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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16 21:44:47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졸업
늘 힘들게 걸었던 고개를 오른다. 앞으로 또 오를 일이 있더라도 일단 마지막이라고 해 두자.

헐떡고개.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은 이름이다. 고등학교도 산 위에 있었기에 처음 오를 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왜 대학 와서까지 등산을 해야 하냐며 투덜대긴 했지만. 술에 찌들어 갈수록, 담배를 배울수록 오르긴 힘들어져 갔다. 에스컬레이트를 만든다느니 지하에 건물을 만들어 엘리베이터를 만든다느니 하는 얘기는 대체 누구 입에서 나왔던 걸까. 7년 전에도 지금도 이 고개는 지각을 유발하는 곳이었다. 하긴 그보다는 수업 듣기 귀찮다는 아우성이 더 컸겠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학교에 갈 때도, 집에 갈 때도, 술을 먹으러 가든 언제나 여기를 지나갔다. 한밤중에 학교에서 술 먹자고 부를 때도 투덜대며 올라갔고, 자전거에 한창 취했을 때는 스릴을 즐기려고 일부러 여기를 찾기도 했다. 그 애를 쫓아 뛰어 올라갔을 때는 그 힘이 어디서 나왔던 건지, 그 땐 숨도 안 쉬고 올라갔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다시 홀로 내려왔을 때의 쓸쓸함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만육천원짜리 가운을 대여하고, 학사모를 썼다. 어느 새 7년, 다들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연락이 끊겼던 애들, 애초에 서로 친하지도 않았던 애들, 예전에는 친했던 애들이 다 거기 있었다. 분명 서로 같은 건물에 있었을 건데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만난 지 오래 된 애들은 내게 아직 졸업 안 했냐느니, 휴학하고 부산 내려가 있었던 거 아니었냐느니 하는 말을 했다. 피차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_-;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귀찮아서 졸업식은 안 가고 계속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남은 건 얇은 졸업장과 사진 뿐이었다. 누구는 자기 남친/여친의 부모님과 대면하러 갔고 (...) 누구는 곧바로 일을 하러 가야 됐고, 누구는 학원에 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몇날 몇일 동안 밤새도록 술 마셔도 멀쩡했던 우리는 이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누구는 학교에 남았고, 누구는 일에 찌든 회사원이 됐으며, 나를 포함한 누구는 이제 둘러댈 것도 없는 백수가 됐다. 아, 좋게 좋게 취업준비생이라 해 두자.

돌아보면 참 쓰잘데기 없는 일로 싸우고 고민했다. 누가 들으면 내가 이 나라를 조종하는 사람인 것 같았을 것이고, 남들 다 하는 연애 한 번 하자는 게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짜는 것 같았을 것이다. 동아리 하나에 목숨 걸었고, 발표 하나 하는 게 우리나라 학문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굴었다. 부질 없진 않았을 거다. 어차피 이게 술안주로 남을 것이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테니까. 그러면서 사람을 많이 얻고, 잃었다. 이제 내게 남은 건 사람들 뿐이다.

이제 여기를 떠난다. 많이 그리울 것이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그게 도전이 될지, 도망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만 육천원에서 천 원을 떼고 가운을 반납했다. 그러면서 대학생이라는 딱지도 반납했다.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내 이름 석 자 뿐이다. 걸어가자.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내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잠수가 너무 길었다. 하나가 끝났고, 다른 하나가 시작되었다. 대학생이라는 바람막이는 사라졌다. 이제 내 이름 석 자에 당당해질 수 있기를. 2012년은 이제 시작이다.

2012년 2월 15일. 졸업했습니다. 축하 or 위로해 주세요 (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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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JiHwan
12/02/16 21:46
수정 아이콘
감축드립니다~!! ^^
무료통화
12/02/16 21:48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억 익숙한 건물이네요.
12/02/16 21:48
수정 아이콘
으어? 저의 모교를 나오셨었군요. 흐흐
글 늘 잘 읽고 있었어요~
Robin Van Persie
12/02/16 21:59
수정 아이콘
눈시님도 이번시즌에 졸업하셨군요

항상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역사는 좋아하지만 지식은 짧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헤헤

졸업 축하드립니다!! ^^
Langrriser
12/02/16 22:00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사실 졸업은 언제나 맞이하는 것이겠지만 대학교 졸업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실거라 생각이 됩니다. 저도 1년 남았거든요..ㅜㅜ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이 시작하는건 언제나 반은 완성되어 있으니까요.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
12/02/16 22:01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인거 아시죠?
김치찌개
12/02/16 22:04
수정 아이콘
우와~

눈시BBver.2님 졸업 축하합니다^^
Absinthe
12/02/16 22:04
수정 아이콘
정말 축하드려요 ^^*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래요!
12/02/16 22:04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블로그가 있으셨네요. 즐겨찾기 추가~
Abrasax_ :D
12/02/16 22:07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12/02/16 22:08
수정 아이콘
눈시 님 생각보다 통통하시네요? 목소리 들었을 때는 삐쩍 마르셨을 것 같았는데.. 흐흐

진심으로 축하드리구요.. 앞으로도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_^
In the end
12/02/16 22:12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12/02/16 22:16
수정 아이콘
오른쪽버튼->다른이름저장

그동안 썼던 연재물의 딱 10000배만큼 번창하시길!!
Impression
12/02/16 22:16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릴게요.
특유의 글빨(?)이 첨가되서 읽기도 좋고 재밌더라구요 크
12/02/16 22:16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m]
12/02/16 22:21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삼별초 글 기대하고 있어요.
12/02/16 22:25
수정 아이콘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은 정말로 잘 읽고 있구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2)
happyend
12/02/16 22:31
수정 아이콘
오! 졸업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타츠야
12/02/16 22:41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들 잘 되시기 건강하시길!
PoeticWolf
12/02/16 22:44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 졸업했다고 연재 해이해지시면 안 됩니다!! 지켜보겠음!
축하드립니다!
12/02/16 22:46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
연재 게시판은 안 오시나요 크크
12/02/16 22:50
수정 아이콘
졸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요! 다재다능한 눈시님의 사회생활은 더욱 축복속에서 시작하시길 빕니다.

7년 학생이시고 올해 졸업이시면 대충 계산이 되는데.. 액면가는 음... 아무리봐도 형님뻘이신데.... 어쨋든 축하합니다^^ [m]
(Re)적울린네마리
12/02/16 22:58
수정 아이콘
항상 재미있는 글 감사드리고 잘 읽고 있습니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글로만 보아오다 살짝 모자이크 사진을 보니... 괴리감이...

눈을 가려도 귀여움이 묻어나오네요~
가을독백
12/02/16 23:02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이제 사회의 쓴맛을..;;;;
12/02/16 23:15
수정 아이콘
모두는 아니지만 애독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Je ne sais quoi
12/02/16 23:36
수정 아이콘
오 축하드립니다. 왠지 지금까지 읽었던 글로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 ^^;;
12/02/17 00:11
수정 아이콘
저 뒤의 건물은...; 저희 때는 비놀리아 강당이라고 불렸던 그 건물.
완공도 못보고 졸업했는데.. 눈시BBver.2 글의 애독자로서 - 졸업을 축하 드립니다~!
서주현
12/02/17 00:11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3)
Montreoux
12/02/17 00:22
수정 아이콘
역시^^ 제가 샤릉하는 엄재경님; 닮으셨어요.
어떤 신나는 일을 해도 학창시절처럼 순수하게 기뻐하지는 못하는 나이가 되었어요.
떼거지로 몰려다녔던 수학여행만한 여행도 없고 누구를 만나도 심드렁하고 계산하게 되고.
졸업시즌엔 촌빨 날리고 올드한 진추하의 곡을 들으며 추억소환하게 됩니다.

축하합니다.

Graduation Tears-진추하
And now it's time to say good bye to the books and the people who have guided me along
They showed me the way to joy and happiness, my friend, How can I forget the fun we had before
*I don't know how I would go on without you in a wicked world I'll be all alone
I've been blessed by school life Don't care about a thing Gotta thank our teachers and my friends
Graduation tears, congratulation cheers, It's the day of my emotion, can't you see,
Who'd know the friendship and love I'll leave behind, As I step out of the school yard I have known
풋사과
12/02/17 00:37
수정 아이콘
저도 곧 졸업인데 ^^ 졸업축하드려요~~
은하관제
12/02/17 00:44
수정 아이콘
졸업축하드립니다~
12/02/17 00:54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m]
12/02/17 01:43
수정 아이콘
저도 17일날 졸업식 합니다 대학생 껍질벗고 사회인이되네요
12/02/17 08:14
수정 아이콘
글을 너무 잘 쓰시고, 아시는 게 많아서 박사 과정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졸업 사진도... 박사라고 우기셔도 믿을지도...^^;)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AraTa_JobsRIP
12/02/17 10:25
수정 아이콘
헐떡고개.. 수없이 오르내리던 그 고개... 급 생각나네요..

동문이었군요, 축하합니다~
홍승식
12/02/17 22:50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립니다.
이제 생활전선에 뛰어드시겠군요.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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