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談 - 기이한 이야기 (1)
http://58.120.96.219/?b=8&n=23578
奇談 - 기이한 이야기 (2)
http://58.120.96.219/?b=8&n=23605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1)
http://58.120.96.219/?b=8&n=45689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2)
http://58.120.96.219/?b=8&n=45698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3)
http://58.120.96.219/?b=8&n=45727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4)
http://58.120.96.219/?b=8&n=45758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5)
http://58.120.96.219/?b=8&n=45783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6)
http://58.120.96.219/?b=8&n=45845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7)
http://58.120.96.219/?b=8&n=45896
奇談 - 세번째 기이한 이야기 (단편)
http://58.120.96.219/?b=8&n=45952
奇談 외전 - 기차는 달린다 (단편)
http://58.120.96.219/?b=8&n=45990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1)
http://58.120.96.219/?b=8&n=46054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2)
http://58.120.96.219/?b=8&n=46068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3)
http://58.120.96.219/?b=8&n=46083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4)
http://58.120.96.219/?b=8&n=46108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5)
http://58.120.96.219/?b=8&n=46128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6)
http://58.120.96.219/?b=8&n=46155
奇談 - 네번째 기이한 이야기 (7)
http://58.120.96.219/?b=8&n=46434
미리 다 써놓은 분량이 있기에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올립니다.
바로 전편에서 크리슈나 님이 내용에 대한 추측을 올려 주셨는데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75% 정도 맞춰 주셨거든요.
사실 이번 편의 전개는 나름 고민이 많았습니다. 두 번을 고쳐썼고, 최종적으로 세 갈래의 해결책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 중 가장 '우연'의 영향이 강한 쪽을 선택했는데요. 올바른 선택일지는 아직도 확신이 안 섭니다.
아무튼 즐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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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둘이 만났던 커피숍에서는 이미 현경이 해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음료수가 절반가량 줄어들어 있었다. 해원이 그녀의 앞에 앉자 그녀가 살짝 눈인사를 했다.
“서울에서 오신 것치곤 상당히 빨리 오셨네요?”
“기사 분을 좀 재촉했습니다. 택시가 생각보다 빨리 달리더라고요.”
“택시비가 꽤 많이 나올 텐데요. 저는 버스 타고 다니는데......”
“그래요?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저도 버스를 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는 게 좋을 거예요. 뭐 드시겠어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로 하겠습니다.”
현경은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깨워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해원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기다리니 마침내 아르바이트생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단숨에 커피를 마시자 시원하고 달콤한 액체가 목을 타고 식도로 흘러들어갔다. 해원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실례지만 여쭤볼 게 하나 생각나서 이렇게 왔습니다.”
“전화로 물어보셔도 될 텐데.”
“그래도 직접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해원은 재빨리 아르바이트생을 곁눈질했다. 전생에 나무늘보나 고양이였는지 아르바이트생은 여전히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해원은 결심한 후 칼을 뽑아 볏단을 베듯 단숨에 질문을 던졌다.
“현경 씨. 돌아가신 은정 씨와 어떤 관계이셨나요?”
“예?”
현경이 눈을 치켜떴다. 순간 해원은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해원은 다시 반복했다.
“돌아가신 은정 씨와 어떤 관계이셨는지를 여쭤봤습니다.”
현경은 뚫어져라 해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해원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그러나 둘의 눈싸움은 곧 해원의 작은 승리로 끝났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뇌까리듯 말했다.
“어떻게 안 거예요?”
“확신은 없었습니다만......”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해원이 대답했다.
“어제 현경 씨와 만났을 때 현경 씨가 한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마도 ‘다른 룸메이트들은 집에 애인을 데리고 오거나 해서 자주 싸운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요?”
현경은 살짝 고개를 들어 그게 뭐 어떠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해원은 말을 계속했다.
“저도 대학교 생활을 해 봤지만 룸메이트들이 자주 싸우는 건 보통 청소나 빨래 같은 소소한 집안일들 때문입니다. 가끔은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생활리듬이 달라서 싸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애인을 집으로 데려왔다는 이유로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남녀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어쨌거나 드문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경 씨가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무의식중에 그런 일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 생각해 보지요. 룸메이트가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경 씨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고요. 그 때 집에 와달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친구나 부모님일 수도 있겠지만...... 애인이 있다면 십중팔구 애인을 부를 겁니다. 그래서 터무니없지만 한번 과감하게 추측을 해 본 겁니다.”
맙소사, 하는 작은 소리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들려왔다. 다행히 현경은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시울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맞아요. 애인이에요. 수희한테 들킬까 봐 집에 한 번도 데려온 적이 없어요. 마침 수희가 집에 없고, 또 무서운 일도 있고 해서 불렀던 거예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기에 멋대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어차피 은정이는 죽었잖아요! 그런데 왜......”
그녀는 화가 난 듯 쏘아붙이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양팔에 얼굴을 묻었다. 억누른 듯한 울음소리가 팔 사이로 새어나와 주변을 맴돌았다. 해원은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 집의 영이 현경 씨를 해치지 않았는가. 어째서 은정 씨를 해쳤는가. 그 해답을 간신히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허탈할 정도로 단순한 이유였어요. 좋았기 때문에 해치지 않았던 겁니다. 미웠기 때문에 해친 것이었고요. 현경 씨는 악몽을 꾸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 영은 그저 현경 씨에게 다가와서 두 손을 뻗었을 뿐입니다. 무서운 모습의 영이었기에 악몽이 되었지만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었다면 그저 개꿈 정도로 치부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영은 현경 씨가 좋았던 겁니다. 남자는 무서웠지요. 그래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현경 씨와 수희 씨가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여자를 만난 영은 반가웠을 겁니다. 하지만 수희 씨가 가져온 불교 관련 물건들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수희 씨가 그 물건들을 모두 가지고 떠나자 비로소 그 영은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현경 씨의 꿈에 나타난 겁니다. 죽은 지 오래되어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지는 못했겠지만, 현경 씨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민 건 아마도 이런 의미였을 겁니다. 친구가 되어 달라고.”
“친구라고요?”
현경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시울은 붉었지만 얼굴에는 분노가 감돌고 있었다.
“친구라니요? 말도 안 돼. 그럼 은정이는 왜 죽은 거죠? 은정이가 왜 죽어야 했죠?”
해원은 슬퍼졌다. 자신이 이런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속으로 자문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영은 현경 씨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은정 씨가 나타났지요. 그리고 제 추측이지만 두 분은 그 날 밤에 아마...... 애인 사이에서 하는 행동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영이 그 모습을 보고 현경 씨를 빼앗겼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분의 친한 모습에 질투심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영이니만큼 현경 씨가 자신처럼 ‘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영에게는 은정 씨를 증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충분한 이유요?”
현경은 또박또박 한 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 금방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맞아요. 그날 은정이랑 잤어요. 애인인데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은정이가 죽을 이유라고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요?”
“그 영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마침내 폭발한 은정이었다.
“그딴 거 말도 안 되잖아요! 은정이가 죽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깜짝 놀라 현경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경은 해원을 상대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은정이가 죽을 이유 따윈 없었다고요! 그런데 왜 죽었는데! 왜 죽었는데! 나랑 같이 잤다고, 그래서 은정이를 죽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은정이가......”
고함은 어느새 울음 섞인 말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끌어안은 것처럼 양손으로 반대쪽 팔뚝을 붙든 채 부들부들 떨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해원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었다. 요 며칠간의 피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모든 것을 잊은 채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그는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참을 울던 은정이 차츰 진정되는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생이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말없이 냅킨 통을 내밀었다. 해원은 감사의 눈짓을 보내고는 은정에게 냅킨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냅킨을 한 움큼 뽑아 오랜 시간을 들여 얼굴을 닦았다. 마침내 얼굴에서 냅킨을 때어냈을 때 그녀는 평정을 되찾은 듯했다.
“그럼 이제 아저씨는 뭘 할 거예요?”
해원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제 102호로 갈 겁니다. 그리고 그곳의 영을 저 세상으로 보낼 겁니다.”
“보낸다는 건..... 은정이처럼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귀신은 은정이를 죽였잖아요. 어째서 그냥 보내는 거죠?”
“누구도 인과의 법칙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영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하...... 하지만 난 이해가 안 가요. 은정이를 죽였는데, 나는 그 귀신인지 뭔지를 용서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그냥 보내야 하는 거죠? 나쁜 귀신은 없애버려야 하는 게 아닌가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부적이나 뭐 그런 걸 써서 없애버려야 하는 게 아닌가요? 사람을 해친 귀신이잖아요. 또 누가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현경은 이제 분노라기보다는 오히려 애원에 가까운 말투로 간절히 말하고 있었다. 해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그 귀신은 나쁜 귀신이니 당장 박살내버리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해원은 자신이 뭐라고 대답할지 알고 있었다. 동시에, 현경이 자신의 대답에 전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시죠.”
현경은 무언가를 묻는 듯한 시선으로 해원을 보았지만, 결국 말없이 따라 일어섰다.
서울로 오는 택시에서 둘은 내내 말이 없었다. 택시기사는 상황을 멋대로 추측했는지 애인 간에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너스레를 떨다, 현경이 노려보자 움찔하더니 두 시간 가까이 입을 다물고 차만 몰았다. 그들이 다시 현경의 자취방으로 돌아오자 택시기사는 요금을 받아들더니 뭐라고 투덜대며 그곳을 떠났다. 어느덧 해는 서쪽 지평선에 살짝 걸려 있었고 노을빛이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쌌다. 해원은 뜬금없이 노을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영은 제게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현경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은정 씨를 저 세상을 보내드린 직후였습니다. 제게 화를 내면서 계속 무언가를 돌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은정 씨의 영을 돌려달라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현경 씨는 그 사건 이후로 한 번도 여기 돌아온 적이 없으시죠?”
“......오고 싶지 않았어요.”
“그 영은 현경 씨를 돌려달라고 말한 겁니다. 자신이 은정 씨를 해친 이후로 현경 씨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들이나 기자들은 아마 다들 낮에만 왔을 겁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다가, 제가 나타났습니다. 영이 활동할 수 있는 밤에요. 처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아마 제가 남자였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떠나려 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나온 겁니다. 더 이상 현경 씨를 찾지 못할 게 두려웠으니까요. 그 두려움은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정도였습니다.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을 죽인 주제에 저를 못 보는 게 두렵다라......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네요.”
공허한 말투였다. 해원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죽은 이도 원래는 산 사람이었으니까요. 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해원은 앞장서서 102호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경이 말없이 뒤를 따랐다.
현경의 방은 마치 폭풍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이틀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현경은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먼지투성이였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어쩌면 아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천장의 형광등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보듯.
방 안의 공기가 아주 살짝 울렁였다.
“느꼈어요?”
바리가 조그맣게 말했다. 해원은 알고 있다는 표시로 속주머니의 펜을 살짝 두드렸다.
죽은 이의 영이 현경을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