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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2 20:36:42
Name 박동현
Subject [일반] 아쉬운 결과, 그리고 안타까운 한명숙씨
개인적으로 저는 특별히 어느 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저는 특별한 성향이 없습니다. 개개의 이슈에 따라 이것이 맞다. 저것이 맞다 이렇게 판단하고 제 생각과 가까운 곳을 지지하죠. 혹자들이 말하는 침묵하는 다수. 혹은 부동층이 저같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제 지난 투표행동을 본다면 넌 도대체 무슨 기준이냐 하고 묻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지지난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이회창씨를 찍었었죠. 그리고 무상급식때는 반대표를 던졌고 서울시장때는 박원순씨에게 투표를 했었죠. 특정한 성향없이 어지럽게 움직였습니다. 일관성이 없죠. 하지만 옳다고 믿는 것에 던졌습니다. 특별히 보수라고해서 진보라고해서 찍어주진 않았습니다. 그냥 이게 옳다 싶을때 그쪽에 웃어주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방법론이 틀릴뿐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게 하는 목적을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지지하던 사람이 비록 낙선되고 이재오씨가 당선이 되었지만 굳이 절망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길수 있었던 총선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 것은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명숙씨가 많이 수고하셨지만 안타깝게도 그 한계가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심하게 말씀드려서 한명숙씨의 장점은 검찰이 집요하게 털어도 별 일없는 도덕성 말고는 리더로서의 장점이 없습니다. 물론 집단지도체제의 민주당이었다고는 하지만 한물 간 정동영씨나 손학규씨보다는 한명숙씨가 간판이었던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어야 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물러터졌습니다.

김용민씨 막말파문이 터졌을때 과감히 솎아내야 했습니다. 애초에 공천을 주면 안되는 사람인데 그것을 억지로 안고 가려하다가 결과적으로는 피만 봤죠. 박근혜씨의 친이계를 잘라내는 과감함과 비교하여 볼때 한명숙씨의 대처는 너무나 아마추어같았습니다. 더욱이 이정희 대표의 찌질한 변명과 버티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급기야 문재인씨가 상경해서 해결하던 모습은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통진당과 민주당의 체급차이가 엄청난데 이를 능숙하게 조정하지도 못하고 통진당의 요구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은 저게 무슨 꼴인가 싶을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총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해군기지 이슈에 매달려 눈 앞에 산적한 시급한 일들을 외면하고 공천 잡음은 걷잡을 수 없고...무능력의 극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총선 때 후보만 통합하여 내는 것에 충분했습니다. 굳이 통진당의 행보에 발 맞출 필요가 전혀 없었죠. 본래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쪽에 가까운 보수였습니다. 우리는 한나라당보다 상대적으로 복지를 더 중시한다 정도였지 한나라당의 대척점의 위치에 있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유사하지만 옵션이 조금 다른 대체품이었죠. 굳이 예를 들자면 쇠고기의 대체품인 돼지고기역할 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통진당은 호불호가 갈리는 개고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민주당은 '요즘 미국산 쇠고기 불안하시죠? 싸고 맛도 쇠고기랑 다를 것 없는 국산 돼지고기 한번 드셔보세요' 라고 해도 충분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부동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고,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안전한 광고였습니다. 이대로만 해도 충분히 효과있는 광고에 굳이 통진당과 보조를 같이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개고기를 같이 끼워팔면서 자충수를 둡니다. 통진당은 매니아에게 엄청난 인기를 가지지만, 일반 사람에게는 ' 저거 위생검사는 하고 있는거야? ' 라고 하는 의구심을 들게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개고기입니다. 민주당은 기존의 괜찮은 돼지고기에 개고기를 같이 끼워팔면서 정체성을 의심받습니다. 저거 돼지고기야? 개고기야?

결과적으로는 통진당과 같은 취급을 받아 질 좋고 싸서 대중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었던 돼지고기가 개고기로 오인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래 새누리당 못지않은 보수정당인 민주당이 졸지에 통진당=민주당으로 인식되면서 마케팅적으로 매출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나고 말았습니다.

민주당은 통진당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노선을 지켜야 했습니다. 해군기지에 매달릴게 아니라 공천자 선별에 더 매달려야 했고, 김용민에 집착할게 아니라 우리는 새누리당과 비슷하지만 이런게 다르다라는 것을 어필해야 했습니다. 괜히 통진당과 발 맞추려 노력하다가 각종 악재에 얻어맞고 진창을 나뒹구는 모습은 꼴 사나웠습니다.  민주당은 통진당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후보만 통합할 뿐 통진당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지 못했고 그냥 같이 통진당화 되어버렸습니다.

수뇌부의 총체적인 무능입니다. 전략의 부재이며 때이른 샴페인에 취해서 현실을 못 본것입니다. 거대 야당이면서도 통진당에 질질 끌려다닌 무능함, 이정희 대표 사태때 제대로 선을 긋지못한 우유부단함. 총선을 며칠 앞두고 터진 통진당의 ' 예비군 폐지 ' 공약을 막지 못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철저하게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못했죠. 그 결과  미처 준비한 돼지고기를 다 팔지 못하고 악성재고만 남아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우리가 깨끗한 국산 돼지고기임을 어필해야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개고기는 취급하지 말아야죠. 돼지고기 전문점만으로 거듭나는 것이 앞으로의 매출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부의 개고기 매니아를 위해 계속 개고기를 취급하다가는 주 매출품목인 돼지고기의 품질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명숙씨는 지금부터라도 주 품목을 결정하고 집중하여야 하는데 그럴 능력과 시간이 허락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는 자충수였습니다. 단독으로 붙어도 이렇게 깨지진 않을것입니다.
이번의 패배는 1+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0 혹은 -1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해군기지=해적기지.
예비군 훈련 폐지.
김용민의 막말.

치명적인 악재였지만 충분히 데미지 컨트롤이 가능했던 이슈였습니다.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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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ve
12/04/12 20:41
수정 아이콘
실제로 통진당도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약진은 됐지만 그것은 야권내에서의 약진일뿐 정작 새누리당상대로는 선거과정에서 무리수를 거듭하다 대패를 한거니까요.
민통당보다 상황도 훨씬 열악했던 주제에 말이죠
기왕에 텃밭이라 여겼던 창원과 울산에서 제대로 털린만큼, 쇄신 기대...는 무리인가요
휴식같은친구
12/04/12 20:46
수정 아이콘
중간에 김용민 쳐냈으면 꼼수팬들한테 욕 엄청 먹었겠죠. 애초에 그런인물을 공천해서 흠잡히고 공격당하게한게 잘못이라면 잘못같네요.
박동현
12/04/12 20:5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나꼼수는 나꼼수로 남아있을때 가장 빛이 납니다. 김용민이 설마 공천 받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천을 받음으로써 공천기준이 제멋대로임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봅니다. 그냥 인터넷 말꾼과 새누리당에서 고심해서 뽑은 오랜 공직생활을 거친 견실한 후보가 경합한다면......... 결과야 뻔했던거죠.

인터넷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정말 당선되리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차라리 김용민을 쳐내고 그 지역구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사과하는 것이 더 나을뻔했습니다.
하루빨리
12/04/12 20:54
수정 아이콘
'애초에 공천을 주면 안되는 사람' 이란 문장이 거슬리네요. 김용민씨가 뭘 잘못했나요? 8년전 막말한거? 그렇게 생각하시면 언론플레이에 당하신거죠. 막말 자체는 잘못한게 맞지만, 전후관계 따지지 않고, 김용민씨가 대선주자라도 되는 양 언론플레이 펼쳤던 조중동이 잘한 것입니다.

애당초 '애초에 공천을 주면 안되는 사람' 이 문장은 김용민씨에게 어울리는게 아니라 문대성씨에게 어울리는 문장 아니였나요? 총선 패배했다고 김용민씨는 죽일놈이고 문대성씨는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전쟁 영웅이 된겁니까?
사티레브
12/04/12 20:58
수정 아이콘
무능력엔 동정도 안가네요 에효
(Re)적울린네마리
12/04/12 21:02
수정 아이콘
그냥 결과론적인 이야기네요.

그리고, 60여군데가 초접전이었는데 양당이 모두 나왔다면 통진당은 1~2석에 그쳤겠지만, 민주당이 잃은 의석수도 상당하겠죠.
정통민주당을 보면요..
하루빨리
12/04/12 21:05
수정 아이콘
김용민, 문대성, 손수조 다들 언론플레이의 수혜자와 피해자입니다. 이 언론 플레이 주도한건 조중동과 방송3사들이고요. 결과적으로 문대성 후보는 문도리코 별명 얻고 당선, 손수조 후보는 쌍두노출 유행어 만들고 40%의 득표율을 얻어 야권의 강력한 대선 주자에 흠집을 남겼습니다.
김용민씨도 언론플레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낙마한 것입니다. 과정은 언론플레이였지, 김용민씨 자질이 문제되는 것도 아니였고, 또 김용민씨가 국회의원 자격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였습니다.

더럽습니다. 자질 없는 사람이 언론플레이로 인해 승리한건 칭송받고, 자질 있던 사람이 언론플레이로 인해 패배하니 죽일놈 취급 받는 사회인데 어떤 정치신인이 감히 국회의원에 도전하겠습니까?
scarabeu
12/04/12 21:15
수정 아이콘
남윤인순 같은 사람을 비례대표 상위권에 올려놓은 것도 젊은남성유권자는 별로 신경 안쓴다는 의사표시였죠.
12/04/12 21:16
수정 아이콘
그냥 다음부턴 통합진보당에 얽메여 야권연대에 운운안해야합니다.
깨지더라도 혼자서 꺠져야죠 언제까지 혼자서 못해서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전혀다른 정당한테 쩔쩔매고 그래야합니까?
데스싸이즈
12/04/12 21:24
수정 아이콘
한명숙씨야 이미 서울시장 선거때부터 한계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the hive
12/04/12 21: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충공깽이였던게 경남 창원의 통진당 지지율이 급락했다는겁니다.
각종 소식으로 민주당과의 연대가 언론에 부각되면서(지방선거 당시에는 워낙 여당 압승분위기라 제대로 부각이 안됬죠.)
2010년만해도 창원시에서는 시장선거에서 대패하긴했으나 그래도 지지율에서는 2등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지율에서 민주당에서도 밀리는정도로까지 급락하더군요.. 대체 뭔가 했습니다
포켓토이
12/04/12 21:37
수정 아이콘
김용민씨의 8년전 인터넷 방송을 다른 사람은 검증하기 힘들지라도 본인은 자기가 그런 얘기 한거
스스로 알고 있잖습니까. 설마 새누리당이 그거 못찾아낼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일까요?
물론 딱 집어서 저 방송을 기억하고 있진 못하겠지만 김구라와 함께 인터넷 방송에서 막 떠들어댔던
과거의 MP3 파일이 다시 꺼집어내질 가능성 그 자체를 예측못했을거라고 보이진 않는데 말이죠.
김용민씨는 이번 선거에선 확실히 폐를 끼쳤습니다. 스스로 그런 흠집이 있다면 나올 생각을 말았어야
하는데 말이죠. 저도 솔직히 자신있게 선거에 나오길래 나름 과거에 대해 자신있으니까 나오는거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김용민씨가 너무 새누리당을 얕잡아본겁니다.
휴식같은친구
12/04/12 22:22
수정 아이콘
조중동 언론탓 백날 해봐야 뭐합니까. 늘 그대로 있는 상수인데요. 바꿀수 있는걸 잘 했어야 하는데 옆에서 충고 계속 하는 사람들 무시하고 밀고나갈때 이런게 예견되 있었다고 봐야겠죠. 뭐 뭘해도 이긴다 이런 자신감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행동이 중도층들 다 밀어냈던것이고요. 이번선거 원하는대로 해서 졌으면 대선때는 그들이 좀 변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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