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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13 17:57:53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어떤 일본인의 잔재
1900년 도사 왕원록은 둔황에 머물면서 둔황의 모래에 묻힌 석굴에서 지내던 중 벽을 걷어내게 됩니다.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문서들이 있는 굴이 있었죠. 왕원록은 둔황현청에 이를 신고합니다. 하지만 둔황 현청은 알아서 보관해두라고 통보합니다.

왕원록은 둔황 토굴의 벽화와 조상을 보수하기 위해서 이 서적과 탱화들을 현지 관리들에게 헐값으로 팝니다. 그리고 1907년 3월 영국의 오렐 스타인이 둔황에 도착하죠. 오렐 스타인은 돈이 궁했던 왕원록에게 어마어마한 거액을 주고 6천여권에 달하는 문서를 상자에 넣어 낙타 40마리에 실어 반출합니다. 이후 1908년 프랑스의 폴 펠리오가 둔황에 도착해 돈황 17굴 장경동에서 5천여권을 반출하는데 이 중에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사본이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스웨덴의 스벤 헤딘, 독일의 폰 르콕, 미국의 랭던 워너 등이 이 곳에서 엄청난 양의 문서를 반출해가죠. 사실 말이 반출이지 도굴꾼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1910년 청 정부는 이를 막으려 했지만 당시 이곳을 관리할 목적으로 파견된 관리들 역시 둔황의 문서들을 훔쳐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둔황 반출물이 의외의 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습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미술품 벽화 60점과 조각, 공예품 1700여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 물건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존재하게 된 것일까요?

다 일본 때문이었습니다.

둔황에서 막대한 유물이 출토되자 일본 정토진종 서본원사의 세습 법주였던 오타니 고즈이는 1912년 불교 연구를 위해 대규모 조사단을 꾸려 이 지역으로 파견해 조사를 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세번이나 조사단을 파견했고 이 조사단은 불법, 탈법적으로 유물들을 사들이거나 강탈했고 많은 양의 유물을 반출했고 이 유물들은 고스란히 오타니의 손에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이 오타니가 소유한 유물은 '오타니 컬렉션'이라 불렸고 이 오타니 컬렉션은 무려 5천여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후 서본원사가 파산하고 개인재정까지 위기에 봉착하자 수집품을 매각하기 시작합니다. 이중 일본에 1/3이 옮겨지죠.

재정압박에 시달렸던 오타니는 이 유물들을 교토에 있던 자신의 저택과 함께 일본의 재벌 중 하나인 구하라라는 자에게 팝니다. 그런데 이 구하라는 1916년 오타니 컬렉션 중 일부를 조선총독부 앞으로 기증합니다.

이는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일반적 선물이나 기증이 아니고 당시 조선총독으로 있던 동향인인 데라우치 통감에게 뇌물 형식으로 바치면서 조선의 광산채굴권을 따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이 조선 총독부가 가졌던 '오타니 컬렉션'은 1945년 일본이 박살난뒤 그들이 챙겨가지 못하고 그대로 한국에 남아 국립중앙박물관에 남게 됩니다.

'오타니 컬렉션'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가진 오타니 컬렉션이 자국 소유라면서 반환 할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현재의 둔황은 중국땅이지만 정확하게는 위구르 자치구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한때 동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지만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합병당했죠. 이후 위구르의 달라이 라마라 불리는 레비야가 독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망명정부같은 조직이 없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문화재 약탈 문제는 외교문제로 비화할수 있는 큰 문제입니다. 당장 프랑스와 영국같이 구 열강들의 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유물들 중 많은 수가 약탈 문화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헛웃음이 나올 뿐이죠.

사실 이 문제는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국내문화재를 약탈당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현재는 이러한 요구가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는 또다른 도화선의 불씨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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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3/09/13 17:58
수정 아이콘
구..구하라!
시네라스
13/09/13 18:00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서구 열강들은 자기네가 약탈해가서 가지고 있는거에 비해 둔황 반출물들은 우리가 강탈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
설탕가루인형형
13/09/13 18:06
수정 아이콘
크크크. 돌고 도네요.
WhistleSky
13/09/13 18:06
수정 아이콘
어쨋든 지금은 우리손에 있는 물건들이니 이것들로 중국이나 일본에 넘어가있는 우리 유물들과 맞바꾸는 딜을 하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문제는 과연 중국과 일본 혹은 그외의 3자중 누구에게 돌려주는것이 맞는것인가 하는 점이...
swordfish
13/09/13 18:32
수정 아이콘
전혀 딴 이야기인데 일본 때문에 서울대 도서관에 인피(人皮)로 재본된 책이 있다고 하던데...

뭐 정말 딴이야기고, 문화제 이야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인류의 유산이냐 한국가의 유산이냐
이 문제도 크죠.
13/09/13 19:52
수정 아이콘
사실이면 네크로노미콘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군요.
Buttercup
13/09/13 22:04
수정 아이콘
17세기~19세기 유럽의 출판문화에서.. 고급 도서들에 사람 가죽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유명한 도서관들에 사람가죽 책이 왕왕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nthropodermic_bibliopegy
이오니
13/09/13 18:33
수정 아이콘
이오누에 야스시, <<둔황>>이란 책 추천드려요. 위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재미있어요.
하심군
13/09/13 18:35
수정 아이콘
양국의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으니 제3국인 한국이 가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Je ne sais quoi
13/09/13 18:41
수정 아이콘
이런 일이 있었군요
설탕가루인형형
13/09/13 18:43
수정 아이콘
근데 일본은 어차피 조선총독부에 기증한거니 해방후 귀속재산이 되어서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지 않나요?
㈜스틸야드
13/09/13 18:48
수정 아이콘
중국이면 몰라도 일본은 소유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죠. 도굴까지는 어떻게 포장해서 자기들딴에는 합법적인 반출이라고 쳐도 총독부 재산이 됐기때문에 해방이후 한국 정부에 귀속됐으니까요.
市民 OUTIS
13/09/13 20:36
수정 아이콘
몇 년 전에 오타니컬렉션을 공개했었죠. 제가 본 유물전시회 중 가장 알찼네요.
Practice
13/09/13 20:46
수정 아이콘
가능하면 위구르가 독립해서 그 사람들의 품에 안겨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으니... 그냥 우리가 갖고 있느니 중국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귤이씁니다
13/09/13 20:53
수정 아이콘
문화재는 돌고~~돌고~~~

혹여나 중국이 반환하라고 하면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좋은 정보 배워 갑니다.
홍승식
13/09/13 22:43
수정 아이콘
원래 위구르 것이고, 현재 위구르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으니 중국에 돌려줘도 되는지는 의문이네요.
그러나 일본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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