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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3 22:14
주지훈이 오버하는 느낌이 있긴 했는데 캐릭터가 그런 오버로 심리전을 거는 이야기라 사실 딱 적합한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무난한 수사물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반대로 심리전이 탁월한 영화라고 봤습니다. 강태오는 조커처럼 심연을 가진 개또라이라기 보다는 개또라이인 척 하며 법망의 헛점을 파고드는 지능범이라고 봐야 옳습니다. (혹시나 영화를 다시보신다면 두 인물이 대립할 때 카메라의 미세한 움직임에 주목해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마지막에 담배 피던 상황에서요. 심리 표현 쩝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진정한 악당은, 언급하신대로, 범인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수사와 판결이라는 시스템일 수 있습니다. 시스템에 헛점이 존재하고, 그 헛점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목이 '암수살인'일 거라 봅니다. 범인이 중심에 있는 '조디악'이나, 형사의 고군분투를 그린 '추격자'같은 제목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사건 자체가 제목으로 나온 거죠. 마치 쌍팔년도 시스템의 안습함을 드러냈던 '살인의 추억'처럼요. 이런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많이 딞아있죠. 근데 이 영화의 최대 묘미는 정의와 집착 사이에 있는 인물을 균형감있게 연기한 김윤석에게 있다고 봅니다. 광기로 넘어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열정. 그걸 포착한 면에서는 '조디악'과 닮아있고요. 곽경택 각본가의 전작 '극비수사'도 그저 무난한 수사극처럼 보이는 외향에 소신과 의리라는 훈훈한 가치를 넣어놓았죠. 이번 작품은 그런 면에서 '극비수사'보다 더 발전한 모습입니다. 무난한 수사극은 아니라고 봅니다.
18/10/03 22:20
심리전이야 탁월했죠. 근데 그 심리전이라는 게, 인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심리전은 아니었던 거죠. 말그대로 심리게임으로 끝났을 뿐이고, 해서 주지훈이 연기하는 인물의 내면은 영화적 핵심 속으로 전혀 못 들어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페이크 빌런이죠.
물론 본문에서도 계속 했던 얘기지만 이걸 진지하게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방향성과 달랐을 뿐이니까요. 심리 연기도 잘했고 그걸 영화가 잘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인물의 내면을 심도 깊게 잘 다뤘다고 하기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도 얕게는 잘 다뤘을지 모르겠지만요. 영화의 핵심 속으로 인물의 내면을 투영시키지 못하는 묘사를 가지고 심도 깊다고 하면 안 된다고 보거든요. 마찬가지 맥락에서 김윤석의 내면은 꽤 잘 다뤘다고 봅니다. 근데 그걸로 무난-평이를 넘어서기에는 좀 범속적이라 보네요. 주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페이크 빌런이긴 했다지만 주지훈의 내면 투영이 영화 내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내면적 심도에서 김윤석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는데 그렇다고 김윤석 혼자 영화를 무난-평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기에는 그 정도로 엄청난 깊이를 보여준 건 또 아니었다고 봅니다.
18/10/03 22:34
뭐 확실히 몬스터처럼 심리전으로 악마의 내면을 파헤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긴 했죠. 그래도 피상적이란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리전이 탁월하면 그걸로 성공 아닌가 싶어요.
생각안나님이 원하고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닌 것이 재미없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18/10/03 22:54
피상적이라는 이유로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피상적이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전이야 탁월하면 그걸로 성공 맞는데, 그 성공의 내용이 피상적이긴 하다는 거죠. 가령 주지훈이 심리전을 벌이는 이유는 나가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그런 현실적인 이유로 심리전을 벌인다 해서 표면적이라는 건 아니고 그게 캐릭터 내적으로는 일원론적인 설명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주제와 다소 동떨어져서 영화의 전개를 위해서만 기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표면적이란 이야기였습니다. 한 캐릭터 내에서도 이면이 있어야 표면적 이유 이상의 이유가 있다 할 수 있고, 영화의 주제의식이라는 이면적 요소와 캐릭터의 행동원리라는 외면적 요소가 연관되어 있어야 그 행동원리 자체도 이면적으로 기능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라 보거든요.
18/10/03 23:02
저는 그 이면을 표현하는 순간 주제가 무너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면을 파고든다는 건 결국 공감을 건드리는 거고 (요한의 심연은 괴이하고 어두웠지만 일견 공감가는 지점이 있었죠), 범인에게 마음의 일부를 내어주는 순간 시스템을 향한 화살은 그만큼 힘을 잃을 테니까요. 덧붙여 그런 요소가 있었으면 유가족이 상영금지소송을 취하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처럼 올곧게 주제만을 깔끔하게 전달하는 게 드라마나 만화 처럼 긴 호흡의 작품이 아닌 2시간 짜리 영화에 어울리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18/10/03 23:10
저도 돌이켜보면 깔끔하게 주제 잘 전달했다고 보고, 그게 결국 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피상적인 건 피상적이었다는 거고... 뭐 그렇게 처리하는 게 더 맞는 방법이긴 했지만요.
18/10/03 23:18
근데 사실 뭐 정말 진지하게 시스템을 비판하는 영화였던 것도 아니지만요. 내면 묘사의 심도도 얕았지만 사회비판의 심도도 못지 않게 많이 얕았죠... 얕게 잘 다루는 것도 실력이긴 하겠지만요.
18/10/03 23:20
그게 노골적이면 '촌스러워'지니까요. 흐흐.
딱 '니 어딨노?'로 함축하는 거 보면 확실히 각본 실력도 있고, 센스도 쩔었습니다. 저 대사 앞에 정말 여러가지 단어가 들어갈 수 있거든요. 정의 니 어딨노? 진실 니 어딨노? 피해자 니 어딨노?
18/10/03 23:29
그거랑은 좀 다르다고 보네요. 표현이 얼마나 노골적이냐랑 사회비판이 얼마나 노골적이냐는 무관한 얘기라고 보거든요. 물론 연관이 있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엔 아닙니다. 제가 사회비판의 심도 또한 얕았다고 했던 까닭은 그것이 얼마나 노골적이냐 이전에 애초에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거든요."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를 통해서 은연 중에 시스템 비판을 한다 쳐도 보여주기 자체는 자세해야 시스템 비판의 깊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작 그래서 어떤 시스템적 문제를 자세히 보여줬냐 하면 잘 모르겠거든요. 그렇다고 어떤 대안을 보여준 것도 아니구요. 이유는 심플하고 답은 없어서 그렇게 자세하지 못하게 표현한 거라면 애초에 사회비판할 거리도 별로 없었던 게 맞구요. 그렇다고 그런 불합리한 현실의 부조리 그 자체를 다뤘다기엔 또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부족하죠.
18/10/03 23:33
대안을 보여줄 필요는 없죠. 그걸 보여줄 거면 국회로 가야지 스크린으로 올 게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살인의 추억>도 그런 건 못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추억'이란 제목이 붙었죠. 이미 그런 시절은 다 지나갔으니까요.<조디악>도 그런 것까진 보여주지 못했죠. 영화라는 매체에 너무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좀 더 좋게 봐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 오늘 같이 개봉한 <베놈>만 봐도...
18/10/03 23:54
대안을 보여줄 필요는 없죠 물론. 다만 시스템적인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어떤 대안을 보여준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처음에는 크게 별로라 생각 안 했는데 대화를 이어갈수록 별로인 점이 계속 떠오르네요.
피상적이었던 건 아니라고 얘기하시니 피상적이었던 이유들이 떠오르고, 피상적이어야 했을 합리적 이유(시스템에 화살을 돌린다는 주제적 측면)를 얘기하시니 막상 돌이켜보면 그렇게 사회비판적이었던 것도 아니라는 게 떠오릅니다. 물론 저는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얕게 잘 다루는 것도 실력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표현의 노골성이랑은 또 댜른 문제죠. 노골적이면 촌스러워지는 게 문제긴 하지만 사회비판의 심도 얕음까지 그걸로 설명하는 건 이상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도 연관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노골성의 촌스러움은 말하자면 보다 보편적인 원리이고, 사회비판을 딱히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건 내용상의 문제죠.
18/10/04 00:03
단점이라 한 적은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심도 얕게 잘 다루는 것도 실력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심도가 얕은 건 얕은 거구요. 피상적이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피상적이라고 깎아내리는 건 아니라고 했었습니다. 근데 피상적인 건 피상적인 거죠.
근데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이러한 것들의 부재 혹은 결여가 감점 요인(제가 생각해도 좀 오만한 표현인 것 같지만...)은 아니라고까지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러한 것들의 존재 혹은 충족이 가점 요인은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인 점수가 조금씩 깎여서 기존에 했던 평가보다는 별로 같다는 생각이 또 조금씩 드는 형국이랄까요. 뭐 하여튼 정리하자면, 피상적이긴 하고 심도가 얕기는 하더라는 거죠. 뭐 그걸 어떻게 평가할지는 각자 나름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18/10/03 23:25
이게 재밌는 게 사건 자체가 암수사건이다 보니까 이것 마저도 유가족 사건과 '비슷' 한거지 같은 사건이라는 증거가 없어서 법적으로 따지면 유가족이 이길 가능성이 비슷한 케이스 중에서도 특히 더 없는 케이스라 제작사측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것 같더라고요.
18/10/03 22:51
실화 기반이라 그런가, 임팩트가 부족하기는 하더라고요.
퍼즐 자체는 잘 짜놨는데 맞추는 과정이 조금 아쉬운 영화였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추격자 보러갔더니 조디악이 나왔다는 평론가 평이 딱 알맞는 것 같아요.
18/10/03 23:06
전 김윤석 연기 엄청 좋았는데... 힘 주고 악 쓰는 거 하나도 없으면서도 묵직하게 끓여내는 게... 이래서 고수구나 싶었어요.
주지훈은 전체적으로 과장되었다고 느꼈는데, 그게 캐릭터랑 부합해서 이해해줄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18/10/03 23:38
그 점이 김윤석님 힘인 동시에 암수살인의 아쉬움점이라 생각합니다.
여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고 루즈하네? 생각이 드는건 아무래도 메인인 김윤석배우의 절제의 미학이 더 크게 그리고 울림이 약했다는 반증이고 주지훈님은 간간히 " 아쭈? 요넘봐라? " 이 범죄자의 맛을 또 이렇게 살리네? 느낌있어 흐흐 ~ 딱 여기까지입니다. 스탠다드한 수사극 이였다 . . 그리 생각됩니다. (아마츄어 눈에는요 =_=)
18/10/03 23:45
울림이 약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근데 그런 절제의 미학도 나름 맛이 있으니까요. 그 맛을 참 잘 살린 작품이었어요. <조디악>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도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18/10/03 23:05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저에게는 말씀하신것과는 반대로 그 점이 좀 더 좋게 다가왔습니다. 도저히 의도를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또라이(영화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굉장히 지능적인 잡범(..)이었다는게 저에게는 반전아닌 반전으로 느껴졌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신화성이 없어지면서 사건이 그동안 봤던 범죄영화 등보다는 심심해졌던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감정과잉따위없이 담담하게 오바하지 않은 영화라서 좋았던것 같습니다.
18/10/03 23:07
개인적인 감상평은 수작을 흉내낸 범작 내지는 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한 장면을 위한 빌드업도 없고 인간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추적극도 아니며 극에 긴장감도 없고 심리적인 밀당도 없고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편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사극 장르로서 어떤 인상적인 부분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단 말이죠. 그냥 좀 잘 만든 영화의 피상적인 장면만 흉내내서 짜깁기 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10/04 01:44
무미건조한 수사극입니다. 감정이 거의 배제된 상태로 보일영화이고 주인공인 김윤석 특유에 시니컬한 연기인데.. 그 뭐랄까 감동적인 연출은 분명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참 울컥하게 감정이 나오게 합니다.
살인사건, 특히 이런 암수살인사건에대한 피해자 입장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영화는 많은 의미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지루할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추격자 보러갔는데 조디악이었다는 평가 저도 동의 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영화를 만들어서 본 느낌입니다. 최근 나온 한국영화중 괜찮게 만든 영화 입니다. 돈은 아깝지 않았어요
18/10/04 02:51
저도 그것이 알고 싶다 극장판 정도 느낌에 동의 합니다.
*이번주 역대급 그알* 한편을 형사인 김윤석 입장에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두 주연배우 연기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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