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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4 08:07
뭔가 평소에 가려웠던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글이네요. 위에 나왔던 친일 세대별 분류.. 를 놓고 보면 말인데, 친일 그 자체만으로는 비난하기에는 미묘하다는 뉘앙스를 좀 받았습니다. 저는 친일이 그 자체만으로 나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긴 하지만, 이런 생각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 _-a
위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한건데,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독립운동에서 온다고 말씀하신게 맞나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시대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조선왕조-대한제국 의 정통성은 1910년 이후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는 말씀이신건가요?
12/05/04 08:45
상당히 접근하기 조심스러운 곳에 발을 디디셨군요^^. 최근에 친일명부사전이라는 것을 편찬할때 정치적 논리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우려했던 1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념 논쟁은 박정희 포함 여부로 인하여 정작 중요한 이슈는 다 놓친 격이 되었고 정권의 공격 무기로 전용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뿌리를 캐자면 여와 야당의 후손들 중 자유로운 사람보단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많을텐데 말이죠.
시대를 일제가 아닌 조금 먼 몽고통치 이후의 조선으로 놓고 보자면 정도전도 몽골 치하에서의 관작을 가졌고, 이성계부터 시작해서 다수 무인 및 사대부도 몽골 치하하에 하급 관리였으니 (위화도 회군도 고토 회복의 명분하에 몽고의 복수 성격도 있었죠.) 그럼 전부 친몽파라고 해야할까요? 이들은 나중에 몽고 적국인 친명파에 사대부로 전부 바뀝니다. 물론 핵심 몽고 앞잡이들과 고려왕족들은 숙청되었지만요. 박정희나 이회창을 평가할때는 그 자신들의 공과를 스텐스에 맞춰서 봐야지 그의 출신 이력 자체로 놓고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가 악렬 고문관으로써 독립군을 숙청한 역사적 기록도 없고 만주일본군관학교는 말 그대로 만주국 산하의 교육기관인데 거기 수료 졸업 임관생이 친일파다 라고 하면 일제 시대 하 면서기 이상(이회창 아버지도 여기에 걸렸죠.)은 전부 친일파다. 이건 사실 바꿔말하자면 MB하에 7급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지방직 공무원들은 전부 새누리당 수꼴이다 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눈시비비님의 주관도 상당히 많이 개입된 글이여서 평소 관심있었던 눈시비비님의 다른 역사 기술과 확연히 차이도 있고 사실 읽으면서 놀랍기도 했는데 주관이 저와 상당히 유사하게 겹쳐서 끄적거리고 갑니다. 물론 눈시비비님이 보신 근거 자체가 친일을 합리화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교육을 가르치는 역사서에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구요. 단지 정치적 논리로 공격 대상을 친일로 포장하는 그러한 목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12/05/04 08:51
저는 눈시비비님과 달리 백범에 대해서 상당히 후한 평가를 합니다. 그가 시대를 잘못 읽어서 외곩수로 그의 이력을 스스로 종결한 부분은 분명 있지만 역사가 말하는 적통은 상해임시정부가 맞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 자체도 상해임시정부를 적통함을 우선하고 있고, 싫던 좋던 김규식과의 대립 및 이승만에 비해 시대를 잘못 읽는 시야가 그의 명을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이상 만큼은 높게 봐야한다고 봅니다. 지금와서 보면 백범이 비명 횡사한 것은 박정희의 비명 횡사와 더불어 민족 영웅으로써의 종결이기에 역사는 그들을 부정적인 부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권력이란게 지속이 될수록 추함만 남는게...비교적 단명한 당태종과 오래살은 당현종에 대한 평가가 극과극으로 나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2/05/04 09:24
"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했기에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승만이 안 돼서 친일 청산이 다 됐으면 당연히 박정희도 청산됐을 것이고 박정희의 독재 정권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질문이나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친일 청산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모습을 더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고 박정희를 막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친일청산에 과도한 정치적 입장을 넣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눈시님의 생각은 이해하지만 이 글은 역으로 과도하게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았나 싶네요.
12/05/04 09:30
우선 그런 말을 많이 들었기에 거기에 우선해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에 동감하고, 그래서 결론을 두 개로 쪼갰죠. 친일 청산 여부와 상관 없이 그 두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과, 이런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친일파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으로요.
솔직히 너무 큰 주제라서 벅차긴 했지만, 허무주의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에 이 글에서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제가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둔 것이거나 너무 지쳤거나 아직 부족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 =;
12/05/04 09:26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도 있는 주제인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눈시님이 다량의 자료를 통해서 논의의 수준 자체를 확 높이고 시작하셔서 아닌가 싶습니다. 저야 원래부터 친일파에 대해서 상당히 덜 공격적인 입장이었기에 편안하게 읽었습니다만, 설령 제가 친일파 숙청에 인생을 건 사람이더라도 글이 워낙 끼어들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공부를 좀 많이 해야 한 두마디라도 거들 듯..
12/05/04 09:32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북쪽과 달리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해 나라가 요모양이다는 말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는데 좋은 글이네요.
12/05/04 13:37
하지만 우리나라의 구조상 친일파는 어찌 되었든 나쁜 x로 취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탄압 받았습니다. 즉 친일파가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대에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과오를 무조건 덮는건 안된다고 봅니다. 친일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솔직히 이해불가입니다. 과연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대체적으로 친일파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 무척 가난하거나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봅니다. 당시 일제식민지 하 조선이 엄청 잘 산 나라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죠.
12/05/04 15:22
제가 몰랐던 사실이 많네요. 전부터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제 생각을 정리하려면 공부를 해야 할 듯합니다.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2/05/04 15:46
글의 주제와는 상관이 없지만 중간에 김달삼이 나와서 첨언하자면, 아시다시피 이 양반 본명은 이승진이죠. 김달삼은 가명인데 그의 장인인 강문석이 쓰던 이름입니다. 일본에서 강문석의 딸과 이승진이 결혼하고 이 가명을 물려줍니다. 강문석도 한남의숙을 설립하는 등의 독립운동을 했었던 사회주의자였고 박헌영 그룹에 있었죠.
재밌는건 강문석의 가계도를 올라가다보면 연관된 유명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요 -_-;;; 추사가 제주에 유배왔을때 대정현 쪽에 살고 있었고, 추사의 추종자(겸 현지에 맞은 제자) 중 한 사람이자 추사의 두번째 적거지 주인이 강도순이라는 사람인데 강도순의 증손이 강문석이고 추사가 지냈던 집에서 계속 살았던 모양입니다. 그 집안의 장손이랄까요. 월북하기 전까지는.
12/05/05 09:09
해방 공간의 역사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내 지식이 수박 겉핥기였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12/05/05 17:57
백선엽장군님에 관한 제 생각은 이분이 과연 친일파로 분류될수있는가? 입니다...
독립군 토벌대에서 근무했다는데 그것이 자의로 지원한것인지 육사에서 뻉뺑이로 돌린건지도 불분명하며 당시 조선인이 출세할수있는 가장 쉬운 수단중 하나가 군의 장교로 입대하는것이니까요 단지 장군이니까 까는거라면 한국전쟁당시 머스탱전투기를 타면서 활약했던 초기 공군조종사들의 과거가 제로센을 타고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면서 미군과 싸운 과거가 있는데 이들도 친일파로 몽땅 싸잡아 비난할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15/07/10 14:42
우와아..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친일 청산을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나라에 정통성이 없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단순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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