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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9 15:38:07
Name 풍림화산특
Subject [일반] 이 모든게 000때문이다
일부 사이트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때마다 무조건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라고 비판한다.
정말 억울할 때가 따로 없지만 이미 그들에게는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이 구절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이유도 근거도 없이 그저 재미로 혹은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라는 구절은 의외로 옛날 조선시대에도 기록된 구절이었다.
그것도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2002년에 스브스에서 방영된 여인천하라는 사극드라마를 다들 아실 것이다.
내용은 여인들이 조정에서 세력을 발휘하는 내용인데 그 유명한 정난정의 남편 윤원형이 바로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의 주인공이다.

때는 중종시절 세자(인종)를 밀던 윤임일파의 대윤과 윤원형의 누나가 낳은 경원대군(명종)을 미는 소윤의 암투에서
처음에는 중종이 승하하고 인종이 즉위하면서 대윤의 윤임이 승리하는 듯 하다가 인종이 8개월만에 승하하면서
당시 12살이던 경원대군이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조선 13대 임금 명종이다.
명종이 어리다는 이유로 문정왕후는 수렴청정을 시작하였고, 그 권한을 동생 윤원형이 가지면서
조선은 윤원형의 손아귀에 놀아나기 시작했다.

윤원형은 당시 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명종 6년에 우의정을 제수하자 윤원형은 아직 젊고 외척으로 의정을 되는 것이 외람되다며
짐짓 사양을 하니 영의정부터 3사까지 나서서 '윤원형은 재능이 탁월하고 인품이 고귀하니 정승을 제수하심이 마땅하나이다' 라고
상소를 올리며 그것도 오늘은 의정부, 내일은 홍문관 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충성표시를 하니 이 얼마나 위세가 대단했겠는가.

옛날 왕들은 가끔 거짓으로 왕위에서 물러난다고 하여, 신하들의 만류를 통해 왕권을 확인하곤 했는데, 윤원형은 신하의 신분으로 이를
행하였으니 그의 권세는 이루 말할게 없었다.

모든 관리의 임용과 진급, 죄수의 처버롸 방면이 윤원형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이로인해 뇌물이 넘치다 못해 뇌물을 가득 실은 배가 지방에서
한양으로 정기적으로 운행하였고, 엄연한 수군의 군선을 징발해 '뇌물배'라 쓰고 이를 군졸들이 호위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일어났다.
또한 간척사업을 벌여 자신만의 사유지로 활용하고 국가소유의 토지도 자신이 사유지로 쓰는 등 그 횡포가 대단했다.

이렇게 윤원형의 위세가 세상을 진동하고 뇌물과 탈법이 거리낌없이 행해지다 보니, 어느덧 그것이 당연한 관행처럼 되어
다른 대신이나 그 이하의 관리들도 저마다 뇌물을 받았다.
윤원형의 노비들도 백주대낮에 민가를 약탈하고 부녀자를 강간하는가 하면,
옥을 부수고 수감자에게 사적으로 린치를 가하는 등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

윤원형의 비리는 이것뿐만이 아니라 조강지처를 버리고 그 유명한 정난정을 정실부인으로 승격시키고,
그녀에게서 낳은 자식들이 대접받을 수 있도록 서얼을 허통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의 부인을 학대하고 끝내는 죽게만드는게 이것이 나중에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또한 그의 형인 윤원로가 대우에 불만을 갖자, 탄핵하여 죽여버리고, 형의 아들, 즉 자신의 조카마저 죽이려 했다.
그리고 첩의 자식중에 두리손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조금 화나게 했다고 죽이고 시체를 강물에 던져버렸으며
집에 찾아온 배다른 동생의 부인을 강간하고 소문이 날까봐 두려워 절에 가두어 여승이 되게 했다고도 한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밝혀진것이 없지만 그만큼 많은 백성들과 선비들이 윤원형을 원수처럼 생각했다.
이처럼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부패와 비리에 선비들은 물론 일반 백성들까지도 치를 떨었다고 한다.

보통 실록에서의 간신들을 표현할 때는 '음흉하다', '간사하다' 정도의 표현이 윤원형에게는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 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나라에 홍수가 나도 '이 모든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 , 흉년이 들어도 '이 모든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  라고 하며
대도 임꺽정이 황해도를 휘저어도 '이 모든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  라며 '더 큰 도둑이 조정을 휘젓고 있는게 그깟 도적이 대수인가' 라고 하니
윤원형에 대한 원한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하지만 달이차면 기울듯이 조선을 휘저었던 윤원형의 권세도 그의 누이 문정왕후가 죽자 윤원형도 몰락하기 시작했다.
왕후가 죽은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간원과 사헌부가 합심하여 윤원형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달 사이에 100통에 달하는 상소문이 빗발쳐다.
여기에 윤원형이 버린 정부인이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독살당해다는 고발이 접수되면서 명종은 윤원형의 관직을 빼앗고
고향 땅에 내려가 살도록 했다.

이에 '그 결정이 내려지자, 온 조정이 기뻐 환호하였다' 라고 실록은 기록하고 있다.

모든 힘을 잃고 고향으로 내려간 윤원형은 그래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귀양을 보내야 한다' ,'사약을 내려야 한다' 라는 상소가 연일 쇄도하였고, 그에게 시달렸던 백성들이 윤원형과 그 일행들이 가는 곳마다
돌을 던지고 핍박을 하니 결국 윤원형은 정난정과 노비 몇 명만을 데리고 외진 데로 도망쳐 숨어 살면서
자신들을 잡으로 금부도사가 언제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어느날, 근처 다른 고을의 죄인을 잡으러 들른 금부도사를 본 하인이
이를 알리니,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줄 알고 정난정이 독을 마시고 자살하자, 윤원형은 죽은 아내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다 자신도
독을 마셔 그 뒤를 따라갔다.

조선시대 최악의 간신으로 꼽히는 윤원형이지만 어쩌면 정난정에 대한 사랑만은 순수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의 자식이 서얼이라는 신분때문에 출세길이 막힐 것 같아서 제도를 바꾸고 마지막까지도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신빙성 있어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움켜진 막강한 권력앞에 자중할 줄 몰랐고 많은 백성들을 핍박하였으며, 국가에 크나큰 피해를 입혔다.

어찌되었든 당시의 백성들과 선비들에게 최대의 적이었던 윤원형은 모든 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라는 말로
책임을 윤원형에게 전가하고 역사서에도 기록되니 죄값을 치뤘다고나 할까...

아무튼 내가 왜 아직도 이 모양인거는 '이 모든게 다 000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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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처리용군락
13/04/19 16:23
수정 아이콘
여인천하가 생각나네요

아~~~
공고리
13/04/19 18:19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저도 여인천하가 생각나네요.
이덕화 분이 윤원형 아니었나요? 드라마에선 난정이랑 사이가 좀 안좋았던거 같은데(필요할 때만 협력하는 것 같은 느낌) 정실부인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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