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경북 구미입니다.
전 한 달에 한 번 정도 의성 안계에 병원을 다녀오는데
그때마다 낙동대로라고 편도 2차선으로 낙동강 따라서 있는 도로를 이용합니다.
평소에 차도 많이 없고 한산해서 운전하기 편한 도로죠.

사고는 오는 길에 발생했습니다.
사고지점은 약간 완만~하게 왼쪽으로 틀어진 커브 길에 중앙분리대가 있어서 커브 끝나는 지점까지 시야가 확보되진 않았었죠.

1차선으로 시속 100으로 가는데 제 앞으로 2차선에 장례식 차량 행렬이 보이더군요.
맨 앞에 버스, 그 뒤로 승용차 5대가 비상깜빡이를 켜고 가더라고요.
시속 6~70으로 가길래, "이런... 누가 또 돌아가셨나 보네..."하면서 가는데!!!!!!!

헐~~~ 웬 유게에서나 보던 영상이 제 눈앞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1차선으로 역주행을!!!!!

진짜 순간적으로 "이건 뭐지?" 란 생각과 "이런 미X!!!!" 이란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2차선 쪽으로 핸들을 살짝 틀어서 역주행 차량과 2차선 차량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역주행 차량은 간신히 피했는데, 2차선에 가던 네 번째 승용차 왼쪽 앞과 제 차 오른쪽 뒷문이 충돌했습니다.
다행히도 2차선에 가시던 분이 갓길 쪽으로 피하셔서 두 차량 운전자, 탑승자 전부 털끝만큼도 안 다쳤죠.
정말 하늘이 도우셨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죠...

사고 나고 2~3초는 멍하게 있다가 역주행 차량이 생각나서 차 안에서 뒤를 보니 유유히 제 갈 길 가더군요.
얼른 나가서 번호판을 보려고 했지만, 너무 멀어서 안 보이더라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역주행에 뺑소니까지-_-;;;;

그런데 문제는 제 차에 블랙박스가 없다는 거였죠.
사실 아버지 차를 보험에 운전자 등록해서 제가 필요할 때만 가끔 이용하는 건데...
맨날 블랙박스 달아야 한다고~ 달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안 달았다가 이 일을 당했네요.
다행히 제가 받은 2차선에 오던 차에 블랙박스가 있어서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장례식 마치고 경황이 없으신지 아직 연락이 아직 안 오네요.

역주행 차량 잡히면 100% 과실 물릴 수 있다던데...(법 지식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네요)
못 잡으면 제 과실이 크긴 하겠지만, 받친 차량 운전자 분도 손해가 있을 테니 확인하고 연락 주겠죠...

저는 아버지께 차 갖다드리고 먼저 집에 와 있었고,
아버지께선 저녁에 퇴근해서 오셨는데
블랙박스 바로 사서 다셨다네요.
그러니까 진작에 달자 그럴 때 달았어야했는데ㅠㅠ

자칫하다 큰 사고 당할 뻔 했는데, 몸도 멀쩡하고 차도 별로 파손이 안돼서 그런지
아직까지 꿈만 같고 얼떨떨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