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난 분명히 7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춰놨었는데 왜 8시 30분으로 알람이 맞춰져 있는걸까? 평상시면 7시25분이면 눈이 떠졌었는데 왜 오늘따라 일어나지도 못했을까? 지금 택시잡고 출발하면 9시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까? 시험시간에 늦게 들어가도 시험은 볼 수 있게 해주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젖혀두고 대강 얼굴만 씻고 옷을 마구 걸친다음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오늘따라 택시는 또 잡히지도 않습니다. 비가와서 사람들이 택시를 많이 타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겨우 택시를 잡는가 했는데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재빠르게 앞으로 뛰어온다음 가로채 타고가 버립니다. 기운이 빠져 화낼 힘도 없습니다. 그 후로 택시들이 몇대 지나가지만 빈차라는 표시는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빈차도 아닌것이 내 바지에 빗물을 끼얹고 도망가버립니다. 차도 가까이 서 있는게 아니었는데... 다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싶지만 1분 1초가 급합니다. 겨우겨우 택시를 잡고 학교로 출발합니다. 택시안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 몰골을 점검해봅니다. 그나마 청바지라 다행이지만 바지에 물이 튀어있고 어제 비를 맞아선지 코트는 퀴퀴한 비냄새가 납니다. 정신없이 신고나온 구두는 진흙이 범벅되어 있습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밀리는 도로 평상시보다 늦게 학교에 도착했는데 택시요금이 5100원이 나옵니다. 지갑을 뒤져보는데 잔돈이 없습니다. 아저씨 미안한데 잔돈이 없는데.... 아 손님 그걸 미리 말씀하셔야지 이제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기사아저씨가 기분이 나쁜 모양입니다. 그래도 서비스 하시는 분인데 조금만 친절하게 해주시지.. 하지만 말할 기운도 없습니다. 기사 아저씨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재빨리 잔돈을 받고 강의실로 뛰어들어 갑니다. 하필이면 900원을 100원짜리로 거슬러줄게 뭐람. 뛸때마다 코트주머니가 짤랑짤랑 거립니다. 안그래도 물먹어서 바지가 무거운데 동전까지 짜증이 납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일일까요? 강의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설마 벌써 시험이 끝나지는 않았을테고 분명히 시험기간이 맞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옆강의실 문도 굳게 잠겨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황급히 수업을 같이듣는 후배에게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설마 시험중이라 못받는건가? 후배에게 문자를 보내봅니다. 후배는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시험을 놓친것 같습니다. 아직 시험중일테니 조금 기다렸다가 전화를 해봐야 겠습니다.교수님에게 변명할 거리를 필사적으로 생각해보는 와중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아 형 자는데 왜요?" "야 너 오늘 시험인데 무슨 잠을 자고 있어?"
"오늘 시험 아닌데... 다음주에 본다고 말했는데요? 이번주는 휴강이에요" "뭐라고? 야 그걸 왜 이제 말하냐? 죽고싶냐?" "무슨소리에요 형도 저번주에 같이 들었는데..." "아 난 왜 못들었지 진짜 오늘 복학한 이래 최악의 아침이네" "그런거 가지고 무슨 또 최악의 아침이에요. 1박 2일도 아니고.... 저 자야되니까 끊어요"
전화를 끊고 생각해봅니다. 1박2일??? 무슨 말이야? 조금 생각해보니 알것도 같습니다. 역대 최악의 날씨, 역대 최악의 복불복, 역대 최악의 상황 1박 2일은 뭐가 있을때마다 역대최악이라고 자막에 표시를 합니다. 그래 그러네.... 이런거 가지고 최악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 문득 집에 있는 최악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동생이 재미있다고 읽어보라고 사온 책인데 읽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낀 오쿠다 히데오는 250원짜리 염통닭꼬치 같았기 때문입니다. 맛있게 먹었지만 실컷먹어도 포만감이 안들었습니다.읽고 난 후 뱃속 두둑히 느껴지는 포만감이 별로 안느껴졌습니다. 그래 그 책이나 한번 읽어보자. 집으로 돌아가 책을 펼쳐봅니다. 문득 내 불평이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그래.. 이런게 최악이지. 타인의 불행을 보고 안심하는거 같아 왠지 마음이 찔립니다.
정말 최악이었지만 주인공들의 최악의 상황도 어찌어찌 지나갑니다. 나의 하루도 어찌어찌 지나갑니다.
오쿠다 히데오가 말하는거 같습니다.
"사는게 다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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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문득 글쓴분의 글을 읽고 생각난건데, 저는 저번학기에 시험기간 "전주" 수요일에 기말고사를 치른다는 말을 저 혼자 뭔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다이어리에 시험기간 수요일에 적어놔서 시험 전주 수요일에 아무 공부 안한 상태로 딱 갔는데 기말고사를 보더라고요.
참.. 암담했죠.. 열심히 땀흘리며 채워봤지만 빈칸이 절반이상... 그레이드가 거의 두단계는 떨어진듯 싶네요. 그 때 시험지 받으면서 세상이 무너진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걍 so so 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난주 수업때 교수님이 휴강이라고 말씀도 하셨고, 조교가 문자까지 보냈었는데 홀로 출석해서 강의실을 지켰던 기억이 나는군요.
수업듣는 학생이 몇 안되는 수업이라 사람이 안와서 이상하긴 했지만 차마 떠날 수가 없더군요...
잠시 후 친구에게 문자보내면서 보니 문자 확인도 했었고 필기 노트엔 휴강이라고 메모까지 해뒀더군요. 뭔가에 홀린 듯한 날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