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10/16 20:06:40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고려의 마지막 명장 - (3) 이인임, 최영, 그리고 잠룡

에 뭐 일단...
pgr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__) 사... 사... 사... 그냥 감사해요 (__);;;;
------------------------------------

해동 육룡이 나라샤 하난 일 마다 천복이시니~

용비어천가의 시작이죠. 해동의 여섯 마리 용! 0_0 얼마나 잘난 사람들이기에 모두 용이라고 칭하는 걸까요?

... 이성계의 조상님들이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습니다. 그런 이성계의 뿌리를 알아 보죠.

1. 이안사에서 이자춘까지
1250년대, 전주에서는 한 무리가 짐을 싸서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이끄던 자는 이안사, 그런데 떠난 이유가... -_-; 관기를 하나 건드려서 수령에게 찍힌 거였죠. 잡히지 않기 위해 이안사는 자기를 따르던 이들을 데리고 떠납니다. 강원도 삼척으로요.

뭐 왜적이 쳐들어 왔다느니 하는 사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정착해서 살려고 했죠. 그런데 하필 그 수령이 삼척에 부임해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쩌겠어요. 또 가야죠.

이 때 그를 따르던 백성이 170여호라고 하니 원래부터 능력과 인망을 갖춘 유력자이긴 했던 모양입니다. 이후 덕원에 정착해서 사람을 끌어모으니 일천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 고려 조정에서 그를 동북 병마사로 삼았다고 하는데 글쎄요 -_-a 미심쩍긴 합니다.

과장을 좀 생각해 보더라도 전주 -> 삼척 -> 덕원까지의 이동과 짧은 시간에 그가 유력자가 된 건 확실해 보입니다. 몽골에서 항복 하라고 했거든요. 최씨 정권이 아직 무너지기 전, 그는 결정을 내립니다. 다루가치에 임명된 그는 일약 동북면의 실력자 중 하나로 떠오릅니다. 이후 주변 여진족들과도 관계를 맺고, 유랑민이 된 고려인들을 끌어모으며 세력을 늘리죠. 여진족들은 고려인인 그를 경계했다고 하지만, 몽골이 인정한 사람인데 어쩌겠어요. 그가 바로 육룡의 맨 첫머리에 이름을 올리는 목조입니다.

그로부터 100년, 정세는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안사의 증손이었던 이자춘은 역시 결정을 내립니다. 개경으로요. 공민왕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쌍성을 탈환할 때 내응하라고 합니다. 그 후에는 여전히 동북면에 근거지를 둔 채 개경에 가서 살게 됩니다. 관점에 따라 반역자로 봐도 될 집안이 100년만에 공신이 돼서 돌아온 겁니다. 그의 아들이 바로 이성계입니다.

하지만 고려에서 그들을 그리 반기진 않았습니다. 신흥 세력인데다 무인 집안이었죠. 싸움 잘 하는 촌놈이 출세했다 정도였겠죠. 1361년 그들은 동북면으로 돌아가는데 오히려 해방 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나름 컴플렉스가 있었는지 이방원이 과거에 합격하자 이성계가 참 좋아했다고 하죠.

동북으로 돌아온 그 해 이자춘은 죽습니다. 사람들은 "동북면에 사람이 없다"면서 안타까워했죠. 한편으로는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환조 이자춘의 시대도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아들 이성계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2. 등장
"(목욕하다가 담비가 연달아 나와서 활을 쐈는데) 무릇 20번 쏘아 모두 이를 죽였으므로 도망하는 놈이 없었으니, 그 활쏘는 것의 신묘함이 대개 이와 같았다"
"태조가 오른손으로 휘둘러 이를 치니, 범은 고개를 쳐들고 거꾸러져 일어나지 못하는지라, 태조가 말을 돌이켜서 이를 쏘아 죽였다" (호오 활 쏘기 전에 "손으로" 잡았네요)
(활이 너무 무거워서 쓸 데 없다고 했는데) "태조가 달려가서 쏘니 화살 한 개에 죽었다. 또 노루 한 마리가 나오므로 또한 그와 같이 하였다. 이같이 한 것이 일곱 번이나 되니, 환조가 크게 기뻐하면서 웃었다"
"배나무가 백 보밖에 서 있고, 나무 위에는 열매 수십 개가 서로 포개어 축 늘어져서 있었다. 여러 손님들이 태조에게 이를 쏘기를 청하므로, 한 번 쏘니 다 떨어졌다." (일타 몇피여 - -;)
" 태조는 나무 위로 뛰어넘고, 말은 나무 밑으로 빠져 나갔는데, 즉시 잡아타고 뒤쫓아 사슴을 쏘아 잡으니," (레골라스?)
"거울 10개를 내어 80보 밖에 두고, 공경에게 명하여 이를 쏘게 하되, 맞힌 사람에게는 이 거울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태조가 열 번 쏘아 열 번 다 맞히니, 왕이 칭찬하며 감탄하였다"
(쥐가 있어서 맞히되 죽이지는 않겠다면서 쏘자) "쥐와 화살이 함께 떨어졌는데 과연 쥐는 죽지 않고 달아났으며, 남은 두 마리의 쥐도 또한 이와 같았다"
"태조가 평상시에는 짐승을 쏘면 반드시 오른쪽 안시골을 맞혔었는데, 이날은 사슴 40마리를 쏘았는데 모두 그 등골을 바로 맞히니, 사람들이 그 신묘한 기술을 탄복하였다"

뭐 활솜씨만 있는 건 아닙니다.
(소 두 마리가 싸워서 말리지 못 했는데) "태조가 두 손으로 나누어 잡으니, 소가 능히 싸우지 못하였다"
(말이 강에 빠져서) 태조가 즉시 말에서 내려서서 두 손으로 말의 귀와 갈기를 잡으니, 말이 공중에 매달렸으나 마침내 놓지 아니하고, (결국 살렸다)

이런 개인의 무예를 뽐 내면 뭘 합니까. 전쟁터에서 잘 싸워야죠.
(반란이 일어나서 막질 못 하니 이성계를 보내자) "태조는 친병 1천 5백 명을 거느리고 그곳에 가니, 박의는 벌써 그 무리를 거느리고 도망하여 강계로 들어갔으나, 다 잡아서 이를 목베었다"
(홍건적의 침입 때) 이때 태조는 휘하의 친병 2천 명을 거느리고 동대문으로 들어가서 먼저 성에 올라 적을 크게 부수니, (중략) 태조는 칼을 빼어 앞에 있는 적 7, 8명을 베고 말을 채찍질해 뛰게 하여 성을 넘었으나, 말이 넘어지지 않으니,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헥 헥 -_-;;; 그리고 그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 준 일이 있었으니... 바로 나하추의 침입입니다. 줄여보죠.

- 아군은 잔뜩 패하는 가운데 이성계 투입. 정찰병을 보내 나무하는 적을 일단 격파.
- 이후 아군에게 패한 이유를 묻자 적장 중 센 놈이 있다고 해서 일기토로 쏴 죽임.
- 나하추가 아내의 만류를 무시하고 거짓 항복하려 하자 그걸 간파하고 활로 다 쏘아 죽임. 나하추는 아깝게 말만 맞추고 못 죽임. 이후 신나게 싸우다가 나하추 겨우 살아 나감.
- 그 과정에서 아군이 당할 것 같자 다 쏘아 죽이고 일기토까지 벌임.
- 어쩌다 적장을 만났는데 온 몸에 갑옷을 걸치고 있어 쏠 곳이 없자 도발해서 입을 열리게 하자 입을 쏴 죽임 (...)

이렇게 나하추는 퇴각했고, 그 후에는 조선에 벌벌 기다가 명에 항복한 후에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해피 엔딩~

원에서 최유가 덕흥군을 왕으로 하기 위해 병력을 보낼 때는 이러기도 했습니다.

"태조가 여러 장수들이 패배한 것을 보고, 그들이 겁을 내어 힘써 싸우지 않았다고 말하니, 여러 장수들이 태조를 꺼렸다" (그러다가 장수들이) “내일 싸움은 그대가 홀로 맡으시오." 하니, 태조는 여러 장수들이 자기를 꺼리는 줄 알고 조금 걱정하는 기색이 있었다.

잘난 척도 잘난 척이었고, 차별하는 것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죠. 결국 이성계는 자기 병력을 쪼개서 각 군의 선봉으로 합니다. 그런데...

"태조가 탔던 말이 진흙에 빠져 매우 위태로웠는데, 말이 힘을 내어 뛰어서 솟구쳐 나오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겼다. 태조가 적의 장수 두서너 사람을 쏘아 넘어뜨리자 적이 그제야 패주하였다. 두 늙은 장수가 칼을 뽑아 마구 치니 적이 벌써 패하여 도망하였고 티끌과 먼지만이 하늘을 덮을 뿐이었다."

-_-a

어쩌라구요. 아니 진짜 뭘 어쩌라구요.

이 때 이성계의 모습은 정말... 뭐라 해야 될까요? 명장 수준으로도 설명이 안 되죠. 이 때문에 너무 튀지 말라느니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 위에 나하추 사건 이후로 이성계가 개인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좀 줄죠. 그가 정계에 들어가서도 그렇겠지만 뭔가 자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과장이야 있겠지만 이걸 아예 무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정도 능력을 보여 주는 장수들은 의외로 있었고 (척준경이라든가) 후에 그가 중용되는 걸 보면 대단한 활약을 보여 준 것은 틀림 없으니까요. 뭐 이 정도는 돼야 나라 하나를 세울 수 있겠죠 ( ..) 실록에서야 그의 활약 위주로 나오지만, 고려사에서는 그의 비중이 꽤나 낮습니다. 과장이 없다 할 순 없어도 나름 균형을 맞췄다고 봐야죠. 실록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 -;

그래도 그는 계속 변방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신흥세력, 그것도 무신이 쉽게 정계에 들어갈 순 없었겠죠. 지들끼리 싸우기도 했고, 공민왕도 무신들을 경계한 모양이니까요.

전공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맞다 치고, 그 외 개인 장기 자랑 부분은 뭐 -_-; 이런 얘기가 있구나 하고 넘어갑시다.

그의 진정한 활약이 시작되는 건 우왕 때부터였습니다.

3. 이인임의 시대
공민왕이 죽은 후, 후계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일어납니다. 이 때 이인임은 공민왕의 원자를 세우면 될 것이다고 강력히 밀어붙였죠.

이 점에서, 특히 공민왕 암살설과 함께 이 부분이 의문이긴 합니다. 공민왕이 자제위를 시켜 비빈들을 겁탈하게 한 것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고, 홍륜 등을 죽이려 한 것 역시 그걸 자기 아들로 삼기 위해서였다고 하죠. 그런데 아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왕우. 신돈의 노비였던 반야를 마침 신돈 집에 놀러갔던 공민왕이 마음에 들어 취했던 여인의 아들이었습니다. 헌데 너무 천한 신분이라서 신돈 집에 있게 하다가 아들을 낳자 그만 데리고 왔죠. 그러면서 죽은 후궁 한씨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신돈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아예 없는 상황에서 튀어 나온 건 아니라는 거죠.

문제는... 그가 어렸을 때 공민왕이 이게 자기 자식이라는 걸 몇 차례나 강조했다는 겁니다. 정말 신돈의 자식이라도 공민왕이 그 정도로 강조했다는 건 이유가 있겠죠. 자식이 없는 걸 보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국공주가 아이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생식 능력은 있었던 거죠.

아무튼, 그런 기록을 없애도 상관 없겠습니다만 있으니 -_-a 신돈의 여부와는 별개로 공민왕이 후사로 생각하긴 했던 듯 합니다. 자제위 사건과 부딪히는 면은 있지만, 우를 보험으로 둔 상황에서 비나 빈에게서 아들이 더 태어나길 원했다고 본다면 무리는 없죠. 신돈의 자식이라는 걸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상황, 공민왕 사후에도 다른 왕씨에게 이을까 하는 얘기가 나온 걸 보면 우의 입지는 애초에 좁았던 모양입니다.

+) 혹은 너무 어렸기에 겨우 살아나는 고려를 다시 휘둘리게 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가능할 겁니다. 어차피 형제 계승부터 다른 이에게 계승하는 건 고려에 너무 흔했습니다.

이인임은 그걸 제대로 찌른 거죠. 이후 일은 참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원은 그 소식을 듣고 심양왕 (탈탈불화? -_-;)을 고려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인임은 이에 맞서 공민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우를 왕으로 했다고 반박했고, 원에서도 들어 주죠. 헌데... 문제는 떠오르는 명이었습니다. 원은 "공민왕 그 놈이 우리 배반했으니 왕 죽인 죄를 용서한다"면서 우왕과 이인임 정권을 인정했죠. 반면 명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도 없었습니다.

대세를 거스르는 것 같지만, 명에 반대할 만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홍무제 주원장은 고려에 계속 협박을 해 왔고, 이 일은 나중에 더 커지죠. 홍건적의 난 역시 한족에 의한 것이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이인임 등은 원나라가 더 친숙했던 이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어쨌든 이 과정에서 친원으로 향하려 한 것이었겠죠. 공민왕 때부던 떠오르던 정몽주, 정도전 등 신진사대부는 여기에 크게 반대합니다.

이 때 큰 일이 일어나는데, 마침 명에서 사신으로 온 채빈이 고려가 북원과 다시 친하려는 걸 알아차린 거죠. 이인임은 김의를 시켜서 그를 죽이게 했고, 신진사대부가 여기에 들고 일어나자 김의는 북원으로 도망치죠. 후에 그는 심양왕을 옹립하려고 군사를 몰고 오는데, 막아 낸 모양이네요.

이런 점들을 볼 때 이인임이 우왕을 앉힌 것 자체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왜구가 쳐들어오는 상황에서 정치도 나쁘지 않게 한 것 같구요. 하지만... 시대가 그럴 시대가 아니었죠. 신진사대부와의 대립은 격화됐고, 그도 자기 욕심이나 채우고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그의 시대는 열렸습니다.

하지만... 무사 1, 3루에도 점수는 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다음 회에 어이 없이 역전 당할 수도 있는 법이구요.

이인임의 몰락은, 그와 사적으로는 친했던 최영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4. 상황의 변화

최영. 황금을 돌 같이 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평생 지켰고, 평생동안 고려 곳곳을 돌며 엄청난 활약을 한 장수였습니다. 원의 요청에 의해 중국을 밟기도 했죠. 다만 정치력은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70 넘은 사람들에게도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 세금을 물려서 원성도 들었다고 하죠. 머리 속에는 정말 우국충정밖에 없을, 나라밖에 모르는 바보였던 모양입니다.

정치를 하려면 상공을 배워야 한다느니 (이인임에게 돈 바치면 된다 - -;) 하는 말이나, 이인임 앞에서도 대 놓고 핀잔을 줬던 걸 보면 그를 싫어하긴 한 모양입니다만... 이인임은 최영을 적으로 보지 않고 잘 대했고, 그런 이인임을 최영도 인간적으로 싫어할 정도는 못 됐죠. 어쨌든 둘은 고려의 주류 계층이었습니다. 진영 논리를 좀 펴 보자면 어쨌든 같은 부류였다는 것이죠.

대신 그는 고려의 적을 맞아 계속 싸웠습니다. 공민왕이 죽을 때도 제주도에 있었고, 그 후에도 왜구 등을 맞아 신나게 싸웠죠. 권문세족과 신진사대부의 대립 같은 건 그가 생각할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한 고려의 수호신... 그게 한계였죠.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그 한계를 넘으려 했습니다.

한편, 신진사대부들은 권문세족의 친원 행보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도전이었죠.

원나라와의 관계를 끊고 사신을 추방하라는 그들의 주장에 이인임은 묘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들 중 가장 강경한 자에게 원 사신의 대접을 맡긴 거죠. 정도전은 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마땅히 사신의 목을 베어 가지고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명 나라에 묶어 보내겠다"

이 때 유배를 보내려다가 그들을 좀 달래 보려고 취소했는데, 정도전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차피 똑같은데 어명을 거부해서야 되겠느냐"면서 알아서 유배지로 갑니다. 그 모습을 본 신진사대부들은 그를 옹호하며 권문세족을 총공격했고, 그 중에 이인임을 죽이라는 말까지 있어서 열 받은 그는 대대적으로 탄압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힘이 꺾인 사대부들. 하지만 공민왕의 보호 아래 자랐던 그들이 이제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정도전은 후에 풀려나긴 하지만 개경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한참 동안 돌아오지 못 합니다. 하지만 그 동안 그가 벌인 일은... 후에 큰 폭풍이 되어 돌아왔죠.

마지막으로... 우왕이 있죠.

사춘기(-_-)에 접어든 우왕은 신나게 일탈을 시작했습니다. 말을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심심하면 사냥을 다니는가 하면 도성 가운데서도 말 타고 놀기 시작했죠. 예쁜 여자를 보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_- 취하고, 이미 약혼을 한 여인도 뺏는 등 막장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인임은 겉으로야 말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럴수록 자기들에게는 더 좋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막는 사람이 있었으니...

"신등이 재상으로 있으면서 바로잡지 못하였으니,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을 대하겠습니까"

이인임의 주변에서는 그를 제거하자고 했지만 그는 거부했습니다. 최영이 자기편이니 큰 일이 없을 줄 알았겠죠. 대신 (안 그래도 공이 컸으니) 그를 높이 써서 우왕 시기의 대부분은 이 둘의 쌍두마차로 운영되었습니다. 부정부패야 쌓였겠지만 14년이나 끈 걸 보면 정치가 아예 나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정치력과 처세술 역시 그랬겠죠. 한편 최영은 그런 이인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왕이 일탈을 할 때마다 눈물로 잘못을 고치라고 간언했고, 이인임과 달리 고려를 위해 평생동안 싸웠던 인물... 우왕의 마음은 최영에게로 기울었죠.

1388년, 우왕 14년에 이인임은 나이를 핑계로 은퇴를 청합니다. 우왕은 그걸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게 됩니다.

거의 다뤄지지 않고 저도 딱히 길게 안 다뤘지만, 이 기간은 14년이나 됩니다. 그 동안에도 왜구들은 열심히 쳐들어 왔고, 많은 전쟁들이 있었죠. 신진사대부도 몰락하긴 했지만 정몽주 등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막장이었던 시기는 아닌 거죠.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그걸 그냥 둘 수 있었을까요.

좀 특기할 일을 두자면, 이 때 최무선이 화포 테크를 찍는데 성공합니다. 다수의 화포를 배치함에 따라 왜구와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게 되었죠. 이어 대마도 정벌까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우리의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으니...
"진영 안에 70보 쯤 되는 곳에 소나무가 있는데, 태조가 군사를 불러 말하기를, “내가 몇째 가지의 몇째 솔방울을 쏘아 맞힐 것이니, 너희들은 보라." 하고, 곧 유엽전으로 쏘아서 일곱 번 쏘아 일곱 번 맞혔는데, 모두 말한 것과 같이 하니, 군영 안이 모두 뛰고 춤추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거라든가... -_-; 아니 그냥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하는 게...

"아기발도는 갑옷과 투구를 목과 얼굴을 감싼 것을 입었으므로, 쏠 만한 틈이 없었다. 태조가 말하기를,
“내가 투구의 정자를 쏘아 투구를 벗길 것이니 그대가 즉시 쏘아라.”
하고는, 드디어 말을 채찍질해 뛰게 하여 투구를 쏘아 정자를 바로 맞히니, 투구의 끈이 끊어져서 기울어지는지라, 그 사람이 급히 투구를 바루어 쓰므로, 태조가 즉시 투구를 쏘아 또 정자를 맞히니, 투구가 마침내 떨어졌다. 두란이 곧 쏘아서 죽이니,

이런 짓도 벌였죠. -_-; 퉁두란, 이지란과의 일화는 연려실기술에 있군요. 서로 활을 쏴서 맞추는 쪽이 형이 되자고 했는데 퉁두란이 쏜 화살을 손으로 잡자 gg 쳤다는 내용이요.

5. 최영의 시대
우왕. 노비의 아들로 왕위에 올랐고, 이인임의 꼭두각시가 되었던 왕이었습니다. 그 후의 일탈 역시 그것 때문에 삐뚤어진 걸로 봐야겠죠. 그런 걸 생각하면 이인임이 물러나자마자 최영을 끌어들인 것은 참 놀랍습니다.

+) 그의 어미 반야는 자기를 부르지 않고 한씨의 아들이라고 하자 궁으로 달려가서 자기 아들이라고 울며불며 외쳤고, 감옥에 갇힙니다. 그 때 그녀가 "내가 죄가 없다면 대들보가 무너질 거다"고 했는데 진짜 무너졌죠 (...) 그 날로 임진강에 던져집니다.

이인임이 물러난 후, 조반 등 그를 따르던 이들은 여전히 부패를 저질렀습니다. 조반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권신 염흥방의 종 이광이 그의 땅을 뺏었다고 하죠. 조반이 애걸하다가 열 받아서 그를 죽였는데, 이에 염흥방이 그를 반역죄로 붙잡았습니다.

어차피 꼭두각시로 남을 것이라면 염흥방의 말을 들어 그를 죽이면 됐겠죠. 하지만 우왕은 최영을 부릅니다.

"최영의 집에 가서 좌우를 물리치고 한참 동안 같이 이야기를 하였는데, 대개 조반의 옥사를 의논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최영은 이성계를 부르죠. 그 날부터 정세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최영과 이성계는 군을 이끌고 염흥방, 임견미 등을 모두 처형했고, 그들이 뺏은 토지와 노비를 돌려주었으며, 그들 세력을 완전히 몰아냈죠. 이 때 물러나 있던 이인임은 최영의 집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했지만 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헌데 최영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가 죄가 있지만 공이 크다"면서 그를 살려냈죠.

"최공이 사사로운 정으로 늙은 도적을 살렸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이었습니다. 그래도 얼마 안 가 죽었습니다. -_-a 사람들은
"사람이 용서하자 하늘이 죄를 줬다"
고 했죠. 어라 어디서 들은 말이네요.

이렇게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우왕은 이 때 비로소 진정한 왕이 됐고, 72살 노장 최영은 시중으로 권력의 정점에 섰습니다. 외곽에서만 떠돌던 이성계 역시 수시중이 되어 권력의 핵심에 진입했죠.

권문세족들이 거의 물러나고, 이 먼치킨들이 중심이 된 상황. 이대로 갔으면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영은 모르고 있었죠. 자기가 가장 믿던 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려의 마지막 명장, 권력의 중심에 진입한 이성계는 곧바로 자기의 꿈을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그의 뒤에는 신진사대부들이 있었습니다.

---------------
뭔가 좀 어지러운데, 그냥 아수라장이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인임이 나름 막장은 아닌 정치를 폈다 해도 권문세족은 계속 권세를 휘두르고 있었고, 최영이 이인임과 친하고 전쟁에만 힘 썼다 하더라도 이인임이 물러난 후에도 그게 계속되는 걸 보고 있을 순 없었을 거고, 우왕도 막장으로 놀긴 했어도 확실한 왕이 되고 싶었을 거고, 신진사대부들도 반항하는 사람은 했지만 따르던 사람도 따랐던 상황... 거기에 왜구도 극성이었지만 고려의 반격도 잘 이뤄지고 있었구요. 혼란스러웠고 모든 게 엉켜 있었지만 어쨌든 나라는 다행히 굴러갔습니다.

이성계는 그런 상황 속에서 칼을 빼든 거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peroSpera
11/10/16 20:17
수정 아이콘
일단 당선 축하드립니다. 아무튼 나라가 말년인 만큼 말씀대로 아수라장은 아수라장이로군요,
재이님
11/10/16 20:39
수정 아이콘
이 상황에도 글을 쓰실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전 경기보고 x쳐서
다이어트도 포기하고 음식물 폭풍 흡입한 다음
잠깐 잠들었다가 컴터 끄기 전에 들렀습니다.

지금은 원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글을 못읽겠사오니
내일 퇴근하고 읽고 다시 댓글 달겠습니다.

저기도 아수라장이고
제 마음도 아수라장이네요.. 흑흑
11/10/16 22:29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저도 님처럼 글 잘쓰고 싶네요
역사에 대한 글쓰고 싶어도 쓸 엄두가 안나네요
11/10/16 22:46
수정 아이콘
눈시님 무조건 축하축하~ 축하드려요
무리수마자용
11/10/16 23: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나라의 위기에 때맞춰 먼치킨들이 튀어나왔네요. 마치 선조 때처럼...
11/10/17 01: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정말 흥미 진진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2411 [일반] 예능인 붐 기대되지 않나요? [147] naughty7484 11/10/18 7484 0
32409 [일반] 청춘불패2 출연진에 대한 오늘기사들 [64] 로사6974 11/10/17 6974 0
32407 [일반] 내가 요즘 빠진 여인들 (사진 주의!) [15] 뜨거운눈물22208 11/10/17 22208 0
32406 [일반] F1 코리아 그랑프리 예선 직관소감 [10] 페일퓨리4785 11/10/17 4785 0
32405 [일반] 이슈가 되고 있는 나경원 후보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93] 르웰린견습생9615 11/10/17 9615 0
32404 [일반] 제 친구의 정치 혐오증 이야기 [82] 난동수5890 11/10/17 5890 2
32403 [일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가 백지화 되는듯합니다. [120] 설탕가루인형형8551 11/10/17 8551 0
32402 [일반] 조금 드러운 이야기 [16] nickyo6018 11/10/17 6018 1
32401 [일반] 불후의 명곡 II - 故 김광석 특집 [26] 금시조131267M6838 11/10/17 6838 0
32400 [일반] 중세 근세 시기의 서양 무기 등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들 [7] 드라고나5410 11/10/17 5410 2
32398 [일반] [EPL]리버풀은 에브라의 말이 거짓일 경우 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합니다. [149] 아우구스투스9071 11/10/17 9071 0
32397 [일반] [일기성 글+염장주의] 운명인가? [11] 혼돈컨트롤5241 11/10/17 5241 0
32396 [일반] 이 글은 나꼼수 23회 주진우기자 나레이션입니다. [13] 불청객26606 11/10/17 6606 2
32395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음악 11 [1] 김치찌개3290 11/10/17 3290 0
32394 [일반] 일본 유명 한류전문 사이트의 IU평가 [23] KARA8261 11/10/17 8261 0
32393 [일반] 임재범씨가 부른 Desperado (수정) [37] 인디8387 11/10/17 8387 0
32392 [일반] 소녀시대 정규 3집 앨범, The Boys : M/V Teaser #2 공개 [18] kimbilly4554 11/10/17 4554 0
32391 [일반] [연애학개론] 이런 여자 만나지 마라2 - 무작정 기대는 여자 [22] youngwon8521 11/10/16 8521 2
32389 [일반] 인큐베이터 안의 딸내미를 보며 [24] 삭제됨5944 11/10/16 5944 1
32388 [일반] 고려의 마지막 명장 - (3) 이인임, 최영, 그리고 잠룡 [12] 눈시BB7279 11/10/16 7279 2
32386 [일반] [F1] 레드불 컨스트럭터 우승 확정! + 코리아 그랑프리 간단한 감상 [64]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4530 11/10/16 4530 1
32385 [일반] 미시시피라는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18] 금시조131267M5386 11/10/16 5386 0
32383 [일반] 경주마라톤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네요. [23] Leeka9184 11/10/16 918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