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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9 17:40:07
Name 아마돌이
Subject [일반] 이별했던 XXX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여러가지로 많이 힘들 때 기운내보려고 썼던 글이 과분하게 추게로 가는바람에 .. 힘내라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 고마운 마음 생각하며 하루하루 아등바등 하고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먹을 때 마다  피지알 눈팅하고 여유있을 때 가벼운 글 살짝살짝 질러보는게 제일 큰 낙입니다.

소박하지만 큰 결심으로 운동하고 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훌쩍 넘었네요. 아직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 마음이란게 시간에 마모되기 마련인가봐요. 날이 살살 따뜻해지고 봄이오니 슬렁슬렁 슬럼프가 찾아오네요.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하루하루 보낸지 80일, 12Kg를 감량하고 거울을 보니 5년만에 이별했던 제 갈비뼈를 만났습니다.

와우! 어찌나 반가운지!

'너 영영 못만날줄 알았다. 있을 땐 몰랐는데 니가 막상 안보이니까 얼마나 아쉽고 어색했는지 모른다. 다시만나서 정말 반갑다. 내가 더 노력해서 이제 다시는 너랑 헤어지지 않을거야. 날 믿어도 좋아.'

진심으로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고 다시보니 눈에 보이는 갈비뼈 뒤로 부끄럽다는 듯 다른녀석이 숨어있네요.

뭔가 자세히 보니 외로움이라는 녀석 같습니다.

'이녀석. 그렇게 반갑지는 않지만 살아는 있었구나. 그래.. 니맘 내가 이해한다. 계속 거기 숨어있었니? 혼자 얼마나 힘들었니.. 이제야 니가 보이는걸 보니 내가 이제 살만하긴 한가보다. 지금까지야 어찌됐든 부끄러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라. 니가 거기있는건 내가 살아있으니까 당연한거야. 너랑은 헤어지고 싶어도 못헤어져. 그나저나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널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네.. 지금까지 미안했다. 가끔 밥도 주고 할테니까 많이 먹고 살좀 빼야겠다. 앞으로 잘해보자! 나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고..'

그런데 이 놈 보소..

자세히 보니 혼자 있는게 아니라 옆에 자기 닮은 누구를 데리고 있는게 아닙니까.  

이녀석은 누구더라.. 익숙한걸 보니 예전에 만난 적이 분명히 있는데. 만난지 오래되서 기억이 날듯 말듯..

너 전에 나 본적 없니? 만난 적 있다고? 어디서 봤더라.. 언제봤더라..

네 맞습니다. 그 분이 오신 것 같습니다.

말을 참 이쁘게 하고 생각도 이쁘게 하는 아가씨가 한 명 있어요. 스터디 구하다 만나서 알고 지낸지 2달. 지금 같이 스터디를 하지는 않지만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고 학습 자료도 나누고 어쩌다 보니 인강도 날짜 나눠서 같이 듣고 있죠. 그때 만난 멤버들이 4명인데 서로 힐링캠프 찍고 킬링캠프도 찍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말을 많이 나누지는 않았지만 대화만 나누면 자꾸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것 같길래 꼭 필요한 얘기 말고는 일부러 피했습니다. 남자친구도 있으신데다 큰 결심하고 공부하는데 방해받는걸 원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소소한 관심이라 공부하는데 적당히 활력소도 되고 도서관에 앉아있을 때도 남이 보는 것 같아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랬죠. 적당히 유쾌하고 좋았는데..

그런데 지난 주말에 난데없이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괴롭고 집에 혼자 있기가 너무 힘든데.. 하필 친구며 지인들이 전부 타지에 있어 도무지 얘기할 상대가 없다고 잠깐이라도 좋으니 자기 얘기좀 들어달라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게 기쁘긴 하지만.  

그 때 나가지 않았어야 했나봐요. 얘기나누고 공감하고 위로하다보니 없던 마음도 생길 판인데.. 신경 쓰지 않던 마음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한 편으로는 즐겁기도 하네요. 연애를 너무 질리게 오래 했던 터라.. (물론 사람에게 질린건 아닙니다) 다시는 안 생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고맙고 반가운 이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네요. 30넘은 나이에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처지에 이게 무슨 황송한 감정이랍니까. 차라리 떡 줄 사람이 생각이라도 있으면 덜 속상할텐데요.  

그렇게 이별했던 갈비뼈를 만난 날, 외로움을 만났고,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다음주는 공부 쉬어야겠어요.  
  
저부터 살고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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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3/04/19 17:44
수정 아이콘
우선 이별했던 갈비뼈와 다시 재회하신 일 축하드립니다. 외로움이 갈비뼈 뒤에 숨어있었다니 .. 뭔가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에게 외로움은 언제나 머리 위에서 온 몸을 짓누르는 녀석인지라, 외로움을 삭이며 사실 수 있는 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아마돌이
13/04/19 17: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 안보낼거에요.^^ 외로움은 그저 익숙한 척 했을 뿐인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답답한걸 보니까 말이죠 크크
OnlyJustForYou
13/04/19 17:53
수정 아이콘
작업하기 딱 좋은 타이밍.. 이라고 댓글 달면 너무 속물인가요?;;
여하튼 축하드립니다. 흐흐
아마돌이
13/04/19 17:58
수정 아이콘
축하받을 일이 아닙니다요. 어렵게 만났는데 빛도 못보고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불쌍하지 않나요? ㅜㅜ
감모여재
13/04/19 18:01
수정 아이콘
누구를 보내는 겁니까? 갈비뼈? 외로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랜 친구?
아마돌이
13/04/19 18:03
수정 아이콘
마지막 친구요.
OnlyJustForYou
13/04/19 18:03
수정 아이콘
시도도 안 해보시고.. 보내야 할 거 같다는 건 너무 빠른 포기 아닌가요? 흐흐;
작업하기 정말 딱 좋은 타이밍인데.. 공부도 하시면서 차근차근 관계를 쌓아가심이..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하지 마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여자의 눈물은 함부로 닦아주는 게 아니니까요.
아마돌이
13/04/19 18:07
수정 아이콘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일주일동안 도서관 들어앉아서 혼자 끙끙대느라 뭐 한게 없네요. 그래도 감정 문제로 가슴앓이하는게 기쁘기도 해요. 이런 감정도 못느끼고 있을 땐 정말 왜 살아있나 싶었거든요. ^^;
OnlyJustForYou
13/04/19 18:10
수정 아이콘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 지금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을 못느꼈을 때가 더 낫다라는 느낌도 들고. 역시 사람은 간사한 동물입니다 크크
아마돌이
13/04/19 18:17
수정 아이콘
남떡 큰떡. 내일 큰일. 진리입니다. 크크
감모여재
13/04/19 18:1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저는 사랑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Around30
13/04/19 18:13
수정 아이콘
아 부럽네요. 그 설레는 마음 저도 느껴보고 싶어요.
아마돌이
13/04/19 18:22
수정 아이콘
근 10년만에 오셨어요. 만끽하고 싶은데 그럴 처지가 아니라.. 그래도 이렇게라도 얘기하니까 마음이 좀 낫네요 ^^;
저글링아빠
13/04/19 19:44
수정 아이콘
인생 뭐 있나요~ 즐겨야죠~
나중에 이불킥하시면서 후회하지 마시고..

이런 글 보면 단내가 폴폴 나는게 부럽습니다.. 크..
아마돌이
13/04/19 20:39
수정 아이콘
부럽다는 소리까지 듣는걸 보니 아직 제 청춘 다 가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크크 감사합니다.
바람모리
13/04/19 20:24
수정 아이콘
몇년전에 첫눈에 반해서 고백했다가 단호한 거절을 당한후
찌질찌질하게 들러붙어서 연애했던 네살아래후배가 생각나네요.
옛다 연애해줄게.. 뭐 그런느낌이었는데 후회는 남지않아서 다행이긴한데,
가끔 걔한테 내가 무슨기억으로 남아있을까를 생각하면 침대를 차기는 합니다.
아마돌이
13/04/19 20:45
수정 아이콘
어찌됐든 저찌됐든 차긴 차는거네요^^;
불량품
13/04/20 00:31
수정 아이콘
우와.. 두달만에 12KG 빼신거면 진짜 의지가 대단하시네요.. 저도 살도찌고 머리도 요즘좀 빠지는거같아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 하는데 잘안되네요..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운동을 다음주부터 다니는데 살뺄수있엇으면 좋겠네요 크크 더불어 여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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