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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 명감독-명배우의 만남
오늘은 한국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명감독, 명배우들의 만남과 그들의 영화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우리 영화계에도 감독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쳐주는, 이른바 찰떡궁합의 조합을 자랑하는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조합들이 존재한다. 굳이 페르소나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아도, 그들의 조우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이들의 만남. 오늘은 이러한 한국의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1. 봉준호와 송강호의 만남 -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봉감독이 영화
[모텔 선인장]의 조감독을 하던 시절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송강호의 영화 캐스팅이 불발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을 장문의 무선호출기 메시지에 담아 진심으로 아쉬움을 전하던 조감독 봉준호의 모습이 송강호는 꽤나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작은 인연이 무명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는 두 번째 장편 영화
[살인의 추억]에 송강호라는 걸출한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어쨌든 이로 인한 둘의 만남은 봉준호에게나 송강호에게나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걸작 가운데 하나인
[살인의 추억]을 탄생시킨다. 이후 이 둘의 두 번째 합작 영화
[괴물]은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6년 당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기에 이르렀고 2013년, 다국적 프로젝트인
[설국열차]를 통해 다시 만난 이들은, 많은 화제와 논란 속에서 9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막강한 봉준호-송강호 조합의 파워를 입증하는데 성공한다.
1-2. 왜 송강호인가
비유하자면, 송강호는 스펀지와 찰흙을 합친 것 같은 배우이고, 봉준호는 치밀하고 섬세한 마에스트로, 이른바 명지휘자이다. 평소 "나에게 있어 변태성이란 창의성의 다른 이름"이라고 곧잘 얘기하는 봉감독은, 배우들 스스로가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잠재력과 의외성을 끌어내는 데에 주력한다. 이른바,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만들기'라는 공간의 미학을 추구하는 봉준호는 마찬가지로 '낯익은 배우를 낯설게 만드는' 변주의 미학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는 배우를 마음껏 지휘하고 '유린'할 줄 아는 감독이고 배우의 어떤 면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목적의식이 명확한 감독이다. 이렇듯 자신만의 프레임과 목적이 명확한 봉준호라는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신뢰감과 경외감은 배우들을 무장해제 시키며 스스럼없이 연기의 허물을 벗어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봉준호 감독 앞에서 가장 주저없이 옷을 벗어던지는 이가 바로 배우 송강호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송강호는, 작품과 감독이 요구하는 바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빼어나게 구현해내는 뛰어난 테크니션의 차원을 뛰어넘어, 찰흙을 만지듯 스스로가 캐릭터의 새로운 경지를 창출해낼 줄 아는 예술가에 가깝다. 쉽게 말해 그에게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마음껏 연기하면서도 감독의 디렉션에 충분히 화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봉준호가 송강호를 일컬어 '위대한 배우'라고 칭송하는 것이 아닐까. 배우를 마리오네뜨처럼 섬세하고 치밀하게 조종하는 '봉테일'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라는 배우의 존재는 자신의 지독한 디렉션을 스펀지처럼 소화해내는 동시에, 감독조차 의도치 못했던 색다른 경지의 연기를 선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그 자체만으로 이른바 '작품 속의 또 다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박찬욱과 최민식의 만남 -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나서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라면 어떤 작품이든 선택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변에 말했고 이후
[올드보이] 제의가 들어오자 시나리오도 검토하지 않은 채 승낙했다고 한다. 이러한 최민식의 믿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찬욱 감독은 배우 최민식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스무번이나 고치고 또 고쳤다. 이렇게 집요하고도 독특한,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만나 탄생한 작품
[올드보이]는 2003년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둘의 인연은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2-1. 왜 최민식인가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서 최민식이란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최민식이란 배우만이 가진 특유의 파괴성과 폭발력, 그리고 이른바 야수성 때문일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의 서늘하고 차가운 감성,
[박쥐]에서의 그로테스크적인 음울함과는 또 다르게
[올드보이]에서 두드러지는 정서는 기괴한 파괴성과 폭발적인 야수성이다.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이 차가운 비수와 같은 서늘하고 절제된 유형의 금속성 캐릭터라면, 주인공 오대수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망치처럼, 일종의 활화산 같은 야수성과 파괴성을 지닌 기괴한 캐릭터이다.
결국 박찬욱에게는, 활활 타는 화룡도나 둔중한 오함마와 같은 파괴적 속성과 뜨거운 카리스마적 무게를 지닌 배우가 필요했던 것이고 대한민국 배우 가운데 이러한 폭발력과 파괴성을 극한대로 끌어올려 스크린에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는 최민식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민식이다. 충무로 영화 판에 이 시대 최고의 연기 대가들과 테크니션들이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뜨거운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한자루 화룡도를 품고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우는 장인의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이른바 그만의 '접신굿'은 남들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최민식만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3. 김지운과 이병헌의 만남 -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김지운 감독은 배우의 느낌, 이른바 정서를 중요시 여긴다. 단단하고 견고하지만 작은 균열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선우의 캐릭터를 구축해가면서 그는 배우 이병헌을 떠올렸다고 한다. 선우라는 캐릭터 특유의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 속에 감춰진 비운의 정서를 표출해내기에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제격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병헌 또한 김지운 감독의 연락을 받고 그와 커피숍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시작부터 서로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남달랐던 둘이었고 결국 이 둘의 만남은
[달콤한 인생]이라는 한국형 누아르의 정점을 만들어낸다. 그 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악당 창이와
[악마를 보았다]의 국정원 요원 수현에 이르기까지, 김지운과 이병헌은 줄기차게 인연을 이어가며 흥미로운 작품과 캐릭터들을 선보이게 된다.
3-1. 왜 이병헌인가
[조용한 가족],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대표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세계의 기저에 깔린 정서의 바탕은 '콜드 블루', 이른바 ‘차가운 우울’이라고 볼 수 있다. 푸른 빛깔을 띤 차가운 우울과 절제된 비운의 정서가 김지운이란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코드인 것이다. (사실상 김지운 영화에서 터지는 의외의 유머, 이른바 블랙 코미디도 이러한 특유의 정서에 바탕하고 있다.) 어쨌든 김지운 감독만이 지닌 이러한 고유한 정서는 이병헌이란 배우가 지닌 특유의 '슬픈 아우라'와도 맞닿아 있다. 자연인으로서의 이병헌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코드가 '섬세함과 천진난만함'이라면, 배우로서의 이병헌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코드는 '절제된 섹시함과 슬픔'이다. 이른바 겉으로 드러나는 단단하고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무언가 정체 모를 균열과 슬픔. 결국 시작되는 지점은 다르나 그 어느 순간, 김지운과 이병헌이라는 두 사람의 느낌이 묘하게 섞이며 '비운의 정서'라는 하나의 종착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몹쓸 영혼에서 구제받는 순간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김지운 감독. 한 마리의 외로운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같은 김지운 감독의 고독한 영혼이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통해 위로받고 또한 그를 통해 감독 내면의 감추어진 이야기를 표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태생적(?)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김지운 감독에게 '영화 연출'이란, 자신의 내면의 어두운 그늘과 고독을 표출하는 일종의 살풀이굿이자 씻김굿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제의(祭儀)의 신성한 제물이자 구원의 대리인으로 선택된 배우 이병헌. 이렇게 다른 듯 묘하게 닮은 둘의 조합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고, 차분하지만 견고하다. 결국 그렇기에, 비운의 정서와 절제된 스타일리시함을 동시에 지닌 배우 이병헌과 고독한 사막의 표범 김지운, 이 둘의 조합은 서늘하고 차갑지만 그만큼 치명적이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4. 최동훈과 김윤석의 만남 -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김윤석이 정식으로 영화계에 데뷔하기 전, 최동훈은 연극판에서 김윤석을 처음 발견했다. 연극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던 배우 김윤석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저 배우와 꼭 같이 작품을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이었던
[범죄의 재구성]에서 차반장(천호진)의 부하 형사 역할인 단역으로 출연한 김윤석을 뒤늦게 알아보고, 다음번 작품에선 꼭 비중있는 역할로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이렇게 배우 김윤석의 존재감과 빼어난 연기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눈여겨본 최동훈 감독은
[타짜]의 카리스마 넘치는 아귀 역할을 통해 그를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각인시켰으며, 그 이후
[전우치], 그리고 2012년 최고의 흥행작인
[도둑들]을 통해 여전히 녹슬지 않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4-1. 왜 김윤석인가
최동훈 감독의 디렉션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판 깔아주기'이다. 영화 촬영 현장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해야한다는 철칙을 가진 최동훈 감독은 영화 촬영 중 배우들에게 "정말 최고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는 식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판에서 즐겁게 놀 줄 아는 감독인 최동훈은, 그의 배우들도 작품 안에서 긴장되거나 위축됨 없이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노는 가운데서 배우의 최고조를 뽑아내는 것이 최동훈이 가진 탁월한 장기이다. 봉준호식 디렉팅이, 배우들을 체스판 위의 말처럼 꼼꼼하고 세밀하게 조종하고 조율하는 '마리오네뜨형'이라면, 최동훈식 디렉팅은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신나는 '광대 놀음판'에 가깝다.
그렇다면 김윤석은 어떨까.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감독과 싸우고 토론하며 캐릭터를 완성해나가는 배우 김윤석은, 영화 속 캐릭터를 배우 스스로가 흡수하여 자신에 맞게 변형해서 토해낼 줄 아는 개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 즉, 꼼꼼하고 세밀한 디렉팅보다는 물속에 놓아주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터전이 있을 때 그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러한 김윤석의 스타일은, 어떤 성향의 감독과 만나느냐에 따라 명과 암이 갈리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해석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편인 최동훈 감독과의 조합에서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최동훈과 김윤석의 만남은 서로의 스타일을 굉장히 아끼고 존중하면서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이른바 냉정과 열정이 교차하는 묘한 긴장감과 멋진 호흡을 만들어낸다.
5. 윤종빈과 하정우의 만남 -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 민란의 시대>(개봉 예정)
연극 활동을 하던 대학 시절의 하정우는 우연히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남겨진 윤종빈 감독의 글을 발견한다. 이 방명록에 윤종빈 감독은 본인이 하정우의 대학 후배이자 감독 지망생임을 밝히고 스스로가 하정우의 팬임을 자처하며 "나중에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꼭 먼저 보내드리겠다. 기억해달라"는 소망을 밝힌다. 그리고 2년 후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으로부터 한편의 시나리오를 받게 되는데, 이 영화가 바로 2005년 개봉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이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많은 화제와 주목을 받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이다. 이렇게 윤종빈과 하정우라는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의 조합이 만들어낸 신선한 결과물이자 기념비적인 첫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이 둘은 호스트바 세계를 리얼하게 담아낸 영화
[비스티 보이즈], 한국형 갱스터 무비의 새로운 지평을 연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또한 현재 제작 중인 사극
[군도 : 민란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충무로 영화판에서 이른바 '윤종빈과 하정우의 전성시대'를 열어제치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5-1. 왜 하정우인가
윤종빈과 하정우가 충무로의 대표적 페르소나 감독-배우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적으로 윤감독이 배우 하정우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둘은 배우와 감독의 궁합, 이른바 디렉션과 연기의 호흡 측면 이전에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그런 끈끈한 '동지적 관계'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하정우에게 "왜 윤종빈 감독과 작업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냥, 윤종빈이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고 반대의 경우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듯 이들은 이런 저런 궁합과 호흡을 따지기 이전에, 영화라는 매개체로 똘똘 뭉친 열정과 의리의 동지인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감독 윤종빈과 배우 하정우의 가장 큰 장점이자 공통점을 꼽으라면 작품마다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카멜레온성'일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과 사극
[군도]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색다른 톤으로 다양하게 연출해왔다. 도대체 윤감독이 가장 잘하는 장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그의 연출톤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것은 배우 하정우도 마찬가지이다. 살인마에서 호스트바 마담, 국가대표 스키선수에서 북한 첩보원, 조폭 두목에서 아나운서까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과감한 변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연기력은 하정우가 현 충무로의 대세로 굳건히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둘의 네 번째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군도 : 민란의 시대]가 또 어떤 시너지 효과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될 수밖에. 윤종빈과 하정우의 패기 넘치는 만남은 기존 충무로의 페르소나 감독-배우들의 지형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이른바 '살아있는' 조합이다.
마치며 - 거장은 명배우를, 명배우는 거장을 만든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 동시에 배우의 예술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명감독-명배우의 만남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밑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단단한 신뢰와 존중이 공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감독은 배우를 믿기에 자신의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과감히 펼쳐낼 수 있고, 배우는 감독을 믿기에 캐릭터와 작품을 위해 온몸을 내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명감독과 명배우의 만남은 언제나 우리들을 흥분시키고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우리 영화계의 또 어떤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 글에서 소개한 감독, 배우들 외에도 우리 영화계에는 수많은 재능 있는 감독들과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이 존재한다. 이렇듯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시도될, 충무로의 신선하고 새로운 만남과 조합을 통해 제2의 봉준호-송강호, 제3의 박찬욱-최민식이 탄생하길 기대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