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직장인 최석재씨로부터 ‘달빛요정 마흔번째 생일, 작은 이벤트’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하나 받았다. 2010년 11월 반지하 자취방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숨진 인디 음악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이 살아 있었다면, 맞이했을 그의 40대 첫 생일(4월19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자는 제안이었다. ..(중략) “달빛요정이 원하던 돈도 벌게 해주고, 물론 그가 쓰진 못하겠지만 저세상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사람들이 가끔 달빛요정을 기억해주고 진심어린 그의 노래를 흥얼거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차트에 달빛요정의 이름이 올라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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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westminia
내일(4.19) 달빛요정 생일을 맞아 '나를 연애하게 하라'를 실시간 차트에 올리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음원 사업자에게 윤리적 소비자의 힘을 보여줍시다. RT 부탁
위 글은 한겨레 대중음악 기자인 서정민 기자의 글과 트윗입니다.
사실 '윤리적 소비자'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답답함과 모순-비윤리적 소비자'가 존재하는가?-은 다소 거슬리지만
달빛요정이라는 한 음악가의 비참한 최후와 비합리적인 음원 가격은 한동안 음악인들과 대중들에게 고민해야 할 숙제였다고 봅니다.
현재까지도 과연 음원의 가치가 150-6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 과연 음악인을 직업인으로서 숨쉬게 해주는 지 의문입니다.
모든 음악인이 돈을 버는 구조를 바란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허나 노래 한 곡당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이 20원에서 최대 60원이라는 사실은 창작의욕이 얼마나 떨어지게 하는 일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산정된 가격이 웹상에 있지만 대강의 기억으로 적었습니다. 솔직히 찾기가 싫어지는 자료입니다. )
작년에 무도 가요제 다운로드가 1500만건이라고 하던데 수익은 7억원이라고 하더군요.
1500만건이면 10곡이 들어간 앨범이 150만장 팔린 것과 다름 없는데 수익은 7억원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곡당 47원의 수익이네요. 이렇게 인기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져야 이 정도 수익을 얻게 됩니다.
그 수익도 어떻게 나눠질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네요.
방송에 나올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음악을 업으로 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오늘 달빛요정의 생일을 맞아 이뤄지는 이벤트는 떠나간 달빛요정을 위로하면서도
낮은 음원 가격에 대해 소비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함께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 달빛요정 만루홈런 / '나를 연애하게 하라' -
언제였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봤던 때가
나를 떠나면 다들 행복해져 나야말로 모두 다에게 행복을
퍼다주는 사람 난 아직 이렇게 언제나 혼자로만 있는데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사랑받는 건 바라지도 않아
난 그저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그런 사람이 가끔 필요할 뿐
난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렇다고 멋진 사람도 아니야
내게 선택의 기회따윈 없어 떠난다면 보내줘야만 했었어
모두들 나에게 고마워 해야해 이제는 행복해졌을테니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난 너무 지쳤어 너무 힘들어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사랑받는 건 바라지도 않아
난 그저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그런 사람이 가끔 필요할 뿐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 행복해질 수가 있을까 언제쯤
얼마나 더 멋진 연애를 해볼 수 있을까 사랑은 더이상
나에겐 없어 내게 사랑은 없어
나에게 사랑은 없어 그저 날 연애하게 하라
들어보시고 괜찮으시다면 구입을,
구입까진 아니라고 하시면 각종 음원판매처에서 스트리밍이라도 어떠실런지요.
또 다시 달빛요정의 죽음같은 비참한 일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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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까운 사람이죠 달빛요정... 분명 음악 색깔은 꼭 그렇지는 않은데 가사를 제대로 들어보면 참 처절하더라구요. 그 대비가 더 좋았습니다.
본문에 인용된 '나를 연애하게 하라'도 음악은 굉장히 경쾌한 음악인데...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사랑받는 건 바라지도 않아
난 그저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그런 사람이 가끔 필요할 뿐'
... 여느 서정적인 발라드 못지 않게 극단적인 외로움을 잘 표현한 가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