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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4 15:55:17
Name
Subject [일반] 주총꾼을 아십니까
명절이 다가오니 불청객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대개 60대 이상 (80대도 적지 않습니다.)의 신사 차림의 이들을 어떤 이들은 소액주주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주총꾼이라고 부르지요.

‘주총꾼’은 사측에서 고용한 우호적인 주주와
회사를 압박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적대적인 주주 둘 모두를 가르키는 말 이지만,
전자의 경우는 일부 거대기업에서나 고용한다고 들었고, 저는 보지 못했기에 후자의 경우를 소개합니다.

이들이 명절을 앞두고 찾아오는 이유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로써 당당하게 명절 떡값을 요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사실 이들에게 가장 큰 대목은 대개의 주식회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하는 3월경이지만, 설과 추석 또한 놓칠 수 없는 활동기간이지요.
물론 여름휴가, 겨울휴가, 그냥 생각나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 분들의 보유주식수는 보통 1주에서 10주 미만입니다.
그래도 돈을 요구하러 오는 입장에서 한 1~2백주는 보유해야 면이 서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몇 만주를 가졌다고 해도 이럴 권리는 없습니다만,)
이분들은 여러 회사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한 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기는 어렵습니다.
KOSPI200 주식을 한 주씩만 사도 금액이 만만치 않거든요.
아무튼 이들에게 보유 주식의 수는 중요치 않기에 대개는 1주 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통 오시는 분들은 장기고객이라 오면 인사 나누고 주고 받을 것 건내고 헤어짐이 보통이지만,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는데, 이 경우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1. 본인의 자랑 (대개 어느 회사 주주총회에서 벌인 무용담)
  2. 우리회사에 대한 칭찬
  3. 그래서 이렇게 좋은 회사에서 대단한 주주인 나를 섭섭치 않게 챙겨야 한다는 기적의 논리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
저는 이 사람의 성향 (상법에 대한 이해도와 강짜를 놓을 가능성 등)을 파악하여 금액을 결정합니다.
그렇습니다. 회사를 찾아오는 주총꾼은 각자의 역량에 따라 정해진 금액이 있으며, 이것은 각자 다릅니다.

우리회사는 그냥 적당히 유명한 코스피회사고, 우호 주식이 이미 과반을 넘어
의사결정에 소액주주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회사이기에, 이들에게 주는 금액도 크지 않은 편인데,
보통 10만원 에서 100만원의 돈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 우호적인 의결 정족수를 확보한 회사에게 이들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해야 하는 주주총회에서 높은 확률로 이들이 강짜를 부릴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모든 배우들이 합을 맞춰 10분이면 끝날 주주총회에서
이들 중 한명이 ‘의장! 이의 있습니다.’ 하는 순간 주주총회는 대여섯시간을 각오해야 하며,
지엄하신 대표이사께서는 의장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질타를 받아야 합니다.
의결권은 주식수에 비례하지만, 발언권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물론 적법한 절차이므로 감수함이 당연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대표이사의 호된 질책이 내리 갈굼 될 것이고, 조직사회에서 이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갈굼은 내가 당하지만, 주총꾼에게 주는 돈은 회사돈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주주총회를 요식행위로 넘기려는 기업과 이를 이용하여 불로소득을 노리는 자들이 만나
주총꾼이라는 희대의 직업이 생겨났으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방금도 상법에 빠삭한 백발의 노신사께서 떡값으로 50만원을 받아가셨네요.
여러 회사를 돌아야해서 바쁘시다며, 충분히 자기자랑을 못하고 가셨습니다.
밖에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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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악몽
17/09/14 15:57
수정 아이콘
이런 직업이 아직도 있었군요 저 어렸을 적 80~90년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저도 들었었는데요
사악군
17/09/14 15:5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이제 '회사가 주총꾼들에게 매년 거액을 주어 회사돈을 낭비한다! 이는 이사의 배임행위고 선량한 주주들의 손해이고 상법위반이다!' (고로 나도 줘)

라고 트집잡을 주총꾼이 나타날 차례..
IRENE_ADLER.
17/09/14 15:59
수정 아이콘
와... 신세계네요.
17/09/14 16:00
수정 아이콘
...와.. 이런 사람이 있군요 세상에나;;
멍청이
17/09/14 16:00
수정 아이콘
와... 진상으로 돈을 버는군요. 허... 내가 주식 사느라 준 돈을 저런 이들에게...
하루하루
17/09/14 16:00
수정 아이콘
이건 식빵아재 유투브에서 제대로 설명해줬죠. 재밌는 영상인데 찾으면 링크 올리겠습니다.
하루하루
17/09/14 16:01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CYbAkDXc8iw
이거네요. 시간내서 보면 아주 재밌습니다. 입담이 아주~ 크크
17/09/14 16:03
수정 아이콘
이거 레알 레전드...크크
데로롱
17/09/14 16:49
수정 아이콘
이거 엄청재밌습니다 한번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크크크
나른한오후
17/09/15 12:46
수정 아이콘
저도 주총꾼 이야기 듣자마자 이게 생각나버린.. 이 글에 이 영상을 넣으면 정말 환상의 콜라보가 될듯!!
어리버리
17/09/14 16:01
수정 아이콘
일본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 여러번 봤던 스토리인데 한국에도 역시나 존재하였군요. 크크.
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드나들고 있는 사람들이네요. 기업에 가서 돈을 뜯는건 불법이겠지만 그걸 기업들이 고발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AngelGabriel
17/09/14 16:04
수정 아이콘
여러 의미로 어처구니가 없네요...
Neanderthal
17/09/14 16:05
수정 아이콘
말만 들었는데 신세경이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7/09/14 16: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글쓴이분은 괜찮죠.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않고 구린게 많은 회사면 주총꾼을 반대로 섭외해서 의사진행을 원활히 하도록 해야합니다. 자괴감 들어요.
최종병기캐리어
17/09/14 16:10
수정 아이콘
그냥 회사 직원 동원합니다 허허..
율리우스 카이사르
17/09/14 18:06
수정 아이콘
회사직원 동원해서 넘어갈정도면 자괴감 안들죠 ㅠㅠ...
최종병기캐리어
17/09/14 18:23
수정 아이콘
제가 다녔던 회사는

1. 회장이 기습주총열어서 사장의 경영권 박탈, 새로운 사장 임명
2. 그룹이 풍비박산
3. 채권단이 들어오면서 원래 사장 재임명
4. 사장이 그룹 분리함
*. 사장과 회장은 형제임.

이런 일을 겪은 사장은 그 이후로 주총에 노이로제가 걸렸...
율리우스 카이사르
17/09/14 18:37
수정 아이콘
기습 주총이 쉬운게 아닌데 .. 사장이 우호지분이 전혀 없었나요? 주주들한테 임시주총 통보하고 어느정도 이상 모여야 하는데 ;;; 정기 주총 때 기습으로 대표이사 해임안 내버리고 의결해버릴 수는 있어도..
홍승식
17/09/14 16:26
수정 아이콘
의사진행은 커녕 주총을 성립하게 하기 위해서 주주들에게 위임장 받느라 3월 한달이 다갑니다 ㅠㅠ
율리우스 카이사르
17/09/14 18:06
수정 아이콘
으.. 그거 저도 해봤.. T_T
최종병기캐리어
17/09/14 16:07
수정 아이콘
회사직원이 주주총회에 사전에 '지정된' 좌석에 앉아 '동의합니다'를 외치고, 덩치큰 직원들이 입구를 4중, 5중으로 빽빽하게 틀어막아서 직원 외의 주총꾼들은 못들어오게 막습니다.

주총꾼들은 들어가야한다며 소리치면서 밀지만, 회사 직원들은 입구앞에 우루루 몰려서 우리도 못들어가고 있다고 역으로 소리지릅니다.

전 직장 주총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흐흐.. 주총때는 오전에 본사직원들 모두 동원되었죠.
17/09/14 16:29
수정 아이콘
저희도 이런거 합니다. 크크크.
연기력이 관건이지요.
외계인
17/09/14 16:09
수정 아이콘
이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만 했는데 직접 직업삼아 하는 사람이 있었군요.
17/09/14 16:14
수정 아이콘
주총꾼은 주식이라도 가지고 저러지
회사는 주식도 없는 직원들 동원해서 주총 무력화하는데요 뭐..
17/09/14 16:14
수정 아이콘
오호. 이거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주식구매 욕구가 일어나는 글이군요.
근데 주총에 참여하려면 휴가내야 하려나요. 피같은 휴가를 써야하면 별론데...
윤하만
17/09/14 16:20
수정 아이콘
와...이런 직업이!!
나래를펼쳐라!!
17/09/14 16:21
수정 아이콘
전 대기업이 아니지만 안건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 상장회사에서 주총꾼 섭외하는 걸 봤습니다.
반대주주가 말하면 회사 고유권한이라며 의장보고 얼른얼른 진행하라고 사측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러다가 입담본능을 주체 못해서 자기들끼리 목소리 낮춰라, 조용히 하라며 싸우더라구요..
홍승식
17/09/14 16:24
수정 아이콘
와~~ 이런 꿀직업이 있었단 말인가요?
운동화12
17/09/14 16:33
수정 아이콘
아오 읽기만 해도 발암.....
지나가다...
17/09/14 16:37
수정 아이콘
진짜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군요...
짐승먹이
17/09/14 16:55
수정 아이콘
와... 10기업만 돌아도 500만원인데 대박이네요 크크. 근데 이분들은 몇명이나 되는건가요? 업계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은게 아니라면 사돈의 팔촌에 친구의 지인까지 다 끌고 오면 엄청날거같은데요? 크크.
17/09/14 17:06
수정 아이콘
이론적으로 가능은 한데... 이분들을 대할때 마다 느끼는건 '사람이 할 짓은 못된다' 입니다.
정말 몰염치 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쉬운일은 아니겠다 싶더라고요.
Camellia.S
17/09/14 17:17
수정 아이콘
얼굴가죽이 엄청 두꺼워야 가능한 직업인듯... 양심이나 염치, 부끄러움이 없어야 가능하겠군요
17/09/14 17:41
수정 아이콘
기생충 같은 존재네요
17/09/14 18:33
수정 아이콘
마냥 기생충이라고 탓만 할 수 없는게, 주총꾼의 성립 요건이 '회사가 주주총회를 요식행위로 하려는 의도' 이기 때문이죠
17/09/15 01:0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polonaise
17/09/14 17:56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도 소카이야가 있었네요
미나가 최고다!
17/09/14 18:23
수정 아이콘
48시간 주총 각오하면 없어지지 않을까요..? 두번정도만 하면 주총꾼들이 학습하고 안올거 같은데요
17/09/14 18:32
수정 아이콘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연봉을 몇억씩 받는 임원진 전체의 시급을 따져보면, 돈주고 보내는게 경제적인긴 합니다. (사실 저희도 주총장에 직원들 동원하기에 직원들 인건비도...)
무엇보다 높으신 분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마음이 1도 없으시지요.
신동엽
17/09/14 20:09
수정 아이콘
상법 467조의 2... 무ㅡㅡ색 합니다. 쩝
마도사의 길
17/09/14 22:31
수정 아이콘
대단하네요. 역시 우리나라는 헬조선이죠. 주총꾼이란 이름도 괜찮은데요. 그럼 기업은 날림꾼이라 해야하나요? 주주총회를 십분카레로 날려먹으니까요...누가 나쁜 놈인지 구분도 안가네요. 카레해먹으라고 있는 주총이 아닐텐데...
17/09/15 12:26
수정 아이콘
여기 우리나라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일본은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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