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9만원. 90달러도 안되는 매우 싼값에 살 수 있었던 경남의 홈시즌 티켓을 수령한 날부터 계속 부푼 가슴을 안고 3월 4일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제 축구경기 첫 직관은 시애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시애틀 사운더스의 경기였지만, 그 경기 이후에 축구 경기를 보는 맛에 푹 빠졌었거든요. 방송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기에 한국에 온 후로는 계속 K리그가 개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불행인지 Key Resolve 한미합동훈련이 시작한 주간인지라 내심 조마조마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일요일이고 게다가 상관이 배려해준 덕분에 무사히 창원축구센터로 발걸음을 옮겨 경남FC의 올시즌 첫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할때부터 보슬비가 내리기에 조금 불안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창원축구센터에 도착하자 비와 바람이 매우 거세졌습니다.
"와, 날씨가 이래선 사람도 별로 없겠다.."
싶었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꽤 많은 사람들이 경남FC를 응원하기 위에 궂은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축구장을 찾아주셨더군요. K리그 인기없다/재미없다 라는 비난을 많이 들어왔던 차라 사실 저에게는 좀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입구에서 나눠준 우비를 쓰고 본부석 쪽인 W석으로 입장했는데 벌써 경남 FC 서포터스들은 걸개를 걸고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스들로 보이는 분들이 걸개를 걸고 있었습니다.
음..한눈에 봐도 대전 서포터스 분들이 얼마나 큰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최은성이 대전이고, 대전이 최은성이다."
"***단장은 즉각 사죄하라"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최은성 선수를 복귀시켜라"
"구단을 위한 능력있는 사장을 임명하라"
등등,
이번 최은성 선수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분노하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대전 시티즌의 걸개는 아예 거꾸로 달아버리는 위엄까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는 개콘 사마귀 유치원 개그맨들의 행사가 있었는데요
으..솔직히 보기에는 좀 안쓰럽다 싶을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많이 와서..
그 나영이와 소영이(맞나요?) 그 두분이 참 .. 왠지 불쌍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바람에 날려갈 것처럼 강풍이 불었으니깐요..)
정범균씨와 박성호씨의 재치있는 입담이 이어져 관중들이 즐거워하고 그리고 곧이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폭죽이 터지기도 했는데 비가오고 바람이 너무 불어서 폭죽이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될 정도로 좀 안습..
경기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축구장이 아니고 (아마 15000석인가 할꺼예요. 제 눈에는 매우 준수해보였습니다.)
게다가 축구 전용구장이라 그런지 역시 생동감이 넘쳐났습니다. 미식축구 경기장인 퀘스트 필드보다는 훨씬 생생하더라구요.
음, 경기 결과는 뉴스에도 나왔다시피 3 대 0으로 경남 FC의 완승!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4300여명의 관중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준 경남 선수들이 참 대단했습니다.
특히나 눈길이 갔던 것은 용병 까이끼 선수와 7번 주장완장을 찬 강승조 선수. 까이끼 선수는 제가 알기론 브라질 출신 용병이라는데
역시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1골 2AS 라는 흠좀무한 활약을 펼쳤고 특히나 세번째 김인한 선수에게 한 어시스트와 그 이전의 패스 커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용병 까이끼 선수와 달리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강승조 선수는 아직 마킹을 하지않은 제 경남FC 유니폼에 강승조 선수 마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뛰어난 볼배급, 그리고 활발한 활동량을 보여줬구요.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뭔가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궂은 날씨에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최은성 선수 사건의 여파로 팀내 케미스트리가 전체적으로 흐트러진 것은 아닐까 싶을정도로 말이죠.
특히나 대전의 9번을 달고있는 장신의 최전방 외국인 공격수 선수는 2006년 월드컵 때의 조재진 선수를 떠올릴 정도로 안타까울 정도로 전방에 고립되어 있는 모습이었죠. 11번 레오 선수가 교체되어 들어갈 때까지는 정말 그야말로 일방적인 경남의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대전은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 여실했습니다.
골키퍼 김병지 선수가 손에서 볼을 놓칠 정도로 거센 바람이 시종일관 불어오던 그라운드에서
그래도 멋진 경기를 보여준 양팀 선수들이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홈팀인 경남이 완승을 거둬서 더욱 멋져보였구요.
그리고 비바람이 부는데도 웃통을 훌렁 벗어제낀 채로 북을 치며 열심히 응원하던 경남 서포터스 분들도 대단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좀 안 좋아서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다음 경기때는 조금 더 일찍 경기장을 찾아와 서포터스 가입에 대해서 좀 물어볼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손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3 대 0 완승과 더불어 예상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경기 관람에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음, 사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하는데, 이제 개막한 K 리그가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기도 바라고
경남 FC의 올시즌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피지알에 허접하지만 직관후기를 남깁니다.
p.s: 이제 곧 경남 FC가 누적관중 100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다음 경기에 100만번째 관중이 입장활 확률이 매우매우매우 높습니다. 100만번째 관중에게는 쉐보레 스파크가 주어진다고 하네요. 창원 및 경남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축구도 보고 차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남 FC의 다음 홈 경기는 3월 17일 토요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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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경기장 진짜 좋죠. 그 무지막지한 시야란..
우리나라 경기장 중 관람하기 참 좋은 곳이 숭의아레나, 스틸야드, 광양경기장, 창원경기장 이죠. 뭐 전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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