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밀리토가 득점함으로써 인테르는 타이틀 레이스에 복귀하게 되었다.
알레그리는 호빙요가 아니라 파투를 최전방에 포진시켰고, 엠마누엘손과 노체리노를 미드필드에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시켰다.
라니에리의 라인업은 예상대로였다. 스네이더는 벤치에 있었고, 대신 알바레즈가 측면에 위치했다.
인테르는 잘 조직되어있었고, 전술적으로 더 영악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테르의 포메이션
인테르의 포메이션과 관련된 첫번째 의문점으로는 최근 몇주간 4-3-1-2와 4-4-2를 병행해온 인테르가 어떤 포메이션을 가져갈 것인가가 있었다. 답은 둘이 혼용되었다이다. 경기 초반에는 오른쪽의 사네티가 왼쪽의 알바레즈보다 많이 쳐진 형태로 4-4-2를 사용했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알바레즈는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의 롤을 맡았다. 이 포메이션 변화는 인테르가 점유율에서 앞서 있냐 아니냐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시스템의 역설적인 점은 알바레즈가 중앙으로 이동해서 인테르에게 창조성을 제공할 때 인테르가 점유율에서 앞서나갔지만, 오히려 인테르는 4-4-2의 수비적인 형태를 선호하면서 오히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반 봄멜이 압박받지 않고, 마음껏 공을 소유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포메이션 매치업
밀란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면서, 인테르는 쳐진 3명의 미드필더들이 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수비하게 되었다. 이것은 곧 사네티가 노체리노를, 모따가 엠마누엘손을, 캄비아소가 보아텡을 수비하는 것을 의미했다. 밀란의 세 미드필더들은 공간을 찾고자 분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특히 엠마누엘손은 셋 중 가장 전방에 위치해야 했지만, 결국 공을 받기 위해 뒤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알바레즈는 아바테를 수비하는 데 집중했고, 아바테는 이 경기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편의 잠브로타가 인테르 선수들의 방해 없이 마음껏 사이드를 누빌 수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 잠브로타는 전진해서 공을 자주 소유하기도 했지만, 이의 반대급부로 인테르의 스트라이커들은 잠브로타 뒤의 공간으로 침투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찬스
전반에 완벽한 득점 기회는 두번 정도 있었다. 둘 모두 양쪽의 포메이션을 고려해봤을 때 있을 법한 기회들이었다. 전반에 양팀은 각각 1번씩 선수를 완전히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첫번째 찬스는 알바레즈가 중앙으로 이동했을 때, 아바테와 반 봄멜 모두 그를 마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알바레즈가 득점기회를 갖게 된 것이었다. 두번째 찬스는 아무에게도 마크당하지 않던 반 봄멜이 갑자기 전진해 중거리슛으로 골대를 맞힌 것이었다.
그리고 전반은 0:0으로 마무리 되었다.
후반전
후반 시작과 함께 이루어진 교체는 없었다. 밀란을 충분히 괴롭혔던 인테르는 교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알레그리는 밀란이 공을 가졌을 때의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교체를 할 필요가 있어보이기도 했다.
후반 초반에는 많은 찬스가 있진 않았다. 밀란은 자꾸 최전방 투톱에게 롱패스를 연결하려 했지만, 이는 루시오와 사무엘에게 완벽히 차단당했다. 인테르는 뒤로 물러서서 플레이하는 경향이 강했고, 이런 흐름이 이어지던 중 결국 인테르는 균형을 깨고 말았다. 사네티가 전방으로 이동해 반봄멜을 벗겨냈고, 아바테가 패스를 차단하지 못하면서 밀리토가 완벽한 찬스를 갖게 된 것이다.
교체
밀리토의 골은 양팀 모두 전술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양팀의 감독들은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했다. 알레그리는 호빙요를 투입시켰고, 빠진 잠브로타 대신 엠마누엘손을 왼쪽 풀백으로 돌렸다. 이는 적절한 교체였는데, 인테르가 잠브로타에게 아무런 견제를 가하지 않았던 만큼 밀란의 왼쪽 풀백은 수비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엠마누엘손은 트레콰르티스타로서 별 활약을 보이지 못하기도 했고, 이 자리에는 호빙요가 들어가 밀란의 전형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알바레즈는 잦은 위치변화 때문에 지치게 됬고, 실수를 만회하려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아바테를 수비하는 것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라니에리는 알바레즈를 키부로 교체하고 나가토모를 왼쪽 미드필더로 돌려 4-4-2의 전형을 갖췄다. 인테르는 계속 뒤로 물러 플레이했고, 상대의 압박을 받아내는 것에 안정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경기 막판
밀란은 박스 근처에서의 공격이 형편 없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 내내 측면으로 빠져 몇차례 슛을 시도했을 뿐이었고, 파투는 공 자체를 거의 잡지 못했으며 호빙요는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밀란이 인테르의 수비를 뚫어내는 것은 힘들어보였고, 막판에 투입된 엘 샤라위만이 뛰어난 주력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라니에리는 경기 15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스네이더를 투입했고, 스네이더가 반 봄멜을 마크하게 했다. 반 봄멜이 묶이게 되자 밀란은 네스타까지 전진해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인테르는 리드를 지켜냈다.
결론
흥미로운 전술 대결이었다. 그리고 라니에리가 승리하였다. 알바레즈가 왼쪽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세명의 미드필더를 뒤에 두고 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 셋을 막게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 선택은 반 봄멜과 잠브로타를 자유롭게 두는 리스크가 있긴 했고, 실제로 반 봄멜은 골대를 맞추면서 이것이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반 봄멜의 슛이 밀란이 세자르를 위협한 유일한 슛이었고, 라니에리는 그의 전술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밀란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밀란은 별 이상없이 경기를 진행해나갈 것 같았지만, 투톱의 호흡이 맞지도 않았고 트레콰르티스타와 다른 2명 미드필더 간의 호흡도 좋지 못했다. 밀란은 창의성이 부족했고, 미드필더들의 힘과 전방 공격수들의 개인적인 능력에만 의지했다.
밀란이 이상한 점은 그들이 2000년대 중반의 창조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었던, 리그에서는 1번의 타이틀에 그쳤지만, 무려 3번의 챔피언스 결승에 진출했던 미드필드와 전혀 다르게 미드필드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그들의 미드필드는 영리하다기보다는 파워풀한 선수들로 구성되어있고, 하위권 팀들을 상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는 좀더 영리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세리에에서의 기록이 증명하는 바인데, 밀란은 현재 세리에 탑6과의 대결에서 2무 3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나머지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11승 2무를 기록하고 있다. 양민학살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