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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22 16:16:08
Name 루크레티아
Subject [일반] 지적질, 과유불급? 다다익선?
유명한 고전인 '맹자'의 공손축편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子路人告之以有過則喜
자로는 누군가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기뻐했고,

禹聞善言則拜
우임금은 바른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

자로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 소위 말하는 '네임드'급 제자입니다. 본래 인상이 거칠고 험악하며 성격도 그에 못지 않았지만, 공자에게 감화를 받아서 학문을 닦고 인격자로 거듭난 인물입니다. 비록 전란에 휘말려 비운의 생애를 마치긴 했지만 거칠고 모진 성미의 소유자였던 그가 저런 구절까지 나올 만큼의 인격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대범한 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임금은 실존여부가 확실치 않은 은나라 이전의 하나라를 세운 전설상의 임금입니다. 한 나라의 임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귀에 쓰게 들리는 소리, 바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하를 가리지 않고 절을 했다는 점에서 흔히 요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소통'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사람입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듣고 바로바로 반성을 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는 것이죠.



공개된 게시판에서 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에 맞는 근거가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러한 근거를 들어도 단순한 동정론에 의하여 비판 자체가 차단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게시물에 달리는 수많은 비판들을 볼 때에는 인정이 많은, 아니 과한 이라면 그 내용 여부를 떠나서 충분히 측은지심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판받는 이를 감싸는 측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바로 '다구리'와 '마녀사냥'입니다. 이 두 단어는 한 사람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비판을 가할 경우에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입니다.(물론 다구리와 마녀사냥 모두 비판이 정당하다는 가정 하에서는 용어의 사용이 옳지 않은 틀린 용례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의 내용이 올바른 내용이라면 과연 그러한 상황에서 측은지심이 개입되어야 할 여지가 있을까요? '너무하다'라는 것으로 비판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가당한 일일까요? 정당한 내용과 비판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굳이 그러한 비판을 막을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던진 질문이 심히 몰인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과도한 비판에 괴로워 하고 있을 이를 위해 나선 분들께는 말이죠.
다만 저는 그러한 상황에서라면 본문에 인용한 맹자의 예를 상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이 지적해주는 자신의 잘못은 그것이 정당하다면 마땅히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특히나 무지가 1의 죄를 만들면, 왜곡이 10의 죄를 만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정당하고 올바른 지적과 비판은 곧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재산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과유불급일까요, 다다익선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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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1/08/22 16:22
수정 아이콘
본문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올바른 지적이라면, 과유불급이란 말이 무색하겠지요.
그런데 대중심판이란 의미로 쓰이는 마녀사냥은 틀린 용례가 아닙니다. 의미가 확장되었지요.
Dornfelder
11/08/22 16:25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 자유라면 그 견해에 대해 반박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이 지적하였다고 해서 그이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 받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는 리플을 달 때 비슷한 의견이 몇 개 달렸나 확인하고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죠.
코뿔소러쉬
11/08/22 16:27
수정 아이콘
비판과 비난은 구분을 해야겠지요. 저는 인터넷에서, 심지어는 pgr에서도 제대로 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맥주귀신
11/08/22 16:33
수정 아이콘
유게 게시물보고 말씀하시는거 같은데
지나치다는 댓글달았던사람으로서 한마디하자면
사안에 따라 다르지 말입니다
물론 잘못된 행동은 맞습니다만 글쎄요 그정도치기어린행동에 열명넘게 비난의 댓글이 달리는거보고 글쎄요....
마치 초인종 누르고 도망간 정도의 일을 갖고 지나치게 오버해서 지적질하는것같았네요
그렇지만 최근 운영자의 사안에는 저도 다르게생각하구요
Judas Pain
11/08/22 16:35
수정 아이콘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은 후 바로 수긍하고 고칠 수만 있어도 패왕의 자질이 있다고 하죠.

위에 든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전설 속의 성인이고 한 사람은 역사 속에서 성인에 달한 사람의 제자인데
일반인에겐, 잘못을 지적받을 때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그러한 고난이도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 생각합니다.

인격왕을 가리자는 게 아닌 이상 모두 다 이영호처럼 하길 요구하는 방식으론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수가 한 사람의 잘못을 비판할 경우 비난이 종종 섞이기도 하고 확장된 공격을 받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양이 많아서
개인은 그걸 감정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소한 그 순간은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순간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단 다수의 압력에 단순히 굴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욱하게 되는 게 필연적인 현상이지요.
전자라면 단지 힘에 굴복했을 뿐이고 후자라면 힘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인 게 됩니다.
memeticist
11/08/22 17:29
수정 아이콘
저도 단순히 비판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이유로 그 비판을 부당하다고 지적하는게 수긍이 되지 않습니다.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비판을 받는 사람의 잘못이 크다는 말이 되지요. 즉, 잘못의 크기와 비판의 수가 비례하는거죠. 누가 봐도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마디 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pgr은 댓글을 다는 회원수도 많기 때문에 그게 더 두드러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건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반응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무작정 다구리라고 비판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합심하여 한 사람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고 한다면요. 그리고 잘못이 크다면 비판을 넘어서서 비난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난은 무조건 삼가야 될게 아닙니다.

다수의 비판에 오히려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한 두명의 비판보다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구나를 느낄 여지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받아들이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될 가능성이 크죠.

다수의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큰 잘못에 대해 비판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할겁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신이 나서서 비판 댓글을 달 수도 있고(결국 비판의 수는 비슷해지는거죠) 비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성토하고 싶을겁니다. 큰 잘못에 대한 다수의 비판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응징'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도 하죠. 심리학적으로 남성은 정의의 실현으로서의 응징 욕구가 여성보다 강합니다. 남초 사이트인 pgr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거죠.

정당한 비판을 넘어서서 과도한 비판이나 인신공격을 하는 건 당연히 문제지만 정당한 비판이라면 단지 그 숫자가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퍼플레인님 사과글에 달린 댓글을 보세요. 다구리를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심각하게 우려해야 될 상황 아니겠습니까?
켈로그김
11/08/22 18:09
수정 아이콘
반대로, 지적을 받아도 다수에게 인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들어먹지도 않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11/08/22 18:23
수정 아이콘
어떠한 지적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 사람의 언행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지적을 해야 되는 경우가 있고,
별것도 아닌 개개인의 취향과 권리를 가지고 남이 이래저래 간섭하는 오지랖인 경우도 있겠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적의 효과는 당하는 사람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거 같습니다.
자기가 지적받을 만한 게 있다는 걸 모르던 경우고 있지만,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도 많을테니까요.
어떠한 언행에 대해 남의 입장에서 지적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어떤 식으로 설득해야 효력이 있는지 내지는 가망이 없는지가 갈리겠지요.
11/08/22 19:17
수정 아이콘
근데 아무리 바른 지적이라고 해도 그걸 듣는이들은 그냥 기분 나빠 하더군요 대부분이..
그래서 나이가 들고 보니 굳이 남을 지적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저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은..

그래서 지적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홍승식
11/08/22 19:55
수정 아이콘
저도 유게의 게시물을 보고 좀 심하다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한 커뮤니티에서 바보같은 짓을 했다가 다구리를 당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아프더군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가슴으로 와서 박히는데 심장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댓글로 달리는 것들을 쭈~욱 보고 있자니 면전에서 직접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전에 제가 댓글을 단 걸 확인해 보니 저도 마찬가지의 글을 적었더군요.
제가 적을 때는 전혀 심각하지도 않고 단지 순간에 생각나는 대로 적었을 뿐이거든요.
그 사람을 미워하지도 않았고 내가 하는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지적하시는 분들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지적을 하는 거죠.
그로 인한 피해는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폐해랄까요?

물론 정치인이나 운영진 같은 경우는 다르죠.
그 사람들이 잘못하면 내게 피해가 오니까요.
그럴때는 당연히 이해당사자로서 할말을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내가 제3자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눈쌀이 찌푸려지는 일이면 다른 사람이 봐도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당연히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먼저 지적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지적 하나만으로도 대상자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아픕니다.
일부러 더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게다가 한두개의 지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수십개의 지적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가 지적하고 싶은 글에 이미 지적이 있다면 더하지 말아주세요.
그건 단지 자신의 만족감 만을 채워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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