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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9 22:23:12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빠가 까를, 까가 빠를 만든다
1. 민족주의

이분법으로 따지면 전 민족주의자일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세워졌고 현재까지 발전하게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생각하고 앞으로도 필요는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제까지 제가 쓴 글들은 대부분 민족주의를 까는 걸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말의 위험성이 너무 퍼져 있거든요. 좌든 우든 각기 민족을 외쳤고, 독재 정권 때 너무 강화됐으며, 지금도 친정부든 반정부든 민족을 외치고 있으니까요. "애국심"이라는 말 자체가 위험하게 된 게 바로 지금입니다.

민족주의에 대한 자세한 논의와는 별개로, 저는 민족주의자라 자처하면서도 계속 민족주의를 깔 겁니다. 빠가 까를 만드는 것이죠. 지나치고 이용당하기만 한 민족주의는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뭐 현재는 이런 지나친 탈민족주의에 경계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지만요.

2. 객관
저도 참 객관 좋아하는 말입니다만, 이 말도 이용되기는 참 많이 이용됐습니다. 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있어 완벽한 객관은 존재하지 않겠죠. 거기다 이 말도 차암 많이도 이용됐습니다. 흔히 "~빠"라 하는 무리들은 모두 이 말을 이용합니다. "객관적으로 환단고기는 옳다(환빠)" "객관적으로 일제시대는 축복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객관적으로 보자"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전 이런 식의 말들을 싫어합니다. 이건 가장 기본이 되는 말이거든요. 이전에 이에 관해 쓴 글들처럼, 아예 자기의 방법론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라면 모를까, 어떤 구체적인 얘기를 하면서 이런 원론적인 말을 한다는 건 오히려 그걸 핑계댈 때가 많거든요. 네, 객관은 제가 많이 쓰는 말이면서도 말입니다.

민족, 평화, 객관, 뭐 이런 식으로 많이 쓰는 말들, 이 단어들은 참 좋은 말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건 이 말 자체의 반감보단 그 말이 얼마나 왜곡돼서 쓰여 왔는지에 달려 있겠죠.

2. 독재, 반공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가보죠.

해방 후부터 이어진 독재 정권은 반공 노선을 강화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수많은 부작용들이 생겨났다는 것이죠.

+) 흔히 이런 반공을 이승만 내지 박정희 때부터로 보지만, 전 김구부터로 봅니다. 마지막에 김일성과 협상을 하려 한 것 때문에 통일의 상징으로 미화됐을 뿐이죠. 이에 대한 건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죠.

80년 이후로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이 중 가장 큰 건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재평가죠. 4.19에서도, 부마 항쟁에서도, 5.18에서도 기본적인 반공 노선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5.18 이후의 민주화 운동은 반미가 기본이 됐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세대가 바뀌어 가면서 6.25 전쟁으로 인한 북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가 옅어졌고, 그러면서 한국을 도운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고마움도 옅어졌습니다. 냉전이 깨져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공 노선에 대한 회의가 돌았고, 어쨌든 "같은 민족" "통일해야 된다"는 교육만은 계속된 것도 있죠.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이것일 겁니다.


혐짤을 올린 것에 대한 사과 말씀 올립니다.

민족주의와 민주화, 이 때 독재 정권을 반대했던 이들의 중에 공산주의자는 얼마나 됐을까요? 오히려 우파가 더 많았을 겁니다. 헌데 독재 정권은 이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았죠. 그리고 미국은 이를 묵인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폐됐던 일들이 밝혀졌고, 전 세계에서 미국이 저지른 제국주의적인 것들 역시 밝혀지면서 많은 것들이 재평가 됩니다.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죠.

"대한민국은 무조건 옳으며, 북한은 무조건 틀렸다. 미국은 우리의 착한 우방이다." 는 말은 반대를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고, 너무 오래 계속됐습니다. 이런 "빠"에 따라 "까" 역시 더욱 커졌죠.

"대한민국은 친일파로 구성된 미제의 괴뢰국일 뿐이며, 미 제국주의는 우리 민족의 통일을 막는 없어져야 될 것들" 로 말이죠.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 6.25 전쟁입니다. 6.25 북침설은 분명 학문의 하나로 연구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소련 붕괴 후 북쪽에서 있었던 일들이 밝혀지면서 폐기됐죠. 남침 유도설이니 분쟁 확전설 등의 파생된 주장도 있지만 현재 6.25 남침설은 그것도 다 부정될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있죠.

역사에 대한 재평가로 분명 얘기됐어야 할 문제지만 결론이 난 후에도 그릇된 이론을 붙잡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오랜 "빠"의 결과죠. 이런 걸 "종북"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상관 없습니다. 제가 이런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거야 이제 다들 아시겠지만, 이에 대한 제 결론은 이래요. 이들을 만든 건 북한이 아닙니다. 북한은 당연히 우리의 적이니 지금까지도 이들을 늘리고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겠죠. 문제는 여기에 쉽게 빠지게 만든 독재 정권에 따져야겠죠.


박정희 국왕 폐하께서는 1972년 10월 대한민국을 대한왕국으로 바꾸신 후 1979년 안타깝게도 시해되셨습니다.

정조는 "정학이 바로 서면 사학은 스스로 없어질 것이다"고 했습니다. 정말 북한과 연결된 공산주의자가 아닌 이상, 독재 정권이 이들을 무조건 탄압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그들이 스스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길로 갔다면, 국시가 반공이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죠.

북한에 대한 재평가, "좌파"에 대한 재평가는 냉전이 해체돼 가면서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 "빠와 까" 논리가 결합돼 버렸다는 것이죠. 그 결과는 "북한은 노 터치, 미 제국주의 무조건 배격, 친일파 출신 남괴정권 배격" 이었죠.

헌데 그게 또 아니라는 게 문제죠. 6.25는 남침이었고, 북한은 (특히 민주화 된 이후로는) 남한보다 더 한 독재 체제였으며, 북한의 간첩 및 사주도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분명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고, 어쨌든 아직 우리 편으로 둬야 되는 이들이었구요. 당연한 재평가와 이런 왜곡들이 겹쳐서 일어나면서 어디까지를 봐야 될 지가 참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부시 행정부로 인해 전 세계적인 반미 움직임도 계속되면서요.

무조건적인 반미와 반정부 및 친북, 이는 또 다른 빠와 까를 만들었습니다. 굳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 필요도 없었어요. 남북이 화해 무드로 가는 와중에도 북한의 대남 도발은 계속됐으니까요. 전쟁을 일으킨 주체도 그들이었고, 계속 도발을 한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민족끼리"와 "반미"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을 보기가 힘든 게 문제인 것이죠. 거기다 이들은 "할 말은 한다"는,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나타난 이들이었으니까요. 민주화를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정부와 미국에 대한 비판이 크면 클수록 북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까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 "통일은 해야 되지만 저것들은 때려 죽여야 될 빨갱이다."는 건 "북한은 적이 아닌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친해져야 된다"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결국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 그들을 옹호하지 마라"가 돼 가고 있죠.

레드 컴플렉스가 아니라 이런 시각으로 봐야겠죠. 아니, 레드 컴플렉스가 단순히 꾸며진 게 아니기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 적이고 바로 최근에도 우리 민간인을 죽인 경력이 있기에 북한에 미온적인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걸 벗어날 방법은 북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죠.

2.1 뉴라이트
이런 빠에 대한 까로 다시 등장한 것이 뉴라이트입니다. 이 쪽은 어떨까요?


"자유당 독재 12년에 농촌의 경제는 파탄되고 관기는 문란해졌으며, 부정축재자들은 건전한 국가 경제의 성장은 제쳐놓고, 그릇되고썩어빠지기만 했다. 해방 16년에, 남한에서는 이승만 노인의 어두운 독재와 썩어빠진 자유당과 관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해방 귀족'들이 날뛰어 겨레의 장래는 어려워만 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조선 사회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이승만 정권에 이르는 우리 민족사의 쓰라린 과정을 반성해 보았다. 우리나라 최근의 역사를 살펴보면 망조 든 나라의 역사요, 혼돈의 역사이며 실패의 기록이기도 했다."

...

- 국가와 혁명과 나 / 박정희

예. 위에 위에 사진에 나온 그 양반 맞습니다.

이승만은 극렬 반일을 외쳤고, 자유당을 만든 후 한민당을 친일파로 몰며 욕 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친일파를 품었든 친일을 생각했든 어쨌든 겉으로 내세운 건 분명 "반일"이었죠. 이는 박정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일본과 무슨 협상을 했든 속으로 일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든 겉으로 내세운 건 "반일"이었습니다. 교과서가 반일로 가득찬 것은 바로 그의 작품이었죠.

네. 바로 뉴라이트가 교과서를 비판한다는 건 곧 박정희를 비판한다는 것이고, 뉴라이트가 친일파를 비호한다는 건 곧 이승만을 비판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박정희 시대에 이런 식의 이승만 재평가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박정희의 뒤를 이은 전두환 때 역시 마찬가지였죠. 이승만을 옹호한다는 것은 곧 5.16의 정당성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군사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는 것이거든요. 박정희 때 띄운 인물이 바로 김구인데, 정작 뉴라이트에서는 이 김구 역시 다르게 평가하려 하죠.

이 뉴라이트가 기존의 우파를 잇는다고 생각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5.16의 배경이 된 4.19의 의의까지도 무시하려 하거든요. 그렇다면 대체 그들이 말하는 "우"는 대체 어디일까요? 이에 대해서 "반공"이라는 코드만으로 이들의 주장을 따라가는 것도 문제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근원을 일제에서 찾는 것은 독재 정권 하에서도 절대 용납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것 때문인지 이들의 주장은 참 뒤죽박죽입니다. 학문적으로 큰 성과를 이뤘다 생각하는 이영훈 교수만 해도 해방 전의 내용과 해방 후의 내용을 보면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냐 할 정도니까요. "왜놈들 싫고 저놈들 다 빨갱이"류의 사람들이 본다면 그 전의 내용은 때려죽여야 될 내용이고, 박정희를 좋아한다면 이승만 옹호에는 질색해야 될 것이니까요.

학문적인 영역이라면 모를까, 이런 우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 근데 그걸 "정통 보수"로 인정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2.2 다시, 민주화
해방 후의 좌우의 흐름과 현재의 좌우는 다릅니다. 좌파의 경우 이승만 정권 때 몰락 및 6.25 전쟁으로 대거 월북, 납북 후 80년대 이후부터 새로이 나타났다고 봐야 되고, 뉴라이트 역시 자신들의 말 그대로 "새로운" 우파입니다.

이런 흐름이 나타나게 된 건 재밌게도 "민주화"입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민주화 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입니다.


민자당 이후, 신한국당부터 현 새누리당까지 이어진 "보수" 세력, 이들을 한데 싸잡아 부르지만 그 계보는 옛 민정당이 아니라 김영삼부터 시작된 새로운 계열입니다. 여기에 도지사 등 운동권 계열이 많이 합세했죠. NL계열 역시 현재 뉴라이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흔히 이를 "변절"이라 표현하지만, 전 아니라고 봐요. 세월이 지나며 보수화 된 걸 생각한다 하더라도 원래부터 성향은 그 쪽이 가까웠다고 봐야죠. 현 민주당 계열 역시 마찬가집니다. 뿌리를 거슬로 올라가면 한민당까지 가겠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김대중 계열이라고 봐야죠. 그 민주당 계열에서 친일 청산 얘기가 먼저 나왔기에 망정이지 그 옛날 한민당부터 지금까지 유서 깊은 친일파 후예라고 욕 하는 이도 있습니다.


3김 시대의 주역으로 민주화 운동의 큰 기둥이었던 이 둘은 참 많은 악평에 시달립니다. 김영삼의 경우 3당 합당과 IMF로 정말 큰 점수를 까 먹었고, 김대중의 경우 경제 좋아하는 이들이 정작 IMF 극복한 공과 현재의 탈권위적인 부분이 이 때에 완성되다시피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죠. 그게 바로 그들이 김대중을 욕 할 수 있는 이유임에도 말입니다.

민주화의 시대는 곧 영웅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서로 반대 성향의 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과거로 계속 소급해 가면서 그림자를 찾아 헤맵니다. 대체 어느 쪽이 옳은지, 어느 쪽이 틀린지 알 수 없는 시대고, 누가 88만원 세대라 칭한 지금 젊은 세대는 그걸 파악할 겨를이 없습니다. 자기 앞가림 하기 바빠졌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정말 고귀한 시대입니다.

3. 빠든 까든
이런 말을 듣습니다. 어느 쪽에서 이용해 먹기 쉬운 얘기라고. 누구와 하는 말이 똑같다고.

저도 걱정 많이 돼요.


식근론을 얘기하면 뉴라이트나 식민지 수혜론자들에 물든 것 같고,


해방 후 어쨌든 반공은 필요했다고 주장하려니 독재자들 후빨하는 것 같죠.


건국 후 남한 정부에서 저지른 걸 비판할 때는 북한 추종하는 것 같고,


박정희-전두환 때 경제 성장에 대해 좋게 평가하면 역시 그네들 옹호해주는 것 같아 싫긴 해요.

헌데, 그 말들이 아예 틀린 게 아니라는 게 문제죠.

독재 정권 때 하는 말이랑 똑같다고, 현재 그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이들이 하는 말과 똑같다고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민주화 운동 대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되요. 북한에서 지금까지도 잘 이용해 먹으면서 얘기하는 게 이런 남한 내의 "반정부" 운동이니까요. 친정부 쪽에서 이용해 먹으니 정부를 옹호하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북한이 이용해 먹으니 반정부 운동이었던 것들 모두를 얘기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니 후자가 더 위험하죠.

굴곡지고 참 왜곡도 많은 근현대사, 무조건 거짓만 얘기하는 집단은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을 욕 한다고 그걸 "매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정치 성향에 따른 감정적인 판단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걸 정말 확실하게 지키려 했다면 이전에 PGR 내에서 논의된 "가카도 쓰지 말자"는 통과됐어야죠. "그레이트 빅 엿" 같은 것도 말이죠.

결국 남는 건 그 말이 어떻게 이용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냐는 것, 아무리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담아 둬야 할 것들은 분명히 있는 법이죠.

친일파에 대해 얘기할 떄 참 싫은 말이 "그 때 국민들 다 친일파였다 vs 어차피 친일파일 뿐이다" 입니다. 결국 똑같은 말이죠. 친일 청산을 얘기함에 있어 한 쪽은 다 친일파였는데 뭔 청산이냐고 하고, 다른 쪽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다 친일파일 뿐인데 옹호하지 마라고 합니다. 분명 옹호해야 될 친일파가 있고, 비판해야 될 친일파가 있으며, 너무 저평가 됐다고 보는 친일파도 있고 당연히 친일 문제가 따를 사람이 있는데 전혀 얘기가 안 나오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친일파를 비판할 때, 옹호할 때 이런 식의 말이 나오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습니다. 한 쪽에서는 "빨갱이"로, 한 쪽에서는 "그래 일제시대는 축복이지?" 이런 식의 욕만 듣거든요.

종북 문제 같은 경우는, 네 저도 종북이란 말 많이 쓰긴 하지만 그 쪽 사람들 중에 진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아니 그래서 더 짜증나는 거죠. 북한에 뭘 받는 것도 아니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요. 제 입장에서 차라리 종북이라는 말은 마음이 편합니다. 진짜 북한에서 뭘 받는다면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라도 하겠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사실로 따지면, 반전을 내세운다면 당연히 전쟁을 벌이고 대남 도발을 하는 북한을 먼저 비판하는 게 맞고, 마음으로 북한을 비판하기 싫은 거면 그건 정말 "마음으로 북한을 따르는 종從북인 거죠.

뉴라이트 문제가 짜증나는 것 역시 왜 "right"로서 당연히 긍정해야 되는 걸 부정하는지입니다. 4.19, 5.18, 6월 항쟁의 가치는 민주화, 그건 우파에서 크게 내세우는 가치입니다. 왜 공산주의의 반대로 자본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내세울까요? 왜 우리는 정부 수립부터 그걸 외쳤을까요? 우리는 했고 북한은 못 했습니다. 그 자신부터가 그렇게 내세워 놓고 이런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게 왜 우파일까요?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보다 못나고 멍청해서 북한이 민주화가 안 된 걸까요? 우리가 정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좌파를 얘기할 때도 내세울 수야 있겠지만 우파로서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고 이제까지 내세워 왔던 것들을 왜 부정할까요? 왜 5.18을 북한 간첩의 소행이라고 하는 게 민족정론지에 실리는 걸까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들이 지금 이런 말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모두 민주화 때문인데요. 이것 때문에 전 민주화라는 말을 조롱으로 쓰는 게 싫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게 오히려 더 빨갱이 내지 종북으로 보입니다. 우파로서 당연히 인정해야 될 가치를 무시하고 까만 양성해 주니까요. 아니 솔직히 반공 때문에 우파로 분류되지 독재 정권은 정부 주도로 하는 좌파적인 정부긴 했잖아요.

양 쪽 다 맞는 말이 있고 왜곡하는 부분이 있으며, 자기가 내세우는 가치를 부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한 쪽의 주장을 인용한다고, 그게 위험하다고 안 할 순 없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맞느냐의 문제로 가야 될 뿐이죠. 아예 구석구석 파 들어가서 개개의 사건에 가중치를 설정하고 어떤 확실한 결론을 내릴 때에야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나 판단이 들어가겠지만, 그 전의 논의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습니다.

6.25의 경우 남침입니다. 이승만의 북진론이나 전쟁 이전의 분쟁들에 대한 가치 판단과는 별개로 이것이 김일성이 치밀하게 계획해서 중국과 소련의 지원 아래 전면전을 일으킨 것 자체는 현재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설령 이를 "통일전쟁"으로 규정하더라도 말입니다.

좋은 예로 국가보안법이 있죠. 분명 이용당하기 쉽고 참 많이 이용해 온 것이지만 그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북한이 애써도 나라가 전복될 일은 없으니 그 수명은 끝났다고 하거나, 쥐를 잡으랬지만 씨암탉을 너무 잡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 오히려 이렇게 북한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는 게 북한에 대한 환상을 준다는 비판 등은 가능하겠지만, 국가보안법의 목적이 "쥐를 잡는 고양이"라는 전제 자체를 부정하고 "쥐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하면 안 되죠. 있어야 한다, 없애야 된다의 논의는 이런 바탕 아래서 이루어져야 됩니다.

미국에 대해서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승만이 열렬한 친미라 하지만 미국이랑 참 많이 대립했습니다. 미국은 남한 단독 정부 수립부터 북진 통일까지 외치는 이승만에 대비해 포스트 이승만을 찾으려 했지만 그걸 결정적으로 막은 것은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이승만을 견제할 수 있는 많은 인사들이 월북하거나 납북됐고, 김일성 역시 6.25를 핑계로 자기 정적들을 숙청했죠. 적화 통일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면서 미국은 한국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됐고, 6.25로 남한이 완전 초토화 됐기에 미국에 대한 비중이 너무나도 커진 겁니다. 해방 이후 나타난 미국의 욕심과 그 이후 남한에 행사한 영향력, 미군이 저지른 여러 범죄들을 비판하거나 친미 일변도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북한에 대해 물어야 할 것들 역시 미국에 물으면 안 되죠. 그 반대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이 무조건 퍼 주기만 하고 한국의 성장만 바라는 착한 우방이라고만 묘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저 역시 잘 하고 있다고 보진 않지만, 이런 얘기들을 함에 있어 빠든 까든간에 이런 걸 기준으로 깔고 들어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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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 및 앞으로 쓸 여러 글들을 앞으로 쓸 6.25 글에 대한 밑밥으로 쓸 것 같습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가 친일파로 보일 수도, 종북으로 보일 수도, 수꼴로 보일 수도, 빨갱이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작년에 쓴 근대에 대한 글에서 전 그에 대한 반응이 무서워서 못 쓰겠다고 했었죠. 네, 솔직히 무서워요. 대몽항쟁 글 동안 보였던 제 멘붕은 대몽항쟁 자체보다는 "대몽항쟁도 이런데 근현대 글 쓰면 머리 아파서 어쩌냐"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거기다 뭘 보든간에 "이거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야?"가 계속 걸렸고, "이게 진짜면 어디서 어디까지 욕 하고 어디까지 옹호해야 되냐"가 또 계속 걸렸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근현대, 6.25를 중심으로, [오늘] 시리즈를 중심으로 크게 다룬 후 다시 과거 얘기로 돌아가겠지만, 그 전에는 웃으면서 글 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노력은 하겠지만, 수꼴/빨갱이로 몰려도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하네요. 욕 안 먹으면서 얘기하기는 힘든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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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9 22:24
수정 아이콘
(자체 수정) 일단 선리플 후감상입니다아.
12/03/09 22:33
수정 아이콘
엔하위키 미러 이미지 파일 안보입니다.
RegretsRoad
12/03/09 22:37
수정 아이콘
엔하위키 미러이미지 파일은 29만원 사진입니다 [m]
검은창트롤
12/03/09 22:4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돼지와 늑대가 나오는 똘이장군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1971년 10월이 아니라 79년 10월 아닌가요?
앉은뱅이 늑대
12/03/09 22:48
수정 아이콘
한국근현대사가 지극한 이념전쟁의 역사인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격렬한 논쟁을 피해갈 순 없겠죠.
논쟁은 일정한 통제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나쁜 것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봅니다.
아마도 눈시님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눈시님이 쓰실 글은 기대가 됩니다.

근데 첫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감이 안와서 ^^;;
사악군
12/03/09 22:49
수정 아이콘
눈시BB님의 균형잡힌 시각과 그를 통한 역사이야기 항상 잘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12/03/09 22:5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용기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나름 보수 성향이지만, 왜 뉴라이트가 그리 맘에 안들었는지 이유를 알겠네요.
Je ne sais quoi
12/03/09 23:05
수정 아이콘
음... 걱정되지만 잘 볼께요.
사티레브
12/03/09 23:13
수정 아이콘
하나의 판단을 전체의 판단으로 몰고가는 몰지각함만없다면
공과의 표출은 언제고 누구고 상대진영이라도 가능한일인데
일부를 비판하면 까로 일부를 칭찬하면 빠로 만드는 바보들이 많아 문제에요
12/03/09 23: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라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티레브
12/03/09 23:16
수정 아이콘
왠지모르게 여태까지의 역사글들은 정말로 쓰고싶은 지금의 이 주제를 쓰는데 무차별적인 폭격을 피하고자
네임드가 되려하신게 아닌가 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갖으며
언제거그랫든 기다리다 잘 볼게요! *.*
一切唯心造
12/03/09 23:18
수정 아이콘
나중에 또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12/03/09 23:54
수정 아이콘
정말 원하던 글입니다
12/03/09 23:5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고생길에 장미라도 뿌려드리고 싶네요. 크크크
필요에 의해서, 지배하는데 꼭 필요해서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강요하고 주입시키겠지요
동족간에 전쟁도 있었고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남과 북이고 중국도 소련도 가까이 있으니깐 이해해 볼려고
노력하면 이해하지 못할것도 없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먹을것도 없이 굶어죽고 있는 거지새끼들, 오죽 지지리 못났으면 3대 세습을 허용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이유로
레드 콤플렉스는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까지도 비웃고 약올리고 농담한것으로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재판받고 있는 박정근같은 코메디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몽키.D.루피
12/03/10 00:09
수정 아이콘
요즘 윤리학 수업을 듣고 윤리학 관련 강의도 인터넷으로 보는데 크게 행위자의 동기 중심, 행위 자체의 중심, 행위의 결과 중심으로 나뉘더군요. 동기 중심의 윤리학이 덕윤리, 행위 자체, 즉 법칙을 중시하는 의무윤리, 결과를 중요시하는 공리주의가 크게 현대 윤리의 기본 틀입니다. 그런데 경제성장이라는 결과 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독재자들의 경제발전은 옳은 행동입니다. 하지만 모든 독재자들이 정권 초반에 경제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정권의 정당성을 경제 개발에 두는 이유는 뭐 자명한 거 아니겠습니까. 동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를 정당화 시킬 수 없습니다. 행위자체를 보거나 행위의 결과를 따지는 건 익숙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행위의 동기를 따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케미
12/03/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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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독립운동이나 반일투쟁도 '민족주의'이고, 분단체제 하의 반공·친미정책과 같이 내셔널리즘과의 모순을 포함한 것도 '민족주의'체제의 일환이며, 반정부운동도 '민족주의'를 자신들의 정통성의 근거로 삼는다." - 현무암「과거청산의 내셔널리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정말 반갑네요.
눈시님의 글은 항상 잘 읽어 왔지만(댓글 안 달아서 죄송해요) 앞으로의 글은 더욱 기대됩니다. 미리 감사 인사드립니다.
(Re)적울린네마리
12/03/10 00:23
수정 아이콘
언제나 눈시BBver.2님의 글을 스크랩하면서 시간날때마다 봅니다.

근현대사의 떡밥을 덥썩 물었습니다.
특히, 현대사엔 현재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존재하기에 더 어렵고 조심스러울 순 있지만... 앞으로의 글 기대되네요.
그늘진청춘
12/03/1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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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는 저로써는 눈시님의 글은 참 신뢰도가 있는거 같아요.
요즘 세상에 설령 뉴스라 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혀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의심부터 하게되더라구요.
그런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건 참 용기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눈시님을 잘 아는것도 아니지만 그간 눈시님이 쓴 글을 보고 드는 생각이예요^_^)
눈시님 글 역시 다 공감은 못하는 일이 있겠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글 기대할게요~
Absinthe
12/03/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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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뿌리고 (?) 갑니다.
읽는 사람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궁금증이 일어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을 받은 글이였습니다.
마이너리티
12/03/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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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새누리당까지 이어진 자칭 보수세력이 과역 과거 민정당과는 분리된 김영삼씨부터 새로 재편된 세력이 맞을까요?
일단 현재 새누리당의 대표 인사들은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의 군사정권시절의 공과를 구분하는 정도를 넘어서 찬양을 마다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현재 그 새누리당에서 대선 주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바로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이구요.

제가 볼때 현재의 새누리당은 과거 자유당부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정희가 만든 공화당부터 혹은 최소 전두환 시절부터는 그 명맥이 이어져 오다가
변절한 김영삼을 잠시 수용했었고, 최근에 실용을 중시하는 친이파가 잠시 득세했던 정도로 봐야 옳지 않나 싶네요.
눈시BBver.2
12/03/10 05:41
수정 아이콘
당에 따라 정치인이 가는 게 아니라 정치인 따라 당을 가는 한국에서 딱 새누리당만 예외라고 보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민정당 -> 민자당 -> 신한국당으로 가는 과정에서 민정당 계열은 밀려났습니다. 세대교체가 된 것이죠. 거기에는 김영삼부터 시작해 운동권 계열도 많이 합류했구요. 이를 단지 "변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민주화에 대한 몰이해죠. 민주화는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는 게 민주화입니다. 친정부적인 것도 상관 없죠. 자기가 민주화 운동가라 해서 독재 정권을 옹호하는 건 이상한 것도 아닌, 바로 민주화가 됐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박근혜가 그렇게 힘이 셌으면 애초에 이명박이 아닌 박근혜가 됐겠죠. 그럼 친박연대는 왜 있었을까요? 정치인 따라 당을 옮기는 한국의 특성에 유일하게 반대해서 계속 실세로 군림하고 있었으면서도 왜 그들은 김영삼, 이명박이라는 세력에게 실세를 두 번이나 허용했던 걸까요? 아 한 번 더 있군요. 이회창도 그랬죠. 민자당 이후에도 쭉 실세를 잡고 있었다면서 김영삼 이회창 이명박이라는 세 카드가 모두 아웃되고 나서야 박근혜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소한 이명박보다는 먼저여야 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영남을 근거지로 할 뿐 세대교체는 계속 돼 왔습니다.
마이너리티
12/03/10 06:06
수정 아이콘
세대교체가 되었겠죠.. 나이든 사람은 빠지고 젊은 사람이 들어오는 세대교체는 되었겠지만,
그들이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해 한국 근대사에 대해 생각하는 방햠만큼은 거의 변하지 않고 이어져왔다고 보입니다.
인물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인물들이 가지는 생각이나 행보가 어떤가가 중요한 거겠죠.
그리고 김영삼을 영입해서 그 당이 변절이란게 아니라 김영삼이 당시 민주화 세력을 배신해서 들어왔다는거에요, 님이 제 댓글을 몰이해하신거 같네요.
박근혜의 세력은 쎕니다. 그리고 그를 구심점으로 모이는 표심도 강력하구요. 만약 이명박 당선 이후 제 3의 인물이 대선유력 주자로 부각되었다면 명맥이 끊어졌다는 말도 일리가 있겠지만, 박근혜는 그 당시 명맥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인물로서 유력 주자가 된것이지요.
당시에 아깝게 이명박에게 밀렸지만 이번엔 더 강하게 돌아왔죠. 김영삼에게 내어준건 노태우때 망할뻔한걸 김영삼을 받음으로서 기사회생했던거구요.
마이너리티
12/03/10 03:21
수정 아이콘
그리고 글쓰신 분이 말씀하신 현재 우리나라 우파의 딜레마는 군사정권이 만든 것이죠.
부도덕한 방식이나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집단은 세계사적으로 어느 집단이나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데 힘썼고,
마침 그때 우리에겐 너무나도 큰 외부의 적인 북한이 있었으니 그 작업이 쉬웠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공산정권을 반대하기 위해서 스스로 우파의 포지션을 취했으나
자기들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허용할 수 없는 우파가 되버린거죠.

그런데 그런 딜레마를 극복하기는 커녕 현재의 자칭 보수 정권은 그것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는 곧 좌파로 규정지어지고 그것은 곧 북한에 대한 추종으로 낙인시킵니다.
현재 북한에 대한 미온적 반응으로 욕을 먹고 있는 세력 외에도 단순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마저도 종북이나 친북의 색채를 지정함으로써
애초에 정부 시책에 대한 반대 자체를 북한을 추종하는 무리들의 교란 작전 정도로 치부해서 애초에 묵살하려는 방식이죠.

글 쓰신 분의 말대로 시대가 변했고 현재의 국방력이나 외교력, 그리고 국민들의 정보 수집력과 정보 개방성으로 보아 북한이 우리나라를 전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만,
이러한 가능성을 폐기시키지 않고 끝끝내 유지하면서 이용하는 쪽은 친북, 종북으로 욕먹는 쪽이 아니라 그것을 욕하는 쪽인 거죠.
눈시BBver.2
12/03/10 05:45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보고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는 것을 겪은 세대, 지금 진보를 비판하는 이들 중에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그런 얘기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까요? 지금 진보를 비판하는 이들은 바로 그랬던 이들입니다. 그것도 MB OUT이라는 구호가 한창 퍼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어나는 일이죠. 이게 단지 정부의 낙인일까요? 반정부가 유행인 상황에서 딱 거기에 대해서만 정부의 낙인이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레드 컴플렉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걸 레드 컴플렉스만으로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마이너리티
12/03/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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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안하무인격 불도저 정신의 정책을 많은 국민들이나 시민단체가 반대했었으나 사실상 모두 실패했죠.
그리고 그때 반대했던 무리들이 뭐라고 불리던가요? 촛불 좀비로 불리죠. 좌익 좀비로요.
굳이 북한과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이념을 규정지어 매도하는 방식은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행해지고 있지요.

단순히 비난을 할 수 있기만 하면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식의 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찬성이든 비난이든 그 타당성 여부를 논하지 않고 이념색칠이나 종북 매도질을 하고 있다면 아직 좀 부족하다고 봅니다.
마이너리티
12/03/10 03:32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으로 민주화에 긍정적 시선과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글쓴이가
뉴라이트에 대해선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풀어나가실지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세미소사
12/03/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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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보고싶었던 글입니다. 한쪽으로 반드시 기운시각만 존재한다고 몰아가는 말들은 핑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신물나는 주장들이 참 답답할때가 있습니다.
루크레티아
12/03/10 12:38
수정 아이콘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사상가들에게는 이념 논쟁이 있었을 지도 모르나, 남북한 정부 수립 이후에는 이념 논쟁 따윈 없었습니다. 공산주의, 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금칠을 한 권력 투쟁이었죠. 세상 어느 나라도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냥 김씨 왕조라고 부르죠. 이승만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임정 통합 때에도 그렇게 대통령,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고 싶었던 이유는 그 끊임없는 권력욕 때문이었습니다.(하다못해 MB정부 초기에 이승만 재조명하겠답시고 만든 다큐에서도 하와이 교민분들은 이승만을 권력의 화신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두 정부의 국시인 반공, 적화통일은 결코 이념의 대립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난 한반도의 왕이 되겠다' 라는 찌질한 권력욕의 분출일 뿐이었습니다.

이승만 시절은 그렇다 치고 그럼 지금은 왜 그러느냐? 전 개인적으로 강한 논쟁이 있었던 눈시BB님과 마이너리티님의 논쟁이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아는 것도 없거니와, 본문만 정리하는 것에도 제 후달리는 머리는 벅찹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정부는 박정희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정권은 과거 이승만 정권과는 약간은 방향을 달리하지만, 이승만 시절에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은 그대로 쓰였던 그런 시기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오버랩 시켜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긴 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독재의 방향이었죠.(솔직히 박정희가 이승만 비판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죠.) 늙은 이승만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후계 구도를 짜고 싶어했고, 인생의 피크였던 박정희는 직접 왕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승만은 아래 사람들의 힘을 인정하고 부여하는 방향이었지만,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일정 부분 하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그들 내부 세력을 위해서 권력을 운용하는 방향의 차이에 지나지 않았고, 권력을 유지하는 큰 그림은 똑같았습니다. 바로 '반공'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반공을 이용하는 것은 29만원 시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사안이었고, 보수와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구라를 치는)하는 뉴라이트가 이승만을 띄우기 위해, 29만원의 잘못을 덮기 위해 진짜 민주주의의 증거인 4.19와 5.18 등을 격하시키는 짓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권력의 시녀, 어용에 지나지 않는 뉴라이트에겐 들고 나올 수 있는 논리 역시 권력자들이 사용하는 논리 뿐이니까요.

결론은 현재 반공을 외치는 이들의 머리 속에는 '공산주의'는 없습니다. 그들의 반공은 오로지 '반북' 일 따름입니다. 그런 반북은 정권의 대척점에 선 이들을 베는 날 선 칼날이었고, 정권의 구린내를 없애주는 방향제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영원한초보
12/03/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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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님 말에 전체적으로 동의하면서 '반공'이라는 정치적 무기는 이제 없어져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방력에는 신경쓰면서 '반공'에는 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좀 알아서 대처를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이걸 이용해 먹으려고 무능한 사람들을 정부에 앉히는건지 모르겠네요.
일반국민들이 북한의 발언에 대해서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피해는 전쟁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걸 미리 말하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일반국민들이 아무리 떠들어 봐야 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정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겁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겪고 나서도 정부가 한게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무기로만 이용했을 뿐이죠.
천안함, 연평도에 종북세력이 영향을 미쳤을 까요? 햇볕정책까지 끌어들이는거 보면 참 웃깁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후에 개성공단 철수 했으면 하는 마음이였는데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반공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자신들 이익에 맞게만 행동한다는 것이죠.
북한의 도발은 북한 내부적 원인이 제일 크지 남한의 종북세력은 눈꼽만큼 영향도 안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운체풍신
12/03/10 17:00
수정 아이콘
이 글의 내용과는 별개로 저는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을 까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그 선수나 팀 혹은 대상을 싫어하니 당연히 그 팬들도 밉상으로 보일 수 밖에 없고 그러면서 그 대상도
더 싫어지게 되지 아무 관심도 없는 상태라면 그 팬들이 뭐라고 설치던 신경도 안 쓰이죠.
본인이 누구를 내심 싫어해서 까고 싶어도 깔 핑계가 없는 상황에서 몇몇 설쳐대는 팬들이 보이니까 그들을
핑계거리로 이용하는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12/03/10 18:19
수정 아이콘
작용이 있으면 당연히 반작용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하는데 밟은 사람과 꿈틀한 지렁이를 두고 둘다 작용을 하는중이다 라고만 말하는건 너무 폭력적인 결론을 내리는거라 봅니다.
마치 911 사태 이전과 이후에 아랍과 미국을 두고 테러도 나쁘고 전쟁도 나쁘다라고만 말하는것과 마찮가지로요.
모두 부정/긍정 하는것은 자신은 그 문제에 아무런 해답도 없다는걸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학문을 연구해야 그 결과가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성을 보장된 옳은 연구결과가 될거라는 생각은 애시당초 무리수가 가득한 생각이라 봅니다. 특히 역사나 정치같은 인간의 가치판단이 필수로 들어가야할 학문에선 말이죠.
학문이 추구해야 하는건 중립성이 아니라 옳은것이고 그건 적어도 객관성이라는 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야여오요우유으
12/03/10 20: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서 쓰신 글들 중 대부분은 보지 않았지만 (한국 중세사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눈시BBver.2님의 진영논리/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자세와 그에 따른 몇몇 글들을 개인적으로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좋은 글들을 많이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현대사에 대한 글들은 아마도 손꼽아 기다리면서 읽게 될 것 같네요.
영원한초보
12/03/10 23:25
수정 아이콘
빠까에 따른 진영논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정말 머리가 아찔해 지네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태희 일본 광고중단 사건이 나오는데
보는 순간 뚜껑이 확 열리는데 그렇다고 맞대응 할 수도 없고 난감 하네요.
차사마
12/03/11 10:09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족주의가 태동된 시기의 순수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독일과 같은 민족 파시즘이죠.
남북 모두 김일성, 박정희 시대에 파시즘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자원 전쟁 하에서 줄을 잘못 썼고, 공산주의의 치명적인 현실 문제인 "누가 궂은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궂은 일을 시키기 위해, 그 수 많은 정치수용소를 운용하는 것이겠죠. 자신들의 이념이 궂은 일을 할 때는 아무런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쯤에는 깨닳았을 지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이겠죠.
남한은 자원 전쟁을 치를 때 줄을 잘 섰고, 미국, 일본에게 배우거나, 지원받은 자산으로 산업화 체계를 이루었습니다.
산업화가 이루어 지고 나서, 그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이념이 갈라집니다.
이것은 곧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면, 이념은 현실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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