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영종 치세 12년, 그러니까 1448년의 일이다. 복건성에 위치한 구로라는
작은 마을에 트린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살았다.
트린은 린 민메이라는 아가씨랑 결혼했는데 이 아가씨의 입맛은 상당히 까다로
워 '하로'라는 이름의 화과자 풍 멜론빵을 무척 좋아했다.
트린은 시멘트 푸대를 나르고, 그 푸대에 물을 비벼 반죽 상태로 만드는 노가다
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였다. 그는 다른 기술은 전혀 없고, 오직 귀신
같은 시멘트 비비기로 유명해 많은 노가다에 불려다녔다. 남들은 장백산 천지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게 해 놓은 시멘트에 물을 붓지만 트린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의 삽질은 어찌나 민첩하고 날랜지 아무렇게나 뿌린 평평한 시멘트에 물을 부어
놓고도 한 방울의 물도 헛되이 흘리는 법 없이 반죽을 만들어 냈다.
트린은 그나마 이러한 재주라도 있는 걸 대견스레 여겼지만 민메이는 몰래 한
숨을 쉴 따름이었다. 과거의 애인인 파일롯이라도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처럼 부부는 밥 말고 군것질에 쓸 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민메이는 그 좋
아하는 하로를 잘해야 두 달에 한 번, 길게는 춘절에 한 번 정도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이해를 하고 잘 따랐다. 집안 사정은 곤궁하여
왼쪽 벽이 뚫리면 남편이 일어나서 등짝으로 그곳을 막아야 했고, 오른쪽이 뚫리
면...... 오른쪽이 뚫리면...... (수줍)
이런 차에 자신의 낙을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었다. 그저 참을 뿐이었다.
두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외식을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
는 등 '행복'하게 살아갔으나 아내는 단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 말하면 그나마 속이라도 편할 것을 남편을 배려해 아무 말 없었던 것이
병을 만들었다. 급기야 민메이는 집안일 도중 덜컥 쓰러지고 말았다.
이웃의 전갈을 듣고 노가다 판에서 후끈 달아오른 겨드랑이털을 휘날리며 트린
이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민메이는 집에 있는 유일한 가구인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여보! 많이 아파?"
"qigfajqfqgsllq2291r,dsalqwkqlq......"
"일본어 말고 중국어로 해. 당신 중국 사람이잖아. 전혀 못 알아듣겠어."
"당신이 지금 말하는 건 한국어예요."
"따지지 말고. 그래, 왜 병이 났어?"
민메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동안의 고초를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트린은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암담함이 물씬 묻어 나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내가 죽일 놈이지. 유망한 연예인 스토킹해서 내 여자로 만들고 이리
고생을 시키다니."
"아니예요, 여보. 행복해요. 플래시백 끝나고 일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헤맬 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당신뿐이었어요."
"고마워. 내가 좀 더 행복하게 해 줄게."
트린은 차가운 과학의 마음으로는 측정 불가인 뜨거운 싸나이의 눈물을 펑펑
뿌리며 그 자리를 떠났다. 딱히 좋은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가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남편의 자리...... 남자의 자리...... 그것
은 모두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일푼. 훌륭한 남편이나 훌
륭한 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왜 나는 내 여자에게 멜론 빵을 사 줄 수 없는가?
왜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나? 왜 우리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었나? 패리스 힐튼이란
년은 63억 분의 1로 운좋게 억만장자 딸로 태어나 한 번 입은 옷과 구두를 그대로
버린다던데. 이 세계는 혁명이 필요했다. 트린은 머릿속에서 인터내셔널 가를 O
ST로 삼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같은 끔찍한 상상(힐튼을 인민의 적이라고 써
붙인 화형주에 매달고 옷대신 자신의 창자를 둘둘 돌려 입힌다.)을 하다가 잠시
멈춰 섰다. 더 이상 달리다간 폐랑 다리가 결단날 것 같았다. 그는 거세게 숨을
몰아쉬며 숨을 고르다가 우연히 근처 구로애경성문에 붙은 방을 보았다.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
새 황실 요리사를 찾슴다. 전 황실 요리사가 반숙 주문을 완숙으로 잘못
처리 후 능지처참당하여 공석이 생겼슴다.
나이, 성별, 종족, 경력 무관.
오로지 요리 대회에서 1등한 사람만 뽑슴다.
연봉 1억 관. 사대보험 오케바리. 상여금 1000%
영종 백.
트린의 눈이 빛을 발했다. 에반겔리온이 기동할 때 나는 그런 광포한 빛이었
다. 그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방을 북북 찢어 삼켰다. 그러고는 짐을 싸
고, 그 길로 수도로 달려갔다.
자신이 요리사가 아니라 노가다꾼인 사실 따윈 이미 잊었다. 오로지 아내의 행복
밖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패러디-개그 소설인 만큼 아주 치사하게 리플 열 개가 아니면 다음 편을 안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