깁스를 차고 만 것이다. 덕분에 원래 몇 주정도 한국에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예정이 몇 달로 길어졌다.
소민이의 얼굴을 살피던 내 시선이 오른팔의 깁스로 향했다.
-- 다 나으면 죽을 줄 알아! 그러니까 빨리 나아라! 동생아. from 소희
피식.
다친 동생이 다 나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니. 그야말로 소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제일 같은 사흘 전이 생각났다. 울고 있는 소희를 겨우 달래서 소민이가 입원한 병원을 알아내서 찾아갔다.
처음에 병원 문 앞에서 도저히 못가겠다며 굳어버린 소희를 데려가는 데도 상당히 고생했다.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이미 소민이는 수술을 끝내고 입원실에 입원해 있었는데, 처음 병실로 들어갔을 때 일은 정말 며칠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 현우 형! 누나도 왔네?’
소민이는 마치 공항에서 막 귀국한 사람이라도 되는 냥 침대에 앉아 밝게 인사한 것이다. 나나 소희는 소민이가 혼수상태 이상일 것임을 각오하고 왔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너... 너... 괜찮은.. 거야?’
‘뭐 나름 괜찮아! 왜 그래 누나. 설마 울었어? 바보 같긴! 헤헤헤.’
나중에 들었지만 당시 안 괜찮았단다. 하긴 팔다리가 한 짝씩 부러졌는데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얼마나 아팠을까. 나였다면 아파서 끙끙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민이는 천사 같은 마음으로, 들어오는 나와 자기 누나를 보고 최대한 걱정을 덜 끼치게끔 웃어 보인 것이다. 물론 결과는 소민이에게 최악이었지만.
‘너... 너... 진짜! 가만 안 둬!’
소희는 소민이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감에 눌려있던 감정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 병실에 있던 소희 부모님이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 한 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피식.
그때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소민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다시금 들고.
“형! 근데 나 진짜 괜찮은데. 벌써 며칠째 나 때문에 병실에 박혀 있잖아. 누나 부탁 때문에 그래?”
소민이가 생각에 잠긴 나를 깨운다.
“아냐. 소희 부탁 아니더라도 내가 널 간호할 이유는 충분하잖아.”
“응?”
“오랫동안 못 봤으니까, 질리게 보는 셈 치지 뭐.”
“현우 형!”
감격해 마지않는 소민이를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떻게 이런 천사 같은 아이가 악마 같은 소희의 남동생일 수 있는 걸까!
“자식.”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는 소민이가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스물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내게는 여전히 어렸을 적 귀엽고 착하기 만한 꼬맹이로 보였다.
“어차피 오늘 금요일이고, 내일은 토요일이잖아. 내일은 학교도 안 나간다고.”
그 때. 중요한 약속하나가 떠올라 뇌리를 딱 때렸다.
“잠깐만. 소민아. 오늘 무슨 요일이라고?”
“금요일!”
그렇게 학수고대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망할!
금요일 저녁 일곱 시 반.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저녁이었던 것이다. 시계를 훑어보니 시간은 어느새 다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망했다!”
“왜?”
무슨 일 있냐는 듯 소민이가 다급해진 나를 바라보며 큰 눈을 껌뻑거렸다.
“소민아 미안! 형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어.”
바로 말을 바꿔버린 게 됐다. 나는 잔득 미안한 감정을 실어 소민이에게 말했다. 소민이는 그런 내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약속 있으면 가야지! 어차피 며칠이나 돌봐줬잖아. 이따가 누나나 부모님도 오실 거고. 빨리 가봐.”
그런 소민이의 순수함에 감격해버린다.
“고마워! 지금 가 봐야할 것 같아. 내일 또 올 테니까. 형 없다고 울지 말고!”
“치. 내가 무슨 얜가. 나도 다 컸거든 현우형!”
그렇게 말하니까 더 귀여운 애 같다. 몸은 옛날과 다르게 부쩍 커버려 나와 키도 비슷한 남자 녀석인데 왜 징그럽지 않고 이렇게 귀여울까.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소민이의 머리를 잔득 헝클어주고 짐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잘 다녀와!”
급히 나가는 내게 소민이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나는 그 소리에 흐뭇하게 웃다가 이대로는 약속에 늦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가는 길에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오늘 일곱 시 반 학교 앞 괜찮으시죠?
혹시라도 약속이 취소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약속 있다고 눈에 밟히는 소민이를 두고 이렇게 뛰쳐나왔는데 취소된다면 정말 비참할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에게서 빠른 답장이 왔다.
-- 네. 일곱 시 반 학교 앞에서 봬요. 늦지 않게 나갈게요.
예스! 기쁨에 주먹을 꽉 쥔다. 정신이 없어서 잊었던 설렘이 되살아난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집에 도착했다. 마음 같아서는 목욕재개라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되는대로 머리부터 감았다. 대충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고, 머리가 마를 동안 옷장을 뒤적거렸다.
그녀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까. 어떻게 입고 나가면 더 잘 보일 수 있을까 한참이나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처음인 만큼 깔끔한 스타일이 제일 나을 것 같아 말끔한 셔츠를 골라 캐주얼한 복장을 완성했다.
그 사이 시계는 여섯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나마 병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정도라면 급하게 되는대로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가기 전 거울에 비춰본 내 모습이 아쉽기 만하다.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좋았겠지만 스스로 바보 같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갖출 건 다 갖췄으니까 나머지는 만나서 내가 어떻게 하나겠지.
거울에 휙휙 몸을 몇 번 비춰보고 집을 나선다. 채비를 갖추고 집을 나서니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 잘 되어야 하는데. 괜히 지나가다 주차되어있는 차창에 내 얼굴을 비춰본다. 만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없는 머리도 몇 번씩이나 건드려본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향하면서 새삼 주찬이에게 들었던 연애학개론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렇게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왠지 오늘은 나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궁상을 떨며 학교 정문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이 딱 일곱 시 이십분!
다행이도 그녀가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십 분이 딱 지났을 무렵. 정확히 일곱 시 삼십분에 그녀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20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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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9회네요. 전작인 디링디링만해도 17에서 끝났었는데.
생각보다 카페, 그녀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다소 루즈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전개를 빨리하고 있는거랍니다~
이제 단편이란 타이틀은 무색하지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