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글쓰기이벤트 모음
14회차 - PGR21
13회차 - 여행
12회차 - 의료인
11회차 - 성탄절
10회차 - 추석
9회차 - 휴가
8회차 - 가정
7회차 - 인문사회
6회차 - 이해
5회차 - 추억
4회차 - 감사
3회차 - 지식
2회차 - 키배
1회차 - 자유주제
Date
2011/10/17 05:14:19
Name
혼돈컨트롤
Subject
[일반] [일기성 글+염장주의] 운명인가?
남들 다 하는 연애하는 게 무슨 자랑이겠냐마는 저에게는 조금 특별합니다.
25년 동안의 솔로생활을 청산하고 만난 그녀였으니까요.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던져준 전화번호...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라고 둘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미리 언질을 줄 테니 남자인 네가 먼저 연락하라는 메시지...
그리고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녀...
알고보니 미리 얘기한다는 것을 깜박했다는 친구...
뭐 이것 또한 소개팅이라면 소개팅이겠지요.
사실 오래전부터 그녀를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전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길 망설여 했었지요.
많은 인연을 놓치며 제 인생과 연애는 너무 안 어울린다는 생각에...
하지만 이제 그녀는 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시간은 아직 200일이 되지 못했지만... 200일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던 사랑을 지금은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은 같이 마사지도 받고 족발도 뜯으며 데이트를 했었죠.
오늘따라 애틋하고 헤어지기 싫었지만, 통금이 있는 그녀였기에... 시간에 맞춰 데려다 주어야 했지요.
그녀의 집으로 향하던 길에 문득 별이 보이더군요.
유년시절 별을 좋아하던 저였기에 나의 낭만을 보여주마 하고 별 얘기를 하였죠.
사실 이제 다 잊어 버려서 별자리도 몇 개 모르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지식을 짜내며 잘난척을 했죠.
결국은 지식 밑천이 다 들어나기 전에 서울에선 정말 별보기가 힘들다라는 식상한 말과 함께 마무리하려는 찰라...
갑자기 건물 사이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봤어?"
"응! 너도 봤어?"
놀란 토끼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별똥별을 처음 본다던 그녀.
이제 우리는 영영 헤어지지 못하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나.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별똥별이었으니까요.
뭔가 운도 따르는 것 같고 정말 운명인가 생각도 되더군요.
"어? 아빠?"
...
"아...빠?!!!"
그렇게 그녀의 아버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집 앞의 슈퍼를 가신다던 아버님...
저는 순간 굳어버렸죠.
어찌어찌 인사를 드리고
"아.. 안녕하십니까. 저..저는 OO의 남자친구 혼돈입니다."
최근 몇 년간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그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실수한 것은 없었던 듯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교제 사실을 아시는 아버님께서는 웃으며 악수를 청하셨습니다.
밤새서 작업할게 남아서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내내 떨림이 멈추질 않았네요.
야심한 새벽 다시 생각해봐도 이상한... 그리고 신기한 날이었다는 생각에 문득 글로 남기고 싶더군요.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겠지만 조금은 이 이상야릇한 알 듯 모를 듯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ps. 혹시 어제 별똥별 보신 분 계신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