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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8 12:56:43
Name Dr.faust
Subject [일반] KAIST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
KAIST에서 4번째 자살이 발생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여러 가능성, 우울증, 개인신상, 이란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왜 KAIST 만 1/4학기 안에 4명이나 되는 학생이 자살 했는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 가게 됩니다.
그리고 KAIST가 다른 학교와 최근에 와서 늘 비교가 되었던 것이 "징벌적 등록금"과 "경쟁 강화" 이기 때문에 이 것들을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 좋습니다.

하지만 KAIST의 진정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적응을 잘 못하는 학생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것이 우선되어합니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잘하는 놈만 안고 간다는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쉬운 방식이죠. 학교는 단지 학생들을 볶기만 하고 성과가 나오면 자랑만 하면 되는거죠.

못하면 니탓, 잘되면 학교덕.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서남표 총장 본인이 얘기했던 "점수가 아닌 잠재력으로 뽑겠다" 라는 선발 기준과도 맞지 않습니다.

잠재력으로 뽑았으면 잠재력을 발휘하게 도와줘야지 현재는 "점수"로 징벌을 내리고 있지 않습니까?
1월에 자살한 로봇영재 학생은 로봇영재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어떻게 도와줬을까요?
잠재력을 발휘하기 이전에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과 등록금 걱정에 깔려버렸겠죠.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의 질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많은 이공계 교수들이 수업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참 불쌍한게 수업이 이해가 안되면 본인이 멍청해서 라고 생각해버립니다.
하지만 하버드에 유학간 선배가 그러더군요. "하버드 학생들은 수업이 이해가 안되면 교수자가 잘 못 가르쳐서 그런 것이다" 라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고 합니다.
학생이 멍청하다고 비난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봅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교 생활과 수업에 적응 못 하는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서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들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제가 졸업한 학교도 최근에 와서야 학습 멘토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마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신청해야하고 또 정해진 소수의 학생들만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그 마저도 참가하기 쉽지 않습니다.

수업을 질을 높히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수가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겠죠.
하지만 현재 KAIST 구조에서는 그것 마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업에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곧 교수평가에서 나쁜 결과로 반영되어 최악의 경우 학교에서 짤릴수도 있습니다. 수업 준비를 많이 할 수록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데 누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겠습니까? 수업의 질이 나빠지면 당연히 학생들도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몇몇 천재들과 선생학습을 한 학생들만 살아남게 되겠죠. 결국 어디가서 물어볼 친한 선배나 조교도 없는 학생들은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요?

우선 강의 전담 교수를 다수 뽑아야 합니다.

강의의 질이 올라가면 저절로 학습의욕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베스트 셀러가 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수업 동영상을 보면서 빨려들어가는 수업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전공도 아니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윤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수업 내용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그렇게 몰입하게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수업을 하게되면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선행학습이 없어도 수업을 이해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세밀하게 준비하고 그래도 수업에 적응을 잘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강화해야 합니다.

학생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지 못하게 한 학교에는 책임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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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11/04/08 12:59
수정 아이콘
아랫글에도 적었지만 저는 학교란게 학생들의 화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살자도 생기지 않을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들의 적은 서로가 아니라, 학교를 이겨내야 한다가 되면요.
근데 이건 뭐 여기서도 죽으라, 저기서도 죽으라 하니 선택이 그것밖에 없었을것 같습니다.
11/04/08 13:10
수정 아이콘
여기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이상하지만
지금 이공계 대학 혹은 대학원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4.0 쯤은 되어야 생각해 볼만한 유학 교수 노벨상 테크가 아니라
비록 2.5 수준 학점일 지언정 노력에 대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비전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개인차도 존중하고 노벨상도 중요 하겠지만
나라가 필요한 요구사항은 꾸준한 이공계 인력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m]
11/04/08 13:14
수정 아이콘
어차피 학점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은 좋은 회사나 연구소에 갈것이고
그렇지 못한사람은 작은회사에서 박봉 받을것인데
사회 나가면 경쟁인데
굳이 대학내에서 까지 경쟁할필요가 있나요?
그냥 이런거 저런거 따지지 않고 그냥 공부 하면 안되나요?
그럴려고 카이스트 만든건 아닌가요
포프의대모험
11/04/08 13:22
수정 아이콘
과학과에선 그게 쉬운게 아니니까요
그 잘났다는 외국 대학생 대학원생들도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겠다는 시니컬한 농담 많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소위 영재교육이란것들도 까보면 다 뻔할 뻔잔데 너무 획기적인걸 바라시는 분들이 많은거같습니다
낭만원숭이
11/04/08 13: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학점 벌금제라는 말 자체를 쓰는것 자체가 무한경쟁으로 몰아세우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다르게 받아들였으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기본 등록금이 300만원이고, 2.5 이상을 취득할경우 점수당 장학금을 지급해주겠다.

라고 한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절름발이이리
11/04/08 13:36
수정 아이콘
이 제도가 도입된 건 올해가 최초가 아닌데 왜 이번학기에만 자살했는가 도 생각해 보셔야겠지요.
11/04/08 13:51
수정 아이콘
학교를 무슨 투기장 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 거 같습니다.
11/04/08 14:18
수정 아이콘
뻘플인데 여기가 PGR 이 아니고 아라인줄 알았습니다;
글 많군요, 오늘.
자루스
11/04/08 18:45
수정 아이콘
안철수씨가 지금의 카이스트를 다니는 학생이었다면 세계최초 백신이 같은 것이 나왔을까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답답한 경우네요.
유게의 결혼정보회사도 등급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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