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무섭네요... 이거 하느라 글 쓸 시간을 상당히(대략 수십 시간..) 날렸습니다. -_-;;
2부에서는 그림에 나와 있는 이 녀석, Roundabout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로터리보다는 작고 아담한 이 교차로는 로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영국에서 제법 효과를 보자 유럽 및 오세아니아에서도 도입이 되었으며, 이어 로터리의 본고장인 미국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Roundabout의 뜻을 회전교차로가 물려받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몇 군데씩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교차로는 로터리까지 포함할 수 있는 말이므로 로터리와 구분하기 위해 ‘현대식’이라는 인챈... 아니 접두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지교차로에서는 위의 그림처럼 분기, 교차, 합류하는 구간이 32개나 됩니다. 분기와 합류 구간은 교통 흐름이 갈리고 모아지는 구간이라 사고가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그칩니다. 반면에 교차 구간은 진행 방향이 거의 90도로 엇갈려서 사고가 나면 차량에 큰 피해를 주고 탑승자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위협은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됩니다만, 우리나라는 4현시 체계가 기본이라 운전자들이 긴 신호 대기시간에 지쳐 신호 위반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반면에 회전교차로는 분기와 합류를 모두 합하면 달랑 8군데입니다. 심지어 교차 구간은 한 군데도 없어 치명적인 사고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회전 반경이 작아 여기를 통과하는 차량은 보통은 20~30km/h 정도입니다. 대형 차량은 회전 반경이 작으면 통과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교차로에 끼일 수가 있어서 ‘화물차 턱’이란 것을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화물차 턱은 통행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중앙교통섬과 회전차로 사이에 대형 차량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외국에서는 회전교차로를 도입하면서 사고 감소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회전교차로 설치 후 연간 부상사고 건수는 78% 감소, 연간 사망자는 88% 감소, 연간 부상자는 82% 감소하였습니다. 호주에서는 사고감소비율이 74%로 나왔으며, 설치 이후 3년 동안 사망사고는 없었고, 제물손실은 32% 감소하고 보행자를 포함한 사고비율은 68% 감소하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연간 총사고가 51% 감소하였고 부상자는 72% 감소하였습니다. 중상은 81% 감소하였고, 자전거와 원동기 자전거 운전자 부상자 수는 44% 감소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총 충돌사고 건수는 37% 감소하였습니다. 중, 소형 회전교차로에서는 51% 감소하였고, 대형 회전교차로는 29% 감소하였습니다. 회전교차로의 덩치가 커지면 사고율이 증가하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일반 교차로보다는 양호한 편입니다.
일반 교차로보다 지체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회전교차로가 처리할 수 있는 교통량은 대략 2현시 수준이고, 신호가 없어서 대기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설계 용량의 85%만 넘지 않으면 5초 내외로 기다리면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회전교차로의 교통처리능력은 아래 링크의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동시신호
http://blog.naver.com/baehy/40093461133
교차로를 통과할 때 살펴봐야 할 방향이 세 군데에서 하나로 줄어들고, 한 방향에서 차량이 통과할 때 다른 방향에서 양보해야 하는 차량이 줄어드는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회전교차로 통행 모습을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이번에는 오거리에 적용한 회전교차로입니다. 다지교차로는 회전교차로를 도입하면 가장 뽕을 뽑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이건 반입체교차로에 적용한 회전교차로입니다. 회전교차로를 도입하면 가장 뽕을 뽑는 경우(2)이기도 합니다.
노면전철(Tram)이 우선 통과하는 회전교차로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신호 운용이 필수입니다. 이런 형태는 Tram을 BRT나 중앙버스차로제로 바꿔도 성립합니다. 중앙버스차로제가 시행중인 구간에 도입하면 좌회전과 유턴이 불편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땅이 없다는 게 문제.
이렇게 시뮬레이션처럼 회전교차로가 매끄럽게 운영되려면 진입차량이 회전차량에게 양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혹시나 운전자들이 이걸 잊을까봐 거의 모든 회전교차로에서는 진입 차량이 양보하라고 점선이나 정지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지체 시간은 4배로 늘어나고 1/3 수준의 용량 감소가 일어날 수 있으며, 심지어 아래 그림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회전교차로의 통행 원칙을 잘 지킨다면 원활하면서도 지체 없이 통행할 수 있으며, 기름값이나 시간 및 신호등 관리 비용,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녹지 공간을 얻고 및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면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필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4현시로 운영되는 진입로 편도 2차로 이하인 교차로
② 회전교차로에 필요한 부지 확보 가능성
③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교차로 우선 고려
다음은 부가 기준입니다. 회전교차로 적합성에 가산점이 붙는 항목이라 보시면 됩니다.
① 무신호등 또는 점멸신호로 운영하는 교차로
② 기존에 소형 및 중형 로터리 형태로 운영되던 교차로
③ 교통정온화사업 구간 내의 교차로
④ 주택단지, 택지개발사업단지 등의 교차로 (집산도로, 국지도로)
⑤ 지방 소도시 마을 내의 교차로(지방도, 군도, 농로 등)
⑥ 교통량이 편중된 경우 : 좌회전 교통량(특히 주도로에서)이 많거나 오전, 오후 첨두현상이 심한 곳
⑦ 좌회전에 의한 교통사고가 많은 곳
⑧ 장래 교탕량 증가가 예상되는 교차로
⑨ Y, T, 다지, 기타 교차로 형태가 특이한 경우
하지만 회전교차로는 만능이 아니어서 도입을 하면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현행대로 운영할지, 아니면 문제 보완 후 도입할지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① 접근로 중 하나라도 제한속도가 70km/h 이상인 도로
② 접근로의 종단경사가 4%를 초과하는 경우
③ 1~2개 접근로에 교통량이 편중된 경우
④ 주도로와 부도로의 교통량 차이가 심한 경우
⑤ 보행(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이나 자전거 통행량이 많은 경우
⑥ 신호교차로, 건널목, 철도건널목, 신호에 인접한 경우
⑦ 접근로가 여섯 갈래 이상인 경우(구조개선후 설치)
⑧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과가 보장되어야 하는 경우(소방차 등)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면 안 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① 첨두시 가변차로가 운영되는 경우(가변차로 문제 선해결)
② 신호연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구간 내
③ 신호시간 개선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경우
회전교차로는 세계 여러 나라에 도입되면서 그 효과가 입증된 교차로입니다. 조건에 잘 맞춰서 짓는다면 우리나라 역시 제법 효과를 보리라 기대합니다. 미국의 콜로라도 주의 주민들이 보여준, 회전교차로를 조기 도입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낼 정도의 열정만큼을 바라지는 않지만, 회전차로 우선 통행이라는 원칙만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전교차로를 지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도로 위의 과학 (신부용, 유경수 지음. 지성사)
blog.naver.com/baehy
http://news.koroad.or.kr/articleview.php?idx=118&pag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