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는 일이지만. 저는 피규어를 모읍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손을 가지고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손놀림이 섬세하지 못하고 손 빠르기가 일정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미화하면 선이 굵은 손놀림이고 간단히 말하면 발컨입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데 저는 그 반대로 손발이 나빠 머리가 고생하는 쪽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게임을 할 때는 물론 글을 쓸 때에도 모자란 실력을 시간과 끈기로 보충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과 끈기로 보충하면 그만큼 손에 반작용이 돌아오기 마련이지요.
어쨌거나 그런 발컨(!)으로 피규어를 다루는 것 치고는 정성을 들이는 편인지라 저의 손놀림에 비해서는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즘 제가 피규어를 다루다가 목을 부러뜨리는 사고를 두 번이나 겪고 말았습니다.-_-;; (주의: 보기에 따라 혐오사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두번째 사진의 피규어를 제 나름대로 수리해보려고 별 짓을 했다가 긁히고 태워먹고 하다 보니 아예 못 쓰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조립하다가 메인보드 망가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두 번이나 겪은 제 손놀림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제 불찰이죠 뭐,
어쨌거나 면역력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했는데도 이런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다 보니 멘탈이 붕괴될 지경입니다. 아까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우선 돈이 아깝습니다. 하지만 돈보다 더 아까운 것은 다시 구할 방도가 없는 물건의 경우 대체품도 없기 때문에 더욱 아깝지요. (특히 두번째 사진에서 목 관절이 부러진 키노시타 히데요시 같은 경우는 웬만한 국내 샵에서 품절이라 이제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막막한 녀석입니다)
지난 몇 주간의 휴일 동안 일에 치이다가 이번 주에는 그 동안 못 뜯은 피규어나 뜯으며 한가롭게 보낼 수 있나 싶었는데 주일 대낮에 이런 참사가 발생하고 나니 멘탈이 무너졌고,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잠든 다음 맞이하는 내일, 아니, 오늘 아침은 두 배로 잔혹하겠군요.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