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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18 19:23
대놓고 쏴주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부모님 뜻대로 좋은 남자 만나서 호위호식 할려고 태어난 줄 알아? 그런게 너가 잘 안다는 인생이냐? 도도한 척도 못하고 비굴하게 남편 돈에 팔려가는 게 네 인생의 목표였냐? 하고요.(친구분에게 악감정은 없습니다) 돈이 다인줄 아는 게 현실주의인마냥 착각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많아서 요즘 참 기분이 그렇습니다.
뭐 홀든 콜필드의 눈에는 이런 글 쓰는 저도 한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요즘 전 가상의 여자친구 얼굴에 하이볼을 쏴대는 상상을 하거든요. 알 수 없는 일이죠.
13/08/18 19:23
대학 졸업시점, 남자라면 군 전역후 3,4학년쯤에 이런걸 겪게되죠. 갑자기 온갖 생각을 다 박살내 버리는 현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쏟아지는 삶의 무게. 점점 약해지는 부모님과 하루하루 들썩들썩 내게 몰아치는 세상으로의 출사표. 그러다보면 친구분처럼 어느순간....현실이라는 이름의 둘레 안에서 모든걸 다시 판단해야하는 시기가 오죠.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정말 큰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꼭 집안의 힘이 강해서라기보단,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의 뿌리를 무시하지 않고도 세상을 향해 성장하려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굳은 심지는 정말 축복받은 거라고, 그리고 정말 많이 힘내서 지키는거라고..
어쩌면 친구가 그런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너무 명확하게 보게 될 것 같아서' 되려 공격적이 될 수도 있는 거겠지요.. 25와 30혹은 늦어도 35사이에 부서지는 많은 그 이전까지의 이상들이란. 참 씁쓸하고, 그래야만 하나 싶기도 하고.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 자체는 참 맞아떨어지네요.
13/08/18 19:31
친구분 같은 얘기 주위에서 정말 많이 듣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네요... 누가 그러든 말든 자존감을 가지고 본인의 의지대로 살면 되는 겁니다~
13/08/18 19:59
화성 기억나네요.
고3때 야자끝내고 오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화성이 달옆에 착 달라붙어서 붉은 빛을 내고 있었죠. 아직도 그때만큼 거대한(?) 화성을 본적이 없네요. 세상이 달라지긴요. 세상은 그대롭니다. 그 친구가 달라진거죠. 자기가 현실과 타협하는걸 왜 세상탓을 하는지...
13/08/18 20:43
'상실의 시대' 원제가 아니죠.. '노르웨이의 숲' 이죠...
어느 평론가였나.. 기자였나...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거장으로 만든 것은 노르웨이의 숲 을 상실의 시대로 번역한 출판사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 크크
13/08/18 21:52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변한다는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또는 혼자만 변하는 느낌을 싫어하지요.
'내가 변한건 세상탓이니 너도 변하는게 맞는거야. 이런 세상을 살면서 변하지 않는게 이상한거야.' 라고 궤변을 늘어놓지만.. 실상은 그 친구분도 알고 있을겁니다. 그걸 덮기 위해서 더욱 더 강하게 말을 할 뿐이죠. 순수한 시절은 지나는게 아니고 숨기는거죠. 그 순수함을 이용해먹으려는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어디서 노리고 있을지 모르니.. 씁쓸한 현실이긴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생각해보게 되네요.
13/08/19 08:33
친구분 생각이나 본인 생각이나 맞고 틀리고는 없지요.
각자의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는것입니다. 어느 편에서든 개중에 반대편의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행동한다고 해서 잘못된것이라 지적하는것도 우습네요. 이상을 지키는것이 대단한것만이 아니고 번개같은 적응력으로 집단에 순응하는것도 속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현실이 열악하다 힘들다 무섭다 괴롭다 많이들 말하는 요즘입니다. 사실 그렇게 열악하고 힘들고 무섭고 괴롭기만 한 현실일까합니다.
13/08/21 09:35
흐흐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가치가 완전히 무너진 이후 자기를 합리화 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이 그때 그 가치를 더 부정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나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저도 나이를 먹어가니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20살때의 패기를 ! 크크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20대 후반, 30이라는 숫자에 가까워질 수록 현실에 타협하고 과거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때 참 기분이 묘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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