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에도 몇 번 쓴 일이 있습니다만 저는 본업 외에 게임 리뷰나 칼럼 등의 필자 및 객원기자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한때는 몇 군데에 게임 관련 글을 연재하고 단행본도 쓰면서 부수입을 쏠쏠히 올리며 집안 빚을 갚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가족 첫 해외여행을 간 적도 있었지만 게임 전문지 출판업체들이 문을 많이 닫고, 오래 하다 보니 내부 방침으로 교체도 되는 일도 생기고,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2 협의회 자문위원도 그만두면서 이제는 연재하는 곳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요.
조금 낯간지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원고 단가가 적든 많든 주는 대로 받았고, 돈 가지고 신경쓴 적도 없고(단, 제가 원고를 쓰면서 돈을 무지막지하게 버는 줄 알고 헛소문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원고를 하나를 하든 몇 개를 하든 교통사고로 입원해 펑크를 낸 적 한 번 외에는 기한에 맞춰 왔기 때문에 내용이야 어쨌든 일단 원고가 거의 늦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담당하시는 기자님들에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고를 쓰면서 이것저것 배우는 게 많기도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소중한 일이지요. 더욱이 고정적 벌이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소중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고 작업을 하다가 큰일이 날 뻔 했습니다. 어제가 마감일이라 집에 혼자 남아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하다가 글 몇 줄 쓰고 잠시 릴렉스하려고 의자 등받침에 기댄 순간부터 갑자기 뭐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기억이 안 나더군요. 다시 정신 차려 보니 의자에 뒤로 기대 있던 그대로였고 시간은 3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습니다. 다시 일어난 순간 처음 든 생각은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였지요. 의자에 곱게(?) 기대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벌러덩 넘어지거나 했다면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원고를 일단 끝내 놓고 정신을 수습해 보니, 최근에 여기저기 구직 관련으로 다니고 운동은 운동대로 하고 집안 일은 일대로 하면서, 피로가 쌓인 상태로 작업을 한 게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든 동안 전화와 문자가 몇 개 왔기에 오늘 외출하면서 전화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 설명해주고 다니고 답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한편 큰일일지도 모른다 싶어 병원에 가 봤는데 의사가 이것 저것 해 보더니 그냥 일시적인 피로현상이랍니다.-_-;;; 주사는 커녕 약도 안 주더군요. 그냥 피로가 일시적으로 쌓여서 갑자기 잠이 들어버린 거고 기절이니 실신이니 하는 식으로 크게 생각하지 말라고 합디다. 그리고 의사에게 한 소리 들었습니다. 급하다고 박카스 먹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 하지 말라는군요. (어제는 두 병밖에 안 마셨는데.) 어쨌거나 조금 위태할 뻔했던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보냈지만 마감이 하나 끝나서 다행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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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 연말에 몇날 며칠을 잠도 안자고 일하다가 컴퓨터 앞에서 타자치던 도중 필름이 끊겼다가 정신 차리니 이틀이 지나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과로사라는게 가능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과로로 사람이 죽는게 얼마든지 가능할거 같더라고요.
건강 잘 챙기세요.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