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V-트레인은
29, 30화에서 아이유 일행이 탔던 열차로 방영이 되어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열차 안에는
아이유가 아닌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하지만 유명해졌으니 이것도 감수하고 즐길만합니다. V-트레인의 기관차의 모습은 백두대간을 뛰어 노는 아기 백호를 닮았다고 역시 코레일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람쥐를 닮았다는 O-트레인 열차보다는 어쩌면 더 백호를 닮았습니다. 이걸 보고 호랑이가 아닌 다른 걸 떠올릴 사람은 없으니 말이죠. V-트레인은 디젤기관차 1량과 객차 3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관차의 우렁찬 기적 소리가 인상적입니다. 친환경 열차라면서 디젤기관차를 쓰긴 하지만, 디젤기관차가 아무래도 이 열차의 분위기와 어울리니 그런 게 아닐까요.
철암역은 O-트레인의 정차역이기도 하면서 V-트레인의 시발역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태백시의 역들이 다 그렇듯이 과거에는 무연탄을 취급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을 것입니다. 특히 이 역은 4층이나 되는 역사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었던 역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역 앞에 나와보면 썰렁한 마을 풍경과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 그리고 역 건너편으로 보이는 두선탄시설 등. 그야말로 쓸쓸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다시 O-트레인, V-트레인이 다니게 되면서 점점 활기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스토리웨이도 다시 생겼고 말이죠. 그리고 이 역은 얼마 안 되지만 영동선의 모든 무궁화호가 정차하고, 정식으로 여객 업무를 취급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 중 다른 지역으로 벗어나고자 할 때 중요한 지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출발한 O-트레인 열차를 탄 뒤, 이곳에서 내렸습니다. V-트레인 열차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12시 14분에 O-트레인에서 하차하면, 이곳 철암에서 12시 35분에 출발하는 V-트레인을 탈 수가 있습니다. 20분 남짓되는 시간에 스토리웨이에서 바나나우유도 사먹고, 역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역사 내부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바글바글합니다. 패스권을 끊었어도 이 단체 관광객에는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글에서도 이야기드렸듯이 V-트레인에는 패스권을 위한 자유석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냥 마음 편히 서서 가시면 됩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이고, 주변 풍광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V-트레인 객차 내부의 모습입니다. 당연하지만 아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좌절하지 말고 여행을 즐깁시다. V-트레인은 친환경 열차를 꿈꾸기 때문에 열차 천장에 태양열 발전판을 달아놨다고 합니다. 따라서 열차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태양열로 만들어진
유기농 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어컨을 빵빵틀어주느냐, 이 열차에는 에어컨, 히터,
화장실이 없습니다. 냉방은 창문 열고 달리는 것과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를 이용합니다. 난방은 객차 가운데 있는 목탄 난로를 사용합니다. 화장실은 정차하는 역에서 이용하며 되겠습니다. 역 사이의 거리가 짧고, 정차 시간이 충분하니까 괜찮습니다. 그야말로 친환경의 끝을 달리는 열차입니다.
하지만 디젤기관차...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이 열차의 가장 큰 특징은 좌, 우 벽면이 시원시원한 유리로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창문을 위해 창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시원하게 창 밖에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차 차창의 바람은 다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하기 때문에 한층 더 새롭게 다가옵니다. 한 겨울에는 추워 죽겠지만 말이죠. 3월부터 시승을 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1, 2월의 혹한을 어떻게 보낼지 기대가 됩니다. 3월 시승 기간 중에도 추워서 목탄 난로를 열심히 땠다고 하네요.
귀여운 안내판
여기에도 2호차에는 스낵바가 있습니다만, 바는 아니고 승무원분이 가벼운 음료와 과자 종류를 팔고 있습니다. V-트레인은 호랑이의 백두대간협곡열차인데 사파리 컨셉이라고 하는군요. 역시 아리따운 승무원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의 복장이 마치 에버랜드의 동물원 안내원, 사파리 직원 분 같으면서도 귀여운 복장입니다. 제가 숫기가 없어서 사진은 못 찍었네요…. 다른 곳에서 찾아보시든가, 직접 가보세요! 그리고 열차를 타며 받는 그 감정을 그대로 100일 후에 받아볼 수 있는 발송 서비스도 있습니다. 과연 100일 후에 이불을 발로 찰지 아니면 감동을 받을지...
산과 계곡 사이를 누비며
철암역을 출발한 V-트레인은 영동선 철로를 따라 구비구비 여행을 시작합니다. 특히 3호차의 맨 뒷자리는 기존 열차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통유리의 감동으로 열차가 움직이는 창 밖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터널을 빠져나올 때의 모습은 마치 내가 청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패스권을 끊고 어차피 서서가야 한다면 차라리 3호차 맨 뒤에서 이런 차창 풍경을 보며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자꾸 바깥 사진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좀 귀찮습니다.
사람도 집도 차도 적은 길을 다니며
열차는 옆으로는 산을, 옆으로는 강을 끼고 달립니다. 이 강의 정체는 바로 태백의 황지연못에서 발원하여 부산을 향해 가는 낙동강입니다. 그 물 많은 낙동강이 이렇게 산골 계곡을 달리고 있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계곡의 흐르는 물과 바위들이 멋있어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단체로 온 아줌마들의 깔깔거리는 수다를 들으며 즐겁게 목적지인 분천역으로 향합니다.
승부역
첫번째 정차역인 승부역에 도착했습니다. 승부역은 쇼부우리가 아는 그 승부가 아닙니다. 이곳이 부자마을이라고 해서 승부역이라고 하는데, 이런 첩첩산중에 부자였다고 얼마나 부자였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지에 있는 역 중에서도 오지라서 자동차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며, 이러한 점이 방송에 몇 번 나오게 된 뒤로 유명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하루에 6회(상, 하행 각 3회씩)나 무궁화호가 정차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역에 내리면…. 다음 열차를 무작정 4-5시간씩 기다리거나, 걸어서 그만큼 가거나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승부역에 정차한 V-트레인
승부역에 정차해서 약 5분간 휴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워낙 오지역이고 주변에 마을조차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화장실을 다녀오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것뿐입니다. 겨울철 눈꽃열차에는 역 건너편에 강가에 장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눈꽃은 커녕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열차의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많고 트래킹을 한다면 이곳에서 강을 건너는 작은 현수교를 이용하면 됩니다.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네요.
승부역 시비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이 역에서 1960년대 이곳에서 근무했던 김찬빈 역무원이 쓴 시라고 합니다. 산에 가려져 하늘도 세평밖에 안 된다고 할 정도의 오지였으나, 영동선의 중심에 있던 역. 그렇지만 오지의 역으로 잊혀지다 다시금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닿게 되었습니다. 참 묘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 양원역
승부역 다음 정차역은 양원역입니다. 이 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사진에 나와있는 건물이 바로 양원역 대합실입니다. 이곳은 강을 사이에 두고 봉화와 울진의 두 원곡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입니다.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되었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역이 없으니 눈앞에 철로가 지나가도 승부역이나 분천역까지 가서 열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이 있으면 열차 창문을 열고 이곳에 짐을 던져 놓고 역에서 내린 후 다시 걸어서 마을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활이 매우 불편하고, 철로를 따라 걷다가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자주 사고가 나게되자 끊임없이 열차를 세워줄 것을 건의합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1988년 이곳 마을에 열차가 임시로 정차하게 되고, 마을 주민들은 기뻐서 직접 승강장과 대합실을 손수 만들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정부기관, 회사, 코레일이 손을 대지 않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인 셈입니다. 이러한 사연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도 하루 4회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역으로 당당히 살아남았습니다.
10분간의 짧은 장터
V-트레인 열차는 이곳에서 약 10분간 정차합니다. 지연으로 인해서 빨리 떠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10분 정도 정차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역 앞의 마당에서는 짧은 장터가 펼쳐집니다. 이곳 마을 주민인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들이 나와서 다양한 먹거리와 농산품을 팔고 있습니다. 특히 짦은 시간에 시원하게 마시는 먹걸리는 일품입니다. 포장도 가능하지만헐레벌떡 쫓기듯이 먹는 막걸리와 찐감자, 돼지껍데기, 잔치국수는 특별한 즐거움을 줍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 열차가 떠날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저씨, 아줌마, 관광사 직원 분들이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해줍니다. 이 V-트레인으로 가다보면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모습, 그리고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비밀의 승강장
양원역을 떠나온 V-트레인은 세번째 정차역인 비동임시승강장에 멈춰섭니다. 해리포터의 9와 3/4 승강장마냥 있는 듯 없는 한 알쏭달쏭한 승강장인 이곳은 얼마전 새로이 문을 연 임시승강장입니다. 터널과 철교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이곳에 왜 임시승강장이 뜬금없이 생겼냐하면 최종목적지인 분천역까지 가는 걷기길 코스와 양원역으로 가는 체르마트길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걷기 길에 대하여는 분량의 압박이 있으므로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기네요.
분천역 맞습니다
V-트레인의 마지막 정차역인 분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도착하면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기존의 역사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의 역사 모습입니다. 마치 알프스의 어느 작은 역을 보는 듯한 이 분천역의 모습. 이것은 우리나라와 스위스가 국교를 맺은 지 50년이 된 것을 기념하며 분천역과 스위스의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으며 새로이 꾸민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반은 한국식, 반은 스위스식인 역사가 탄생한 것입니다. 지금의 역사 자체도 1957년도 만들어진 역사라 아기자기한 멋이 있습니다. 알록달록 모습이 참 이쁘지 않습니까.
스위스 시계
스위스 철도청의 상징이자 애플이 따라했던몬데인의 시계가 여기에도 걸려있습니다. 괜히 애플이 따라한 게 아니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이쁩니다. 이 지역이 새로이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체르마트역과의 자매결연을 맺음과 동시에 트래킹 코스인 체르마트길도 생겼는데, 이것은 다음 글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서 자르는 것을 양해바랍니다.
역사 내부
창문과 커튼을 쳤지만 역사 내부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아무튼, V-트레인은 안 그래도 적은 좌석수라 역시 심심하면 매진이 됩니다. 이게 바로 패스권을 사야하는 까닭이죠. 뭐 매진이지만 1시간 정도는 눈이 즐겁게 왔기 때문에 괜찮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조금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는 O-트레인을 타고 다시 돌아가든가. 또는 패스권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향하는, 예를 들어 강릉, 부전 방향으로 내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분리 합체
이곳은 V-트레인의 마지막 역이기 때문에 다시 철암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역사에 있으면 앞 기관차가 앞으로 갔다가 후진으로 다시 돌아와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V-트레인의 저 기관차는 철암역으로 갈 때와 분천역으로 갈 때의 방향이 다릅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V-트레인은 열차 자체로 하나의 여행상품이기에…. 여행사 단체 손님이 굉장히 많습니다. 최고다 이순신에서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혼자 조용히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겠지만, 어쩌면 아줌마, 아저씨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를 들으며 여행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V-트레인으로 알려진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탄 이야기를 했습니다. 소개 이야기를 줄이고 제가 겪은 여행기를 조금 더 많이 쓰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져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는 관계로 분천역에서 시작한 가벼운 트래킹 이야기는 다음 글로 나누어서 쓰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