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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6 15:20
윗글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만 정말로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이론 물리학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전에 교양과학서적이라고 하나 읽었는데 "초끈이론"..."불확정성의 원리" 뭐 이런거 설명해 놨는데 진짜 글은 분명히 한국어로 쓰여있는데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윗글과 관련해서는 사실 뭐 국대축구 보면서 선수들 까고 감독 까는 맛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팍팍한 생활...그런 거로라도 스트레스 풀어야죠...저는 그래서 호프집 같은데서 맥주 마시면서 축구 보면서 감독, 선수 욕하는 건 그리 나빠보이진 않더군요...물론 그것이 선을 넘어서 악의적인 인신 공격을 한다던가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말입니다...너무 축구에 경건한 자세를 요구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그런 분야도 아닌데...
13/10/16 15:23
크크 옙 문과생이 보기엔 자연과학은 어지간하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과학으로서의 지위가 확립된 학문일수록 비과학적 관심을 배제할 당위가 충분하겠지요. 다만 축구는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그만큼 일반인들과 팬들이 참여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학문과는 달리 <응원>과 <대리만족>과 <동일시>라는 요소를 간과할 수 없기도 하고요. 축구를 잘 알건 모르건 간에 지는 거 보면 답답하면 한탄도 하고 욕도 하고 비판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13/10/16 15:24
스타크래프트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처음 제시하고 기초를 닦은 것은 현역 최강 선수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죠. 그들은 그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게임 속에 구현하였을 뿐...
13/10/16 15:27
뭐 첨언하자면, 지금 유럽에서 주목받는 축구분석가 중에 하나인 'ZM' 마이클 콕스도 사실은 저런 인터넷 키보드축구 하던 사람이었죠. 지금이야 아스날이랑 정식 계약을 맺을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한준희,장지현 이런 사람들도 모두 저렇게 출발했구요.
13/10/16 15:27
제가 쓰는 전문가란 단어가 비평가 해설가 등이 아닌 해당 필드 내 실제 행위자로서의 엘리트를 지칭한다는 것을 전제하겠습니다.
기술적인 또는 암묵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세계일 수록 필드 안쪽의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집니다. 이론적이며 형식적인 지식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라면 일반인들도 전문가가 실수를 했을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쉽게 지적해 낼 수 있지요. 이점에서 야구는 꽤 재밌는 대상이 되는데 이 이야기까지는 너무 길어져서 못할 거 같습니다.
13/10/16 15:30
근데 축구도 야구와 마찬가지로 반례가 있는 것이, 비축구 선수 출신의 감독들이나 CEO들이 축구판에서 좋은 성과를 내놓는 경우가 일일히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꽤나 많거든요. 비축구선수 출신임에도 축구의 세계관 자체를 바꾼 아리고 사키 같은 케이스도 있고, 현재 가장 핫한 감독인 조제 모리뉴만 하더라도 프로축구 선수는 아니었죠.
13/10/16 15:40
(CEO레벨이 하는 일은 필드의 문제보단 경영의 문제니 차치한다면)
물론 축구에서도 형식지를 통해 지배해 나가려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겠지요. 다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축구 영역의 일반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분들일 겁니다.
13/10/16 15:46
옙 당연히 그러하지요. 이미 경력이 수십 년인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일반인으로 출발하여 그 당시의 전문가들이 보지 못한 영역을 보았다는 점만큼은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13/10/16 15:58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판을 뒤집는 전문가의 능력을 배양하는데는 수십년이 필요합니다.
아마추어나 일반인이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그를 그냥 일반인라고 불러야 하는진 애매한 문제 같네요. 그외 감독이전의 무리뉴는 아무리 봐도 축구계 바깥의 일반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키의 선수경력은 잘 모르나 20대 부터 감독직을 수행해 왔다면 필드 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13/10/16 16:08
사키의 경력을 요약하자면 26세에 일반인으로서 감독을 시작하여 3년 정도 만에 리그에서 주목 받는 감독이 되고, 불과 5년 뒤인 31세에는 AC밀란의 감독직을 맡아 <밀란 제네레이션>과 <사키 혁명>을 만들어냅니다. 즉 오랜 경력을 쌓아 그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전문가적인 역량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에서의 에드워드 위튼 급의 급속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즉 비전문가적 루트로부터 판을 바꾼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주제 모리뉴 같은 경우에도 유소년 시기에 축구를 한 바 있고, 직업은 체육교사로 출발했는데, 당연히 축구와 관련을 맺은 인물이기는 합니다만 전문적인 코스를 탄 건 아니라고 봐야겠죠.
13/10/16 16:22
그런 분이군요.
그렇다면 그분은 물리학의 천재들처럼 해당 필드에 들어와 급속도로 변혁을 이룬 필드의 천재 같습니다. 축구의 외부의 일반인으로서 외부에서 업적을 이룬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필드 바깥의 특별한 경험이나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말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인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 밝힐 필요가 없으니까요.
13/10/16 16:33
그렇군요. 음 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본문에서 언급한 예시들이 답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의 마라도나라든가,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시즌 운용과 같은 것들 말이지요. 전문가들이 겪는 당사자로서의 어려움에 대비하여 팬들이 가지는 객관성과 같은 부분도 그런 의미에서 적은 거고요.
여하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축구도 이론적 부분과 실천적 부분이이 결합되어 있는데, 축구의 경우 이론 부분에 대한 발달도가 낮으며, 실천적인 부분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은 직관적인 터라 이론화에 있어서는 약점이 있고, 이 밖에도 매니아적 관심에 의해 이해 가능한 영역이 제법 많다고 봅니다. 볼 키핑을 어떻게 해야하느냐, 3:3 상황에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하느냐, 사전 약속된 플레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와 같은 문제에서는 일반인들이 결코 프로들을 쫓아갈 수 없지만, 우중앙 부근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홈에서 승점 1점을 따기 위해 바이언 뮌헨을 상대로 수세를 펴야 하느냐 공세를 펴야 하느냐와 같은 문제는 일반인들이 충분히 접근 가능한 부분이라고 봐요.
13/10/16 16:41
사실 저도 축구에서 이론화 되는 형식지의 부분에서 차차 일반인들이 그런 시도를 한다는 조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쪽 분야들의 최우선이 형식지의 정립은 아니라서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정립에 공헌할 여지는 있지 않나 하네요. 야구에서처럼 대상을 재단하는 어떤 특정한 방법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무엇으로 그것을 이룰지 궁금합니다.
13/10/16 16:43
안 그래도 축구 같은 경우에도 야구의 세이버 메트리스처럼 통계학적 방법론을 통해 축구적 대상들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헛점이 무지막지하게 많으며, 11대 11의 경기가 실시간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1:1의 일기토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야구에 비해 난점이 많긴 하지만요.
http://stretford.egloos.com/3059119 이런 글들이 좋은 예시가 된다고 봅니다.
13/10/16 15:28
축구는 이론 전문가보다 기술자(선수)의 전문성의 깊이가 훨씬 깊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선수가 성역이냐 하면, 타 선수와의 비교를 통해 평가가 가능하고.. 타 직종이 스포츠만큼 대중에게 노출되고 평가받게 된다면, 정말 단체로 멘붕을 겪을 듯..;
13/10/16 15:30
뭐 일견 일리있는 말씀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축구만 생각하고 축구로 밥멀어먹는 사람하고 일반인들이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생각하긴 힘들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보다 모르니까 아예 주장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구요. 전문가 아니면 축구에 대해서 한마디도 뻥긋하지말라. → 이 주장에는 동의할 사람이 거의 없으니 차치하고 >> 아오 이색히들......... 좀 잘하라니까. 이 땐 이렇게 하고 저 땐 저렇게 하고 좀! ㅠ 이런 류의 응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근데 >> 아 xx이해 안되네 xx같은 xx색들, 아오 얘는 또 왜 뽑아. 저거 머리속에 x만 들었나, 진짜 x멍청하네.. 어쩌고 저쩌고 이런 류의 자신이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냥 싸지르는 사람들 눈쌀 찌푸려지니까, 최소한 너보다는 잘 아니까 좀 닥치고 보세요. 라는 말이 나올 법 한거죠. "너보다 저 사람들이 훨씬 전문가야. 좀 조용히 해 -_-" 라는 말의 핵심은 축구를 얼마나 잘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사람들의 몰상식에 대한 성토의 문제 같아요.
13/10/16 15:34
옙 어디까지나 여타 분야와 비교해서, 혹은 절대적인 경지에서 봤을 때 그밥에 그나물이라는 것이지, 현실적으로는 프로축구 종사자와 일반인 사이의 지식과 역량의 차이는 현격하죠. 다만 프로들이 놓치기 어려운 부분이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고, 축구는 그 특성상 그게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의문과 탐구와 성찰 등이 의미있는 부분이 많으며, 지나친 과신이나 오만만 아니면 매니아적인 의견들이 유익할 수 있다고 보네요. 스1의 아마추어들의 부족하지만 열정적인 연구들이 빌드와 같은 부분에 많은 영향을 주었듯이요.
13/10/16 16:23
롤 같은 경우도 최근의 가장 핫한 이슈인 닝겐자이라와 파랑이즈, AP 트린 등이 모두 아마추어에게서 나왔죠. 개중에서도 닝겐자이라는 천상계였지만 나머지는 골론즈, 실론즈에 의해...
13/10/16 16:49
오 그렇군요. 제가 롤을 아예 안 해서 이해도가 굉장히 낮은데(라인전이나 역할 분담이나 계급 정도는 압니다만), 혹시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3/10/16 17:14
닝겐자이라는 국내 다이아1티어 유저가 있는데, 이 유저가 만든 자이라라는 챔프의 룬/특성을 일컫습니다.
자이라라는 챔프는 씨앗을 뿌리고 그 위에 자신의 스킬을 쓰면, 스타의 성큰으로 생각하면 쉬운(?) 소환물을 단시간동안 만들 수가 있습니다. 자이라의 강점은 1. 이 소환수의 스킬이 쎄다. 2. 그 외에 기타 스킬들도 충분히 활용할만 하다. 단점은 1. 체력이 굉장히 낮고, 이동속도가 느려서 한번 물리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2. 스킬의 투사체 속도가 느려서 맞아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맞추려면 어느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다가 물리면 1번의 이유로 죽을 수 밖에 없다. 정도 였습니다. 그래서 죽기전에 폭딜을 넣는 식으로 룬과 특성 세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닝겐자이라라는 유저가 생각을 바꿔서 '어차피 나랑 소환된 식물이랑 같이 때리면 2:1 혹은 3:1로 때리는거니 내가 방어적으로 룬과 특성을 맞추면, 내가 맞아가면서 충분히 딜교환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닝겐자이라를 활용해서 SKT T1의 서포터 푸만두선수가 적극활용하여 롤드컵 우승에 큰 공헌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라이엇은 이 자이라라는 챔프를 롤드컵이 끝나자마자 칼너프를 합니다. 파랑이즈는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AP트린은 유럽/북미에서 유행한, 나왔을 당시 초기엔 트롤얘기를 들었을정도로 독특한 템빌드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파랑이즈는 이즈리얼이라는 챔프의 유틸성을 극대화하여 lol 시즌3에서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든 원딜 템빌드가 되었고, AP트린은 해당 시기 유럽/북미 LCS에서 대유행을 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엔 너프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10/16 17:22
바깥이라 모바일로 정리해서 하나하나 길게 쓰기가 어려웠는데 정리가 매우 깔끔하시네요 흐흐
본문에 연관지어 생각해보자면 게임은 타 엘리트 스포츠에 비해 유저와 선수의 간격이 좁다는 점도 이런 역수출(?) 및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스2도, 롤도 프로들의 가장 기본적인 연습장은 일반 유저들을 위해 마련된 놀이터인 래더인데, 축구 야구 선수들이 아마추어 노는 물에서 개인 훈련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흐흐
13/10/16 17:15
닝겐자이라란 룬과 특성을 방어에 치중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원래 자이라는 마법사 서포터인데 자이라가 소환하는 식물은 룬특과 아이템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세다는 점에 착안한 한 아마추어가 마법사인 자이라가 방어형 서포터인 것마냥 몸으로 맞아주면서 딜은 식물과 스킬의 기본딜으로 충당하는 빌드를 만들어서 한국의 프로 팀이 차용해 롤드컵에서 우승하는데 공헌했죠. 외국 팀의 서포터 선수들은 한국 팀이 결승전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그 순간까지도 이 세팅의 자이라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자이라 서포터 하면 닝겐자이라라는 아마추어 유저의 방어형 세팅이 정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3/10/16 17:26
크크 말씀을 들으니 궤는 좀 다르겠지만 예전 스타리그에서 김준영 선수가 이영호 선수를 상대로 러커로 지뢰를 제거하고 저글링으로 경기를 끝낸 사례가 떠오르네요.
13/10/16 17:31
준비된 전략인가, 그 순간의 임기응변인가 하는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궤가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말씀을 듣고 보니 '일반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만 비추어지던 포커스를 돌리고',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겨지는 것의 활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크크
13/10/16 16:16
어떤 판단을 하는데 요구되는 지식이 크게 깊지 않다면, 굳이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나와 있는 데이터들을 보고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겠죠. 축구가 비교적 그런 분야라고 생각하구요.
13/10/16 16:28
lol에서 브론즈 실버가 챌린저급 프로 플레이를 보며
'거길 왜들어가냐, 왜 안뭉치고 따로있다 끊기냐, 템은저걸 왜갔냐' 이러면 좀 답답하긴 할거같아요. 어떤 만화에서 '다 끝난 뒤에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는건 쉽다' 뭐 이런말이 있었던거 같은데 그 말이 떠오르네요.
13/10/16 16:34
솔직한 내심을 말하자면, 스포츠는 드러난 데이터에 비해 해석론의 발달 수준이 미비해서 머리 좋은 아마추어가 프로 잡을 확률이 타 분야보다 높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연하게 주장하겠냐고 하면 좀 뒤로 빼겠습니다(태클을 거시면 데꿀멍할 거라는 소립니다).
그래서 제가 좀 더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싶은건, 분야적 차이보다는 프로 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팬의 '오지랖'을 상당 부분 용인한다는 점입니다. 학술적 영역보다 덜 엄격한 게 더 재미있고 더 돈이 되고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어떤 오타쿠 한 명이 세이버 매트릭스같은 경이적인 툴을 제공할지도 모르고요. FM이 실축하고 비교해서 그리 뒤쳐지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수많은 팬들이 '오지랖'을 떨고 까이고 주장을 보강하는 과정 그 자체가 프로 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로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13/10/16 16:39
예 뭐...이 쪽이 좀 더 강경하게 이야기하긴 좋겠죠. 오지랖을 금지할 경우 그건 이미 프로 스포츠가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오히려 오지랖의 정도는 부분적으로는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축구 선수들이 경영 합리화된 클럽에서 유스로서 양성되어 일반인들과는 완벽히 유리된 환경에서 <스타>로 성장하지만, 과거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볼 차고 커피 하우스에서 맥주 파티 하던 꼬마 놈이 지역을 대표하는 <영웅>이 되어 경기 끝나고 펍 가서 마을 사람들과 잔치 벌이는 식이었죠. 메시처럼 축구 외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팬들의 오지랖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히키코모리 형 축구 선수는 과거 같으면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과거의 클럽들은 경기장을 찾아 티켓을 팔아줌으로써 구단 수입의 절대적인 부분을 제공했던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되었지만, 지금은 중계권료를 주는 방송사와 투자를 해주는 주주들에 의해 좌우되죠.
13/10/16 17:04
따지고 보면 감독은 R&D와 같은 연구직이라기 보다는 관리직에 가까우며, 성과를 내야된다는 측면에서는 영업에 가깝죠. 예를 들면, 고3 담임 중에 어떤 사람이 소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가와 유사하다고 보입니다. 실제로 수업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르칠 수 있는 가(뱅거..)와는 큰 관계가 없죠. (...)
또한, 해설직에서 해설의 정확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밖에 더 중요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슛슛슛을 외치는 허정무가 해설 자리을 맡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정치적인 이유에서겠죠. 이는 피지알에서 친숙한 스타 해설을 통해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1부 매니아들에게는 욕 좀 많이 먹겠지만요. 그리고 기자 또한 전문성보다는 가쉽 거리를 생산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합니다. 요지는 실제 대중(팬)들이 다루는 축구 관련 소재들이 그리 전문직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전문직을 대표하는 의사도 울 동네 서울대 의사가 더 친절하고 잘 치료한다고 비교하면서 까는 마당에 뭘 바라겠습니까.
13/10/16 17:28
안드레 비아스-보아스 감독이 생각이 나네요.
한준희 해설도 비슷한 거 같고요. 덕후도 노력하면 전문가 그리고 현장인 못지 않다는 걸 보여준 예가 아닐까요 흐흐
13/10/16 17:37
크크크 사실 그런 예는 너무 많네요.
선수들이 너무 몸으로만 익혀서인지 팬들보다 관련지식이 떨어질 때가 종종.. 이 경우는 야구만 그러려나요. 흐흐
13/10/16 17:35
뭐 근데 본좌급 밀덕이라고 해서 행보관 노릇(...)을 잘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아무래도 리스크가 좀 크겠죠.
13/10/16 17:40
국내에선 힘들겠지만 한준희 해설이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정말 안비보 감독처럼 감독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거 같아요.
서울대 나올만큼 머리도 정말 똑똑한 분이 야구기자보다 아는 게 많기도 할 정도로 -_-; 하루종일 축구에 묻혀게시니.. 준희옹 전술 얘기같은 거 원투펀치에서 들어보면 정말 왠만한 감독보다 나을 거 같은데 여하튼 한국에선 실현 불가겠죠 ㅠㅠ
13/10/16 17:48
전술 등에 대해서 잘 알고 분석하는 것과 그것을 훈련을 통해서 필드에 적용시키는 것은 다른 분야라서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13/10/16 17:44
축구팀들은 의외의 구석에서 꽤나 허접함을 자랑하죠(...) 일례로 꾸준히 논란이 되는 감독 선임만 해도 서유럽 축구팀의 감독 요건 중 제일 중요한건 능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백인+남자죠. 스타일의 극단적인 차이나 능력 미달의 감독 선임을 통해 팀을 말아잡수는 예는 너무 많고요-_-;;
이와 별개로 근래 스탯존 등의 사이트에서 OPTA 데이터를 제공하는터라 일반 팬들도 감이 안오던 전술 등에 관한 부분을 통계 등으로 접근할 수 있죠. 물론 프로팀에서 쓰는 프로존 같은거에 비하면 후달리는 부분도 있고, 통계나 지표의 해석 능력에 따라서 참신한 헛소리(...)도 나오기도 합니다만;; 어그로꾼, 드립러 등이 판을 치는 싸줄에서도 단순 감상을 넘어서 통계적 접근 등을 통해 꽤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론 비선출들이 그 종목과 관련된 전문가가 되면 보통 통계 등을 기반으로 썰을 풀거나 업무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노감독의 집 근처 꼬맹이 출신(...)인 빌라스-보아스는 '프로존? 필요없어!'라고 하더군요. 심리 상태 등을 더 중요시한다나 뭐라나. 빅샘이 들으면 뭐라고 할지 기대됩...
13/10/16 18:01
예. 개인적으로 통계적 분석이 가지는 한계를 간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예 전무하던 시절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봅니다.
13/10/16 17:57
선수 선발이나 배치, 전술의 운용이나 이적과 같은 분야에서 팬이나 아마추어 칼럼리스트들이 분석적인 비판을 자주 하는데에는 이 분야에서 아마추어 출신들이 일구어 놓은 여러 성과들(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현대축구를 완성시켰다는 소리를 듣는 사키 라든가 야구판에 일대 혁명을 가져다준 세이버 매트릭스 등등)과 함께 전문가 출신들이 보여준 처참한 실패 사례들도 한 몫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3/10/16 18:34
저도 스타1때 커세어도 뮤탈처럼 뭉치기를 위해 프로브를 심시티로 가둬서 써야한다고 주장한적이 있었는데,
몇년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보편적으로 정착됬더군요...
13/10/16 18:34
축구의 경우만을 생각해보면 선출과 아마추어의 경기보는 눈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봅니다.
축구는 90분 동안 3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인데..제대로 된 경기장에서 90분 동안 제대로 뛰어본 일반인이 얼마나 될까요? 저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체력적인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 오프 더 볼의 문제를 절대로 알지 못 할거라 봅니다... 특히 축구의 경우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보면서 판단을 하는것과 티비만을 보면서 판단하는 것도 크다고 봅니다. 근데 야구는 좀 다른것도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야구는 체력보다도 멘탈의 스포츠, 의외성보다는 통계의 스포츠라 보는데, 이런 것들을 진짜 잘 분석하는 일반인들이 참 많더라구요..
13/10/16 18:47
그렇죠...
축구는 공간과의 싸움이라 경기장에서 공을 갖지않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진짜 중요한거 같습니다. 공만 따라다니는 TV로는 이런 조직적인 2선 3선의 움직임이 안보이죠... 경기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해설자나 감독은 TV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많이 캐치할겁니다. 해설자가 그것을 얼마나 말로 표현하는가가 그 해설자의 능력일거고.. 개인적으로 보기에 몇몇 해설자들은 알고 있는것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거 같습니다.
13/10/16 18:58
개인적으로 이 점 때문에 역동성은 부족하더라도 LFP의 카메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와이드하게 경기장을 잡아주기 때문에 필드플레이어 20명 중 16명 정도는 항시 보이거든요. EPL 앵글이 보는 맛은 좋은데 오프더볼 움직임 보기엔 안 좋다 싶네요.
13/10/16 19:03
근데 그런 와이드앵글 카메라를 쓰면 재미가 없어요...^^
빠른 느낌이 하나도 안사니...그냥 전체적으로 보고 싶으면 경기장에 가고 중계는 프리미어리그 방식으로 하는게 좋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선출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축구는 조직력이 뭐니 떠들어도.... 결국 해당 포지션간의 1:1의 스포츠라 봐도 무방하다고 보더군요... 한쪽이 무너지면 답이 그 부분만 집요하게 파들어가는데...이제 피지컬의 문제라 극복은 불가능하고.. 교체 외에는 답이 없다고 하더군요...
13/10/16 19:07
근데 스페인이나 잉글랜드로 갈 순 없으니 읔크크. 뭐 저는 사실 선수 전체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도 재미이지 않나 싶어요. 그냥 술 마시며 즐기기엔 스피디하게 앵글을 변경하는 쪽이 좋겠지만요.
친구분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게 필드가 넓은 스포츠다보니 협업과 커버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개개인이 한 사람 몫을 해주고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을 책임지지 못하면 경기가 안 된다고 봅니다. 최근 기억나는 경기로는 스페인 vs 프랑스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있네요. 후반 중반에 아르벨로아가 후안프란으로 교체된 다음, 10여 분 동안 프랑스 쪽에서 후안프란만 집요하게 공략했고 결국 종료 1분 전에 후안프란이 드리블하다 볼을 뺏기면서 실점으로 이어졌죠.
13/10/17 02:25
상관이 있는 댓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 하자면
축구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축구 기자들도 해외 축구에 있어선 팬들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국내 축구는 직접 취재를 할지 몰라도 해외축구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들 보면 외신을 참고해 기사를 쓰고 경기도 팬들과 똑같이 중계를 보고 쓰죠. 그래서 전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쓰는 해외축구 관련 칼럼이나 기사들은 그리 신뢰가 안 갑니다. 해외축구는 해외에서 듣고 본 바가 있는 사람들이 전문적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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