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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8 10:40:16
Name Blue_아리수
Subject [일반] 조금은 뒤늦은, 그래서 감성적인 카이스트 이야기
PGR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의식적으로 멀리 하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이 곳에는 오랫동안 떠나온 고향을 보는 듯한 익숙함이 있군요.

최근 카이스트로 불권진 일련의 사건을 보며, 문득 예전에 졸린 눈을 비비며 보았던 드라마가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1999년 1월 24일에 시작돼 2000년 10월 8일 종영된 드라마 '카이스트'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중 누구나 뛰어났지만, 그 중 언제나 진지함보다는 코믹함으로 다가왔던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카이스트도 겨우 들어왔고, 학교 생활 내내 만년 꼴찌에 대학원에서도 사고만 치던 정만수(정성화)입니다.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만들어내는 입장이었지만, 조연으로 항상 웃음을 줬던 그를 기억합니다.

그렇게 언제나 조연이던 그가 주연으로 활약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소원'이라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는 자신을 못내 무시하던 사람들을 향해 이런 말을 던집니다.

"
아..저는 공학박사...가 될 정만수라고 합니다. 하하 실은 이제 겨우 석사 삼년입니다.
아..솔직히 말해서... 저는 공부를 못합니다. 영어도 못하고 국어점수도 형편없습니다.
저 같은 놈이..수능 시험을 보고 그 점수로 대학을 가야했다면 아마..에..못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딱 하나 잘 하는 게 무선통신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때 그런 대회에서 몇번 입상을 했었습니다.
카이스트에는 전문대회 입상자에게 입학 특례를 줍니다. 그래서 간신히 여기 들어왔습니다.
대학원도 완전 턱걸이로 들어왔구요.
그러니까 전... 카이스트의 미래에 대해서 뭐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실 어떤 때는 나같은 놈이 나라 돈으로 이렇게 공부를 해도 되나....그런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죄송합니다.
그렇지만..그래도..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 열심히 하는 건 자신있습니다. 그리고 무선 통신, 이거 아주 재밌습니다..
전 졸업해서 돈 많이 안 벌어도 되구요. 출세해서 사장님 소리 안들어도 됩니다.
그냥...언젠가 나라에 도움이 되는 멋진 거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 있으면 나같은 놈도 그런거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 머리가 나빠서 남들보다 좀 오래 걸리겠지만요. 그래도 좀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세요.
"

솔직히 말해, 저는 카이스트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지만 카이스트가 그냥 공부잘하는 애들이 가는 대학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곳은 우리가 말로만 떠드는, IT 강국/IT 대국을 만들기 위해 밤새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되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효율성을 위해, 또는 자기의 치적을 위해, 자살한 젊음이를 사회의 실패자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힙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어진 2011년의 한국이 무섭습니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갑니다.

힘들었을 그들에게,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힘들어할 그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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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08 11:03
수정 아이콘
한국드라마 잘 안보는 저도 어릴때 보던 카이스트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정말 재밌었었는데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세월빠르네요

우리나라가 지금 전세계 잘사는 나라중에 이만큼 자원없고 땅도 좁은나라에서 세계10위할수있는건 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기술발전을 이룬거같다고 생각하는데 슬프네요
11/04/08 11:27
수정 아이콘
카이스트에도 이런 대사가 나오죠..
박사1 : 정만수 학부때 성적이 좋았습니까?
이교수 : 나빴어. 왜?
박사1 : 아, 그럼 면접을 잘 본 모양이지요.
이교수 : 형편없었어
박사1 : 그..래요?
이교수 : 그런데 어떻게 대학원에 왔냐구?
박사1 : ..예..
이교수 : 학부때 실험을 하나 시킨게 있어.
열입곱번 실패를 하드라구.
남들 세번이면 완성할 걸 열일곱번이나.
그리고 두달 만에 해냈어.
그게 중요한거야.
연구란 건 성적이 좋은 사람이 하는게 아니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드라마 -카이스트 中-

이공계에서는 실패하는 사람을 더더욱 격려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실패가 그냥 실패가 아니라 더더욱 좋은 기술이 나올 수 있는 '과정'이라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에디슨도 수천번의 실패후에 발명을 했듯이 이런 에디슨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곳이 카이스트가 모방해야 할 곳 이라고 생각하는데..지금은 그 실패를 낙인화 시키는거 아닌지 우려스럽네요...
EndofJourney
11/04/08 11:33
수정 아이콘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부과하는 현 카이스트 시스템은 창의적인 괴짜 학생들 배출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있지요. 이제 카이스트가 창의적인 대학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학생들을 정량평가의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때가 되었어요."

지난 1월, 로봇 영재라 불리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했을 때, 정재승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라고 합니다.

인재를 키우겠다고 영재를 뽑아놓고선, 영재를 내치는 일이 너무 자연스레 벌어지고 있군요.
11/04/08 11:39
수정 아이콘
옳은 말이고, 지금도 참 감동입니다만, 결국은 그래요.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팍팍한 삶, 드라마에서까지 찌질한 삶이 나오면 얼마나 더 우울할까요.
그런데 희망은 없어요.
그냥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뿐이지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요.
그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인내를 말하고, 노력을 말하고, 열심을 말하고, 기회를 말하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리가 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으니까요.
몽키.D.루피
11/04/08 13:58
수정 아이콘
현 시스템에는 개개인의 인성과 인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이성이 아무리 위대하다 한들 감성이 제거된 인간으로 시스템에 적응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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