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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07 23:31:45
Name 팟저
Subject [일반] 오이디푸스의 윤리












누구나 공산주의자를 비난했다 : 이 나라를 파산의 가난으로 몰고 간 것과 소련의 영향력 하에서 일국의 독립성을 빼앗긴 것과 합법적인 살인 행위를 자행한 것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이오!

이같은 비난에 직면한 이들은 대답했다 : 우린 몰랐어! 우리도 속은 거야! 우리도 그렇게 믿었어! 따지고 보면 우리도 결백한 거야!

토마스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문제는 그들이 몰랐다고 과연 그들이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는 단지 그가 바보였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50년대 초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선고가 언도되기를 요구했던 체코의 검사가 실은 러시아 비밀경찰과 정부에 의해 기만당했다고 해두자. 그러나 그 기소가 허무맹랑한 것이었고, 피고가 결백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지금, 똑같은 검사가 자신의 마음만은 순수했다고 강변하며 가슴을 칠 수 있을까? : 나는 양심에 한점의 가책도 없어, 난 몰랐단 말이야, 그렇다고 믿었어. 난 몰랐어! 그렇다고 믿었어! - 라는 검사의 말 속에 용서받을 수 없는 그의 오류가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토마스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동침하는 줄 몰랐지만 사태의 진상을 알자 자신이 결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지가 저지른 불행의 참상을 견딜 수 없어 그는 눈을 뽑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났던 것이다. 그는 영혼의 순수함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악쓰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는 향후 몇세기동안 자유를 상실했는데 자신이 결백했다고 소리칠 수 있나요? 자, 당신 주위를 돌아보셨나요? 참담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당신에겐 그것을 돌아볼 눈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아직도 눈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뽑아버리고 테베를 떠나시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발췌




"모두에게 오이디푸스의 윤리를 요구할 순 없겠지. 모두에게 자신의 눈을 뽑는 식으로 책임지라 말할 순 없을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무죄를 강변하며 절망한 어미를 자살도 못하게 재갈을 물리고, 계속 왕비 자리에 앉혀두채, 자신 역시 왕좌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할 이도 없겠지. 아마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을거야. 참상 앞에서 스스로에겐 책임이 없다는 작자지만 정작 그 참상은 다만 내버려둘 따름이니까. 자신의 삶이 빚어낸 재앙의 책임을 기구한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이가, 어찌 그 운명이 가져다준 수혜만 고스란히 취하려할까?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취한 불행이 없었다면 왕위도 없었고 왕비도 없었을테지. 헌데 전자를 부정하고 후자는 긍정한다라... 인간이라면, 감히 인간이라면 그 모순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거야."

라고 철없던 시절엔 생각했습니다. 좀 더 순수했던 때였죠. 아마 그때였다면 이 글은 윗 문단에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뭐... 헌데 세상은 아무래도 제 생각보단 넓더군요. 위 물음에 그 자신을 내세워 반론하는 이들이 있었으니까요. 멀리서 구할 것도 없이, 당장 우리는 근자에도 유벤투스의 세리에 우승을 통해, 이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여, 저는 이제 해당 발췌문에 대해 이렇게 덧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당신은 테베를 떠나지 않을수도 있을 겁니다."라구요.

그리고

"하지만 당신은 아마 오이디푸스와는 달리 마지막 순간, 테세우스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다 잘 되었다'라곤 결코 말할 수 없을 겁니다."라구요.

이는 마냥 순진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헤이젤 참사 이후 웨파에서 떨어진 유럽대회 출전 금지령에 대해, 리버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이 "우리가 왜?!"라고 항의했다면, 그리고 이에서 어떤 반성도 끌어내지 않았다면 당연히 epl은 없었을 겁니다. epl은 다른 무엇보다 헤이젤 참사와 힐스브로 참사에 대한 잉글랜드리그 차원의 반성이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반성 이후에도, epl이 다시 예전의 성세를 되찾기까진 무려 십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예, 마냥 악에 받친 군자연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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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2/05/07 23:39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은 아마도 그렇지 않겠나 저도 생각하나, 대중의 평가는 그런걸 별로 개의치 않으므로..
12/05/07 23:49
수정 아이콘
여담인데 지금 와서야 아무래도 축덕 사이트에나 올릴껄 싶네요.
참된깨달음
12/05/07 23:55
수정 아이콘
통합진보당의 현재 상황과 연결하여 읽으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묘함이 있네요.
의도하신게 아닌지?
절름발이이리
12/05/07 23:56
수정 아이콘
그게 이 글의 주제.. 가 아닌가 헐? 내가 난독이라니
참된깨달음
12/05/08 00:01
수정 아이콘
그게 이 글의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축구얘기만 해서. ^.^;
그림까지......
12/05/07 23:56
수정 아이콘
뭐.. 그림 보니 뭐가 문젠진 알겠네요.

정확히 논지 자체가 세리에 별 논쟁에 해당되는지는 좀 갸우뚱 합니다만...
보라도리
12/05/08 00:10
수정 아이콘
배경 지식이 없으면 무엇인지 모르는 글이네요.. 상황 설명을 해주셧 다면 좋았을 글이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 유벤 투스 우승으로 유벤투스 주장 30회 우승 이니 별 3개 단다! 이고 그외 이탈리아 축협이나 다른 팀 팬들은 니네 조작 혐의로 아직 법원에서 판결도 안나온 거고 인터밀란이나 밀란 우승 기록 을 무시 하는 행위다.. 로 지금 세리에 관련 사이트에서는 이거떄문에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죠..

근데 글 올리 신분은 세랴매냐 더치맨님 본인이신가요?
12/05/08 00:41
수정 아이콘
무슨염치로 별3개를 달겠다는건지..
몽키.D.루피
12/05/08 00:42
수정 아이콘
그러니깐 유벤투스가 박탈당한 스쿠데토를 버젓이 우승횟수로 넣었다는 건가요??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선문답하는 거 같네요.
JuninoProdigo
12/05/08 00:50
수정 아이콘
폰이지만,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이번 시즌 스쿠데토는 유벤투스가 가져갔습니다. 칼치오폴리 이후 절치부심한 유벤투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다만 문제는 칼치오폴리로 인해 박탈된 2번의 우승을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스쿠데토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구단의 공식 입장입니다.

30회 우승의 근거는 이탈리아 법정에서 칼치오폴리로 인한 유벤투스의 이득이 없었다고 결론이 났고, 따라서 칼치오폴리와 유벤투스는 상관이 없고, 따라서 반환했던 2번의 스쿠데토를 유벤투스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
로쏘네리
12/05/08 00:56
수정 아이콘
더치맨님이랑 pgr팟저님이랑 동일인물이셨군요;; 세매에서 본글이랑 똑같은 제목이 pgr에도 있길래 잉?? 하면서 들어왔는데..
뭐 pgr은 세매처럼 퐈이야될일은 없겠군요..
아키아빠윌셔
12/05/08 01:18
수정 아이콘
'현' 유벤투스에서 별 3개를 다는 이유는, 스포츠 법정(중재, 징계위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만)에서 '심판 배정으로 인한 이득이 없음. 다만 모지 등을 구단에 앉히고 그들을 관리못한 책임은 구단에 있음.'이란 판결을 통해 스쿠테토 박탈, B로의 강등 등의 처벌이 내려졌는데 이게 '모지 개인의 죄로 구단이 피해를 본 것'이라는 거죠. 안그래도 새 구장에서 시작한 첫 시즌이고 구단 보드진은 그때와 연관이 없기도 하거니와 새로운 유벤투스의 기치를 내걸고는 있으니까요. 스쿠테토 박탈과 B로의 강등으로 인해 유벤투스 구단이 입은 피해에 관한 항소를 한 상태기도 하고...

다만, 구단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끄나풀도 아니고 핵심 실세였던 단장이 그런 일(심판 배정관과의 커넥션을통해 임의로 심판들을 경기에 배정, 금품 등을 통한 매수 행위 등)을 한걸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나폴리 법원에선 이미 다 유죄 판결 받고 모지만 항소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또 심판 배정으로 인한 이득을 협회에서 인정해버리면 심판의 개인적 성향 등도 인정해버리는 거고, 판정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대놓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일이 벌어진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겁니다. 당시 판결과 처벌 등이 유럽대회 출전 클럽 결정과 관련해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였고 뭔가 깔끔하게 끝나지 못했다는 느낌도 있고요.
앉은뱅이 늑대
12/05/08 09:08
수정 아이콘
몰랐다는 게 면죄부가 될 수 없죠.
그리고 몰랐다고 발뺌하는 대다수는 알고 나서도 발뺌합니다.
유대인 학살의 집행자인 아이히만이나 일제시대 민족개조론을 내세웠던 사람이나 스스로는 진정성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문제는 자신들의 과오가 드러난 이후에도 자신의 정당성만 강변한다는 것.
Judas Pain
12/05/08 10:59
수정 아이콘
오이디푸스, 운명 앞에서 눈뜨는 장님들의 왕이여.
사티레브
12/05/08 11:51
수정 아이콘
역사는 길고 치욕은 영원하리
영원한초보
12/05/08 12:03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이 이해가 잘 안가서 물어봅니다.
"예, 마냥 악에 받친 군자연은 아닐 겁니다."
주어가 뭔지 어떤 행동을 했길래 군자연이라고 하는지 이해를 도와주실 분이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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